2004년 5월 1일, 토요일, Belem, Fortaleza Hotel (오늘의 경비 US $16: 숙박료 15, 버스 1, 택시 10, 점심 19, 맥주 2, 간식 2, 환율 US $1 = 3 real) Sao Luis에서 밤 버스로 13시간 반을 달려서 아침 9시 반에 Amazon 강 하구 델타 지역에 위치한 도시 Belem에 도착했다. 어제 밤에는 잘 잤다. 버스 자리가 많이 비어서 버스 뒤쪽 한 줄 좌석 넷을 차지하고 복도 너머로 발을 뻗고 누어서 잤다. 사람들이 버스 제일 뒤쪽에 있는 화장실에 갈 때는 내 다리를 넘어 갔는데 처음에는 미안했으나 나중에는 모른 척했다. 내 앞자리를 차지한 승객도 나처럼 잤기 때문에 밤중에 화장실에 가는 사람들은 장애물 경기를 하듯이 우리 두 사람의 다리를 넘어가야 했을 것이다. Belem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시내 한 가운데에 있는 숙소까지 3km라 걷기로 작정하고 걷기 시작했는데 어림도 없었다. 1km 정도 걸으니 너무 더워서 더 이상 못 걷겠다. 다행이 지나가는 버스가 있어서 올라타고 가는데 한참 시내 쪽으로 가다가 방향을 바꿔서 시내에서 먼 쪽으로 향한다. 다음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다시 시내 쪽으로 걸으려했으나 엄두가 안 난다. 어떻게 할까하고 망설이다가 우선 근처 음식점에 들어가서 맥주 한 잔을 시켜 마시면서 땀을 식힌 후에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갔다. 택시 기사가 숙소 위치를 몰라서 내가 택시를 인도하면서 찾아갔다. 처음부터 택시를 타고 오는 것인데 돈 조금 절약하려다 고생만 했다. Lonely Planet에 이 숙소가 배낭 여행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다고 쓰여 있는데 배낭 여행자들은 하나도 안 보이고 나 혼자다. 아마 이 도시는 배낭 여행자들이 별로 안 오는 곳인 모양이다. 숙소는 가족들이 경영하는 것 같은데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흑인에 가까운 Mulatto 사람들이었다. 방을 보여주는데 값은 12 real로 쌌지만 창이 없는 어두컴컴한 아주 작은 방이었다. 다른 방을 보여 달랬더니 역시 창은 없으나 조금 큰 방을 보여주어서 정하고 들었다. 다행이 방 앞에 거실이 있고 거실 앞에는 베란다가 있어서 거실과 베란다에 나와서 쉴 수가 있어서 방의 답답함을 덜 수 있었다. 짐을 푼 다음에 나가서 Amazon 델타 지역의 일부인 Para 강변으로 구경을 나갔다. 이곳은 강 하류 대서양과 만나는 지점이라 강이 거의 바다처럼 넓었다. 강변 옛날 부두 창고를 멋있게 개조한 현대식 건물 안에 있는 음식점에서 Amazon 강을 바라보며 점심을 들었다. Por kilo 음식점인데 미리 가격을 체크하지 않고 먹었더니 맘껏 먹지도 못했는데 19 real이나 나왔다. 브라질의 Por kilo 음식점으로는 제일 비싸게 나온 셈이다. 아마 고급 음식점이었던 모양이었다. Rio de Janeiro에서도 제일 비싸게 나온 것이 13 real이었는데 이곳은 19 real이라니 바가지를 쓴 기분이었다. 그래야 7,000원도 안 되는 돈인데 남미를 오래 여행하다 보니까 내 돈 쓰는 수준이 많이 내려간 것이다. 어쨌든 항상 돈을 쓰기 전에 가격을 미리 체크한다는 원칙을 어겼고 그럴 때는 과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겠다. 식사 후 Belem의 중심가라는 Presidente Vargas 거리를 걸어서 구경했다. 거리가 너무나 누추했다. 낙서가 많고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흑인 혼혈들이다. Belem은 Salvador와 비슷한 도시 같다. 숙소를 나설 때 매니저 여자가 시계도 차지 말고 가방도 없이 맨몸으로 나가라고 했다. 날치기가 많다는 얘기다. 오늘은 공휴일이고 내일은 일요일이라 이틀 동안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월요일부터는 상점들이 열리니 괜찮단다. 상점이 모두 닫혀서 이상하다 했더니 듣고 보니 정이 떨어지는 도시다. Rio de Janeiro와 Salvador는 조심해야 하는 도시라는 것을 미리 알고 왔지만 Belem 같은 도시도 마찬가지라니 브라질에는 맘 놓고 다닐 수 없는 도시가 너무나 많다. 당장 Belem을 떠나고 싶다. 여행지도 2004년 5월 2일, 일요일, Brasilia 행 버스 (오늘의 경비 US $90: 버스 184, 택시 12, 11, 점심 9, 입장료 1, 인터넷 2, 식료품 15, 셔츠 16, 커피 1, 자외선 크림 17, 환율 US $1 = 3 real) 내일은 Para 강 하구에 있는 섬 Ihla de Marajo 구경을 가고 오늘은 Belem 시내 관광을 할 생각으로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 우선 Belem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Basilica de NS de Nasare 성당으로 걸어갔다. 이 성당에서는 브라질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가톨릭교 행사가 매년 10월 둘째 일요일에 열린다. 성당 안에 모신 성모상 때문이란다. 브라질은 때로는 종교에 철저한 나라 같기도 하고 때로는 그렇지 아닌 것 같기도 해서 혼동이 되는 나라다. 내가 여행하면서 만난 구미 배낭 여행자들은 대부분 무종교인 것 같다.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칸디나비아 3국 등 소위 최고의 선진국 사람들이다. 그리고 20대 젊은이 들이다. 가끔 이곳 사람들이 나에게 종교가 무어냐고 묻는다. 무종교라고 하면 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 같다. Basilica de NS de Nasare 성당은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을 모델로 해서 지었다는데 내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금 까지 브라질에서 본 성당 중에서 Rio de Janeiro의 현대식 성당 다음으로 내 마음에 든다. 수없이 보아 온 다른 성당들은 내 취향 때문인지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숙소의 매니저 여자의 권고로 카메라를 가지고 나오지 않아서 사진을 못 찍어 안타까웠다. 다음에는 성당에서 네 블록 정도 떨어진 동물원 안에 있는 브라질에서는 제일 볼만하다는 Emilio Goeldi 박물관에 갔는데 수리 중이라 닫았다. 하필 내가 올 때 수리를 할 건 뭐람. 박물관에서 나오니 갑자기 Belem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났다. 제대로 나다니지도 못하고 사진도 못 찍고 덥고 마음에 안 드는 게 하나둘이 아니다. 떠나기로 마음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체크아웃을 했다. 여자 주인 표정이 안 좋았다. 3일 밤을 잔다고 해놓고 하루 밤만 자고 떠나니 그럴 수밖에. 버스 터미널로 가기 위해서 짐을 지고 나서는데 매니저 여자가 택시를 타고 가란다. 그리고 서너 블록 떨어진 큰 거리로 걸어 나가서 택시를 잡지 말고 바로 숙소 앞길에서 택시를 잡으란다. 짐을 지고 큰길까지 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15분 정도 기다려서 간신히 택시를 잡아타고 버스 터미널로 갔다. 밤 8시에 떠나는 브라질의 수도 Brasilia 행 버스표를 사고 짐을 맡기고 카메라를 허름한 플라스틱 백에 숨기고 다시 시내로 들어왔다. 오전에 갔던 성당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성당에 가보니 오전에 열었던 성당 문이 닫혔다. 내부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못 찍고 외부 사진만 찍었다. Belem의 유일한 사진이다. 성당을 떠나서 걸어서 Iguatemi 쇼핑몰로 갔다. 가는 길은 지금 까지 본 길과는 달리 낙서도 없고 깨끗했다. 길가에 보이는 사람들도 지금 까지 본 사람들과는 달리 깨끗해 보였다. 한 블록 너머는 엉망인데 이곳은 딴 세상 같다. 한 블록 차이로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쇼핑몰도 딴 세상이었다. 미국 어느 대도시의 쇼핑몰에 들어온 것 같다. 브라질은 빈부의 차가 너무 심한 나라다. 소매가 없는 티셔츠를 하나 샀다. 지난번에 산 것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이곳에서 다시 산 것이다. 17 real이면 $6 정도인데 미국에서는 $20은 주어야 살 것 같다. 이곳은 수입품은 비싸지만 국내 생산품은 미국 가격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쇼핑몰 안에 있는 은행 ATM에서 돈도 찾았다. 하루에 찾을 수 있는 최고액이 약 1,000 real이라고 쓰여 있어서 그만큼만 찾았다. 이 최고액은 내 계정이 있는 은행에서 정하는 것인지 ATM을 소유하는 은행이 정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곳 은행 사람들에게 물어보아도 잘 모른다. 아는 척 하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지만 나중에 알고 보면 모르고 한 말이다. 이 쇼핑몰은 일본 사람 소유인 것 같다. 일본 출신인지 브라질 출신인지는 모르겠지만 Iguatemi라는 쇼핑몰 이름이 일본 이름 같고 쇼핑몰 안에 Yamada라는 대형 수퍼마켓도 있고 그 외에도 일본 이름을 가진 상점이 두 군데 더 있다. 근처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 가서 인터넷을 했다. 요즘은 내가 보내는 사진을 보는 고교동창 친구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열기가 좀 식은 것 같지만 계속 보낼 생각이다. 인터넷 카페 안에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게임을 하는 애들로 꽉 찼다. 구경꾼들까지 합세를 해서 소리를 지른다. 너무 시끄럽고 더워서 더 이상 못 있겠다. 한국 소식을 대강 체크하고 곧 25세 생일을 맞는 작은아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생일 선물로 책 두 권을 Amazon.com을 통해서 보냈다. 대학원 공부가 잘 되고 있는지 걱정이다. 열심히 하는 것은 틀림없는데 정확히 무슨 공부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라디오 방송에 자기가 나오니 들어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지만 항상 옮겨 다니는 처지라 못 들었다. 오후 5시 반쯤 버스 터미널로 돌아왔다. 오늘 밤 버스로 브라질의 수도 Brasilia로 가는 것이다. 거의 3일 간의 긴 버스 여행이다. 버스 터미널에는 수상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버스 승객도 아니고 버스 터미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아닌 수상한 사람들이다. 나는 버스 터미널이나 다른 위험해 보이는 곳에서는 손목시계를 풀어서 주머니에 넣는데 오늘은 잊어버리고 차고 있었더니 한 젊은 친구가 시간을 묻는다. 시계를 보여 주었더니 (말이 잘 안되니) 고맙다고 하고 간다. 주위에 시계 찬 사람들이 많은데 하필 외국 여행객에게 묻는 이유가 의심이 간다. 외국 여행객 날치기하는 수법으로 두 사람이 조를 지어서 한 사람은 시간을 묻고 다른 사람은 물건을 채 가는 것을 웬만한 배낭 여행객들은 다 안다. 그렇게 생각될 때는 나는 시간을 묻는 친구를 째려보면서 다 알고 있다는 눈치를 보인다. 일종의 방어 수단이다. 브라질 최대 종교 행사가 열린다는 Basilica de NS de Nasare 성당 Amazon 하구 델타 지역에 위치한 Belem에는 폭우가 자주 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