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너머로 건넨 마음의 휴식
딸이 타는 차량이 거듭된 고장으로 도로 한복판에 멈춰 서기를 반복한 지 1년, 그간 멀리 나들이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수차례 정비소를 찾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해 헛돈만 쓰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다 사위의 세심한 눈길에 우연히 문제의 실마리가 잡혔습니다. 작은 관을 쥐가 갉아서 잦은 고장을 일으켰던 것입니다. 부품 값은 몇 천 원밖에 안 하는데, 고장의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엉뚱한 진단만 내린 덕분에 수리비만 허투루 많이 들어갔습니다.
마침내 차가 말끔히 수리된 덕분에 딸이 드라이브를 제안해 왔고, 오랜만의 외출이라 기분 좋은 설렘이 밀려왔습니다. 도심을 벗어나 차를 몰고 1시간을 달리자,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산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끝없이 펼쳐진 평원과 푸른 초원, 지평선이 가슴을 탁 트이게 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아담한 카페 '팜슈가 빌리지(Palmsugar Village)'였습니다.
코코넛 나무를 닮은 팜슈가 나무로 덩어리, 가루, 시럽 등 다양한 설탕을 생산하는 이곳은 한국의 코이카(KOICA)에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곳이라고 합니다.
카페 주변을 둘러싼 초원 위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의 풍경이 평화로웠고,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이 덩치 큰 소들을 능숙하게 몰고 다니는 모습은 신기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두어 시간 여유를 즐긴 뒤 점심을 먹기 위해 현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식당은 아열대 식물이 울창하게 우거진 곳으로, 여러 갈래의 수로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맑은 물속에는 비단잉어 떼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고, 상인들은 수로를 따라 배에 요리를 실어 나르며 가끔 아이들을 태워주기도 했습니다. 짭조름한 치킨과 아삭한 모닝글로리를 밥과 함께 맛있게 비워냈지만, 여행의 여파였는지 딸과 나란히 이틀 동안 심한 설사병으로 고생을 치렀습니다.
지독한 복통에 며칠을 앓았어도, 그날 마주한 광활한 지평선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묵은 체증을 단번에 날려 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모처럼 시골에서의 소중한 하루는 오래도록 마음 깊이 따스한 온기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