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월화 미니시리즈 겨울연가 제17회
방송일 2002년 3월 11일 월요일
1.전회 몽타쥬
미희와 유진모의 만남. 준상이 내 아들이에요.
유진에게 청혼하는 준상. 결혼해줄래.
2.준상의 꿈(밤)
불안한 기억의 조각들이 초점이 나간채 흔들려서 보인다.
유진의 웃는 얼굴,흐릿한 불탄 사진의 잔상,준상이 유진의 집에서 뛰쳐나오는 장면들...마지막 사고 장면"유진아"
3.준상의 집 침실(밤)
준상,자다가 벌떡 일어난다. 식은땀이 송송 맺힌 준상의 얼굴. 준상,숨을 몰아쉰다.
4.마르시안 앞(오전)
준상이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멀리 유진이 뛰어온다. 준상,다가간다.
준상-(웃으며)또 지각했구나,정유진.
유진-(숨 몰아쉬며)정아언니하고 김차장님은?
준상-먼저 출발했어.
유진-어? (본다)눈이 충혈됐다...잠 못잤어?
준상-아니. 잘잤어...
유진-(흘겨보며)
준상-정말이야. 니 꿈 꾸면서 잘 잤어. 어서 가자.
유진-차키 좀 한 번 보자.
준상-왜?
유진-글쎄,키 좀 줘봐.
준상,차 키를 보여준다. 유진,냉큼 뺏어가더니 운전석으로 향한다. 준상,당황한 얼굴.
유진-니가 알려준 거잖아. (웃으며)빨리 타기나 해.
준상,웃으며 차에 올라탄다. 떠나는 준상의 차.
5.스키장 외경(오후)
스키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스키장 풍경 인서트.
6.스키장 건물 로비(오후)
김차장과 정아가 나오고 있다.
김차장-아니,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늦어? 정아씨,설마 이 두 사람...딴 데로 샌 거 아니겠죠?
정아-별 걱정을...이민형 이사나 유진이나 공과사 구분 못할 정도로 분별 없는 사람들 아니에요.
김차장-참내,딴 데로 새버려야 하는데...그래야 방자랑 향단이도 진도가 나갈 거 아냐...
정아-뭐요? 갑자기 이거 왜 이래료? 느끼하게시리...
김차장-(싱긋 웃는데)
7.스키장(오후)
준상과 유진 제설차 있는 곳에 서 있는 모습.
유진-(둘러보며)...좋다...(어깨에 머리 기대는)
준상-(유진 보며 웃는다)좋아?
유진-(끄덕끄덕)
준상-(웃어주며)유진아...기억나니? 우리,여기서 많이 싸웠던 거...다신 못오는 줄 알았는데...
유진-나,여기 무지 그리웠다. 눈도,겨울바람도,그리고 이민형닌 강준상도...여긴 아직 겨울 그대로야..
준상-겨울이 가는게 싫어?
유진-싫었어...십년전 니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때도 니가 떠나고 곧 봄이 됐으니까 그렇게 이번에도 겨울이 지나면 모든게 사라지는게 아닌가...
준상-그렇지 않아. 사라지지 않아.
유진-약속하는 거지?
준상-약속할게...그리고 이제 우리 다시 헤어지지 말자. (꼭 끌어 안는다)
8.찻집(밤)
유진모와 진우가 마주보고 앉아 있다.
유진모-(송구스럽고 미안하다)...죄송해요,상혁이 아버님. 뵐 낯이 없는 줄 알면서도 염치불구하고 찾아왔습니다.
진우-무슨 그런 말씀을...아이들 혼사 그렇게 된 거야 다 지들 운명인 거죠. 그래도 유진인 제 딸 같은 아이입니다. 너무 맘쓰지 마십시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유진모-(차마 말 못한다)
진우-...말씀해 보세요.
유진모-강미희씨...가 절 찾아왔었습니다.
진우-(차 마시다 멈칫)...! 무슨 일로 미희가 유진 어머님을...?
유진모-(표정)상혁이가 자세한 얘길 안했군요. 죄송합니다. 저희 아이하고 강미희씨 아들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진우-!!...준상이 말입니까?
유진모-상혁이 아버님?
진우-그러니까...준상이와 유진이가 서로 좋아하는...(하다가)좋아하는 사이라구요?! (표정)
유진모-(당황하는)죄송합니다.
진우-그래서 미희가 뭐라고 하던가요? 뭐라 그런 겁니까?
유진모-두 사람 사이 말려달라구요...반대해 달라구요. 우리 유진이와 그 사람 절대로 결혼할 수 없다구요.
진우-(표정)
9.춘천행 버스(밤)
버스에 몸을 싣고 있는 유진모. 불안한 표정으로 흔들리고 있는데.
진우-(소리)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유진이와 준상이...결혼은 절대 안될 말입니다.
10.진우의 연구실(밤)
진우-강미희씨 이번엔 언재 귀국하십니까? 아뇨 직접 만나야 할 일입니다. 언제 귀국하시는 겁니까? ...알겠습니다. (그러다가)
전화 끊는 진우. 그러다가 상혁의 사진 액자 뒤에서 진우와 현수,미희 세 사람이 찍은 사진 액자를 꺼낸다.
미희 자신의 모습 그리고 현수의 모습을 보는 진우.
준상-(소리)저희 아버진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유진모-(소리)우리 유진이랑 그 사람 절대로 결혼 할 수 없다구요.
11.몽타쥬
-김차장과 함께 완공된 공간들을 둘러보는 유진과 준상,정아...그리고 스키장 관계자들.
-유진과 준상 두 사람이 행복한 표정으로 곤도라 타고 올라가는 모습.
-준상,여기저기 손가락으로 지시하며 유진에게 말한다.
-유진,완성된 카패를 손바닥으로 훑으며 꼼꼼히 살핀다.
-도면들을 보며 완성된 실내를 확인하는 준상과 유진.
12.완성된 카페 일각(오전)
도면 보며 확인해 보고 있는 유진. 조명을 올려 보는데. 아직 연결이 안되 있다.
유진-준상아 조명은 언제쯤 되는 거야?
대답없는 그러다가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13.카페 안(오전)
유진 고개를 들이밀고 보는데 피아노 치고 있는 준상. 유진 몰래 보고 있는.
준상-(모른척 하고)신부 입장.
딴딴따딴...결혼 행진곡이 흘러나온다. 유진 의아해 보면.
준상-신부 입장!
다시 결혼 행진곡 치는. 유진 흠흠 하고 짐짓 결혼식 포즈로 걸어 들어가는.
들어가서 고고하게 손 내밀고 유진 하객들에게 우아하게 절하는데. 띠링.
유진-왜 그만해? 끝까지 해 보려고 했더니.
준상-...오늘 춘천 갈까?
유진-응?
준상-춘천가서 어머님 뵙고 오자. 어머님 뵙고 허락 받자 응?
14.스키장 사무실(오후)
준상 서류를 챙기고 있고. 김차장 들여다 보는.
김차장-어디 가?
준상-네. 마침 잘 왔어요. 선배가 오늘 남은 것들 좀 처리해 줘요. 나 오늘 춘천가거든요.
김차장-춘천?
준상-(끄덕)유진이 어머님 뵈려구요. 내일쯤 올라올까 하는데...
김차장-오 이젠 정말 결혼만 남은 거구만.
준상-(웃고는)우리 오기 전에 선배한테 부탁할 일 있는데 들어 줄래요?
김차장-?
15.카페(오후)
카페에 인부들과 들어가 뭔가 설치하는 김차장.
16.유진의 집 앞(저녁)
유진과 준상 차에서 내린다.
준상-좀 떨린다.
유진-(돌아보는 돌아보고 옷 매무새 만져 준다)괜찮아. 우리 엄마 분명히 널 좋아해 줄 거야.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준상-(바라보는 표정 유진의 손을 꼭 잡아준다)
17.유진의 집 거실(저녁)
유진모 외면하고 있는 표정. 준상과 유진은 의아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
준상-(진실하게)어머니,저...유진이하고 결혼하고 싶습니다.
유진-(기대하는 표정)
준상-허락해 주세요.
유진-엄마...
유진모-...(씁쓸하게)어머니가 강미희씨 맞죠?
준상-(의아해서)
유진모-어머니가 날 찾아왔었다고 말씀하지 않던가요? 아직 말씀하지 않으셨다면 어머님 뵙고 다시 와요.
유진-엄마!
준상-저희 어머니...지금 공연중이라서...한국에 안계십니다.
유진모-그렇군요. (준상보며)그럼 어쩔 수 없이 내가 말해야겠네요. 어머니가 며칠 전에 춘천에 오셔서 유진이랑 결혼 안된다고 말씀 하셨어요.
유진/준상-(놀라는 표정)
준상-저희 어머니가...왜 그런...?
유진모-...이런 얘기 해도 디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어머니되시는 강미희씨하고 우리 집안하고 예전에 안좋은 일이 있었어요. 자세항 얘긴 내가 말하는 것보단 어머니한테 직접 듣든 게 순서인 것 같네요.
준상-(영문몰라서)유진이 어머님,무슨 말씀이신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유진-...엄마,나한테 그런 얘기 한 번도 안했잖아...?
유진모-(가만 있으라는 듯)유진아. (준상보고)내가 할 얘긴 이 정도인 것 같네요. 그리고...날 고지식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나,유진이...양가 어른들이 서로 축복해주는 결혼 시키고 싶어요. 부모들이 반대하는 결혼,시킬 자신 없습니다. 그럼...
준상-어머님(무릎 꿇는데)
유진-엄마(하는데)
유진모-...미안합니다.
하더니 유진모,유진의 방으로 들어간다. 유진,"엄마"하면서 따라 가다가 무릎 꿇고 있는 준상을 안스럽게 바라본다.
준상,가만히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18.유진의 집 앞(밤)
유진과 준상이 걸어나온다. 두 사람,서로 보는데 눈빛 흔들린다.
유진/준상-준상아/유진아. (웃는 두 사람. 뜸 들이다가)
유진/준상-괜찮아/괜찮아? (싱겁게 또 웃는다)
준상-(웃으며)괜찮아...안 괜찮아...
하며 유진은 가만히 준상에게 안긴다. 준상,유진을 안아준다.
유진-(가슴에 얼굴 묻고)너...왜 거짓말하니...너,심장이 지금 무지 빨리 뛰고 있어.(고개 들더니)안 괜찮은 거잖아...
준상-(짐짓 웃어준다)
유진-...(몸 떼며)걱정하지마.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내가 설득할게. 우리 엄마 상혁일 생각해서라도 선뜻 결혼해라 그러살 수 없으셨을 거야. 그러니까...걱정마. 응?
준상-너도 왜 거짓말 하니?
유진-응?
준상-이렇게 떨고 있으면서. 안괜찮은 거잖아.
유진-뭐?
그러다가 마주 보고 피식 웃는 두 사람.웃지만 불안한 표정으로. 준상 다시 유진을 안아 준다.
유진-왜 이렇게 불안하지?
준상-(표정)다...괜찮을 거야. (하는데)
19.유진의 집 거실(밤)
유진과 유진모 앉아서 얘기하고 있다.
유진-엄마...나 그 사람 아니면 안돼...
유진모-(표정)
유진-준상이여야만 해.준상이 아니면 난 안돼요...
유진모-이 엄마가 반대하는데도?
유진-(본다)엄마...
유진모-난 허락하더라도 강미희씨...그 사람 어머님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거야.
유진-?! 그게 무슨 뜻이야?
유진모 유진에게 사진을 밀어준다. 유진 사진 보면. 강미희 형수 진우의 사진. 유진!
유진-이건...?
20.카페(밤)
조명 설치하고 있는 김차장. 들어오는 준상. 김차장 돌아보고.
김차장-어?
준상-나만 먼저 왔어요.
김차장-유진씬?
준상-내일 온데요. 잘되가요? 내일까진 될까요?
김차장-안되면 반디불이라도 풀어 놓을테니 하여튼 (그러다가)야 두 사람 결혼하면 아 양복 한 벌론 도저히 안될 거 같은데?
정아-(소리)나도 놋 한 벌론 어림 없겠는데요 이이사?
준상-(돌아보면)
정아-(뭔가 옷 가방 들어 보이며)골라 놓은 옷 찾아 왔어요. 정말 서울까지 심부름 시키기예요?
준상-(웃어주는데)이 은혜 정말 안 잊을게요. (하는데)
김차장-근데...갔던 일은 무사히 성공하고 돌아온 거야?
정아-유진이 어머님은 뭐라셔요?
준상-(표정 짐짓 웃어 보이는)다 잘될 거예요. (하는데)
21.유진의 집 거실(밤)
사진을 들고 보고 있는 유진. 경직된 얼굴로 유진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유진모-이런 얘기 다신 안하고 살 줄 알았는데...(회상하듯)너희 아버지,상혁이 아버님 그리고...강미희씨...이렇게 세 분이 어려서부터 무척 친하셨단다. 그리고 그렇게 커서 너희 아버지와 강미희씨는 약혼을 했었다.
유진-약혼이라구요?
유진모-날 만나고 너희 아버지가 엄마와 결혼하게 되기 전까지 두 사람은 오랜 친구사이였고 약혼자였어.
유진-...(표정)
유진모-...강미희씨 집착이 엄마와 니 아버질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넌 모를거야. 결국은 강미희씨의 자살소동으로 우리와의 인연은 끝났지만 말이야...
유진-자,자살소동이라구요...?
유진모-그래...물에 빠져 죽으려고 하는 강미희씨를 상혁이 아버님이 구하시면서 끝난 사건이었어...(씁쓸하게)난 강미희씨에게 죄를 지었어. 강미희씨가 안된다면 엄마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사람이야.
유진-어,엄마...
유진모-...얼마나 괴로웠으면 죽을려고 까지 했겠니...나랑 너희 아버지를 평생 증오하겠다면서 고향을 떠난 사람이었어. (유진보며)그러니 강미희씨 입장에서 널 며느리로 받아들이고 싶겠니...?
22.춘천 유진의 방(밤)
사진을 보다가 불안한 듯 방에서 서성 거리고 있는 유진.
23.스키장 준상의 방 침실(밤)
준상,자다가 벌떡 일어난다. 식은 땀이 송송 맺힌 준상의 얼굴. 준상,숨을 몰아쉰다.
24.욕실(밤)
준상,세수를 연거푸한다. 얼굴을 들어 거울을 들여다보는 준상. 불안한 눈빛.
25.스키장 일각 버스 정류장(오후)
버스에서 내리는 유진.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 보는데. 다시 집어 넣는 유진.
26.스키방 복도(오후)
유진 옷을 갈아 입고 나온 듯 나와서 준상의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려 보는데.
유진-준상아? (아무도 없는 듯)
27.스키장 커피숍(오후)
김차장과 정아 앉아 있다. 유진 들어오는데.
김차장-어 유진씨?
정아-어 갔다 왔니?
유진-안녕하세요. 언니 준상이 못 봤어?
정아-어...이이사 지금 카페에 있을텐데?
유진-그래? 고마워. 이따 뵈요.
유진 돌아서는데 김차장 정아와 예쓰하는 표정으로 마주 보고.
28.까페(밤)
유진 문을 여는데 삐걱하고 문을 열어 본다. 깜깜하다. 유진 갸웃하는 없나하고 문을 닫고 다시 나오려는데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딴따딴 결혼행진곡. 유진 들어서서 카페 가운데 서는데 반짝하고 조명이 들어온다.
그리고는 조명이 밝혀지면서 가운데 테이블에 차려진 저녁 식사,테이블 의자에는 흰색 원피스가 걸려 있다.
준상이 카페로 들어오는. 들어와서는 유진을 본다. 준상 유진에게 다가오는,유진 준상을 보고 짐짓 웃어준다.
준상-이 까페 니가 만든 거잖아. 여기서의 첫 저녁식사를 너한테 선물하고 싶었어. 너희 어머님한테 허락까지 받고 와서 하고 싶었는데.
유진-...준상아 나...엄마한테 얘기 들었어.
준상-(긴장하는 표정)...왜 반대하시는 거니?
유진-너희 어머니하고...너희 어머니하고 우리 아버지.
준상-?!
유진-예전에...우리 엄마가 무지 부러워한 여자가 있었데...얼굴도 예쁘고...재능도 많고...그런 여자가 있었데...근데 그 여자가 우리 아빠를 너무너무 사랑해서 엄마가 많이 힘들었데...그 여자가 너희 어머님이야.
준상-(표정)
유진-...그래서 너희 어머니하고 우리 어머니가 우릴 반대하시는 거래...
29.스키장 일각(밤)
숙소로 걸어오는 우 사람. 손을 꼭 잡고 있다. 그러다가 유진,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동전을 꺼낸다. 준상?
유진-옛날에...무슨 영화에서 봤는데...동전으로 결혼할 수 있는지 없는지 점치더라. 앞면이면 결혼할 운명이고 뒷면이면 못하는 거래.
준상-그래서?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유진-결혼했어. 앞면이 나와서...
준상-(웃어준다)너도 하고 싶어?
유진-난 운이 좋은 사람이니까...분명히 앞면이 나올거야. 자아...
하면서 동전을 던지면 준상이 얼른 받는다. 준상,펴보지도 않고
준상-너,그 영화 제대로 안봤구나?
하더니 준상은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더니 앞면만 보이게 붙인다.
준상-(보여주며)영화에선 이렇게 앞면만 보이게 동전을 서로 붙였잖아. 바보야,너,뒷면 나오면 나랑 결혼 안할 거 였어?
유진-...(슬픈 미소)준상아...
준상-(유진보며)우리,이런 거 하지 말자. 운명은 시험하는 게 아니야.
유진-준상아...우리 괜찮은 걸까?
준상-(잠시 그러다가)괜찮아...
유진-너희 어머님...우리 아버지 때문에 많이 힘드셨다는데...허락 안하실텐데...
준상-그게 무슨 상관이야. 그런 과거가 이제와서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야.
유진-그래도...나,우리 엄마한테도 너희 어머니한테도 상처주기 싫은데...우리 만약에 잘못되면 어떡하지?
준상-(잠시 그러다가)잘못되지 않아. 내가 잘못되게 만들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넌 아무 것도 걱정하지마. 걱정마 응?
30.유진의 방 앞(밤)
유진의 방으로 다가가는 두 사람. 유진,문을 열고 들어간다.
준상,유진의 팔을 잡는다. 유진,돌아보고 서로 엉키는 두 사람의 간절한 시선.
준상,유징의 머리칼을 스다듬듯 만지다가 아쉽게 손을 떼어낸다. 준상,웃어준다.
유진도 웃으면서 문을 닫는다. 준상,유진의 단힌 방문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31.유진의 방 안/준상의 방 안(밤)
각자의 방문 앞에 선 두 사람의 표정.
32.동물병원(오후)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용국과 진숙이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다.
진숙-(창밖보며)아이...집에 가야 하는데 왜 비는 내리고 난리야,정말...
용국-그래서...두 사람,정말 결혼하기로 했단 말이야?
진숙-응...
용국-(착잡하게)그래...두 사람,결국 결혼할 거라곤 생각했는데...막상 들으니까 마음이 좀 무겁네...상혁이 녀석 얼굴도 걸리고...
상혁-(들어서며)축하할 일에 내가 왜 또 걸리냐?
진숙-(놀라서)상혁아...?
상혁-(우산 접으며)유진이랑 준상이 결혼한다구?
진숙-(용국 눈치보며)어어...그런 건가봐...아직 날을 잡은 건 아니구...
상혁-...당연하지. 날을 잡으면 나한테 제일 먼저 보고해야지...(진실하게)두 사람,정말 잘 됐다...잘 됐어...
용국과 진숙,상혁을 괜히 슬쩍 눈치보면서 미안해하는 눈치.
33.유진의 집 앞(저녁)
상혁이 진숙을 태워다 준다.
상혁-다 왔다...내 우산 쓰고 가. 나중에 받으면 되니까...
진숙-그래. (하다가)아,아냐...집에 잠시 들렸다 가. 그럼 우산 가져갈 수 있잖아. 차도 한 잔 마시고...
상혁-됐네요. 어서 들어가세요.
진숙-(눈치보며)유진이 지금 스키장 가고 없어. 그러니까,
상혁-유진이 있으면 안되는 거니?
진숙-그게 아니라...내 말은,오랜만에...
상혁-그래,알았어. 공진숙 커피 타는 솜씨가 얼마나 발전했나 맛보고 간다.
진숙,좋아서 눈 반짝. 상혁,우산을 피며 차에서 내린다.
34.유진의 집(오후)
진숙은 물을 얹고 호들갑을 떨면서 얘기하고 상혁은 집을 둘러본다.
유진의 물건들...목도리를 보고 눈빛이 쏴아해지는 상혁. 상혁,생각에 잠긴다.
진숙-(것도 모르고)채린이가 지금 일본에 패션쇼 가서 그나마 샵이 좀 한가한 거야. 기집애...날 얼마나 부려먹는지 알어? 그래도 채린이가 또 인정은 있잖냐...잔정이 없어서 싸늘해 보이는 거지...속도 무르고 눈물도 많더라구.
진숙,"아차"하더니 전화기의 앤서링 머신을 누른다.
용국-(소리)진숙이,너...상혁이한테 쓸데없는 소리 하면서 온 거 아니겠지? 집에 도착하면 당장 전화해.
진숙,"으이씨...너나 잘해라"하다가 상혁과 눈 마주치면 배시시 웃는다. 삐 소리 울리면서-
진우-(소리)유진아...상혁이 애비다. 연락이 안되는구나...메시지 받으면 전화해라. 한 번 보자꾸나. 기다리마...
진숙-어,아버님이 왠일이시지?
상혁-(어색한 웃음)글,글쎄...
하는데 상혁의 얼굴이 어두어진다.
35.진우의 서재(밤)
진우,상혁을 올려다 본다.
상혁-유진이한테 전화 왜 하셨는지 궁금해요.
진우-니가 그걸 어떻게...?
상혁-아버지...제가 유진이랑 헤어진 거...아직도 마음 쓰시는 거에요? 제가 저번에 다 말씀 드렸잖아요...제가 결정한 거라고...
진우-아니다. 너희 둘 문제로 연락한 거 아니다.
상혁-그럼 왜...?
진우-(상혁 보다가)너...혹시 준상이 때문에 유진이랑 헤어진 거냐...? 두 사람,잘 되라고 니가 유진이 보낸 거냐...?
상혁-...
진우-그랬구나...역시 준상이 때문이었구나...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냐?
상혁-...그냥...다 지난 일이에요,아버지. 전 후회 안합니다.
진우-(안타깝다)상혁아...
상혁-아버지도 더 이상 저와 유진이 일로 맘 쓰시지 마세요. 저,부담스럽습니다.
진우-...니 뜻은 알았다. 알았으니까 그만 나가봐라.
하더니 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상혁,문득 그런 진우가 의아스러운지 다시 한 번 바라본다.
상혁이 나가면 진우는 생각에 잠긴 얼굴. 얼굴빛이 안좋다.
36.준상의 방(밤)
준상이 불안한 비전들의 악몽(#14의 준상의 꿈)에 시달리다가 헉! 잠에서 깨어난다.
불안하게 식은 땀을 흘리는데 쿵쿵 문을 두들기는 소리. 유진의 "준상아! 준상아!!"하는 소리가 들린다.
준상,벌떡 일어나서 문을 연다. 나가보면 파랗게 질린 유진이 서 있다.
준상-(놀라서)유진아...
유진-(눈물 고여서)너,있었구나...(와락 준상을 안는다)
준상-...무슨 일이야? 유진아...무슨 일이야...
유진-니가 없어지는 꿈을 꿨어...(울며)니가 아무 말도 안하고...날 혼자 두고 떠났어...아무리...아무리...불러도 돌아보지 않고...준상아...니가 없어졌어...니가 날 떠났어...
준상-(유진을 꼭 안으며)바보야...그런 일 없어...절대로 그런 일 없어...바보같이 왜 그런 생각을 하니...
하면서 유진을 다독이는데 준상도 슬프다. 유진,덜덜 떨며서 품에 안겨서 운다.
유진-가지마...준상아...가지마...
시간경과
잠든 유진을 침대에 뉘여주는 준상. 잠든 모습을 지켜보는 우울한 모습. 이마에 키스해준다.
준상,유진의 손을 푸르려고 하는데 유진은 준상의 손을 꼭 쥐고 있다.
준상,침대 앞에 앉아서 유진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37.준상의 방(아침)
유진,준상의 침대에서 눈을 뜬다. 여기가...? 하다가 벌떡 일어나는 유진. 둘러보는데 어디에도 준상은 보이지 않는다. 유진,몰래 나가려고 하는데 준상이 들어온다. 준상은 막 샤워를 마친 듯 머리는 젖어 있고 상체은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았다.
준상-(아무렇지도 않게)잘 잤어?
유진-(시선 피하며)어? 어어...내가 왜 여기 있지...이상하다...
준상-(웃으며)기억 안나?
유진-(끄덕끄덕)
준상-(다가서며 놀리듯)정말 기억 안나? 생각날텐데...
유진-(얼굴 빨개지며 물러난다)너,옷 좀 입어. 그게 뭐야...?
준상-(놀린다)뭐 어때? 내 방인데 옷을 입고 있든 벗고 있든...? 왜 싫어?
유진-야아...몰라. 나 갈래.
하면서 준상을 밀치고 나가려다가 옷걸이에 옷이 턱 걸리는데-
유진-(눈 감고)준,준상아...이거 놔...우리 이러면 안돼...
준상-(웃으며 겉옷 입고 있다)왜 안돼...?
유진-아,암튼 안돼...이런 거...너답지 않아...우리 이러면 안돼...이,이건 아냐.
준상-(웃음 참고)그래서...?
유진-어서 이거 놔. (몸부림친다)이러면 안된단 말야...
하는데 옷걸이가 넘어진다. 유진,그제서야 사태를 알아챈듯-
유진-(화나서)너어,정말! 하더니(준상을 마구 때린다)
준상-(막 웃으며)난 아무 짓도 안했다. 정말이야...
하다가 준상,자신을 때리는 유진의 손목을 잡는다. 유진,당황해서 팍 뿌리친다.
유진-(뒤도 안돌아보고)나,갈게...
준상-정유진!
유진-(우뚝 멈춰선다)
준상-갈데 있으니까 이쁜 걸로 입고 나와 있어.
유진,대답도 안하고 후닥닥 준상의 방을 나온다. 준상,유진의 뒷모습을 보고 웃는다.
38.준상의 차 안(오전)
유진,준상을 보며 자꾸 물어본다.
유진-어디 가는데...?
준상-(웃어준다)
유진-어디 가는 건데...?
준상-...비밀이야...
유진-(피식 웃는다)
39.사진관(오전)
횡계의 낡은 사진관 앞에 선 두 사람.
준상-생각해 보니까 너랑 나랑 사진찍은 거 하나도 없는 것 같아서...
유진-맞다...나,너 없는 십년 동안 제일 속상했던 게 니 사진이 없던 거였어. 근데 우리,뭘 기념하는 거지?
준상-...지금.
유진-지금?
준상-응. 지금 가장 행복하니까...기념하는 거야. 자,정유진씨...들어가시죠.
유진-네.강준상씨도 어서 들어오세요...
두 사람,웃으며 낡은 사진관 안으로 들어간다.
40.사진관(오전)
거꾸로 잡힌 두 사람의 다정한 포즈.
사진사-네...네...포즈 좋습니다. 저,여자분이 얼굴을 살짝 숙이시고요...남자분은 포즈 아주 자연스럽고 좋습니다. 두 분,남매는 아닌 것 같고...결혼하신 분들입니까?
준상-아저씨 보기엔 어떻게 보이나요?
사진사-음...꼭 그런 걸 묻는 커플들의 특징이 있지요...첫째,아직 식은 안올렸다. 둘째,연애가 한창 물이 올라서 타인에게 확인받고 싶어한다...셋째,불륜이거나 주위에서 반대하는 커플이다...셋 중에 뭡니까?
준상-(유진의 귀에 대고)저 아저씨...쪽집게다. 그치?
유진-(웃는다)
사진사-자자...순간을 영원으로 박아드릴테니까...근데 두 분이 상당히 닮았네요...증말 징글맞게 사랑하는가 부네요. 자,찍습니다. 웃어보세요. 여자분.
준상-(속삭이듯)유진아...웃어.
유진,웃으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눈에는 눈물이 점점 고인다.
"찰칵"하면 사진이 찍히면 유진은 눈물이 고인 얼굴이고 준상은 쓸쓸하게 웃는 얼굴.
41.스키장 일각(오전)
준상의 차 안에 앉아 있는 두 사람.
유진-서울 갈 거라고 왜 말 안했어?
준상-지금 말 하잖아...사무실 가서 급한 일만 처리하고 바로 내려올거야.
유진-오늘 올거지?
준상-그래. 아마 밤에 도착할 거야...
유진-...나도 같이 갈까...?
준상-(놀리듯)일해야지,정유진씨. 폴라리스 정유진씨 답지 않게...
유진-...금방 올 거지?
준상-그래. 금방 올 거야...
유진-(내리다 말고 돌아보며)오늘 중으로 꼭 오는 거다.
준상-그래. 금방 올게.
유진,내린다. 준상,손 흔들더니 천천히 차를 출발시킨다. 유진,준상이 멀어지는 모습을 서서 계속 바라본다.
준상,사이드 미러에 못박듯 서 있는 유진을 바라본다. 유진의 모습이 점처럼 작아진다.
42.마르시안 외경(밤)
43.마르시안(밤)
직원과 이야기 하고 있는 준상. 서류에 사인하고 넘겨준다. 일처리 하는 모습.
준상-오늘 다시 내려가면 주말이나 되야 올라올 거에요. 급하게 처리할 일 있으면 감리팀 내려갈 때 맡겨주세요.
직원 인사하고 나가는데...비서가 노크하고 들어온다.
비서-손님 오셨는데요.
준상-(보면 상혁이 들어온다)
상혁-(웃으며)바쁘지 않으면...술 한 잔 할래?
준상-(표정)
44.포장마차(밤)
쨍 병맥주 같은 걸 부딪치는 상혁과 준상.
상혁-...축하한다.
준상-(보면)
상혁-(준상보며)...결혼하기로 한 거...들었어.
준상-(표정)
상혁-(짐짓 웃으며)내가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싶었어. 다른 사람보다...내가 먼저...축복해주고 싶어서...그래서 온 거야.
준상-상혁아...!
상혁-(웃는다)진심이야.
준상-...고맙다...정말 고마워...
상혁-(어깨 툭 치며 괜히 오바하는)그럼! 너,많이 고마워해야 돼 임마! (하다가 제 풀에 꺽이는)유진이 울리지 않겠다는 약속은...잘 지키고 있는 거지?
준상-(생각하다가)...아니...
상혁-(보면)
준상-...하나도 못 지켰어. 맨날 울려. (애써 웃는)어떡하지?
상혁-무슨 얘기야?
준상-유진이 어머님하고 우리 어머니가 반대하신다...유진이도...나도...어머님 한 분밖에 안계신데...두 분이 그렇게 반대하시니...(멋적게 웃는)
상혁-(보며)반대라니...왜 무엇 때문에...?
준상-김교수님이 아무 말씀 안하셨구나? 우리 어머니하고 너희 아버님 두 분만 친구였던게 아니라 유진이 아버님도 같이 세 분이 친구셨데.
상혁-!
준상-그리구...우리 어머님하고 유진이 아버님은 약혼까지 하셨구.
상혁-(한숨쉬는)...너,나,유진이...그리고 우리 부모님들...무척 특이한 인연이다...
준상-(멍하게 중얼거리는)...정말 이상한 인연이지? 그렇지?
상혁-(물끄러미 준상을 보다가 뒤로 누워버린다)...도망가버려.
준상-(표정)
상혁-나 같으면 도망가 버린다...유진이가 날 좋아하기만 한다면...어머니 아버지...다 버리고...도망가버릴 거야.
준상-(씁쓸한)...도망가 버릴까...? 그런데...뭔지 모르게 불안해. 아주 멀리 도망가도 계속 뭔가 따라올 것 처럼...이상하게 불안해...왜 이러지?
멀리서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
45.거리(밤)
술에 좀 취한 준상과 상혁이 터벅터벅 걸어 내려온다. 갈림길에서 멈춰서는 두 사람.
준상-우리...이젠 친구가 된 건가?
상혁-(손을 내민다)
준상-(손을 잡고)...딱 십년이지? ...오래 걸렸다...(두 사람 마주 보고 웃는데)
상혁-(준상 보다가)...정말로 도망가지는마...
준상-(표정)
상혁-...허락받을 수 있을 거야. 기다리다 보면...언젠간 허락해주실 거야...그때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 받으면서...그렇게 축복해.
준상-그래...고맙다.
헤어지는 두 사람. 두 사람 멀어지는데
상혁-(소리)얌마,강준상!
준상-(돌아보면)
상혁-(뒷걸음으로 걸어가면서 괜히 호기롭게 큰 소리로 말하는)너희 어머니가 결혼 반대하셔도 너,어머니한테 무조건 감사해야 하는 거 알지?
준상-(웃으며 맞춰주는)왜,임마!
상혁-왜긴! 너희 어머님이 첫사랑에 실패하시지 않았다면 너 유진이랑 연애 못했을 거잖아!
준상-(표정)
상혁-(웃으며)어머님이 유진이 아버지랑 잘 됐느면 너흰 남매가 되는 거잖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아냐? ...간다!
상혁,손 흔들어주고 돌아서 가는데 점점 표정이 변하는 준상,멍하게 서 있다.
점점 불안하게 깨달아오는 어떤 생각. 경악해서 고개 돌리는 표정.
46.스키장 일각(밤)
혼자 일하고 있던 유진. 갑자기 어떤 느낌으로 몸을 일으킨다.
유진-준상이니?
걸어가다가 문 열어보면 아무도 없자 다시 돌아와 책 펴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
책 덮고 일어나서 겉 옷을 입는다. 사진을 넣어 뒀던 옷이다.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내는 사진 보면 사진속에 진우 현수 미희.
47.거리(밤)
불타버린 포커스 나간 사진. 차들이 쌩쌩 다니는 거리에 멍하게 멈춰 서 있는 준상.
준상의 머리 속을 지나가는 소리들. 웅웅거리 듯 겹쳐서 들린다.
유진-너희 어머니가 우리 아버지를 좋아하셨데...
준상-누구죠? 제 아버지가?
미희-그 사람은 날 버리고 날 잊었어...그리고 죽었어...
유진-우리 아버지...돌아가셨어...
48.조교실 앞(오전)
조교가 문을 여는데...누가 다가온다. 문득 보면 초췌한 모습의 준상이다.
조교-무슨 일이시죠?
준상-김진우 교수님을 좀 뵙고 싶은데요...
49.진우의 연구실 앞(오전)
조교가 문을 열어준다.
조교-(소리)안에서 기다리세요.
50.진우의 연구실 안(오전)
준상이 연구실로 들어온다. 햇볕이 유난히 많이 들어오는 연구실...과도하게 눈부신...
방을 둘러보던 준상,멍하게 창 밖을 본다. 창 밖에 농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거뭇하게 역과으로 보이고...
햇볕에 눈부셔 미간을 찡그리는...그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린다. 왔나? 준상,놀라 돌아보는데...조교다.
조교-교수님 오늘 연강이시라 늦게 끝나신데요. (웃으며 커피 내려놓는)드세요.
조교,문을 닫고 나가고...다시 혼자가 된 준상.
상혁의 어린 시절 사진 뒤에 감추어진 세 사람의 사진...그 너머로 보이는 준상의 모습.
문득 준상의 시선이 상혁의 사진 쪽으로 간다. 웃으며 다가서는 준상.
상혁의 어린 시절 사진을 반가운 마음으로 집어든다. 그때 툭 하고 떨어지는 세 사람의 사진.
준상,뒷면으로 떨어진 사진을 천천히 집어든다. 햇빛에 실눈을 뜨고 사진을 내려다보는 준상. 노출과다의 느낌.
세 사람의 모습. 슬픈 듯,멍한 듯,무표정한 준상의 얼굴. 사진을 들여다보는 준상의 실루엣.
51.복도(오전)
대낮인데 터널처럼 어두컴컴한 복도...준상 혼자 걸어간다.
걸어가는 준상의 모습 뒤로 계속 따라가는 발자국 소리...뚜걱뚜걱...
52.호텔앞(오전)
내리는 미희. 보면 준상이 서 있는 표정. 화이트 아웃.
53.스키장 일각(밤)
마무리 작업을 하고 손터는 정아와 유진. 계속 걱정되는 듯 핸드폰 확인하는 유진.
정아-(힘든 듯 어깨 툭툭 치며)여긴 얼추 마무리 된 것 같고...빌라 내부는 좀 더 봐야겠지? (하는데) 유진-(말은 안듣고 시계만 확인하며 초조한)
정아-(한숨)이이사,아직 연락 안돼?
유진-어? 어...(억지로 웃는 표정)
정아-별일이야 있겠어? 어린애도 아닌데...오겠지 뭐. 그만 들어가자.
유진,정아를 따라 나선다. 후-한숨.
54.스키장 일각(밤)
정아와 유진이 멀리 제설차가 슬로프에 눈 뿌리는 풍경 앞으로 걸어간다.문득 멈춰서서 풍경을 보는 유진.
정아-(제설차 보며)이번 일 마치고 서울가면 눈 구경도 끝이겠다...
유진-...그러네...이번 겨울에 마지막으로 오는 눈 일지도 모르는 거네...
정아-(대수롭지 않게)눈능 내년에 또 내린다 뭐.
유진-그래도 이번 겨울은 이 걸로 끝인 거잖아...
정아-휴,난 눈 지긋지긋하다. 유진-곧 다 녹아버리겠지?
정아-(괜히 헛헛한)...그렇겠지?
유진-(중얼거리듯)어쨋든...마지막인 건 뭐든지 슬퍼...(멍하게 풍경 보는)
정아-(힐끗 보는 표정)
55.숙소 앞(밤)
정아-이이사 기다릴 거야? (어깨 툭툭 쳐주고)...난 먼저 들어가서 잘게.
정아 들어가고...유진,제설차 풍경을 본다.
56.슬로프(밤)
눈 뿌리는 풍경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유진...
민형-(소리)...울고 싶죠? 여기선...유진시 우는 소리 아무도 듣지 못할 거에요...마음껏 울어요.
민형이 했던 말을 생각하며 미소짓는 유진,천천히 걸을을 옮기는데 멀리 휘몰아치는 눈 속을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누굴까...유심히 보는데...준상이다. 반가움과 안도로 미소 짓는 유진. 준상을 향해 걸어간다.
유진-...준상아...!
준상,돌아보는데 얼핏 보기에 눈물이 글썽한 모습.
유진-...언제 왔니?
준상-(짐짓 웃으며)...방금.
유진-(웃으며)혹시 너도 여기...울고 싶어서 온 거야?
준상-아니. (슬픈 표정인데)울고 싶을 만큼 슬픈 일...없어.
유진-(어색해서)뭐야...너 이상해...(걱정스런)...무슨 일 있어?
준상-(담담하고 조용한)아니...
유진-근데 왜 그래...?
준상-(짐짓 장난스럽게)...너무 추워서...
유진-(웃는다)...바보...
준상-(유진 보는 표정)
유진-...걱정했어...
준상-...미안해...
마주 보는 두 사람. 두 사람 천천히 다가가 서로를 안는다.
겨울,마지막 눈보라 속에서 굳게 안고 선 두 사람의 모습이 멀리서 보인다.
준상-(소리)우리...오늘 결혼하자.
57.식당(오전)
유진-(놀란 표정)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유진과 준상.
유진-...농담이지?
준상-(담담하게)농담아냐.
유진-...준상아...!
준상-오늘 결혼하자. 우리 둘이서.
유진-(숟가락 내려 놓으며 빤히 보는)너 정말 이상해...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니?
준상-그냥...오래 기다리기가 싫어졌어.
유진-어른들이 다 반대해서...그래서 화난 거야?
준상-아니...
유진-그런데 왜...?
준상-나한텐 니가 필요해. 지금,당장.
유진-(표정)
준상-(유진보며)...너,우리 어머님이 반대해도 나랑 결혼할 거지?
유진-(끄덕)...그래.
준상-춘천 어머님이 반대해도...결혼할 거지?
유진-(끄덕)그래...
준상-나도 마찬가지야. 너,결국 나랑 결혼할 거잖아. 그런데 이렇게 맘 졸이면서 기다릴 필요가 뭐있어? 우린 이미 십년도 더 기다렸는데...
유진-준상아!
준상-(단호하고 진심어린)더 기다리기 싫어...결혼하자.
유진-(표정)
58.까페(오후)
일하다 말고 까페에 혼자 앉아 있는 유진.
준상-(소리)우리 오늘 결혼하자. 우리 둘이서.
유진의 옆에 앉는 정아.
정아-이이사 뭐하다가 안온 거래?
유진-...모르겠어...
정아-(농담처럼)결혼하기 전에 군기 확실히 잡어.
유진-(씁쓸하게 웃는데)
정아-이이사 이상한 거...무슨 이유 있는 거야?
유진-글쎄...아무래도...어머니 때문인 것 같아.
정아-누구 어머니?
유진-우리 어머니,준상이 어머니 둘 다. (정아보며 씁쓸하게 웃는)집안에서 반대가 심해...우리집도...그쪽집도...그래서...괴로워하는 것 같애.
정아-(표정)...그래서 결혼 안하겠데?
유진-(허탈하게 웃는)아니...그 반대야.
정아-(보면)
유진-...지금 당장 하재.
정아-...이이사...니가 많이 필요한가보다.
유진-(슬픈)
정아-(잠시 생각하다가 유진 보며 대수롭지 않게)...결혼해! 결혼하면 되겠네.
유진-(보면)
정아-결혼이 별 거냐?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살겠다고 동네에 소문내는 거잖아. 중요한 건 소문내는 게 아니라...정말 사랑하냐 사랑하지 않는냐...이 건데...사랑한다면 반대가 무슨 상관이야. 그냥 당장 결혼해.
유진-(눈물 글썽해서)
정아-사랑하지? ...그 거면 되는 거야.
유진-(표정)
59.준상의 방(오후)
커텐 다 쳐놓고 어둡게 만들어 놓은 방에 앉아 있는 준상. 멍한 준상의 표정 위로 보여지는 플래시백들.
진우의 연구실에서 사진을 보는 모습. 준상이 들고 있는 세 사람의 사진에서 유진의 어린 시절 집 앨범속의 사진으로.
유진의 집에서 본 기억들... 이 사진 뭐니? 어? 우리 아빠야. 이 아줌마 이쁘지? 우리 아빠 애인인 것 같아...
유진의 집에서 뛰쳐 나가는 모습. 불탄 흑백사진과 겹쳐지는 세 사람의 사진.
준상 눈을 감는데 눈물이 비어져 나온다.
60.호텔 커피숍(오후)-회상
미희와 앉아 있는 준상.
준상-제 아버지가 누군가요?
미희-(그대로)
준상-제 아버지가 정현수씨 맞나요?
미희-(그대로)
준상-(떨리는)어머니...? 제 아버지 유진이 아버님 맞나요?
미희-...미안하다 준상아.
61.준상의 방 안(오후)
갑자기 준상의 얼굴이 확 밝아진다. 햇볕에 눈 찡그리는 준상. 어느새 들어온 유진이 커텐을 확 열었다.
유진과 준상에게 쏟아지는 빛들. 준상,실눈을 뜨고 보는데...웃어주는 유진.
유진-문도 닫아놓고 뭐하고 있었어?
준상-(표정)
유진-(손 내밀며)...바람 쐬러 나가자.
62.스키장 일각(오후)
산꼭대기 같은 곳...슬로프 꼭대기나...풍경 좋은 곳.
시야가 확 트인 곳을 걸어 올라가는 유진과 준상. 서로 아무 말 하지 않는다. 풍경만 쳐다보는 유진과 준상.
유진-...아름답다...그치?
준상-(표정)그래...아름다워...
유진-준상아...!
준상-(보면)
유진-...결혼하자는 거...정말 진심이니?
준상-(망설인다)
짧은 비전 세 사람의 사진.
유진-(웃으며)...진심 아니가보네? 난 진심인 줄 알고 고민 많이 했는데.
준상-(유진 향해 다시 고개 돌리는)...(결심한 듯)...진심이야...
유진-(풍경 내려다보며 짐짓 밝게)근데...둘이서만 결혼하면 너랑 나랑 결혼했다는 걸 누가 증명해주지? 증인이 필효하지 않을까?
준상-(슬픈)증인같은 건 필요 없어...너랑 내가 증인이야...
마주 보는 두 사람.
유진-...그래...우리...결혼하자.
63.상혁의 집(밤)
상혁이 퇴근하고 들어선다. 다녀왔습니다. 상혁을 반기는 지영.
지영-이제 오니?
상혁-아버지는요?
지영-서재에 계신다.
가방메고 서재 쪽으로 가는 상혁. 문열고 "다녀왔..."하는데 진우의 목소리.
진우-(소리)그 결혼...저도 반대라는 것 아시잖습니까?
64.서재(밤)
유진모와 통화하는 진우-
진우-유진이랑 준상이...절대 안됩니다...유진이 어머니께서 힘들어도 스키장에 한 번 찾아가세요. 지금 말리지 않으면 앞으로 더 힘들어 집니다...예...그렇게 하세요...
한숨 쉬듯 말하고 전화 끊는데...노려보며 서 있는 상혁.
상혁-유진이랑 준상이...아버지가 왜 반대하시는 거죠?
진우-...상혁아...!
상혁-...저 때문에 이러시는 거에요? 제가 유진이랑 헤어져서...? (답답한)아버지...전 괜찮다고 했잖아요...! 저...힘들게 유진이 놔줬지만 전 상관없다구요. 아버지께서 이렇게 반대하실 일 아니에요.
진우-...너 때문에 이러는 거 아니다...
상혁-그게 아니면 왜 이러시는 건데요.
진우-(복잡한 표정)
상혁-아버지...!!!
진우-(후-한숨 쉬는)...그래...내가 반대해봤자...아무 힘이 없긴 하지...(상혁 물끄러미 보며)유진이 어머니도...내가 왜 반대하는지...정확한 이유는 몰라...
상혁-(떨리는)...왜요? 무슨...일인데요...?!
진우-얘기해주면...니가 걔들 결혼하는 거...말리겠다고...약속할 수 있니?
상혁-(더럭 겁나는)...아...버...지...?!!
진우-(머뭇거리는)
상혁-(긴장된 표정)
진우-(한숨)...준상이...현수 아들이다...
상혁-(표정)
진우-준상이랑 유진인 남매야.
상혁-!!!
65.상혁의 집 앞(밤)
집에서 뛰쳐나오는 상혁. 급하게 차의 시동을 건다. 끼익 소리내며 차를 출발시키는 상혁.
초조하게 운전하는 상혁의 모습. 빵-클래견 누르며...신호 무시하고...마구 끼어들면서 달리는 모습.
66.준상의 방(밤)
양복으로 갈아입는 준상의 모습 클로즈업들.
셔츠를 입고...소매의 단추를 잠그고...타이를 목깊이 밀어올리고...재킷을 입는 모습들...
양복을 차려 입은 준상이 거울 앞에 선다. 자신의 모습 노려보다가 눈 감아버린다.
67.유진의 방(밤)
옷을 갈아 입는 유진. 거울 앞에서 폴라리스 목걸이를 한다.
68.스키장 일각(밤)
상혁의 차가 급정거한다. 아무렇게 세워두고 뛰쳐내리는 상혁.
정신없이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여기저기 찾아 다니는 모습.
69.성당(밤)
준상이 제단 앞에서 서서 유진을 기다리고 있다. 촛불 밝혀진 아주 작은 성당.
문이 끼-익 열리고...준상이 돌아보면...유진이 수줍은 미소를 뛰운 체 들어선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 유진이 준상을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점점 가까워지는 서로를 바라보는 표정들.
마침내 마주 선 두 사람의 모습 위로.
준상-(나레이션)하나님...용서하세요.
<17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