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 들어서게 되면 누구와 어떤 게임을 기대하십니까?
만만한 상대를 골라 마음껏 기분 내기를 바라시나요...?
지난번에 이기지 못했던 회원을 붙들고 통쾌한 설욕전을 하시기를 기대하나요....
아니면 고점자를 만나 뭐라도 눈여겨 하나라도 배울 것이 있는 게임을 원하시나요....
대충 자연스럽게 만나지는 대로 아무와도 즐겁게 게임을 하시나요....
위에 열거한 어느 것도 부분적으로는 다 포함이 되겠지만
사실 누구나 기대하는 게임은 진지하게 몰두하여 충분한 긴장감과 함께
최선의 선택을 통한 산뜻한 승부를 바라실 것입니다.
용케도 어제(7.13)는 저녁부터 밤까지 평소에는 시간을 못 내던 일요일에 시간을 낼 수 있었고
즐겁고도 긴박감이 넘치는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1. 예약경기 - 크키크키님 과의 일전
크키님은 핸디 13으로 저는 핸디 17로 경기를 했지만
내용과 실력으로는 대등했을 뿐더러 오히려 제가 끌려 다니며
어떻게든 게임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무진 애를 쓴 게임이었습니다.
속으로는 무수히 ‘무슨 13개가 이렇게 빡빡해....’하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난구에서는 대개 막혔지만 몇 개의 초이스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매 번 최선의 초이스를 찾아내어 성공시킴으로 저를 놀라게 하였지요.
볼 거 다 보고, 칠 거 다 쳐 내니 저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물론 한 큐에 몇 개 씩을 때려내는 등의 폭발적인 에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꼭 쳐야되는 상황에서는 어김없이 또박또박 쳐 내는 통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2. 리턴매치 - 욍초님 과의 또 한 판
지난 번 자신의 큐가 아닌 것으로 얼떨결에 한판 승부를 한 뒤
이 날은 그야말로 진검으로 겨루었는데, 칼 이름에서부터 저는 밀리고 들어갔습니다.
“태풍검(Typhoon)” 에 “광선검(Ray of light)” 이 당할 수가 없쟎습니까...?
먼 공의 면을 정확하게 처리하는 면모나 ‘저건 틀림없이 대대에서 익힌 거다’ 싶은
긴각의 빗겨치기, 자로 잰 듯한 세쿠션먼저치기(3뱅크),
애매한 위치의 뒤돌리기(우라)를 정확하게 눌러 늘어지지 않게 성공시키는
칼바람으로 저를 확실히 제압하시더군요.
두 게임을 완벽하게 리드 당하며 졌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둘 다 정말 진지하게 게임에 집중하여 완성도 높은
플레이를 할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3. 연지님....
처음 대면이었는데 공이 참 시원시원하여 우리 클럽의 스타일로 따지면
핸디가 좀 낮기는 해도 하연님이나 조조멍님, 신의송님 타입으로 공을 때려내시더군요.
우리 클럽 테이블에 적응을 좀 더 하면 1~2개 정도는 더 올릴 수 있을 듯 했습니다.
하지만 게임 자체는 별 내용이 없었던 것이 아쉽구요.
저도, 연지님도 의도대로의 플레이가 펼쳐지지 않아 미진하였습니다.
4. 항상 아쉬운 하나코비님과의 경기....
제가 막차 시간에 쫓겨 끝을 맺지 못해 아쉽습니다.
긴 앞돌리기, 리버스 더블쿠션과 삼단 횡단샷에 무한한 포스를 뿜어내는 일레븐의 위력.....
이닝을 끝내면 꼭 의자에 앉아서 상대의 플레이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는 세심한 매너.....
그런데 습관이 하나 있으시더군요.
매번 꼭 물수건을 하나 옆에 두시던데 장갑을 사용하면서 물수건은 어디에 쓰시나요...?
이 참에 제 눈에 띤 회원들의 사소한 버릇....
1. 로라77님은 브릿지를 만들 때 엄지와 검지를 붙이지 않더군요.
2. 송사백님은 그립을 손가락으로 간신히 걸치듯 잡으시고
3. 알록이님은 큐가 몸의 중앙에서 나오는 듯한 각도로 스트로크를 하며
4. 물론 시라소니님의 브릿지와 팔의 하박부가 큐의 진행방향에 직각이 된다는 것은 다들 아실테고....
5. 턴 어라운드님이 샷을 위해 테이블에 납작 엎드린 모습은
흡사 그리이스 선수인 필리포스 카시도코스타스를 연상케...
6. 멋쟁이 콕번님은 엎드린 자세를 취했을 때
상대 위에 목걸이가 달랑달랑 부딪치는데 신경이 안 쓰이시는지....
7. 박빌드님은 조금 까다로운 공을 시도할 때(특히 애매한 빗겨치기 )
거의 안들릴 정도의 혼잣말로 "도전!"을 결연히 외치고(세 게임을 하는 동안 네 번을 들었음)
첫댓글 1 여년동안 회원들을 지켜본 운영자보다.......더 날까롭고 구체적으로 파악을 하고 계십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살짝 살짝 구경 잘했습니다......
자작나무님이 상당히 세심하시네요. 담번에는 좀더 집중하여 좋은 게임 함 하셔야죠^^
리턴매치를 기대합니다만 워낙 제가 상대하기 어려워 하는 타입이라서 제 기량껏 잘 될른지 모르겠습니다.
시간나실때 저에게도 한겜 할 수있는 영광을 주시길....^^* 매번 자작나무님의 글을 잼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감사합니다~~
저야 늘 감사하지요....하연님의 스트로크는 늘 저를 고민하게 만든답니다. 지금 이 나이에.... 걍 치던대로나 재미있게 즐기자 싶다가도 아찔한 스트로크를 보면 "저걸 배워야 하는디...."하면서 끌탕을 하게 되거든요.
ㅎㅎㅎ, 글을 볼때마다 자작나무님의 당구실력보다 필력이 더 부럽게 느껴지는건 왜그럴까요?
말만 느는 거....뭐 좋다고 따라 하실려구요....알록이님은 당구로 클럽을 제압하세요. 전 이대로 구슬모아 언론을 제압하겠습니다.
업글 축하드려여....
상세하고 전문성 있는 좋은 어드바이스.... 늘 감사합니다.
그런데 타이푼은 어느회사에서 만든 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