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으로 가는 길차는 여섯시간을 달려 종착역인 강릉역에 도착한다
아침일찍 서둘러 청량리역으로 갔다
일행에게 승차권을 미리 끊어놓으라고 했는데
전화가 온다
"언니 전동휠체어석이 2장밖에 안끈어준데요. 어쩌죠?"
"그럼 내가 가서 끈을께 기달려, 곳 다와가"
그렇게 해서 불이낫게 청량리 역에 도착했다
도착한 청량리 역은 새 역사로 깔끔하게
지어졌다
예전 청량리 역의 추억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었다
물런 편의설등 잘 갖춰진 신역사지만
추억을 잊어버린 것 같기도 하고
옛역사 자리에 신역사가
흙백사진같은 아련한 추억을
묻어두고 지어진것 같다
추억할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오전 9시 10분 강릉행열차에 몸을 실어야 한다
급하게 매표소로 달려갔다
"저기요. 강릉가는데요 전동휠체어석 2장하고
수동휠체어석 2장 그리고 보호자석 1장 주세요."
"손님 아까 그 여자 손님하고 일행이시죠?"
"네~"
"그럼 그렇게 좌석을끊을수가 없어요. 전산상으론 전동휠체어 석이 2장밖에 없어요"
"네~그건 아는데요. 장애인 좌석을 두개밖에 만들어 놓지 않았으니까 그렇죠. 전동휠체어 4대까지 가능하니까
언른 주세요, 지금까지 그렇게 타고 다녔어요."
"지금까진 그렇게 타고 다니셨는지 모르지만 전 열차표를 끊어드릴수가 없어요"
"무슨소립니까? 어제도 그렇게 타고왔는데요. 그럼 장애인 여행객은 친구들끼도 따로 떨어져서 가야하는 건가요?
전동휠체어석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이런 실랑이를 안벌이잖아요,
네명까지 탑승이 가능한데도 그런식으로 만들어 놓으면 장애인 고객은 맨날 양보만 하고살라는 건가요?
댁같으면 친구들 끼리 4명이서 여행가는데 떨어져서 가라고 하면 기분좋겠어요?
그것도 비 장애인 좌석은 텅텅 비워서 가는데
장애인 좌석은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럼 과장님한테 물어볼께요. 잠시만 기달려주세요"
그렇게 십분을 넘게 기달렸다
기차 시간은 다 되어가고 일행들한테
먼저 가서 승차하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려 하는데
매표원이 부른다
"손님, 열차표 끈어가지고 가세요. 오늘만 그렇게 하세요"
"네? 알았어요 일단은 얼는 끈어주세요 늦어요"
허둥지둥 열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열차는 강릉으로 향했다
동해역을 지나니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얼마만의 바다인가
눈이 시린다
오죽헌으로 가는 길섶엔 들꽃들이 키다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정표 대신 가을동화 촬영지라는 팻말이 눈에 띈다
보인다 오죽헌
오죽하면 오죽헌일까?
생각하면서 율곡의 효심과
심사임당의 자식사랑을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신사임당(1504∼1551)과 율곡 이이(1536∼1584)가 태어난 유서 깊은 집이다.
사임당 신씨는 뛰어난 여류 예술가였고 현모양처의 본보기가 되는 인물이며, 신씨의 아들 율곡 이이는 조선시대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훌륭한 학자였다.
오죽헌은 조선시대 문신이었던 최치운(1390∼1440)이 지었다.
규모는 앞면 3칸·옆면 2칸이며,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앞면에서 보면 왼쪽 2칸은 대청마루로 사용했고, 오른쪽 1칸은 온돌방으로 만들었다.
지붕 처마를 받치는 부재들도 새부리 모양으로 빠져나오는 간결한 형태로 짜은 익공계 양식으로 꾸몄다.
우리나라 주택 건축물 중에서 비교적 오래된 건물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며,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건물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오죽헌은 패장시간이다
오후 다섯시 삼십분이면 문을 닫는단다
아쉽다.....
오죽헌 앞 길은 가로등이 멋들어지게 서있다
그 모양도 서 있는 자태도 율곡의 심성과 닮아있다
문 닫아 버린 문화관광 해설
오죽헌을 뒤로하고 경포대로 향한다
낮에 해가 길어졌다
오후 여섯시가 넘엇는데도
환한 대낮이다
오죽헌에서 경포호수로 가는 길은 3키로 남짓
길은 좁고 나무들이 보도의 반을 차지한다
그만큼 인적이 드물게 이길을 지나가나보다
그치만 좁긴 엄청 좁다
그렇다고 못갈 우리가 아니다
길이라도 좋다
아니라도 좋다
길이 없으면 말들면 되고
처음부터 길이란 사람이 밟고 지나가야
길이 만들어 지지 않는가.
걸어가자~ 이정도면 양호하다
경포호수 주변엔 수선화꽃으로 가득하다
호수는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고
흰 물결을 뭇으로 밀어 낸다
호수와 잘 어울리는 전동휠..
썩 괜찮을걸~
어느세 저녁해는 오대산으로 넘어갈 준비를 한다
나무그림자가 길게 드리워 진다
꽃의 이름을 모른다
그냥 꽃일 뿐이다
호수와 잘 어울리는 노란 코스모스를 닮은 꽃.
호수의 둘레는 4.5키로이다
음~~
산책하기에 좋은 길이다
강아지와 함 께 산책나온 사람
조깅을 하는 사람
걷기를 하는사람
우린
걷다가
뛰다가
달리다가
느리게 굴러가다가...
그리고 또 걷는다.
그런데 날씨가 장난 아니다
춥다..
무지..
무지..
옷이 너무 얇아서가 아니라
몇일동안 여름장마같은 봄비가 왔기 때문이다
비가 그치고 난 후
기온은 뚝...
겨울 같다...
아니 봄을 준비하는 늦은 겨울 과 이름 봄의 경계에 서있다, 강릉은....
낭만가도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그치만 추워서 낭만은 얼어 죽고말았다
빨랑 갑시다..숙소로
얼어죽을것 같아
손이 곱았어
셧터가 눌러지질 않아
추워죽겠는데..
호수가 더 나를 춥게 만들어
"왜 나를 떨게하니
난 너를 보러 먼길을 달려왔는데
넌 나를 외면하는구나
그래 우린 그런 운명이였니?
지난날 너를 찾을땐도
그렇게 떨리게 만들더니
이젠 얼어붙은 마음이
녹을때가 된듯 하여
찾아왔는데
아직도
겨울에서 한치의 물러섬없는 마음이
녹질 않았구나"
논에 빛친 달그림자가
길을 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