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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혜가 댓통질하면서부터 바긔 때부터 힘들더ㄴ 청년들이 과도하게 힘들어졌다.
인문학이 죽어간다.
학문은 쌓아봤자 쓸데가 없어진다.
먹고 사는 게 더 시급하다.
일자리는 없다. 싼 값에 뼛골까지 빨아먹으려드는 어른놈 늙다리들만 널렸다.
이런 늙다리들은 똑똑한 놈들 싫어한다.
머리에 든 거 있어서 대들 놈들 거부하고 뭘 시키고 부려먹어도 탈없이 순종적으로 따라줄 머리 빈 것들을 바란다.
따라서 청년들은 책 읽을 필요가 없어졌다. 책 읽을 정신도 없다. 읽고 싶어도 시간도 없다.
그 결과 우민이 되어간다.
ㄹ혜의 우민화 프로젝트의 본질은 간단한 것이었다.
굴려라, 굶겨라, 생존본능만 남겨라.
멍청이들이 많아지길 바라고 실행하는 ㄹ혜에 대한 저항으로 그 요괴가 싫어할 짓 한번 해볼란다.
다들 바쁜 와중에 한 권 읽을 시간도 없는 이들을 위한
글과 그림으로 보는 세계 명작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
,,,플센 파헤치기가 아니라 실망하셨어여? 좀만... 좀만 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한국에서 유명한 러시아 작가라고 하면 거의 대부분이 떠올리는 거물은 아래 3인방이다.
<안나 카레니나> <부활>을 쓴 톨 모씨 <첫사랑>이라는 콩가루 소설로 유명한 투 모씨
<죄와 벌>을 남긴 도 모씨 러시아 문학계에서 자리를 굳히고 세계 문학사에서 한 가닥들 하시는 분들이지만 정작 러시아 내에서 이 사람들은 전부 한 사람에게 발리신다는 놀라운 사실!
<내 밑으로 다 엎드려>
이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사람들~~
저 3인방 뿐 아니라 러시아 문학계에서 아무도 뛰어넘지 못하는 지분을 점유하고 있는 이 사람의 이름은 바로 알렉산드르 푸쉬킨.
한국에서는 <대위의 딸>의 작가이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명 구절을 남긴 시인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푸쉬킨. 하지만 정작 러시아에서는 사후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는 러시아 민족적 정서를 가장 잘 구현한 천재 작가, 러시아가 제일 사랑하는 시인 1위를 맡아놓고 먹는 인물로 러시아에서 넘사벽 지분을 가진 위인이다.
일전에 썼지만 푸쉬킨은 아프리카 계 흑인의 자손으로 핏줄과 용모 모두에서 그 신분을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알려진 이 흑인은 자신을 왕의 19번째 아들로 누나 레반을 따라 터키 술탄에게 바쳐졌다가 러시아 귀족의 눈에 띄어 러시아로 이주했다고 자서전에 쓰고 있다. 이 때 그를 러시아로 데려온 사람이 바로 작가 톨스토이의 조상이라는 것도 유명한 이야기.
괴팍한 표트르 대제는 이 이방인 아이를 무척 총애해 자신의 이름을 주고 대부로 세례를 받게 해 이 흑인 아이는 아브람 페트로비치라는 이름으로 교육을 받게 된다. 이 때 각국 궁정에서 흑인 아이는 장식용, 시종으로 쓰이는 일종의 구경거리였다. 흑인이나 아랍인들은 야만스럽고 문명화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대세일 때, 괴팍한 대제는 이 '문명화 되지 않은 야만인'이라고 멸시받는 흑인들도 러시아 귀족 아이들처럼 교육받고 예술, 과학 방면에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보이려고 했다. 피부색 인종에 관계없이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증명할 일종의 실험대상이기도 했던 것이다.
과연 대제의 실험적 안목은 성공을 거두어 아브람 페트로비치 간니발은 그 지성과 능력을 외국에서까지 인정 받아 러시아 귀족으로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복잡한 가정사를 통해 여러 자식을 얻은 간니발의 손녀 나데지다는 세르게이 푸쉬킨과 결혼해 알렉산드르 푸쉬킨을 출산한다.
명망 있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증조부인 간니발의 검은 피부를 물려받은 못 생긴 아이 알렉산드르는 사랑 받지 못한 아이로, 일체가 유모의 손에 맡겨졌다. 그러나 문학적 환경으로 둘러싸인 성장기와 유모 알리나 로지오노브나가 러시아어로 들려주는 러시아 신화, 전설, 민담, 민요 등 평민 문화를 접하고 자란 것은 일찍부터 러시아 민중의 정서를 꿰뚫고 농민들과도 친숙하게 지낸 소탈함을 문학에 적용시켜 민중의 삶을 솔직하게 그려낸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기틀을 잡는 대문호로 자라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그가 살던 시대 러시아어는 모국어이면서도 귀족들 사이에서 프랑스어에 밀려 오히려 마이너였던 것이다.
당시 러시아 상류사회는 프랑스 문화에 젖어 프랑스어를 모국어 대신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러시아어와 고유문화는 천민들의 것으로 외면했다. 핏줄은 러시아인이지만 정신적으로는 프랑스인이었던 셈. 그러나 푸쉬킨은 유모의 영향으로 이 러시아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니들은 러시아인 아님?'을 외치며 러시아어 작품을 쓰고 러시아 민담을 주제로 하고 러시아어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려낸 소설과 시들로 그 작품성 뿐 아니라 민중이 최초로 즐길 수 있는 문학, 민중의 삶을 그려낸 사실주의 문학, 프랑스어 일색이던 러시아 문학의 기틀을 바로 세웠다는 점, 모국 문화와 민중을 사랑하는 진솔함을 통해 러시아 민중의 정서를 꿰뚫어 가장 러시아적인 문학을 창조해냈다는 점에서 후대 작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위업을 남긴다.
그러한 푸쉬킨의 대표작이 바로 이 <예브게니 오네긴>인데 24~31년 사이 완성한 운문 소설인 이 작품은 귀족인 남주 오네긴과 시골 출신인 여주 타치야나, 이상에 불타는 젊은 시인 렌스키 등을 통해서 당시 귀족 사회와 민중의 생활, 전제 정치 하에서 잉여화 되어 가는 젊은이와 지식인들의 모습을 세세하게 그려낸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의 금자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그러나 푸쉬킨은 이러한 명성에서도 불구하고 행복한 삶을 살지는 못 했는데 이유는 끝까지 감상한 후에 주인공과 연계해서 설명이 가능하니
세계 명작, 고전 소설은 무조건 노잼일 것 같아 손 못 대는 이들을 위해 조잡하나마 그림으로 보는 세계 명작 <예브게니 오네긴>을 시작하도록... 하져...(급소심)
<예브게니 오네긴>
1장-우울증
로마노프 왕조의 지배 하에 있는 러시아 제국 귀족 사회.
황제-귀족-백성&농민&농노라는 피라미드 구조로 구성된 제정 러시아 사회에서 귀족들은 이렇게 화려한 생활을 하면서
존니스트 잉여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충실하게 잉여화 되어 가는 중.
그리고 이 총각이 그 잉여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대표격인 주인공 예브게니 오네긴. 손톱 다듬는 중.
이 총각의 하루 일과를 살펴보면?
기상- 몸 단장 - 유행 타는 아이템 찾아 쇼핑 - 미식- 도움 안 되는 친구 만남- 남 뒷땅 까기- 가끔씩 싸움(결투)- 극장/파티- 유부녀&처녀 꼬시기- 그 남편들과 음울한 교제- 뒷땅 까기- 아침에 들어와 쳐 잠
대충 이런 스케줄. 본인의 생각은?
"인생 별 거 없다네. 세상은 븅신 천지네. 유식해 보이고 싶으면? 간단하지. 적당히 말빨 키워서 나불대면 난 그 자리에서 지성의 화신이 되는 게 세상이야. 다 지겨워."
잉여의 화신이자 니트의 견본이자 인생 오지게 편하게 사는 인간인데
현대에 태어났음 아마 인터넷 논객 중에서도 중궈니처럼 입만 산 키워나
최소 금수저 업고 자수성가 타령하는 박용만 아들 정도 되지 않았을까?
사교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래야 다 이런 것들.
오덕과 오덕이 만나면 대화고 뭐고 필요 없듯이 잉여와 잉여가 만났으니 할 얘기나 수준이란 뻔한 것이고
오네긴은 이런 잉여와 속물, 껍데기 밖에 없는 허무한 사교 생활에서 동족 혐오(.......)만을 느끼고 나름 수준 있는 생활을 위한 건전한 취미 생활을 기르기로 결심한다.
해서 책에 미쳐보겠다고 독서로 나날을 보내 보지만 이것도 금세 싫증나고 젊은 나이에 쿨 쉬크 병에 걸려버린 오네긴.
사람이 넘치는 여유와 금전으로 등 따시고 배 부르면 <지 무덤을 판다+중2병=잉여의 탄생>이라는 공식 성립이 대부분.
술, 여자, 파티, 독서 그저 만사가 다 귀찮고 하기 싫고
아주 삽질을 하다 하다 땅 파고 맨틀 뚫고 내핵까지 갈 기세로 염증이 난 오네긴에게 갑자기 봉변이 닥쳤으니
"여기가 무슈 오네긴 집인감?"
"님들 누구셈?"
"우리 이런 사람들인데^^"
<대출은 계획적으로! 고객을 우선하는 쉽고 빠른 대출 (주) 덫을 놓는 사람들>
"무슈 오네긴! 같이 살아야지 이거 왜 이래? 상생 모름?"
"-_- 먼 개소리여?"
"님네 아빠가 우리한테 돈 빌리고 먹튀한 채 저승 입갤 했는뎁셔."
"아니 그럼 내가 아니라 울 아빠를 쪼았어야지 이제 와서 날 쪼면 돈이 나오나?"
"빚 받으러 쫓아다니다 집이라고 들어갔더니 새끼들이 님 누구셈? 합디다!"
"아니.............. 그래서 그게 얼만데...요?"
"고갱님 우리 업자들 사이에는 '72법칙'이란 게 있습니다. 앞의 절대수 72를 연이자율로 나누면 원금의 2배가 되는 기간을 알 수 있는 계산식인데 가령 천만 원 대출에 연리 60%면 72*60=1.2 나오죠 고갱님? 1.2년이면 2천만입니다. 고로 고갱님의 상환 금액은 #$%^&*0000000000000000000( 되시겠습니다^^"
"이것들이 누굴 호갱으로 알아!!!!!!!!!!!!! 이건 뭐 있는 돈 다 뜯어가겠다는 거 아냐? 난 땅 파먹고 연명하냐??"
"고갱님 맞을래연?
영화 화차 못 보셨으요?
이 기회에 화차 단체 관람 한번 가볼까요 고갱님?
우리 업자랑 신용 깨끗하지 못한 인간이 어떻게 되는지 교훈을 주는 명작인데 님 화차 2탄 현실판으로 한번 찍어볼래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사장님 소환할까요?"
"아니... 저는 평화주의자라서 예 러브 앤 피스! 괜히 법정 가고 돈 문제로 소송가면 서로 피곤하죠 예예
알아서 가져가십셔;;;"
돈 가지고 빚쟁이들하고 소송전 벌이는 것조차 귀찮은 나머지 얄짤 없이 전 재산 뜯긴 오네긴.
"감사합니다 고갱님^^ 앞으로도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지랄............. 영감탱이가 없는 돈에 일년에 무도회를 세 번씩 쳐열어대더니 피박을 씌우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부친의 빚쟁이 습격으로 전직 레벨 10짜리 사교계 황태자 포지션에서 다 털리고 레벨0 그지 꼴로 전락한 오네긴.
안 그래도 세상살이 질렸는데 앞으로 뭐 먹고 사나 고민하던 중 갑자기 구원의 동앗줄이 내려왔으니
시골에 있는 영지 지주인 삼촌이 저승 입갤했다는 소식이 온 것.
삼촌은 독신으로 자식도 없으니 하나뿐인 조카 오네긴이 상속인이 되서 삼촌 재산=오네긴 재산이 됐다는 소식!
얼쑤~ 삼촌 고맙솨!!!!!!!!!!!!
그지에서 다시 렙업한 오네긴은 마침 사교계가 지루해 죽을 판이니 시골 가면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기겠다는 기대감으로 새 생활을 꿈 꾸며 수도 페테르스부르크 사교계를 떠나 삼촌이 물려준 시골 영지로 출발한다.
(1823년 키시뇨프, 오뎃사에서 완성)
2장- 젊은 시인
이렇게 시골로 내려간 오네긴은 쿨 쉬크병+ 중2병 중증답게 아름다운 시골의 풍경도 생각보다 성에 안 찬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새 영주로서 영지 내 농노들의 처우 개선을 시도한다.
사실 농노는 재산이나 마찬가지라 사람으로 취급을 못 받는 게 당연한 시대였는데 자유주의 사상가인 오네긴은 농노들의 노역을 면제해주는 등 파격적인 개혁을 실시해 보았다.
그러나! 이 지방에서 한 가닥하는 다른 지주들 ↓:
이 가만 있을 리 만무!
대장 지주:
"어쭈 저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들어? 어디 남의 밥그릇을 뺏을 준비를 함? 저 새끼 사찰해서 좀 캐 봐~~"
애초에 사교계 왕자 레벨인 오네긴은 저런 촌발 날리는 시골 지주들과는 친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자유주의자인 이상 저런 기득권 속물들과 상종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원칙을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지주들이 친한 척 사찰하러 찾아오면 뒷문으로 몰래 도망가기 일쑤.
그 때! 독일에 유학갔던 이웃의 젊은 지주가 돌아오는데 그의 이름은 블라디미르 렌스키.
당시 낭만주의 계몽 사상을 꽃 피우며 학문의 도시로 각광받는 괴팅겐 대학 유학파 출신이자 시인인 이 연하의 젊은이가 마음에 든 오네긴은 마침 할 일도 없겠다 속물도 아니겠다 이 젊은 시인과 친해지면서 매일 만나 데이트(?)를 한다.
매일 서로 오가면서 토론으로 시간을 보내는데 둘의 성향이나 취향은 극과 극이어서
렌스키: 이 형님 드럽게 쏘쿨하네 VS 오네긴: 이 새끼 오지게 열혈이네...
렌스키는 독일 낭만주의에 아주 푹 절어서 몽상이나 순수한 이상과 희망으로 매일 타오르는 열혈 청년인 반면
오네긴은 자유주의 시인인 바이런과 그 서사시 주인공인 차일드 해럴드의 팬이지만 오만&거만&냉소&부정적의 화신
야 임마ㅋㅋㅋ 니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나대 봤자 뻑하면 신고당하는 이런 줮같은 전제 정치 세상에서 그런 이상이 먹히겠냐? 게다가 국민들 수준도 봐~ 친일파+독재자+살인자 그랜드 슬램 종결자 딸년이 심지어 돌대가리 인증을 몇번씩 했는데 저걸 국가 웬수에 앉혀준 국민이나 유신이 구국의 결단이었다는 개소리해도 지지하는 빠가들이 천진데ㅋㅋㅋ
네 이상은 뭐 국민 수준하고 상관없이 그냥 이뤄지는 줄 아냐?
니가 아직 어려서 글치 니도 나이 먹어 봐라 세상이 어떤지ㅋㅋㅋ 어려서 심한 말 안 하고 참는 거다 임마!
"오형~~ 잊을 뻔 했는데! 나 좀 있음 결혼하는데 자리 채워 줄 거지? 유학 갔다 왔더니 청첩장 보내려고 해도 애들이 연락이 잘 안 되네~"
"결혼식 하객 알바 뒀다 어따 쓰냐. 연락도 안 하던 애가 갑자기 결혼식 오라고 연락하면 욕만 쳐먹어-_-
결혼이라니 누구랑??"
"우리 동네 사는 올가 라리나라고~~ 라린 씨네 작은 딸래미ㅎ"
말하자면 옆집 살던 동네 아저씨 딸내미랑 같이 자라다가 눈 맞아서 양가 아버지가 일찌감치 사돈 맺기로 한 상태이고
렌스키는 비록 지금은 솔로지만 사교계 연애 놀음에 도가 튼 오네긴 앞에서 올가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퀸카인지 미친 듯이 찬양질을...............
오네긴 표정_내 표정.JPG
3장- 아가씨
하도 찬양질을 해대니 결국 오네긴은 렌스키의 약혼녀 올가라는 여자에게 흥미가 생겼다.
마침 심심하기도 했으니 어떤 여잔지 구경이나 하자고 했더니 렌스키는 좋다고 오네긴을 라린 가에 데려가는데...
사교계 연애질과 미녀 꼬시기에 도가 튼 오네긴을 순진한 시골 귀족 처자에게 데려다 놨으니 고양이에게 생선을 던져주는 막장 사태는 이미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
.................는 다행히 아니고
라린 가에는 여자 셋만 살고 있다.
과부 어머니 마담 라리나, 큰 딸 타치야나와 작은 딸 올가 라리나로, 화려한 페테르스부르크 사교계에서 빡시게 꾸민 꽃 같은 미녀들만 상대해 온 오네긴 눈에는 어차피 촌닭 3마리일 뿐.
게다가 올가는 그냥 예쁘장하지만 평범하고 머리까지 빈 촌닭이라 기대했던 오네긴을 좀 많이 실망시킨다.
오히려 오네긴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언니 타치야나. 동생에 비하면 진짜 평범하고 수수하지만
오네긴 감상평:
촌닭이긴 한데 어딘가 심상치 않아 보이는 촌닭이군... 평범한 척 하는 것일지도 몰라...
내면에 뭘 숨기고 있는 듯 조낸 수상한 촌닭이야.......
........ 교촌 출신인가? 아니면 무봤나...??
이런 오네긴의 감은 과연 사교계 미녀들을 후려온 레벨 10 포지션다운 안목이었으니,
그는 타치야나의 평범한 외모 속에 숨긴 뭔가 신비스런 매력을 감지해내지만
촌닭이기에 그 일종의 끌림을 무시하고 마는데..............
이런 그의 안목은 심히 정확했다.
올가는 지극히 평범하고 이쁘장하니 일찌감치 렌스키라는 순진한 친구를 결혼상대로 물어 참기름이 쏟아지지만
타치야나는 그 딴 거 없었다.
왜냐면 그녀는 일반인이 아니기 때문.
타치야나가 올인하는 것은 오로지 책과 몽상 뿐으로, 그녀의 정체는 바로 오덕이었던 것!
게다가 그녀가 눈에 불 켜고 보는 책들은 한결같이 프랑스 연애 소설 나부랭이들로, 이런 걸 읽으면서 책 속 남자들과 커플링 맺고
현실 남자들과는 담을 쌓은 채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0가지 이유'나 만들어 제끼는 중증 씹덕이었다!!
알다시피 이런 할리퀸 연애 소설 류에 환장해서 편식하는 것은 정신을 당분으로 오염시켜 현실 감각을 망치는 지름길이며
근접한 예로는 올가처럼 예쁘장한 겉모습을 하고, 양판소 수준으로 찍어내는 바바라 카틀랜드 로맨스 소설들에 환장해서 아예 그 카틀랜드 소설 속 여주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소설 속 남주와 같은 남자를 만나는 몽상 속에서 살던 다이애나 전 왕세자비라는 예시가 있다. 출신빨+시크릿 효과가 대박나서 다이애나는 왕세자비까지 됐지만 당분으로 오염된 남자 보는 눈과 현실 감각은 이 여인의 결혼생활을...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
그렇게 책으로만 연애해 이론만 빠삭한 그녀 앞에 나타난 도시 총각 오네긴은
쿨하고 쉬크하며 냉정하고 이성적이며 지성과 매력과 성격과 매너 기타 등등을 갖추고 차가운 도시 남자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완벽한 책 속 주인공이었다.
오네긴의 쏘쿨병+염세병+중2병을 저리 바꿔 버리는 무서운 오덕의 눈..................
드디어 나타났어... 쿨 워터 향을 풍기면서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차가운 도시 남자!!!
오네긴 쨩, 내가 찾던 그 남자야!(웃음)
데헷 책 속의 종이 남친이 날 만나기 위해 책을 뚫고 나온 거라능! 오네긴 짜응!!
오네긴도 모르게 그를 향해 불타오르는 덕심.
말 그대로 차도남인 오네긴은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타치야나 집에는 잘 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루한 시골 마을의 특성- 그 태평양 수준의 오지랖들이 간만에 단체로 뻗친 사람들은 오네긴이 아직 미혼이고 타치야나도 결혼 나이가 됐다는 점, 처녀 총각이라는 이유 하나로 이것들 결혼한다고 신나게 소문 퍼뜨리고 다니신다. 정작 타치야나에게 네버 관심 없는 오네긴은
아직까지 타치야나의 완벽한 일반인 코스프레로 당연히 그러한 그녀의 무서운 덕심을 전혀 눈치 못 채고 있다.
결국 타치야나는 그 덕심을 주체 못하고 한밤 중에 어릴 때부터 키워준 유모를 한번 찔러 본다.
"유모, 사랑을 해 본 적 있어?"
"사랑? 그게 머래요? 먹는 거임? 우걱우걱"
"-_-; 유모는 결혼도 해봤으면서 사랑을 모름? 사랑, 러브, 엘 오 브이 이! 것도 모르면서 결혼은 어케 했대?"
"그딴 거 알 거 없이, 결혼 하라니까 했지. 우리 남편 바냐는 나보다 어렸고, 13살 때 중매쟁이들이 드나들더니 아버지가 허락하고 나한테 축복을 내려주고, 그 길로 머리 풀어 헤치고 결혼식장에 끌려가 남의 식구 됐지 뭐. 결혼이 뭔지도 모르고 울고 불면서 했는데 ㅋㅋㅋ 사랑 그런 거 했다가는 시어머니한테 볶여서 죽기 전에 네이트 판 결시친에 올라와서 막장 며느리로 신상 털렸게요?"
"...........알았으니 조용히 퇴갤해 주시겠어염?"
오네긴 짜응을 그리느라 잠도 안 오는 타치야나.
하필 달도 오지게 밝은 데다 새벽이라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마법의 주문:
-"자니?"
카톡도 문자도 없는 시대 타치야나는 편지로 오네긴에게 새벽 2시 자니?를 시전한다.
이렇게 편지 드립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더이상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요?
당신이 아무리 절 경멸하셔도 그건 제가 받아야할 벌이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제 불행한 운명에 조금이라도 연민을 느끼신다면 제발 저를 내치지 말아주세요.
처음엔 저도 잠자코 있으려 했어요, 믿어주세요, 어쩌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이 마을에서 당신을 뵙고 당신의 음성을 들으며 한마디라도 당신께 여쭙고 그런 뒤엔 다음 번 만날 때까지 밤이고 낮이고 오로지 당신 생각만 할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던들 저의 이런 부끄러운 마음을 당신은 영원히 모르셨을 거예요.
그러나 당신은 사람을 싫어한다 하더군요. 이런 촌구석에선 모든 게 지루하시겠죠. 그러나 저희는... 저희는 내놓을 게 없어요. 순진하게 당신을 반기는 일 외에는.
당신은 왜 이곳에 오셨나요? 안 오셨다면 이 잊혀진 쓸쓸한 시골에서 저는 영원히 당신을 모른 채 이런 끔찍한 고통도 모른 채 살았을 텐데. 어수룩한 마음의 동요도 시간이 가면 가라앉아(미래는 모르는 법이죠) 마음에 맞는 친구를 찾아 정숙한 아내가 되고 후덕한 어머니가 되었을 텐데요,
다른 사람... 아니 이 세상에 제 마음을 바칠 사람은 당신 밖에 없어요. 높으신 분의 섭리.....하늘의 뜻으로 결정된 일, 저는 당신 것입니다.
이제까지 제 인생은 당신과 어김없이 만나기 위한 저당이었어요.
알고 있어요, 신께서 그대를 보내주신 것을. 죽는 날까지 당신은 제 수호자라는 걸.,
당신은 제 꿈에 나타나셨어요. 보이지도 않는 당신께 제 마음 끌렸어요. 그대 신비한 시선에 애간장 태웠고 제 영혼에선 그대의 음성 울려 퍼졌죠,
벌써 오래전부터... 아니 그건 꿈이 아니었어요!
그대가 들어오신 그 순간 전 알았어요. 얼굴은 달아오르고 온 몸이 마비되어 전 속으로 말했어요. 바로 저분이다!
그래요, 제가 들은 건 당신 음성이었어요.
당신이 아니었던가요.
제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거나 흔들리는 영혼의 고뇌를 기도로 달랠 때 조용히 제게 속삭여 준 이가? 당신의 다정한 환영이 아니었던가요.
바로 그 순간에 투명한 어둠 속에서 명멸해 살그머니 제 머리맡을 굽어보신 분이?
그대가 아니었던가요 기쁨과 사랑으로 희망의 말 속삭여 주신 분이?
당신은 누구신가요, 저의 수호 천사, 아니면 교활한 유혹자일지도 몰라요. 제 의혹을 거둬 주세요. 어쩌면 이 모든 것은 부질없는 짓, 순진한 영혼의 미망일지 몰라요! 어쩜 제 운명은 전혀 다를지도...
하지만 그래도 좋아요! 이제부터 제 운명을 당신께 맡깁니다. 당신 앞에서 눈물 흘리며 당신의 보호를 원합니다.
헤아려 주세요ㅡ, 저는 여기 홀로 있어요. 아무도 절 이해 못하고 제 분별력은 약해져가고 전 말없이 파멸할 밖에 도리가 없어요,
그대를 기다립니다. 단 한번의 시선으로 제 가슴의 희망을 소생시켜 주세요. 아니면 차라리 마땅한 꾸짖음으로 이 괴로운 꿈에서 깨어나게 해주세요!
이만 줄였어요! 다시 읽기도 두려워요...
부끄럽고 무서워 죽을 것 같아요...
당신의 명예를 믿는 마음에서 이렇게 감히 모든 걸 고백합니다...
나도 티 내고 싶진 않았지만 오네긴 쨩 넌 항상 내 옆에 있지 않았냐능? 넌 날 알고 있었지 않음?
난 알고 있었어... 넌 날 만나기 위해 책 속에서 나온 거야! 그게 바로 우리가 운명이라는 신의 증거야!
오네긴 쨔응 넌 내 꺼임!
"유모 부탁이 있는데..."
"보증은 안 서줌."
"-_-^ 유모 손자한테 편지 배달 좀 시키고 싶은데 애 좀 빌립시다"
"맨 입으론 안 해줄 걸ㅋㅋㅋ 근데 이 유모가 요새 알츠하이머가 도져서 말이오~
연애 편지이지 싶은데 그 남자가 누군지 기억이 안 나네? ㅋㅋㅋ"
"우 쥬 플리즈 닥쳐 줄롸우?"
타치야나 유모의 손자가 아침부터 열나 뛰어 전달해준 타치야나의 편지 득템
그러나 그 날은 답장이 없고, 타치야나만 왔다갔다 언제 오나 좌불안석인데 다음날 찾아온 건 렌스키.
"예비 처형~ 내일 오네긴 형 오기로 했음!"
"!!!!!!!!!!"
온다 온다 오네긴 쨩 온다 말을 타고 오쨩 온다
그 모습이 보이자마자 바로 네 발로 뛰쳐나가는 타치야나.
마침 과수원에서 일하는 농사꾼 처자들이 노래 부르고 있는데 혼자 애널라인이 타서 주체를 못 하는 타치야나는 결국 벤치에 나자빠지고, 뻗어있다가 겨우 걷기 시작했을 때
오네긴과 딱 마주치는데...
4장- 마을에서
사교계에서 미녀들과 노닥거리는데 신물이 난 선수 오네긴은 타치야나의 편지를 펼쳐본다.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지구를 10바퀴 돌았고 받은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 돌아왔습니다. 지금 당신에게 옮겨진 이 편지는 7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이 편지를 포함하여 7통의 편지를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 주어야 합니다...............
는 훼이크고!
이미 어장관리나 엔간한 미녀에게는 반응도 안 보일 정도로 통달했지만 그런 오네긴의 감정마저 움직이는 절절한 영혼의 고백-그러나 덕심-이 가득한 영혼의 고백. 그 진심어린 편지에서 잃어버린 지 오래인 옛 순정이 잠깐 살아나는 걸 느끼지만
허세병 환자들이나 중증 게으름뱅이저요들이 그렇듯 그런 자기 마음 들여다 보기도 귀찮은 오네긴 쨔응.
이거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완전 오덕 아녀...?
그런 오덕한테는 약도 없다는데 아무래도 내가 선의를 베풀어서 현실을 깨우쳐 주는 게 인간적인 의무 아니겠써니.
결국 오네긴은 그녀를 만나러 오고, 네 발로 뛰어 나타난 그녀와 마주치자마자 설교를 시작한다.
님 편지는 잘 읽었는데, 내 까놓고 얘기하리다.
편지는 받았습니다.
부정 따윈 하지 말아요.
의심할 줄 모르는 당신의 넋의 고백을, 청순한 사랑을 충분히 알았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그 애틋한 진심을 참으로 기꺼이 생각합니다. 그것은 오랫 동안 잃었던 제 감정을 다시 타오르게 했소.
그렇다고 당신을 칭찬할 생각은 없어요. 당신이 하시듯 내 느낌을 그대로 고백해 당신 진심에 대답을 드리려는 것 뿐
내 참회를 들어줘요. 옳고 그른 판단은 당신에게 맡기지요.
만약 내 생활을 가정이란 테두리 안에 국한하려 한다면, 만약 유쾌한 운명이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되라 명한다면 나는 결코 당신 외에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을 겁니다. 만약 단 한 순간이라도 가정의 정겨움에 마음이 쏠린다면.
꾸며낸 이야기도 아니고 그릇된 고집도 아니오. 그 때는 오래 전 이상을 되찾은 기분으로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의 보증으로 슬픈 나날을 벗으로 삼아, 당신만을 택할 겁니다. 그리고 나는.. 나대로 행복해지겠죠
하지만 나는 결혼으로 인한 행복을 맛보도록 운명 지워진 것 같지는 않소. 내게는 너무 생소하고 어울리지 않는 일입니다.
당신의 완벽한 아름다움도 나에겐 소용없는 일, 난 그것을 받아들일 값어치가 없는 사람이오.
믿어주세요, 내 양심이 그 보증입니다.
결혼은 어느 쪽에나 호된 고통이 될 겁니다. 내가 아무리 당신을 사랑해도 그 사랑은 익숙해지지자마자 식어 버릴 겁니다.
그러면 당신은 울게 되고요. 더욱이 당신이 흘리는 눈물은 내 마음을 움직이기는 커녕 도리어 안절부절 못하게 할 뿐, 그러니 진지하게 생각해 보세요. 휘멘(결혼의 신)이 우리를 위해 마련한 장미의 가시 침대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불행한 아내가 자나깨나 홀로 쓸쓸하게 난봉꾼 남편을 기다리며 한탄만 하는 가정보다 더한 불행이 세상에 어디 있겠소? 남편은 남편대로 시무룩하고 아내의 고마움을 알면서도 자신의 불운을 저주하고 언제나 미간을 찌푸리고 잠잠한 채 신경을 곤두세워 쌀쌀한 질투에 차 있습니다!
나도 그런 남자요. 당신이 그같은 솔직함과 그같은 총명과 지혜로 가득 찬 편지를 쓰실 때 청순한 정열적 마음이 부르고 있던 것은 과연 나같은 남자였을까요? 인정사정 없는 운명이 그런 잔인한 제비를 당신이 뽑게 했을까요?
사람은 어린 날 꿈이나 젊음으로 되돌아 갈 수 없는 일, 내 영혼도 젊은 시절 그것으로 바꿔놓을 수 없을겁니다.
공상도 세월도 두번 다시 되돌아오지는 않듯
내 영혼을 소생시킬 수는 없소.나는 당신을 오빠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르오.
화내지 말고 들어줘요. 젊은 처녀들은 그 경쾌한 공상을 이리저리 바꿉니다. 여자란 무릇 한번 이상은 지난 날 사랑에 대한 감정을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 있지 않소? 어린 나무가 봄이 올 때마다 잎을 바꾸는 것처럼.
아마도 이것은 신의 섭리인 듯 합니다. 다시 당신은 누군가를 사랑하겠지만! 자신을 억제하는 법을 배워야죠.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당신을 이해할 수 있다고는 말 할 수 없습니다. 서투름은 재앙을 가져오는 법...
만약 내가 결혼할 마음이 있다면 반드시 님이랑 하겠지만 난 모든 게 다 지겨운 염세주의자고, 불행할 게 뻔하니까 결혼 같은 거 안 할 테요. 근데 님은 다른 남자하고 또 사랑을 하겠지만 그 땐 이런 식으로 돌직구 날리지 마셔. 나니까 이해라도 해주지 오덕 냄새 풀풀 날리는 돌직구라니, 무조건 일코 유지하라능!
무경험은 재앙의 원인이거늘 연애 경험도 없이 책으로 연애질 배운 너님은 호구 되기 딱 좋다 이거요!
다 너님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 새겨...
시밤아 알아들었으니 설교 집어쳐...........
뻥 차였으면서도 타치야나는 그래도 오네긴에게 미련을 못 버리지만 티를 못 낼 뿐이고, 오네긴은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살지만 여전히 재미는 없는 시골 생활에 염증만 나던 나날이 늘면서
결혼식을 2주 앞둔 렌스키는 오네긴한테 예비 처가인 라린 가 파티에 가자고 졸라댄다.
"말로 할 때 올가 찬양질 좀 집어쳐라 앵콜 청한 적 없다!"
"데헷^^ 오형, 라린 가 파티에 같이 안 갈겨? 타냐 명명일 축하 파티인데 다들 올 거라서 재밌을 거여~"
안 그래도 촌구석에서 매일 보는 촌닭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닭장을 형성할 생각만 해도 개짜증이라 안 가고 싶다. 할 일없는 촌닭들 주댕이로 타치야나랑 계속 엮이는 거 겁나 짜증나는데 다 모인 가운데서 타치야나랑 얘기라도 할라치면 타치야나랑 결혼 날짜 잡는다고 소문날 판이다. 촌구석 사교계에 자꾸 나가는 것도 격 떨어지는 것 같아 싫은데 렌스키가 하도 졸라서 그래 가자 가 해버리고 만 오네긴.
* 명명일 축하 파티:
러시아에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성인의 날에 이름을 축하하는 행사. 예를 들어 몇 월 며칠이 성녀 타치야나의 날이라고 하면 그 성녀 타치야나의 이름을 따서 지은 '타치야나'라는 이름을 가진 것을 성녀의 날에 축하하는 것으로, 생일보다 크게 치러진다고 함.
(1825년 미하일로프스코에마을에서)
한편 농민 문화에 친숙한 타치야나는 유모와 함께 점을 보고 있다.
올가는 관심이 없지만 타치야나는 전통적인 러시아 문화, 여러 가지 점이나 러시아 백성들의 관습에 익숙한 여성.
참고로 러시아에서 이름은 신분을 가르는 요소로 쓰이기도 하는데 이 때 '올가'는 Holy라는 의미를 가진 귀족들이 쓰는 이름이고 '타치야나'는 평민층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아마 푸쉬킨은 작중에서 예쁘지만 혼이 비정상 아예 생각이 없는 동생에게 올가, 수수하지만 농민문화와 전통, 자연 등 러시아 요소와 친숙하며 내면이 실한 언니는 타치야나로 명명해 캐릭터 구분을 확실히 한 듯.
흠 너님의 남편이 될 남자는... 남편 말고 여러 남자가 보이는데 하나같이 늙고 존못이군... 별 눈 삔 년이...
히익.. 심지어 한 놈은 박수무당 삘이... 거기다 너의 고(故) 남친 탬의 사위였던 놈이... 이런 종자랑 7시간 호텔에서 떡을 빚다니...
네 년 혼이 비정상인 게 다 이유가 있는 게야!!!
반지 가지고 장래 신랑감 점치기 놀이를 하는 여인네들 사이에서 놀고 난 다음
본인의 명명일 파티가 열리기 전날 밤 타치야나는 옛날 풍습을 따라 거울을 베게 밑에 넣고 자다 희한한 꿈을 꾼다.
꿈 속에서 곰한테 쫓기다 자빠져서 납치 당한 그녀
흠좀무한 상황에서 곰은 타치야나를 들고 웬 오두막에 갖다 놓더니 사람의 말을 한다.
"우리 대부가 여기 있어여. 여기서 좀 쉬고 있으삼"
들어갔더니
오두막 안에선 온갖 괴물들이 정모 중인 캐빈 인 더 우즈가 펼쳐지고 있었으니;
거기다 그 오야붕은 바로 오네긴 쨔응!
괴물들이 타치야나를 보고 "내 밥이다! 내 것이다!"라고 합창을 하는 통에 타치야나 심히 쫄고 있는데 갑자기 오네긴 쨔응의 딱 한 마디 "내 것이다!" 고함 한 번에 괴물들 몽땅 짜진다.
그리고 오네긴 쨔응은 타치야나를 데려다 옆에 앉혀놓고 웬일로 달달한 연애 모드에 들어가는데, 갑자기 렌스키가 쳐들어오고,
오네긴과 렌스키가 뭐라고 왈왈 싸우다가 결국 크게 번져서
이렇게 개싸움하다가 오네긴이 갑자기 칼을 들어서 렌스키를 찌르고, 오두막은 깽판 나서 무너진다!
그 순간 꿈에서 깬 타치야나는 이 개같은 꿈을 해몽하기 위해 장사꾼에게 호구 잡혀 산 온갖 책을 다 뒤져 보지만 답이 없는 꿈.
그렇게 다음 날 아침 그녀의 명명일 축하 파티가 열리고
오네긴과 렌스키 등장.
렌스키가 하도 졸라 참석은 했는데 진짜 오기 싫었던 데다 막상 타치야나가 자기를 보면서 죽상을 하고 있는 걸 보자 이유없이 기분이 개 같아진 오네긴.
겁나 짜증이 폭발한 오네긴은 엉뚱하게 이 파티에 끌고 온 렌스키에게 엿을 멕여 화풀이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데 그 방법은 바로
렌스키의 예비 신부인 올가를 꼬드기는 것.
사교계에서 갈고 닦은 스킬로 올가에게 춤을 청하고, 단순한 올가는 렌스키가 보는 앞에서 생각도 안 하고 응하는데
처음이야 그렇다 쳐도, 춤이 끝나고 나서도 그는 계속 올가를 붙들고 수다 떨다가 다음 곡에서도 올가를 가로채 가는 짓을 반복한다. 분위기도 이상해져 사람들도 저 인간 뭐냐고 째려보는데도 아랑곳 없이 그는 올가를 꼬드겨 독차지하고, 렌스키는 당연히 열 뻗치고 오네긴이 왜 저러는지 알기 때문에 더 죽상이 되어 끼어들지도 못한 타치야나.
마주르카가 시작되자 웬 잉여가 올가와 타치야나를 끌고 와 오네긴한테 하나 고르라고 하자 오네긴은 기꺼이 올가를 택한다. 열 받은 렌스키는 적당히 하자고 올가를 데려가려 하지만, 눈치를 말아먹은 올가는 오네긴 스킬에 홀랑 넘어가 오네긴과 다음 곡도 약속했다며 렌스키를 걷어차버린다.
물론 올가는 오네긴한테 마음 자체가 넘어간 게 아니라 비위도 잘 맞춰주고 댄스 좀 하니까 재밌어서 더 놀고 싶은 것 뿐이지만 렌스키는 마침 개폭발해서 라린 가를 뛰쳐나와 그 상태로 오네긴한테 편지를 써갈겨 전한다.
"너 님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낼 아침까지 받아들이고 날짜와 장소를 정하삼!!"
(1825, 26년 미하일로프스코에마을에서)
오네긴은 렌스키를 열 받게 한 것에 만족하며 돌아가고, 올가는 제 정신이 들자 렌스키 어디 갔냐고 뒷북을 치고 앉았다.
근데 다음 날 오네긴 집에 자레츠키라는 인간이 찾아오는데, 다소 저열한 독설가 잉여 겸 남의 결투 신청 대리인으로 유명한 자레츠키는 렌스키의 결투 신청장을 들고 오는데.
완전 캐난감에 빠진 오네긴. 사실 자기가 생각해도 좀 심하긴 했다. 오네긴이 중2병 겉멋 든 인간이지만 렌스키는 진짜 친구이자 동생처럼 좋아해 그와 총구를 겨누는 일만은 어케 피할 수 없나 궁리를 해보지만 이 때는 결투 안 한다고 빼면 매장당하는 시대. 어쩔 수 없이 그 미친 '명예' 땜에 거절도 못하고 졸지에 렌스키와 총싸움 하게 된 오네긴. 국가 불문 개독들 명예 타령은 진짜
렌스키는 이렇게 오네긴에게 너 죽고 나 살자고 엄포를 놓고 나서 올가를 찾는다. 열 받았을 땐 저 년 다시 보나 봐라!!! 하고 뛰쳐나왔지만
막상 찾아갔더니 올가는 전과 전혀 다름없이 좋다고 뛰쳐나와 렌스키를 반겨준다.
"달링! 어젠 왜 말도 없이 그냥 갔쪄? 실컷 찾았는데 걱정했잖아!!"
올가가 오네긴에게 넘어간 게 아니라 그냥 놀고 싶어한 거고 아직도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은 렌스키는 정말 주옥 됐다고 느꼈다. 이젠 자기도 결투 하기 싫은데 오네긴과 마찬가지로, 먼저 결투 신청해 놓고 취소하면 매장 당하게 되니 물리지도 못하고 환장하겠는데 올가에게는 티도 못 내고 아무 일 없는 듯 집에 와서 유서 같은 시를 남긴다.
어디로 가버렸으냐 내 청춘의 황금같은 나날이여?
앞날은 내게 무엇을 가져오려나?
나의 시선은 헛되이 잡으려 하지만 그것은 깊은 안개 속에 숨어있다.
어무렴 어떠리 운명의 법칙은 공정한데.
내가 화살에 맞아 쓰러지든 아니면 화살이 나를 비켜가든 어쨌든 좋다. 깨어있든 잠을 자든 정해진 시간은 오고야 마는 법,
복되도다 근심의 나날이여, 복되도다, 다가오는 어둠이여!
내일도 새벽의 서광은 반짝이고 눈부신 새 날이 밝아오리라.
그런데 어쩌면 나는 무덤 속 신비한 그늘로 내려가겠지.
서서히 흐르느 레테의 강물이 젊은 시인의 추억을 삼켜 버리고 세상은 나를 잊겠지, 그러나 그대,
아름다운 처녀여, 그대만은 청춘의 무덤을 찾아와 눈물 흘리며 회상하겠지, 그는 나를 사랑했노라고.
폭풍같은 생애의 슬픈 새벽을 나 한 사람에게 바쳤노라고!
진실한 벗이여, 목메어 그리던 벗이여,
오려마, 오려마. 나는 그대의 남편이거늘............
다음 날 물레방아간 근처에서 결투.
차례를 정하고 오네긴이 먼저 쐈는데
오마이갓 한 방에 죽여버림!
"아이고 블라디미르! 눈 좀 뜨라! 고의가 아니라고!!"
오네긴이 껴안고 울고 불고 하거나 말거나 블라디미르 렌스키는 총 맞고 인생 퇴갤 당하고 말았다. 향년 18세.....-_-
애초에 싸운 이유가 병신 같았으니 누가 죽어도 병신 같은 상황인데
병신과 병신이 싸울 바에야 이긴 병신 되라더니 현피 뜨고 이긴 병신 된 오네긴.
그날 저녁 뉴스에 이긴 병신으로 보도되기 전에 튀는 게 상책인지라 오네긴은 그 길로 시골을 뜬다.
이긴 병신 타이틀을 달고.
(1826년 미하일로프스코에 마을에서)
제7장 모스크바
렌스키의 사망 후에도 무심한 시간은 흐르고, 올가와 타치야나가 그 무덤을 찾아 울고 불고 하는 양이 자주 띄인다.
하지만 올가는 1년이나 지났나ㅋㅋㅋ 딴 남자를 만나서
기병대 군인과 결혼해 꽃마차를 타고 렌스키 무덤과 타치야나를 두고 행복하게 고향을 떠버리니
야 너 좀 너무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렌스키는 죽고 오네긴 떠나고 올가도 가고 혼자 남겨져 폐인이 되가는 타치야나.
타치야나는 이긴 병신 오네긴이 놔두고 간 지주 저택의 도서관을 방문하다가 아예 들어 앉아 그가 남기고 간 책들을 읽으면서 오네긴이 어떤 사람인지, 책 속에 표시된 내용을 보고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래... 그 인간은 내 종이 남친이 아니었숴... 차일드 해럴드의 망토를 걸친 러시아인이었지
마데 인 잉글랜드/ 제작자 바이런/주 원료: 자유주의
모델명: 차일즈 해럴드의 망토!
당신의 쉬크함을 더해줄 잇 맨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프랑스 혁명이 낳은 자유와 민권, 평등과 진보, 계몽 의식의 조화로 지식인 지수 UP시켜 주는 아이템!
절대 황권주의자 황제 폐하 및 그 꼬붕들이 오지게 싫어하는 자유주의의 포스가 물씬 풍기는
입는 순간 황제 폐하한테 찍혀 요주 인물화 30% UP/ 감시 지수 +15 / 탄압 지수 +20 = 체포 및 구금, 유배 가능성 업그레이드!
풀려나온 후 친구들이 다신 안 그러기 파티 열어줄 가능성 98%!!
지금 바로 주문하세요!
뭐 오네긴도 나름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그보다 문제는 모든 독신 여성의 과반수가 당할 상황이 닥쳤으니
어머니, 주변이 시집 가라고 닥달을 시작했다는 거.
"-_- 라리나 부인, 딸 시집 안 보내고 뭐하시죠? 일생 끼고 사시게?"
"끼고 살려고 안 보내나? 타냐 저것이 오는 혼담마다 몽땅 거절하니 뭘 어떻게 할 수가 있어야지ㅡㅡ;"
"하긴 이런 시골에서... 그럼 모스크바로 끌고 가보지 그래요?"
"모스크바?"
"ㅇㅇ 라리나 부인 언니, 친척들 다 모스크바에 살고 있잖네? 그 쪽 결혼 시장이 더 넓고 활성화도 되고, 쓸만한 신랑감 많지 않간?"
이런 이유로 모스크바로 끌려가게 된 타치야나. 고향의 자연과 책들을 두고 가기 싫어서 날짜 늦추고 미루고 다 해봤지만 결국 끌려가면서 타치야나는 사랑하는 고향의 산과 들, 책에 작별인사를 고하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는 양 슬프게 떠난다.
일주일이나 걸려 모스크바에 도착, 결혼 시장에 매물로 나가지만 그녀의 점수는?
사교계 허영남들의 전체적 평가: 촌.닭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모인 공작부인이 친절히 맞아주고 오랜만에 보는 늙은 친척들이 세월 빠르다 쟤가 저렇게 컸냐고 감개무량하는 건 만국 공통이겠지만 ,
조용한 시골 생활이 익숙한 타치야나는 이 화려고 떠들썩한 대도시가 낯설 뿐이다. 집에 가고 싶지만 일단 결혼 시장에 나온 이상 친척들에 의해 극장, 파티 등에 부지런히 끌려다니면서 선을 보이는 타치야나는 그닥 세련되지 못한 것 때문에 좋은 점수는 받지 못한다. 작가의 실제 친구인 바젠스키 공작 정도가 흥미를 보이면서 말 걸어주는 정도.(푸쉬킨도 웃긴 게 작품에 자기 친구들 카메오로 출연시키고 그럼 ㅋㅋㅋㅋㅋㅋ)
허나 이런 타치야나에게도 시선을 주는 남자가 있긴 했으니
사교계에 만연한 감자 바이러스로 인해 위풍당당한 대왕 감자 하나가 타치야나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8장- 사교계
실수로 친구 죽이고 도망간 우리의 남주 오네긴은 떨치지 못한 죄책감이 빚어내는, 어딜 가나 나타나는 렌스키의 환영을 피해 여기저기 떠돌고 여러 일을 경험하고 몇년 만에 사교계에 화려하게 컴백한다.
달라진 게 없는 잉여로운 사교계. 그러나 한 사람의 등장이 갑자기 분위기를 바꿔 놓는데
빨간 베레모를 쓴 퀸카의 등장.
나타난 순간 파티의 주인공처럼 시선을 사로잡아 버리는 당당한 기품의 귀부인과 그녀를 환영하는 사람들. 사교계물 어지간히 오네긴도 처음 보는 뉴 페이스였다.
저게 누구랴? 어디서 본 촌닭하고 완전 닮았는데?
의문에 잠겼을 때 오네긴은 친척이기도 한 공작(이름은 안 나오는데 오페라 버전에서는 그레민 공작이라는 이름 얻음)을 만난다.
이열 ~ 오네긴! 이게 몇년 만임?
하이 친척 공작님!
저기 빨간 베레모 쓰고 스페인 대사랑 얘기하는 저 퀸카! 누구인지 아시오?
아하 저 퀸카ㅋㅋㅋㅋㅋ 내 마누라!
헐 영감님 결혼을? 언제?
2년 전에ㅋ
누구랑?
라리나하고.
타치야나! 님 완전 감자!!
타치야나 라리나! 그 교촌 촌닭!! 촌닭이 감자와 결혼해 공작 부인이 됐다네 이 무슨 찜닭인가?!
그야말로 개경악하는 오네긴. 아니 이 퀸카가 그 때 그 오덕 촌닭? 로설에 미쳐 돌직구 날리던 그 타냐?
"아... 타치야.. 아니 감자 공작부인! 이게 얼마만인가요?"
"니가 더 잘 알지 않음?-_-"
거기다 차도녀 스킬까지 익힌 타치야나는 예전에는 상상도 못할 심드렁한 태도로 오네긴과 잠깐 근황 얘기를 하고는 횡하니 가버리신다.
격에 안 맞는다고 걷어 찼던 그 촌닭이 전쟁 영웅인 감자 공작 부인이 되고 사교계의 여신이 되어 있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접한 오네긴. 그는 아직도 그 때 타치야나가 보냈던 편지를 가지고 있었다. 허나 이제 감자 공작과 결혼해 공작부인인 타치야나는 공략할 틈도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행동하면서 오네긴을 완전 캐무시하는데...
다음 날 아침 타치야나의 남편인 감자가 보낸 초대장을 받자마자 밤 되기만 기다리던 오네긴은 파티에 네 발로 튀어 간다. 파티 내내 타치야나만 넋 빼고 쳐다보다가 돈오점수의 깨달음을 얻었으니
사교계를 주름 잡는 공작부인이 되어 있는 걸 보니 타치야나는 원래 그만한 그릇이었던 거임! 내가 눈이 삐었던 거임!
손만 뻗으면 간단히 가질 수 있었는데 그 숲에서 타치야나에게 쿨 쉬크 병이 도져 온갖 훈계를 늘어놨던 중2병 시절이 흑역사가 되는 순간! 이것이 바로 사랑이라능! 엘 오 브이 이 러브!!
그 뒤로 오네긴과 타치야나는 완전 상황이 바뀌어 오네긴은 타치야나 스토킹을 해댄다.
타치야나 집 근처를 얼쩡거리고
그림자처럼 따라댕기면서 목도리 셔틀도 마다 않고
당신의 빵셔틀로 삼아달라고 몸부림을...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온리 개. 무. 시...
오네긴이 몸부림을 하건 다 죽어가건 말건 타치야나는 쌩깜으로 일관하는데 오히려 주변에서 오네긴이 폐인이 다 되간다며 온천을 가라 마라 오지랖의 향연이 펼쳐지고
옘병 시끄러.............
결국 오네긴은 타치야나가
했듯이 자신도 편지로 마음을 알려보겠다고 펜을 잡는다.
이 슬픈 비밀의 고백에 당신은 모욕을 느낄 겁니다.
당신의 오만한 시선엔 얼마나 씁쓸한 경멸이 담겨 있을런지!
무얼 원하냐고요? 무슨 목적으로 당신께 내 마음을 털어놓느냐고요?
어떤 사악한 기쁨을 위해 이런짓을 하냐고 생각하시겠죠!
언젠가 우연히 당신을 만났을 때 당신의 가슴에 담긴 애모의 불꽃을 보았지만 감히 그것을 믿을 수 없어 다정한 습성의 흐름을 억눌렀습니다. 역겨운 것이긴 해도 자유를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갈라놓은 것은 또 한 가지...
렌스키가 불행한 제물이 되어 쓰러졌지요. 그 때 나는 내게 진정 소중한 모든 것에서 마음을 떨쳐 버렸습니다. 모든 이와 연을 끊고 모든 속박을 벗어 던지고 자유와 평화만이 행복을 대신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오 하느님! 그게 얼마나 큰 실수요 얼마나 큰 벌이었던가요!
아니 매순간 당신을 보고 어딜 가든 당신의 뒤를 따르고 입가의 미소며 눈동자의 움직임을 사랑에 찬 시선으로 붙잡고 당신의 말에 오랫동안 귀 기울이고, 내 영혼 다 바쳐 당신의 완벽함을 이해하고 당신 앞에서 고통으로 정신을 잃고 창백해지고 스러져 간다......이것이 바로 행복인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빼앗겼습니다. 무작정 사방 팔방 당신을 쫓아다닙니다.
제겐 하루 한시가 소중합니다.
그러나 운명이 내게 정해 준 세월을 무의미한 권태 속에서 흘려 보내고 있습니다.
그 세월이 또 얼마나 괴로운지요,
내 생명 다 해 간다는 건 나도 압니다. 그러나 이 목숨이나마 부지하려면 아침마다 오늘도 당신을 볼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합니다.
이 겸허한 간원 속에서 당신의 엄격한 시선이 무슨 비열한 간계라도 발견할까 두렵습니다.
당신의 격노한 질책이 들리는 듯 합니다.
사랑의 갈망으로 열에 들떠 괴로워하는 것이, 끊임없이 이성으로 끓는 피를 억제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당신이 알아주신다면 당신의 무릎을 얼싸안고 당신 발 아래 엎드려 통곡하며 간원과 고백과 원망,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어하면서도 말투며 시선을 짐짓 꾸민 냉정함으로 무장하고 평온한 대화를 나누며 자못 즐겁다는 듯 당신을 바라보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제 자신을 거역할 힘도 없습니다.
모든것은 결정되었습니다.
당신의 처분만 기다리며 운명에 복종하렵니다.
답장: 개.무.시
계속 보내 보지만 역시 개무시.
하... 사랑한다 씨발...
새벽 한시... 자니? 잘 지내니? 머해?
담배를 문다. 하... 사랑한다... 너란 여자...
아픈 거 빨리 낳아 문앞에 약 두고 간다.
니 생각나서 꽇 한 송이 샀어.
이게 내 한개다 잘 사라.
이런 남자 없이 못 사는 년!
어제 홍대에서 널 봤어 도저이 안되게써 너가 보고 싶어. 다시 시작하자 제발 나 예전의 내가 아니야
내가 왜 실은데 그래 날 용서하지마라조
우리 이제 아는 채 하지 말자
-Feat. 구남친
오네긴은 다시 사교계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독서와 채워지지 않는 사랑에 잠겨 지낸다. 그렇게 시인같은 생활을 하고 있을 때 봄이 오자, 더이상 사랑을 참을 수 없게 된 오네긴은 타치야나를 찾아 달려간다.
그는 다가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손에 키스를 퍼부었다. 그녀는 그 손을 뿌리치려고도 않고 가만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 표정에는 놀람도 분노도 없었다. 타치야나는 입을 열었다.
저는 울고 있습니다... 당신이 아직도 당신의 타냐를 잊지 않고 계시다면 이것만은 알아주세요...
저에게 이 화려함, 허위에 찬 역겨운 삶, 사교계의 회오리바람 속에서 제가 거둔 성공, 멋진 저택과 야회가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책장과 황량한 정원이 있는 제 초라한 고향집. 당신을 처음 만났던 그 곳, 제 가엾은 유모가 묻힌 무덤 위 십자가와 나무 그림자 어른거리는 소박한 교회 묘지가 있는 그곳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이 모든 가면 무도회의 누더기와 모든 광휘와 소음과 악취를 버리고 옛날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 행복은 손에 잡힐 듯 그토록 가까이 있었건만.....!
그러나 제 운명은 이미 정해졌어요. 어쩌면 제가 성급하게 처신했는지도 모르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거듭 말리셨습니다. 그러나 이 불쌍한 타냐에겐 어떤 운명이 주어지든 마찬가지...
저는 이미 결혼했어요. 그러니 부탁입니다. 제발 절 쫓지 말고 내버려 두세요.
당신 가슴 속에 자존심과 순수한 명예심이 있다는 걸 전 알아요.
숨겨도 어쩔 수 없는 일, 지금도 마음 속에서는 변함없이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저는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한 몸, 영원히 남편에게 성실하고 그 분에게 일생을 바칠 거예요.
그렇게 타치야나는 오네긴을 두고 나가버린다. 오네긴은 내내 그렇게 서 있었다. 그리고 오네긴의 귀에 타치야나의 남편인 장군의 귀가를 알리는 박차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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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제는 아무리 봐도
1. 어장관리 실패
2. 중2병 탈출
3. 허세 떨다 흑역사 적립
4. 떠난 버스 따라 달리다 자빠진 어장관리남 표본
.......만은 아니고
오네긴은 작중에서 허세병 걸린 잉여인간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는 왜 잉여가 됐는가 보면 이유 알만 한 게, 오네긴은 노는 거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다. 그는 바이런의 영향에 물든 자유주의 사상가인데 봉건 시대 러시아 귀족사회에서는 그것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재산인 농노 역을 면제해주는 일도 기득권 지주들의 방해와 눈치를 받아야할 판에 철저히 신분과 봉건제로 군림하며 봉기의 기미만 있어도 무자비하게 때려잡던 상류사회가 자유주의 사상가인 오네긴을 받아들여줄 리 만무하고, 그런 무력감과 좌절감에 젖은 신 지식인, 소외받아가면서도 사상을 관철시킬 의지도 잃은 오네긴은 20살을 갓 넘긴 나이에 염세주의자의 길로 들어선 것.
타치야나는 굳건한 의지와 도덕심, 충실한 영혼의 소유자로 귀족 세계의 잉여이자 무기력한 오네긴이나 골이 텅텅인 여동생과는 정 반대 캐릭터로 등장한다. 귀족세계의 폐해를 대표하는 인물인 오네긴과 올가에 비해 농민문화를 사랑하는 순박한 러시아인의 정서를 가진 타치야나, 희망을 가지고 러시아를 바꾸고자 했으나 허무하게 총살당한 이상가 렌스키. 푸쉬킨이 자기 자신과 이상형을 너무나 잘 반영해 쓴 이 작품은 그 자체로는 평가가 높지 않음에도 안에 흘러넘치는 이상과 정열, 불멸의 캐릭터성 등이 어우러져 푸쉬킨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지금 남한 사회의 초상과도 어딘가 닮았기 때문일까. 국민을 노예로 만들려는 노골적 우민화 정책, 이상을 갖고 일어나야 할 지식인과 젊은이들의 박탈감과 좌절, 독재자 딸을 독재자 딸이라 하고 개독의 횡령과 신도 폭행(악귀네 식구들 얘기) 등 기득권의 부정과 비리를 비판하는 것을 명예 훼손, 모욕으로 몰아 범죄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시스템, 이제는 금수저도 능력이라고 합리화해야하는 젊은 층의 무기력(악귀 덕에 당장 저부터가 이제 다 귀찮음 ... 개놈 자식), 한 쪽의 이권을 놓고 교묘하게 국민 사이에 대결 구도를 놓아 국민 분열을 부추기며 챙길 거 다 챙기는 남한 정부. 거기다 혼이 이상한 늙은 년이 피를 바치느니 개소리로 연일 속을 뒤집으며 정신분열 증상을 보이는데 이 책에서 어찌 18세기 봉건 러시아=지금 남한 상황이 겹쳐지는지.
잘 하면 불온서적 될 지도 모르니 대충 내용이라도 파악해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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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해 들면 블로그 엽니다! 악귀 약 오르라고!!
2- 새로 가입 신청 하신분이 계신데... 받아드리고 싶은데 가입퀴즈를 틀리셨네... 에구구...
3- 플센 파헤치기 계속 하는데 하도 길어 정리가 힘드네여. 작가별 애용하는 코드랑 이것저것 정리 중인데...
와중에 90년대 순정만화 감상글까지 썼다 날리고ㅡㅡ;;;
플센은 요즘 새로 연재하는 걸 안 보고 있어서 ㅋㅋㅋ 언제까지 길어질지 모르겠네요.
첫댓글 재밌어요!! 역시 찰진 글솜씨 십니다bbb 블로그 다시 여신다는 소식도 너무 반갑네요ㅎㅎㅎ 아 그리고 플센 말인데요...ㅎㅎㅎ 작가님 또 휴재 들어가셨답니다. 봄에 재개 하신다고 해요ㅋㅋㅋㅋㅋ
그 장기휴재동안 세이브란 있었던걸까요ㅋㅋㅋ본인도 하기 싫은 거 같고 독자들은 주인공만 나오면 짜증을 내니 원...
오네긴 이렇게 찰진 소개를 보고 한참 웃었네요ㅋㅋㅋ저는 개인적으로 <죄와 벌> 주인공의 쿠크 멘탈에 읽으면서 속이 고구마 한 박스ㅜㅜ
그라니아님~
오랫만에 와 주셨군요.
반갑고 감사해요.
그런데... 올려 주신 글이 오른쪽이 조금 잘린 것 같아요.
한 번 살펴봐 주시겠어요?
오랜만에 그라니아님 글을 보니 정말 반갑습니다!
<예브게니 오네긴> 원작과 오페라를 본 적 있는데, 제 감상은 한 마디로 "저 주인공 대체 왜 저래?"였습니다.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라는 바리톤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을 봤는데, 음악은 좋았지만 남주인공이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되었더랬습니다. 혹시 원작을 읽으면 이해될까 싶어서 원작도 봤지만, 원작을 보니 이해가 더 안 됐어요. 그런데 그라니아님의 설명과 함께 읽으니, 19세기 초반 프랑스 혁명 직후의 시기에, 다른 곳도 아니고 러시아라는 배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림도 내용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글이예요.
기다렸어요! 오랜만이지만 역시 그라니아님 글은 머리에 착착 감기네요ㅎ 근데 블로그 주소는 어디가면 알수있나요? ㅠㅠ
얼마만의 새글인가요??다만 걱정되는것은 저 사진들중 꼴뵈기 싫은 인간이 그라니아님에게 해꼬지할까봐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