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5도 아침 징기스칸대로를 돌아서 달렸다.
점심에는 장선생과 리선생에게 그 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로 점심을 대접했다.
모레 오르도스로 떠나기로 마음먹었었지만, 글피가 될지도 모를 것 같다.
1월 22일 천진발 배표를 예약해달라고 북경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했다.
오늘 밤과 내일 밤 '우란챠부 대극장'에서 모스크바 국립 교향악단의 연주회가 있다는 걸 며칠전에야 알았다.
표는 매진이라지만, 오늘 밤 혼자서 극장에 가 암표를 찾거나, 들여보내달라고 우겨보거나 할 생각이다.
6년 전 쯤, 모스크바 국립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는 불과 30세의 일본여성이었다.
그 해 동경에서 연주회가 있었고, 가 듣지는 못했지만,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었던 까닭에,
30세의 일본여성이 지휘하는 모스크바 국립 교향악단의 연주는 어떤 느낌일까 곰곰히 생각했었다.
1월 1일 오후, 서울에 있는 상명대 면접시험을 보는 학생들 19명과
안동과학대학 면접을 보는 학생들 15명이 B반 교실에 모였다.
조금 갑작스런 변경이었지만, 상명대 면접을 보는 학생들은 다들 만족스러워했다.
1월 4일 오전, 안동과학대학에서 오신 면접관과 면접시험을 보는 학생들의 통역을 담당했다.
기말고사에서도 307점으로 1등을 한 '차나'만큼은 시험삼아 내 통역없이 면접을 했는데,
기쁘게도, 거의 모든 질문에 한국말로 대답해 줬다.
면접시험은 면접관이 지원학생들의 가정환경과 경제 상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기위한 것이 주목적이었던 듯 했다.
15명 다들 던져지는 질문에 자연스레 대답했다.
비자가 나오느냐 안 나오냐는, 앞으로 안동 출입국관리국의 심사에 달렸다.
심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경제 능력을 증명하는 서류라고 한다.
면접이 끝난 후에는 면접관을 모시고 식사를 하고 관광을 했다.
저녁에는 어느 한국식당에 가서 다시 그 면접관과 함께 술을 마셨다.
장선생이 특유의 명랑함으로 면접관을 즐겁게 했다.
장선생도, 한국으로 학생들을 보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어제는 더욱 더 면접관을 즐겁게 하려 애쓰는 얼굴빛이 역력했다.
중국사람은 손님이 오면 한 사람앞에 한 잔씩 술을 올려야 된다며 장선생, 리선생 모두 삼배씩 올렸고,
나도 중국에 있으면 중국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삼배 올리라는 장선생의 명령에 따라 나도 삼배를 올렸다.
조금 술이 과했던 면접관을 호텔에 배웅했다.
어제, 기숙사 귀가 시간을 훨씬 넘긴 시간에
술을 잔뜩 마시고 취해버린 장선생과 함께 티격태격하며 비틀비틀 기숙사로 돌아왔다.
몇달간을 술에서 깨지 못한 채로 지냈지만,
이제 며칠이면 이 빌어먹을 술에서도 깨이게 되겠지
12월 말부터 보따리를 여러 개 짊어진 학생들이 동문앞에서 기차역으로 버스정류장으로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한국유학반 기숙사에는 열명쯤 되는 학생들이 남아 있고, 내일 새벽 여섯시에는 통랴오로 가는 여섯명이 출발을 한다.
곧 다시 만나겠지
하지만 언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될 지 모르는 놈들도 있겠지
떠돌면서 살다 보면,
더군다나 공부하는 삶을 살다보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스쳐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리며
어느날 갑자기 '왜 우리는 친구도 되지 못 했을까'하는 물음을 던지게 될 때가 있다.
비록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관계로 만났지만,
학생들이 말한 것처럼, '친구'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그 간의 시간을 함께 했다.
언젠가 다시 '왜 우리는 친구도 되지 못 했을까'하는 물음과 함께
2008년 9월부터 함께 생활한 이들이 떠오를 때도 올 터이다.
그렇게 계속 살아보는 거지...
내일도 영하 15도 아침, 징기스칸 대로를 달리며
이 즈음의 내 삶을 쓸쓸하게나마 즐겨 보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는 낼 모레면, 아니 글피면 나도 떠나고야 말테다
비록 다시 돌아와야 할 길이지만
며칠 전 '지러투'를 '我的亲爱的学生!‘'하고 꼭 안았더니,
'지러투'는 답으로 '我的可爱的老师!’고 나를 안았다.
뭔가 바뀐 것 같긴 했어도, 술에 취한 나머지 서로 같은 말을 반복하기만 했었다.
내 사랑하는 학생들, 다들 고생들 했다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첫댓글 김선생님, 박선생님, 장선생님, 이선생님도 우리 학생들도 모두 애썼습니다. 어떤 일로든지 생면부지의 사람을 마주한다는 것이 조금 어렵기는 하지요.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랍니다. 어제밤에 모스크바국립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으셨는지요? 후허하오터에서 4개월 있는동안 뮤지컬, 연극 등에 대한 광고는 딱 한 번 본 것 같아요. 이제 내일이나 모레면 내몽고를 돌아보려 떠나겠네요. 건강하게 잘 다녀신 후 한국에 오면 멋진 여행이었다고 얘기해 주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