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이 팡팡 나왔으면 좋겠네] -이승숙- 뜨뜻한 구들방에 배를 깔고 누워서 막 신문을 펼쳐드는 찰나 전화가 왔다. 저녁 먹고 운동하러 나갔던 남편에게서 온 전화였다. "응, 여보." "보일러가 계속 돌아가네. 여보, 한 번 살펴 봐." "아 그거? 내가 일부러 돌려놨어. 타이머로 내가 맞춰놓은 거야." "그래? 그런데 타이머가 고장 났는지 요새 계속 돌아가더라. 여보, 그냥 온도로 맞춰 놔." "아유 여보, 난 추운 거 싫어. 추우면 아프잖아. 아픈 거보단 낫잖아." "그래 알았어.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기름이 팡팡 나왔으면 좋겠다." 구들방에서 자글자글 지지고 우리는 시골 농가를 사 조금 고쳐 살고 있다. 본래 우리가 샀을 당시엔 방마다 구들이 다 놓여 있었지만 우리는 구들의 장점을 그때만 해도 잘 몰라서 구들장을 뜯어내고 보일러를 깔고 말았다. 그리고 나무와 기름을 같이 땔 수 있는 보일러를 놓았다. 위채 방 하나는 구들을 그냥 살려놓았는데 겨울만 되면 우리 부부는 그 방에서 지낸다. 장작 몇 개만 때면 하루종일 잘잘 끓는 방에서 지낼 수 있으니 연료 효율적인 면으로 봐서는 구들방만한 방이 없는 거 같다. 그에 비해서 나무와 기름을 혼용해서 때는 화목보일러는 나무를 엄청 많이 먹는 하마다. 그리고 시간 맞춰서 나무를 때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도 기름값이 하도 비싸서 지난 겨울에는 나무만 땠는데, 그래서 연료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었다. 작은 거에 별로 연연해 하지 않는 남편인데 기름만은 아낀다. 보일러 등유 한 드럼에 보통 17만 원이 넘으니 기름값이 사실 겁나기는 겁난다. 한겨울에 기름만으로 보일러를 돌린다면 우리 집 같은 경우엔 아래 위채 합해서 한 달에 4드럼으로도 모자랄 정도다. 그러니 기름을 아끼지 않을래야 안 아낄 수 없는 거다. 한겨울에는 타이머로 맞춰놓고 4시간마다 보일러가 돌아가도록 해놓았다. 날이 좀 풀리자 남편은 실내온도에 맞춰서 '지정온도'가 되어야지만 보일러가 돌아가도록 해놓았다. 그런데 문제는 온도를 낮게 맞추는 데 있다. 낮에는 괜찮지만 저녁이 되면 좀 추운 듯하여 나는 곧잘 타이머로 바꿔버리곤 한다. 여보, 돈 날아간다! 보일러가 윙하고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 남편은 긴장한다. "여보, 보일라 좀 낮춰 또 돌아가잖아." "아유 여보, 내가 일부러 타이머로 해놨어. 밤엔 좀 뜨뜻하게 지내야지." "응, 그래도 너무 돌아간다. 기름이 우리나라에서 나왔으마 좋겠네…."
열병합발전소가 있는 신도시 아파트에 살 때는 겨울에도 반소매 옷으로 살았다. 뜨거운 물도 아무 때고 펑펑 쓰면서 살았고 추운 줄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살아도 연료비는 생각 보다 많이 나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시골로 이사 온 그해 겨울 우리는 추워서 덜덜 떨면서 지냈다. 이제는 적응이 되어서 괜찮지만 한 번씩 우리 집에 놀러 오는 도시 사람들은 춥다고 어깨를 있는 대로 옹송그리다 돌아간다. 애초에 집을 수리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보온 관계였다, 어떡하든 춥지 않게 하려고 벽이랑 천장을 두껍게 손봤다. 그래서 우리 집은 그다지 추운 편이 아니다. 그래도 보일러 돌리다 보면 기름값이 장난 아니게 나왔고 그래서 우리는 가을만 되면 나무 들여놓을 궁리에 머리를 짜곤 한다. 늘 의문이 든다. 정부에선 이런 거를 알까. 보일러 기름값이 너무 비싸다는 걸 알기나 할까. 기름값이 무서워서 떨면서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을까. 보일러 등유 가격을 좀 낮춰주든지 아니면 시골 사는 사람들한테 어떤 혜택을 줄 순 없는 걸까. 기름값 아끼려고 늙은 몸뚱이 끌고 산에 다니면서 나무해서 때는 노인네들을 보면 어떤 땐 속상하기도 한다. 또 돈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빨리 가서 보일러 온도를 낮춰야겠다.
첫댓글 그래서 부자 되는 겁니다...기름값 비싸서 구들방 다 놓으면 훈날에는 산림이 망가질 것이고..참 말로 걱정이네요
날씨라도 풀리니 다행입니다
큰일이랑게요. 이렇게 지름값이 천정부지로 오른게요.
저도 난방비가 얼마인지 ....무심코 지나치는 고지서 확인하면 부부쌈 날까 그냥지나칩니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그래도 뜨근뜨근 보는게 감기걸리는거보다 싸요 ㅎㅎㅎㅎㅎㅎ
모두다 구둘방을 놓을순 없겠지만 시골에서 만이라도 구둘방 놓으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시골가서 집 지으면 필히 구둘방 놓을려고 합니다. 기름?도 만만치 않지만 특히 결울엔 뜨끈 뜨끈 지질수 있으니 너엄 좋을것 같네요
절절 끓는 구들황토방이 왔~~땁니다요. 인자는 궁둥이 따따하믄 허리 지지고 싶드만요. 얼릉 장작패는 집으로 가야 할것인디요.
MB정부가 자원에너지 개발 외교에 최선을 다한다고 ... 언제나 현실에 와 닿을지는 모르지만...... 어쨋건 관리비가 저희집에 4분의 1정도 밖에 안되는 엘룽엘룽님이 부럽습니다. 우리집은 그렇게 살면 얼어 죽어요. 솜이불도 엄서요~~~~~^^*
저의 집과 비교해보면 수도료는 비슷한 것 같은데 난방비가 1/8 수준 정도 되는 것 같네요. 개별 보일러를 사용하고 있지만 무척 차이가 많이나 보입니다. 24시간 동안 풀 가동해도 이 정도라니 부럽습니다.
저도 어언 20 여년간 용광로와 함께.... 난방비 작게 들어서 좋으시겠어요.... 그래도 저는 주택단지내 살지 않습니다. 그런 좋은 것도 있겠지만 저는 어쩐지 울타리안에 사는게 싫더라구요... 차라리 황토집에서 이불 두장 덮고 잠자는게 더 좋습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