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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에 관한 김윤석기자님 기사가 보여서 참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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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시대의 중심에 놓인 약하고 작은 개인들이 거대한 진실을 쫓아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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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KBS
[스타데일리뉴스=김윤석 기자] 유일하게 스포일러가 허용된 장르일 것이다. 드라마가 시작하기도 전에 어떻게 끝날 것인가를 미리 안다. 알고 있으면서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어떻게 끌고갈 것인가를 궁금해한다. 기존에 알고 있는 인물과 사건과 배경을 가지고 최대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며 새로운 이야기로 완성해간다. 어렵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장르가 바로 역사드라마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천명>은 참으로 대담하면서도 치밀하기까지 한 역사드라마일 것이다. 익숙한 배경일 것이다. 장희빈과 함께 드라마의 소재로써 가장 자주 많이 쓰여져왔던 것이 바로 조선중기 중종에서 명종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역사일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시기다. 중종의 뒤를 이어 즉위한 인종이 9개월만에 요절하고 명종이 즉위하면서 문정왕후와 그 일족의 전횡이 시작되는. 19세기 조선말의 세도정치와 함께 조선의 암흑기라 일컬어지는 그 무렵이다. 다만 지금까지의 다른 드라마들과는 달리 드라마 <천명>에서는 정난정의 존재가 아예 배제되어 있다. 철저히 장차 왕위에 오를 인종의 세자시절을 중심으로 드라마는 진행된다.
물론 역사에는 없는 장면이다. 감히 적장자로서 세자에 책봉되어 장차 보위를 이어맏게 될 국본에 대해 자격을 논하려 하다니. 그것은 왕권에 대한 정면도전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역적으로 몰려 멸문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중대한 죄일 것이다. 조선의 역사에서 세자의 자격이나 자질에 대해 신하들이 공공연히 말할 수 있는 경우는 왕이 이미 그런 쪽으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나 가능했다. 왕이 허락했을 때 신하들도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세자에 대한 암살시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라가 뒤집어지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치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무리한 설정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인종에 의해 조광조의 죽음으로 인해 중단되었던 개혁이 다시 추진되었고, 인종이 요절하고 난 뒤 문정왕후와 외척인 윤원형에 의해 세조 이후 조선의 국정을 주도해 온 훈구파의 폐단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김치용(전국환 분)과 윤원형(김정균 분) 등이 모의하는 주위로 장막에 가리워진 채 보이는 그림자들이 바로 그들을 나타내고 있었다. 조광조의 개혁을 좌절시키고, 인종의 죽음 이후 인종의 개혁마저 원점으로 되돌린 채 전횡과 부패를 일삼던 훈구파의 세력이 김치용과 윤원형, 그리고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문정왕후(박지영 분)를 중심으로 모인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인종이 문정왕후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야사로 이어진다.
즉 조광조의 개혁을 이어받으려 했던 인종과 인종의 죽음 이후 훈구파로 인한 폐단이 극단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실제의 사실을 인종독살설과 연결하여 세자시절의 인종이 문정왕후를 중심으로 한 훈구파와 대립하는 극적 구도를 만드는 것이다. 왕이 되어 조광조가 미처 이루지 못한 개혁을 이루고자 하는 인종과 그것을 막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훈구파와의 대립을 통해 보다 극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구도로서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실제의 역사적 인물들 사이의 갈등이라기보다는 실재했던 사실들 사이의 모순과 충돌을 도식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정난정이 배제될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이다. 정난정은 단지 결과에 불과했으니까. 원인은 바로 훈구파의 기득권, 그리고 인종은 훈구파의 폐단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전환기에 그것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존재로써 그 중심에 서게 된다. 왕권마저 위협하며, 심지어 군사를 일으켜 왕을 갈아치우려는 모의마저 서슴지 않는 기득권 훈구파와 맞서며 오히려 궁지에 몰리는 세자 이호를 통해 당시 조선이 처해 있던 현실적 모순들을 드러낸다. 민도생(최필립 분)의 죽음이나 누명을 쓰고 쫓기는 최원(이동원 분)의 이야기는 그 수단에 불과하다. 결국 의관으로서 양심과 자존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해야 했던 민도생이나, 오직 딸걱정 뿐인 아버지 최원이 어느새 역사의 중심에서 무고하게 죄를 뒤집어쓰고 쫓겨야 하는 현실이 바로 당시의 상황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과장되었지만 전체적 맥락은 틀리지 않다.
조선판 '도망자'를 만들어보겠다던 애초의 의도는 그래서 한양 주위만을 맴돌다가 어느새 권력의 음모를 쫓는 추격자들의 이야기로 바뀌고 만다. 이제는 죄인이 되어 버린 전직의관 최원과 일개 의녀로서 음모의 관련자 가운데 하나인 장홍달(이희도 분)의 양딸이기도 한 홍다인(송지효 분), 그리고 오로지 범인을 쫓는 한 가지만을 생각하는 의금부도사 홍역귀 이정환(송종호 분), 그들의 중심에 있는 세자 이호까지. 하지만 적은 너무나 크고 강하고 그래서 매번 단서를 찾는 듯 싶다가도 결국에 오히려 밝혀지는 진실 만큼이나 한참 후퇴하여 더 큰 위기에 내몰리고 만다. 과연 그들은 승리할 수 있을까?
비극은 예정되어 있다. 인종은 죽는다. 문정왕후는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올리고 대비로서 조선의 국정을 주도하게 된다. 윤원형은 문정왕후를 배경으로 권력을 쥐고 국정을 농단하게 된다. 이 시기 조선사회의 누적된 모순이 임꺽정(권현상 분)이라고 하는 큰도적을 만들어낸다. 아직까지는 임꺽정이 도적의 우두머리는 아니기에 개팔손(박선우 분)의 불안한 행보가 거칠(이원종 분)의 화적무리에도 안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결국 세자 이호는 왕위에 즉위하고 인종이 된다. 그 과정에서 최원과 그의 딸 최랑(김유빈 분)에게도 잠시의 좋은 꿈을 꿀 수 있는 날들이 있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드라마는 그 즐거웠던 순간만을 마지막으로 이후의 이야기는 가정속에 남겨둘지도 모르겠다. 너무 어둡다.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이미 모든 사실들을 낱낱이 드러내고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었다. 어누구에 의해 어떤 일들이 어떻게 일어났는가 모두가 알고 있다. 오히려 중심은 그것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김치용을 중심으로 한 훈구파의 탐욕과 악의와 그것들의 거대함이었을 것이다. 개인이나 심지어 왕위를 이어받을 국본인 세자의 힘으로도 감히 어찌할 수 없는 그 뿌리깊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정치드라마다. 정치를 배경으로 그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작고 약한 개인을 그려낸다. 그런 작고 약한 개인을 통해 역사라고 하는 거대서사를 단순화시켜 집중한다. 역사를 알아서 재미있고, 역사를 몰라서 흥미롭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호흡이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이 숨가쁘기도 하다.
로맨스도 달달하다. 죽은 아내를 그리며 오로지 딸만을 생각하는 아버지 최원과 어린시절 은인인 그를 위하려는 홍다인의 애닲은 보은의 마음, 그리고 딸 최랑이 그들 사이에서 다리가 되어준다. 틱틱거리면서도 최원의 동생 최우영(강별 분)은 어느새 이정환과 이어지려는 듯하다. 하지만 역시 중심은 선굵은 시대의 이야기와 그에 휩쓸리면서도 어느새 중심에 서 있는 개인의 이야기다. 비장하고 무겁다. 팔불출 딸아빠가 진지해지려 한다.
처음 어색하던 이동원의 연기가 갈수록 자리를 잡아간다. 건들거리는 날라리 의관의 모습에서 시대의 중심에 선 무게감있는 모습으로 자신을 진화시켜간다. 완벽하게 세자 이호의 모습이 되어 있는 임슬옹도 주목해 볼 만하다. 목소리가 진중하고 연기가 침착하다. 적당한 그림자가 세자 이호가 놓인 현실을 말해준다. 잘생기기까지 했다. 최랑을 연기한 김유빈은 귀엽다. 배우들을 보는 재미 또한 무척 쏠쏠할 것이다.
역사드라마라고 반드시 역사적 사실에만 충실할 필요는 없다. 결국은 드라마다. 재미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을 과감하게 역사적 사실들을 바꾸면서도 더 단순화시켜 선명하게 드러내는 치밀함을 보인다. 드라마로서도 재미있다. 흔치 않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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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
이렇게 글로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주시니
기자님...넘 감사하네요..ㅎㅎㅎ
헌데...주연배우 이름이...ㅜㅜ
아래에서 8번째 줄...ㅜㅜ
저도 올리면서 오타가 맘 아팠네요ㅠ
그렇지만 난로 때부터 좋은 기사 써 주시길래 반가워서 얼른 올렸어요^^
난로때...정말 감사한 기자분이셨죠... ㅎㅎㅎ
이배우 이름을 모르시진 않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