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캠핑에는 여름에는 경험할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 숨어 있다. 부산 근교의 오토캠핑장 '낙원농원'에서 캠프 주인장 최준희씨가 캠퍼들을 환영한다며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지어보이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오들오들 겨울에…오손도손 캠핑愛
여름 캠핑의 골칫거리인 벌레들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자고 나면 생기는 나만의 오롯한 시간도 매력이지요 혼자서 술잔을 채우거나 찻잔을 채워 조용한 시간을 즐겨봅니다 배우자와 집에서 하지 못했던 둘만의 대화로 긴긴 겨울밤이 짧게 느껴집니다
살을 에는 추운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캠핑을 떠난 이상준 씨 가족이 '텐트 속 텐트'인 이너텐트에 마련된 잠자리에서 딸 윤슬 양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장갑과 목도리, 두꺼운 외투 없이 밖에 나가기가 무서운 이 추위에 한뎃잠이라니. 애들 감기걸리면 어쩌려고. 따뜻하고 편한 집 두고 뭐하는 짓이야.
겨울 캠핑족들이 숱하게 듣는 말입니다. 몇 가지는 맞는 말이지만 다 맞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집에서 해먹기 힘든 요리를 맛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1박2일'에서 이승기가 시도하려 애썼던 비어캔치킨 바비큐 조개구이 등을 야외에서 해 먹는 맛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겨울 캠핑에는 우리 가족들과 오붓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집에서는 설거지통에 손가락 하나 안 넣던 아빠가 캠핑장만 오면 요리사로 돌변합니다. 짐 싸고 텐트 치는 것까지, 아빠가 이렇게 부지런한 줄 몰랐습니다.
휴일 층간소음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아이들에게 뛰지마 하고 소리지를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형제자매나 또래가 없는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과 지내는 즐거움도 배웁니다. 아이들끼리 뭉쳐서 잘 놀아주니 엄마 아빠는 오히려 여유롭습니다.
여름 캠핑엔 모기 파리나 벌레들의 습격이 골칫거립니다. 겨울엔 그런 걱정 없으니 좋습니다. 아이들과 조용한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도 있습니다. 사춘기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캠핑을 더욱 추천합니다. 평소에는 식사 후 각자 방으로 들어가버리면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텐트라는 '속닥한' 공간에서 가족들과 '오글오글' 모여있다보면 절로 대화가 이어집니다. 가족들 마음이 풀어지니 맺힌 감정이나 날선 대화가 사라집니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서로 새로운 모습들도 발견합니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 나면 나만의 오롯한 시간도 매력입니다. 혼자서 술잔을 채우거나 찻잔을 채워 조용한 시간을 즐겨봅니다. 자신 안으로 침잠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없이 편안한 때입니다. 배우자와 집에서 못했던 둘만의 이야기를 풀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캠핑이란 공통화제로 친구가 된 캠우들과의 만남도 즐겁습니다.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엔 정도 잘 쌓입니다. 일상에 바빠 데면데면한 친형제자매보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추위도 사실 큰 문제가 아닙니다. 텐트는 실내온도 16~20도 정도를 유지합니다. 예전 산이나 계곡까지 배낭에 지고 올라갔던 텐트와는 사이즈부터 다릅니다. 마치 집을 그대로 옮겨온 듯 다양한 소품들과 편의 시설들이 빼곡합니다. 추위를 막아줄 난로, 전기장판은 기본입니다. 깨끗한 공기에다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약간의 불편함은 잊게 합니다.
한반도가 혹한에 그야말로 '후덜덜했다'는 지난 주말, 부산 근교의 오토캠핑장 '낙원농원(cafe.daum.net/bs240·기장군 철마면)'에서 캠핑마니아들을 만나봤습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캠핑이야기에 긴긴 겨울밤이 전혀 길지 않았습니다.
영하 9.1도… 칼바람 부는 날, 무슨 야외 캠핑이냐고요?
천만에요. 집처럼 아늑한 텐트에 가족과 대화할 시간 많죠,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죠, 이 만한 즐거움 있을까요?
가까운 캠핑장 지금 한번 들러보세요.
겨울 캠핑에서는 이웃과 정을 쌓을 수도 있다.
오전 최저기온 영하 9.1도. 전국의 수은주가 기록적으로 떨어진 지난 3일, 부산의 기온이다. 이틀째 계속된 강추위로 낙동강 가장자리가 얼어붙고 바닷가 갯바위도 얼음으로 뒤덮였다. 그런데 이런 날 캠핑이라니. 고개를 갸웃하다 못해 황당해 입이 벌어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생겨나는 호기심. 도대체 겨울캠핑이 뭐가 그렇게 좋길래, 이 추운 날씨에 밖으로 나갈까. 게다가 혼자도 아닌 가족 총출동이라니. '도대체, 왜'라는 물음표를 갖고 부산 근교에서 가장 가깝다는 오토캠핑장인 기장군 철마면 낙원농원으로 갔다.
도착한 시각은 오후 6시 45분께. 해는 이미 져버렸고 사방이 캄캄했다. 그런데 캠핑장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불이 켜진 텐트만 해도 여남은 개는 된다. 캠핑장 입구에서 가장 가깝게 자리를 잡은 이상준(42·부산 해운대구 반여4동) 씨 가족의 텐트가 열렸다. "신발 신으신 채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날씨가 많이 춥지요?"
머리를 숙이며 텐트 속에 들어가자 차가웠던 뺨이 금방 냉기를 잃었다. 곱았던 손가락도 금세 부드러워졌다. 텐트 속 석유난로의 온기가 텐트속에 가득해 포근한 느낌을 넘어 덥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목도리를 두르고 있던 뒷목에 땀이 나려고 해 다운 점퍼까지 벗어야 했다. 상준 씨 아내 김미경(41) 씨는 "텐트를 닫고 있으면 더워서 두꺼운 옷이 필요없어요. 여름보다는 벌레없는 겨울 캠핑이 훨씬 편해요"라고 말했다.
텐트 바닥엔 방수시트가 깔려 있고 가운데 석유 난로를 두고 테이블이 놓여 있다. 낙원농원의 최준희 대표는 "겨울 캠퍼들은 대부분 파세코의 석유 난로를 쓴다. 본래 캠핑용이 아니었는데 캠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요가 생기니 지난해부터는 캠핑용 전문 제품을 따로 출시할 정도"라며 겨울 캠핑의 인기를 전했다. 테이블 뒤로 야전 침대같은 긴 의자, 요리 준비용 키친 테이블, 물건을 올려두는 캐비넷 등이 자리잡았다. 보통 집의 가구 배치같은 느낌이었다. 가구가 놓인 곳이 거실이라면 가족들의 침실은 따로 있다.
삼겹살 파티.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텐트 왼쪽으로 분리된 공간에는 이부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미경 씨는 "텐트 속 텐트인 이너(inner) 텐트에요. 바닥에 전기요를 깔고 침낭을 많이 사용하죠. 저희는 침낭이 갑갑해서 집에서 쓰던 이불을 가져와 사용해요"라고 설명했다. 이너 텐트 앞에는 세 식구의 털 슬리퍼가 귀엽게 놓여있다. 지퍼로 여닫는 문으로 분리되지만 거실에 방 하나가 있는 작은 집과 같았다.
상준 씨는 이전에 골프를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골프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없어 항상 눈치가 보였다. 그러다 상준 씨가 지난해 6월부터 캠핑에 빠지면서 가족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취미가 됐다. 상준 씨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캠핑을 오니 가족이 더 좋아하네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아내도 아주 즐거워해서 골프는 거의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라며 활짝 웃었다.
난로 위 석쇠에선 노가리가 구워지고 있었다. 노가리가 노릇노릇해지면서 겨울 캠핑의 묘미에 대한 이야기가 익어가자 갑자기 바깥이 소란해졌다. 조용일(46·경남 양산시 주남동)·편미향(44) 씨 부부가 도착해 텐트를 칠 준비를 시작한 것. 용일 씨가 상준 씨에게 도움을 청하고 두 사람은 금방 텐트 한 동을 완성했다. 그러더니 용일 씨 부부는 딸 한샘(10)양을 데리고 집으로 가겠다며 인사를 했다. 4일 토요일이 한샘양이 등교하는 날이라 미리 텐트를 쳐 놓고 가는 거였다.
최 대표는 "다음카페의 회원에게 드리는 특전이다. 미리 텐트를 쳐 두고 다음날 와서는 내부만 세팅하면 되니 훨씬 편하죠"라고 알려줬다. 그는 "캠장(캠프 주인장)은 손님들의 비서가 돼야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최종 목표는 카페 회원들로만 캠핑장을 운영하는게 목표"라고 했다. 낙원 농원엔 텐트 70~80동 정도를 설치할 수 있다.
상준 씨 가족의 딸 윤슬(4)양이 어느새 사라져 찾았더니 미경 씨는 "옆 텐트에 놀러가 있나봐요"라며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윤슬 양은 아래쪽 이주용(40·부산시 중구 보수동) 씨의 두 아이들과 뛰어노느라 바빴다. 마침 주용 씨는 불을 피워 삼겹살을 굽고 있었다. 직화구이 삼겹살은 기름을 뚝뚝 떨어뜨리며 맛있게 익어갔다.
주용 씨는 "지난해 5월 양산에 있는 오토캠핑장을 가보고는 캠핑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이들도 좋아하니 아내도 따라 나서더라"며 웃었다. 주용 씨의 아내 김연지(32)씨는 "처음에는 좋은 줄 몰랐다. 그런데 딸 수빈(7)이와 아들 진혁(6)이가 한 번 가보더니 집짓는데 가자며 졸라대더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야기 도중 이너 텐트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났다. 생후 6개월 된 막내 성민이었다. 연지 씨는 "지난해 9월 낳은지 한 달 된 애를 데리고 고성 당항포도 갔었다. 그땐 솔직히 싫었지만 이제는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니까 만족한다"고 했다. 주용 씨의 취미는 프라모델 만들기.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프라모델에 집중해 아내와 이야기할 시간도 거의 없었다고. 결국 주용 씨네 가족도 캠핑으로 가족애를 더 쌓을 수 있게됐다.
캠핑족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예전엔 캠핑의 마지막이 차 바꾸기였단다. 자꾸 많은 장비를 사다 보니 그것들을 운반할 수 있도록 큰 차로 바꾸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엔 아내와 가족을 바꾸는 것이 목표가 됐다. 아빠가 캠핑을 시작하면 가족 모두가 캠핑 마니아로 돌아선다는 뜻이다. 이 겨울에 뭐하러 한뎃잠을 잘까 하는 생각이 캠핑장에 오니 조금 변했다.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할만한 매력을 가족 모두가 느끼는 구나로.
# 캠핑장 꼴불견 8
캠핑은 열린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지내야 하므로 기본적인 매너가 가장 중요하다. 캠핑 매너와 함께 초보 캠퍼에게 보다 즐거운 캠핑을 즐기기 위한 당부를 모았다. 19만 명의 회원을 가진 국내 최대 캠핑동호회 캠핑퍼스트(초캠) 운영자 이동환 씨와 지역 캠핑용품 업체 위켄즈 신준곤 대표의 도움을 얻어 캠핑 매너를 정리했다.
1. 이른아침, 늦은 밤 시끄럽게 하는 당신
어린아이들은 해가 뜨면 일어나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즐겁게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단잠을 방해하는 것은 예의없는 일. 저녁때 소음은 주로 어른들의 문제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한 잔 기울이다보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캠핑장에서 고성방가는 정말 한심한 일이다. 디지털 소음도 마찬가지.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이라도 내가 듣고 싶지 않으면 소음에 불과하다.
2. 캠핑장에서 레이싱 하는 당신
캠핑장내에서는 서행이 기본. 아이들이 뛰어들 수도 있고 다른 캠퍼의 장비를 밟을 수도 있다.
또 지나간 뒤 일으키는 먼지도 문제. 자동차 경보음도 잊어서는 안된다. 야간에는 경보음 설정을 해제하는 것이 좋다. 늦은 밤에 도착하는 경우, 자동차 시동을 끄는 것이 예의다.
3. 샤워실 등 공동 시설을 더럽게 쓰는 당신
캠핑장 뿐 아니라 어디든 공동시설은 깨끗하게 써야한다. 당신부터 깨끗하게 쓰지 않으면 다른사람도 마찬가지다.
4. 나만 널널하게 쓰면 된다는 당신
먼저 도착한 사람이 너무 많은 공간을 사용하면 이후에 들어오는 캠퍼는 자리찾기가 어렵다. 또 다른 텐트와 너무 떨어져서 구축하는 것도 비매너다. 텐트 줄이 얽히지 않는 정도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
5. 분리수거는 집에서나 하는 거라는 당신
텐트를 치고 머무르는 동안 그곳이 당신의 집이다. 사이트(텐트를 치는 공간)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기본중에 기본이다.
6. 캠핑장 불꽃놀이가 제맛이라는 당신
소음 뿐 아니라 부상의 위험과 텐트 등의 장비에 손상이 갈 수 있으므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텐트 등 장비 대부분은 불똥만 튀어도 구멍이 난다. 타인의 고가 장비를 상하게 했다면 당신의 캠핑은 낭만이 아니라 악몽으로 돌변할 것.
7. 천방지축 반려동물 나몰라라는 당신
반려동물과 함께 캠프장을 찾을 때에는 사전에 동행이 가능한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 또 캠프장 안에서는 반드시 목줄 또는 하네스를 채워 관리해야 한다. 당신에겐 가족이지만 타인에게 공포감이나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분변 처리도 확실히 하는 매너가 필요하다.
8. 고가 장비 자랑 늘어진 당신
비싼 장비가 있다고 캠핑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초보 캠퍼의 경우 자신의 형편에 알맞은 장비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동호회 등에 가입해 중고 장비로 시작하는 것도 권장한다. 선무당이 장구 탓하는 법. 장비는 최대한 천천히 갖추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