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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던 대문호 괴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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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49년 8월 28일 태어난 독일 문호 괴테는 1825년 자택을 방문한 한 영국인에게 독일어의 우수성을 열정적으로 자랑했다.
“귀국의 젊은이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독일어를 배우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문학이 배울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 때문만 아니라, 이제 독일어를 잘 이해하기만 하면 다른 말을 많이 알지 못해도 되기 때문이지요. 다만 프랑스어만은 배워야겠지요. 프랑스어는 사교 언어이고, 특히 여행 중에는 없어서는 안 되니까요. 누구나 알고 있어서 어디로 가든 통역 대신에 그 말로써 일을 볼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그리스어나 라틴어, 이탈리아어나 스페인어의 경우 이들 나라의 최고 작품은 훌륭한 독일어 번역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그 말들을 배우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독일인의 본성 속에는 모든 외국의 것을 그 본래 모습대로 평가하면서 이질적인 특성에 자신을 동화시키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의 언어는 매우 유연합니다. 그 때문에 독일어 번역은 매우 충실하면서도 완전한 것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좋은 번역이 있으면 시야가 매우 넓어진다는 것입니다. 프리드리히 대왕은 라틴어를 몰랐기 때문에 프랑스어 번역으로 키케로를 읽었답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원어로 읽는 것 못지않게 훌륭하게 읽었던 거지요.”
우리도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한다. 그런데 우리의 한글 자랑과 괴테의 독일어 자랑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는 한글의 ‘과학성’을 자랑하는데 괴테는 독일어의 ‘콘텐트’를 자랑한다. 과학성과 콘텐트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한글은 독일어의 원형인 로마 글자보다 무려 2000년 뒤에 ‘창제’된 글자다. 최신형 컴퓨터가 우수하듯이, 최신형 문자가 과학적으로 우수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연한 걸 자랑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문자는 무엇보다 지식을 전달하는 그릇이다. 아무리 우수한 ‘그릇’이라도 그 안에 담긴 ‘음식물’이 함량 미달이라면 허망하다. 허기진 배로 그릇만 상찬해서 무엇 하겠는가. 우리가 한글보다 과학성에서 뒤떨어진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콘텐트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번역이 얼마든지 있어서 한글만 알아도 전 세계의 고급 지식을 얼마든지 섭렵할 수 있다고 자랑할 날이 우리에게는 언제 올까. 괴테는 이미 200년 전에 독일어가 그 수준에 도달했다고 자랑했다.
박상익(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서양사) |
첫댓글 뭐~슈퍼컴이 있어도 그걸 활용못하는 우리의 기상청이 좋은 예가 될수있을까요? 과학적 우수함은 인정되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컨텐츠(스프트웨어)의 무능함이란...
소프트파워의 핵심은 콘텐츠이건만...
맞아요. 아무리 우수한 한글이어도 콘텐트가 풍부하지 못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것이죠. 영어를 배울 때마다 우리나라 한글도 세계 사람들이 배웠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한글만 알아도 전 세계의 고급 지식을 얼마든지 섭렵할 수 있다고 자랑할 만한 콘텐트가 있어야겠지요??ㅜㅜ 독일의 괴테도 200년전에 그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자랑하였는데 우리나라라고 못할 건 없다고 봅니다. 꼭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한글을 자랑할 날이 오겠죠??^^
아무렴, 그런 날이 꼭 올거야...^^
민정이 개근상 줘야겠어...^^V
방학 때 "교수님 칼럼 읽기" 계획을 세웠거든요.^^
그리고 매일 새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어 좋구요.ㅎㅎ
계속 들어오다보니깐 이젠 컴퓨터만 켜면 습관처럼 카페에 들어오게 되네요.^^
기특한 민정이^^..근데 중앙에서 <그때오늘> 그만두고 <시평>을 쓰라고 했어. 6월 말일자로. 하지만 <시평>에서도 역사 얘기는 계속 나올꺼야. 문제는 중앙에서 <시평>을 맡으니 한국일보에서 시평을 두 신문에서 맡는 건 곤란하다네. 그게 언론계 관행이래. 그래서 한국일보도 정리했어. 앞으론 3주에 하나씩 <중앙 시평>만 쓸거야. 덕분에 나도 숨돌리고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됐지. 지금 큰 책 하나 번역하고 있어.
아 그렇군요...한국일보 시평은 읽지 못해 아쉽지만 3주에 하나씩 나오는 <중앙시평>은 꼭 챙겨 볼게요.^^ 교수님도 많이 바쁘시네요...정말 열심히 생활하시는 교수님의 모습을 바라보면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쪼록 '폭염' 조심하시구요, 교수님께서 번역하시는 책 기대하고 있을게요.ㅎㅎ
내 책에서도 말했지만 번역은 정말 '노가다'야. 힘이 많이 들어. 젊어서 해야 할 일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