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운 좋은 날!≫
오늘은 손주와 둘이 달랑 있는 날이다.
집사람은 고등하교 친구모임에 가면서 체크카드를 던져 주고 간다.
“카드로 손주랑 점심 해결하세요!.”
무슨 선심 쓰듯이 말하고선 휑하니 나간다.
‘원, 흥부가 기가 막혀!’
택껸 도장에서 심사를 마치고 온 손자에게
“○○야, 점심은 막국수 먹을러 갈까?”
“싫어요, 라면 먹으러 가요.”
나는 찍 소리 못하고 분식집으로 라면을 먹으러 갔다.
어느 집이나 대동소이하지만, 우리 집에서도 손주가 서열 1위다. 서열 꽁찌인 내가 어디 군말을 할 수 있겠는가.
라면을 시켰다. 라면의 종류도 서너 가지나 된다. 한 그릇에 2,500원이다. 나는 별로지만 손주는 라면을 억세게 좋아한다.
왼손으로도 가는 국수가락을 족집게로 잡듯 잘도 건져 먹는다. 참으로 맛나게 먹는다.
먹고나서 집으로 가는 도중에 손주가 하는 말이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오늘나 때문에 억세게 운이 좋은 날이에요.”
“무슨 운이 좋아?”
“막구수를 먹었으면 14,000원인데, 라면을 먹어서 5,000원밖에 안 들었잖아요.”
소주는 할애비에게 무슨 시혜나 베푼 것처럼 말한다.
‘억세게 운 좋은 날!’
과연 손주 말대로 나는 억세게 운이 좋은 날인가 보다.
첫째, 14,000원 들 것 5,000원 들었으니 9,000원 이득이다.
둘째, 오늘 산책길에서 길을 건너라고 어느 운전자가 손을 들어 양보한다.
셋째, 어느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늙수구레한 교통지도원 할아버지가 미소를 띠며 인사한다.
이렇게 오늘 나는 ‘지상의 천사들’을 만났으니 ‘억세게 운 좋은 날!’이다.
남은 돈으로 로또 복권이나 사야 되지 않을까?
***
≪민주주의의 불행한 결함≫
4·11 총선이 보름 여 앞으로 다가왔다.
☞ 미국 정치명언(famous sayings about politics) 중에
"민주당 의원도 많고,
공화당 의원도 그리 많은데,
미국 의원은 왜 이리 없는가"라는 것이 있다.
(주저리주저리 1)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여당 국회의원도 많고,
야당 국회의원도 그리도 많으나,
한국 국회의원은 눈을 씻고 봐야 한다.
☞ "의원들은 돈 없는 사람들에게선 표를,
돈 많은 사람들한테선 선거자금을 얻으면서(get votes from the poor and campaign funds from the rich),
서로 다른 쪽으로부터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한다(promise to protect each from the other)"는 비아냥도 있다.
(주저리주저리 2)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마다 뻔한 공약(空約)을 한다.
알면서도 우리는 찍는다.
그리고 속고
손에 장을 지진다.
☞ 투표는 해야 한다.
나쁜 정치인들은 투표하지 않는 좋은 시민에 의해 선출된다(be elected by good citizens who do not vote).
그러나 일반인 대부분은 올바른 후보를 고르기에 너무 둔하다는(be too dumb to pick the right candidate) 연구결과가 나왔다. 코넬대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의 능숙도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be inherently unable to judge the competence of other people) 한다.
민주주의는 유권자 대다수가 최고의 후보자와 정책안을 알아본다는(recognize the best candidate and policy idea) 추정에 근거하는데(rely on the assumption)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제 개혁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lack expertise on tax reform) 유권자는 실제 전문성 있는 후보를 식별해내지 못한다.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필요한 내적인 수단이 결여돼 있기(lack the mental tools needed to accurately evaluate judgments)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지적기능에 관한 한(when it comes to their own intellectual skills) 자기기만에 빠져 있다(be self-delusional). 테스트를 해보면 실제로는 꼴찌 결과를 보이는(actually perform at the very bottom of pile) 사람들조차 자기를 '평균 이상'으로 평가한다(assess their own performance as 'above average').
하물며 다른 사람의 지적기능에 대해선 더더욱 판별력이 없을(be undiscerning about the skills of others) 수밖에 없다. 특정 분야에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데(have gaps in their knowledge in a given area), 어떻게 그 분야 남의 능력까지 감정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온갖 엉터리 약속을 하며(promise the moon) 당선만 되고 보자는 정상배들에겐 아주 반가운 소식이(be music to the ears of political hacks) 아닐 수 없다.
(주저리주저리 3)결국 우리는
군맹무상(群盲撫象 :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하는) 같은 투표를 한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는 물갈이가 많아 누가 누군지 잘 알 수가 없다. 우리는 대충이라는, 이분법적 판단에 의거 투표하기 쉽다.
이런 생각을 한다. 흑백(黑白) 사이에 회색(灰色)이라는 중간 디테일(detail)도 생각을 해보자!
☞ "투표 참여 거부에 대한 형벌 중 하나(one of the penalties for refusing to participate in voting)는 결국 당신보다 못한 사람들의 지배를 받게 되는(end up being governed by your inferiors) 것"(플라톤·고대 그리스 철학자)이라고 했다.
☞☞ 그럼 우리는 어떻게 투표해야 할까.
한 가지만 보면 된다.
정치꾼(a politician)은 다음 선거 생각만 하고(only think of the next election),
훌륭한 정치인(a statesman)은 다음 세대를(of the next generation) 생각한다.
(주저리주저리 4)
결국 우리 정치 현실에는
정치꾼만 득시글득시글하지,
정치인은 별로 없다.
여당 대표건 야당 대표건,
그저 표를 얻기 위해선
망해가는 길이 뻔한 퍼주는 복지정책을 남발한다.
틀림없이 망해가는 정책인데,
그 예산이 나라를 팔아도 안 되는 어마어미한
돈인데,
정치꾼이라는 욕망의 전차는 무한궤도처럼 질주한다.
그래도 어떻게 하나?
그나마 눈을 부릅뜨고 그나마 난 사람을 뽑자.
기가막히다.
소위 국가의 대표인 국회의원 선거에
세금 한 푼 안 낸 입후보에
범법자에
성추행에
……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아, 오호통재라 !!!
Jung youn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