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지성(志誠) 김 창 희 변호사 아파트 내에서 도난사고가 났다면 관리회사에게 배상책임이 있는가? 그 책임의 존부는 주로 용역계약 내용, 경비원 과실 유무에 따라 다르나 관리회사, 경비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표돼 있는 하급심판례를 소개한다.
◈주간연속 절도사건:복도식 아파트에서 절도범이 낮에 연속적으로 6가구의 아파트 방범망을 파손해 세대내부의 물품을 훔치는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경비원들이 규정대로 순찰을 돌지 않아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도난사고 발생 당시 경비원이 순찰업무를 다소 소홀히 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경비용역계약서에서 경비회사는 사유재산의 도난에 대해 원칙적으로 책임지지 않도록 규정돼 있는 점, 경비 직원 1인당 관리하는 세대수가 140세대가 넘는 점, 경비 직원들이 순찰 이외에도 주변 청소나 교통 정리 업무도 담당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경비 업무 중 아파트의 순찰은 사실상 공용부분인 주차장, 엘리베이트, 계단 등에 한정된 것이고, 경비 근무자가 아파트의 엘리베이트에서 각 세대까지 연결되는 내부 복도까지 일일이 순찰할 것을 기대할 수 없어 경비원들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하주타장에서 발생한 카오디오 도난사고:피해자가 22:30경부터 다음날 04:00경 사이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시켜 뒀는데 그 사이에 승용차 내의 카오디오를 도난당한 사건이다. 피해자는 경비원들이 아파트 단지 내의 경비를 소홀히 해 도난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카오디오 설치비용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먼저 경비원들이 출입통제상의 잘못이 있는지에 관해, 이 사건 아파트의 경우 정문과 후문 경비실 외에 외곽을 방비할 수 있는 경비실이 없어서 정문과 후문을 통하지 않고 출입하는 사람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해 경비원들에게 출입통제상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경비원들의 순찰상 과실 여부에 관해, 지하주차장 면적이 15,000㎡ 이상이어서 경비원들이 모든 곳을 제대로 순찰하기란 용이하지 않고 경비초소도 모두 지상에 있어 순찰 후 다음 순찰 사이에 지하주차장에서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비록 지하주차장 벽면에 설치된 무인카메라가 경비실과 연결돼 있더라도 고정식인데다가 지하주차장이 매우 넓어 모든 구역까지 세세하게 녹화촬영할 수 없었을 것으로 봐 경비원들에게 순찰상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고 관리회사의 책임을 부정했다.
◈해외여행으로 집을 비운 사이 현관물을 파손해 침입한 사건:추석연휴 동안 해외여행을 떠난 사이 절도범이 현관문 자물쇠를 파손한 후 침입, 귀금속류를 훔친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아파트 현관 출입문 옆 경비실에 있는 경비원들이 현관의 출입통제를 제대로 못해 손해가 발생했으므로 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경비원들이 추석연휴기간 중 일부 시간 동안 현관 출입문의 보안시스템을 해제해 출입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도록 한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보안시스템을 해제한 기간 동안 녹화된 CCTV를 검색해도 수상한 사람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경비원들이 출입문을 개방해놓고 자리를 비운 사이에 절도범이 출입문을 통과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했다.
◈중요물품 보관 고지의무의 유효성:한편 마지막 사건 아파트의 용역계약에서 “아파트 안에는 현금, 유가증권, 귀금속 기타 중요물품을 보관하지 않음을 원칙으로 하고 부득이 보관해야 할 사유가 있을 때에는 아파트 입주자는 반드시 보관사실을 경비원에게 고지하고 확인시켜야 하고, 확인시키지 아니한 귀중품의 도난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피해자는 이 계약조항이입주자의 사생활과 재산이 노출되는 점이 있어 입주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규정으로 타당성이 결여돼 무효라고 주장했는데, 법원은 세대 안에 보관된 고가의 귀금속류는 입주민이 부재시 발생한 도난사고에 관해 관리업체에 배상책임을 물음에 있어서 범위를 특정하기 위해 고지의무를 요구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허위도난신고나 도난물품의 가격을 과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최종적인 주거지로서 완전한 사생활이 보장돼야 하는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에게 자신의 판단에 따라 귀금속을 비밀리에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사생활과 재산권의 비밀을 침해할 수 있는 점, 이러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입주민이 귀중품을 도난당했을 때 도난당한 귀중품의 존재와 가격은 피해자가 입증하도록 돼 있으므로 관리업체에게 특별히 불리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보면 위 계약조항은 현저히 부당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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