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9일
원호리-구미정-구미고등학교-도심사-주능선-원호리
약7km
나그네 한 몸으로
두 길 다 가 볼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덤불 속 굽어 든 길을
저 멀리 오래도록 바라보았네.
(로버트 프로스트 걸어보지 못한 길 중)
목적지를 정하는 순간 수없이 많은 길이 거미줄처럼 내 머리를 엮는다.
익숙한 길은 안정적이라서 좋지만, 걸어보지 못한 길은 오래도록 바라보게 될까봐
기어이 가 보게 된다.
다리가 조금씩 앙탈을 부리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 아직도 그런 길이 내 앞에 남아 있다는 것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닐진대 오늘도 나는 그 길 위에 서있다.
오늘은 지난번 들성지에서 구미정코스를 밟으며 눈여겨 둔 길을 밟기로 했다.
구글지도로 위치를 찾으니 원호동이 그 시작점으로 나왔다.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친구와 나는 각자의 승용차로 움직였다.
한누리아파트에서 구미정까지 2.8km의 이정표를 따라 산을 오른다.
생강꽃은 노랗게 피어 봄이라 외치는데 내가 아는 봄은 결코 아님이 안타깝다.
1시간만에 도착한 구미정에서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시니 돌아가기엔 이른 시간,
어느새 우리는 또 하나의 길 위에 서 있다.
구미정에서 가파른 길을 따라 내리니 구미가톨릭요양병원 건물이 보이고
구미정 0.3km 들성지3.3km 이정표를 만난다.
구미고등학교 담벼락을 끼고 도심사 우측 삼은바위쪽으로 0.4km 오르니 이탈했던 능선과 다시 만난다.
깃대봉을 지나 한누리아파트에 도착, 2시간30분의 산행을 종료한다.
오후의 일정을 기다리며 남은 시간 다시 밟은 들성지
물그림자 속 어미자라 새끼자라 까불까불 즐겁다.
너희들은 봄을 맞아서 참 좋겠다.
숲 속 두 갈레길이 아직 내 앞에 있으니 나도 참 좋다고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