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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반야바라밀경 제10권
27. 살타파륜품(薩陀波崙品)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구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살타파륜(薩陀波崙)보살이 지금 뇌음위왕(雷音威王)부처님께서 계신 곳에서 행하는 보살도(菩薩道)처럼 해야 한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살타파륜보살이 반야바라밀을 어떻게 구했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살타파륜보살이 반야바라밀을 구할 때는 세상일에 의존하지 않고 목숨을 돌보지 않고 이익을 탐하지 않았으니 그때 인적이 없는 숲 속의 공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동쪽으로 가면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듣고 이를 얻을 것이니,
그곳으로 갈 때는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졸립다고 생각하지 말고, 먹을 것을 생각하지 말고, 밤낮을 생각하지 말고, 추위와 더위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은 일은 생각하지도 말고, 보지도 말고 헤아리지도 말며, 아첨하여 비뚤어진 마음을 여의며, 잘난 체하고 남을 얕보지 말아야 한다.
모든 중생의 모양을 반드시 여의고, 모든 이익과 명예를 반드시 여의고, 훌륭한 법을 내지 못하게 하는 5개(蓋)를 반드시 여의고, 시기하는 마음을 반드시 여의고, 또 안과 밖의 모든 대상을 분별하지 않아야 한다.
갈 때는 좌우를 돌아보지 말 것이며, 앞과 뒤도 생각하지 말고, 위와 아래도 생각하지 말고, 사방도 생각하지 말고, 색과 수ㆍ상ㆍ행ㆍ식을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왜냐 하면 만약 색과 수ㆍ상ㆍ행ㆍ식을 움직이면 이것은 불법을 행하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니, 이와 같이 행하는 사람은 반야바라밀을 얻지 못한다.’
살타파륜보살이 공중의 소리에 대하여 말했다.
‘저는 반드시 이와 같이 배우고 행하겠습니다. 왜냐 하면 저는 모든 중생을 위해 광명이 되고 모든 불법에 통달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다시 공중으로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다, 선남자여. 그대는 반드시 공(空)은 무상(無相)이고 무작(無作)인 것을 믿고 이해해야 하며,
모든 모양을 여의고 있다는 견해를 여의며,
5온(蘊)으로 중생이 이루어졌다는 견해[衆生見]와, 사람은 축생 따위와 다르다는 견해[人見]와, 내가 실재한다는 견해[我見]를 여의고 반야바라밀을 구해야 한다.
선남자여, 반드시 악지식(惡知識)을 여의고 선지식(善知識)을 가까이해야 하니,
선지식은 능히 공(空)은 무상(無相)ㆍ무작(無作)ㆍ무생(無生)ㆍ무멸(無滅)의 법(法)이라고 말한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이와 같이 하면 머지않아 반야바라밀을 들을 것이니, 혹은 경전에서 들을 것이고 혹은 법사에게서 들을 것이다.
선남자여, 반야바라밀을 들려주는 대상에 대해 그대는 큰 스승처럼 생각하고 은혜를 갚을 줄 알아야 하니,
반드시 마음속으로,
≺나에게 반야바라밀을 들려준 대상은 곧 나의 선지식이며 내가 이제 반야바라밀을 들었으니 결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모든 부처님을 여의지 않고 부처님이 없는 세상에는 태어나지 않으며, 모든 고난을 여읠 것이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공덕과 이익을 생각하는 까닭에 법사에 대하여 큰 스승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선남자여, 세속의 이익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법사를 따라서는 안 되니 반드시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 때문에 법사를 따라야 한다.
또 선남자여, 반드시 악마의 장난에 대비해야 하니,
혹시 악마가 법을 말하는 사람에 대해 온갖 인연을 꾸며서 아름답고 묘한 빛깔[色]과 소리[聲]와 향기[香]와 맛[味]과 촉감[觸]을 받아들이도록 하면,
법을 말하는 사람은 방편의 힘이 있는 까닭에 이 5욕락(欲樂:색성향미촉의 낙)을 그대로 받아들이니,
그대는 정작 이에 대해 청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품어서는 안 되며,
그 대신 마음속으로,
≺나는 방편의 힘을 알지 못하며 스승께서는 어쩌면 중생으로 하여금 선근을 심어 이익을 얻도록 하기 위해 이 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르므로 다른 모든 보살은 아무런 장애도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때 반드시 모든 대상의 진실한 모양을 관찰해야 하니,
모든 대상의 진실한 모양이란 무엇일까?
부처님께서는 어떤 대상에도 티끌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왜냐 하면 모든 대상의 성품은 공하며, 모든 대상에는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중생이라는 견해도 없으며, 어떤 대상도 허깨비와 같고 꿈과 같고, 메아리와 같고 그림자와 같고, 불꽃과 같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만약 그대가 법사를 따라 모든 대상의 진실 된 모양을 이와 같이 관찰한다면 머지않아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선남자여, 다시금 악마의 장난에 대비해야 하니,
만약 법사가 반야바라밀을 구하는 사람을 마음속으로 탐탁하지 않게 여기어 돌아보지 않더라도, 그대는 아무런 걱정도 말고 오로지 가르침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법사를 따르되, 행여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한다.’
수보리여, 살타파륜보살은 공중으로부터 이와 같은 가르침을 받고 바로 동쪽을 향해 나아갔다.
동쪽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마음속으로,
‘나는 공중으로부터 동쪽으로 멀리 가라는 소리를 듣고 왜 아무것도 묻지 않았을까? 누구로부터 반야바라밀을 들을 수 있다는 말인가?’하고 생각하면서,
가던 길을 멈추고 큰 소리로 통곡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하루든 이틀이든 더 나아가 7일 동안이라도 이곳에 그대로 있자. 피곤함도 생각하지 않고 졸음도 생각하지 않고 음식도 생각하지 않고 밤낮도 생각하지 않고 추위와 더위도 생각하지 않고 내가 누구로부터 반야바라밀을 들을 것인지 반드시 알아낼 것이다’하고 생각하였다.
수보리여, 비유하자면 이것은 어떤 사람이 애지중지하던 외아들을 갑자기 잃은 슬픔으로 모든 것을 제쳐놓고 괴로워하기만 하는 것과 같다.
수보리여, 살타파륜보살도 이와 마찬가지여서 모든 것을 제쳐놓고 오로지 자신이 반야바라밀을 들을 수 있는 때는 언제일까만을 생각한다.
수보리여, 살타파륜보살이 이와 같이 괴로워하고 통곡하고 있을 때 바로 앞에 부처님의 모습이 나타나 칭찬의 말씀을 하셨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다. 선남자여,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께서 원래의 보살도(菩薩道)를 행하실 때에도 반야바라밀을 구하셨으니 지금의 그대 모습과 똑같았다.
선남자여, 이러한 까닭에 그대는 부지런히 정진하고 가르침을 존중하고 기꺼워하는 마음으로 이제부터 동쪽으로 가되 500유순을 가면 중향(衆香)이라는 성이 있을 것이다.
그 성은 7보(寶)로 이루어져 있고 일곱 겹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가로와 세로가 모두 12유순이다. 주위에는 7보로 이루어진 나무가 둘러서 있고 풍요롭고 평안하며 사람들이 모두 활기차며, 길거리와 항구는 마치 그림처럼 정연하고 다리와 나루는 마치 대지처럼 널찍하고 깨끗하다.
일곱 겹의 성 위에는 모두 염부단금으로 만든 누각이 서 있고 각각의 누각에는 7보로 이루어진 나무가 온갖 열매를 매단 채 줄 서 있다. 누각과 누각은 차례로 보배로 만든 줄로 연결되어 있고 거기에 매달린 보배 방울이 성 위에 그물처럼 드리워져 있어서 바람이 불면 마치 다섯 가지 악기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처럼 방울 소리가 조화를 이루니, 그 소리에 그곳의 중생들은 모두 즐거워한다.
성(城)의 사방에는 못이 있고 맑은 물이 흐르며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적당히 조절되어 있다. 그곳에는 7보로 장식된 배가 떠 있다. 이곳의 모든 중생들은 전생에 쌓은 업으로 못 가운데에 피어 있는 파랗고 노랗고 빨갛고 하얀 온갖 빛깔의 연꽃을 즐기며 논다. 향과 빛깔에 부족함이 없어서 그 위에 가득하며 삼천대천세계의 아름다운 꽃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성(城)의 사방에는 500개의 정원이 있는데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어서 아주 아름답고 볼 만하다. 각각의 정원에는 500개의 연못이 있으니 가로와 세로가 10리씩이고, 모두 7보와 온갖 색깔로 장식되어 있으며, 연못 안에는 모두 파랗고 노랗고 빨갛고 하얀색의 마차 바퀴 만한 연꽃이 물 위를 가득 덮고 있다. 파란 꽃은 파랗게 빛나고 노란 꽃은 노랗게 빛나고 빨간 꽃은 빨갛게 빛나고 하얀 꽃은 하얗게 빛난다. 또 모든 연못에는 오리와 기러기와 원앙새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새들이 있다. 이 모든 정원의 연못은 특별한 임자가 있지 않으니, 모두 이 중생들이 전생에 쌓은 업에 의한 과보이고, 오랜 세월 동안 깊은 법을 기꺼워하고 믿으며 반야바라밀을 행한 복덕에 의한 것이다.
선남자여, 중향성(衆香城) 안에는 크고 높은 터가 있는데 그 위에 담무갈 (曇無竭)보살의 궁전이 있다. 궁전의 가로와 세로는 50리씩이고 모두 7보와 온갖 색깔로 장식되어 있으며, 일곱 겹의 울타리도 모두 7보로 장식되어 있고, 그 주위에는 7보로 이루어진 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궁의 사방에는 항상 즐거움을 주는 정원이 있으니, 첫째는 상희(常喜)라고 일컫고, 둘째는 무우(無憂)라고 일컫고, 셋째는 화식(華飾)이라고 일컫고, 넷째는 향식(香飾)이라고 일컫는다. 각각의 정원 안에는 여덟 개의 연못이 있으니, 첫째는 현(賢)이라고 일컫고, 둘째는 현상(賢上)이라고 일컫고, 셋째는 환희(歡喜)라고 일컫고, 넷째는 희상(喜上)이라고 일컫고, 다섯째는 안온(安隱)이라고 일컫고, 여섯째는 다안온(多安隱)이라고 일컫고, 일곱째는 필정(必定)이라고 일컫고, 여덟째는 아비발치(阿毘跋致)라고 일컫는다. 각 연못 네 모서리는 황금과 백은과 유리와 파리 가운데 한 가지 보배로 두르고, 바닥은 붉은 옥이고 그 위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다. 각각의 연못 옆에는 여덟 개의 계단이 있는데 갖가지 보배로 층계를 만들고 층계와 층계 사이에는 염부단금을 깔고 파초를 심어 놓았다.
모든 연못 가운데는 파랗고 노랗고 빨갛고 하얀 연꽃이 있으며, 다시 그 위에는 오리와 기러기와 원앙새와 공작 등의 온갖 새들이 있어서 서로 우짖는 소리가 잘 어울려 아름답고 즐길 만하다. 모든 연못가에는 온갖 꽃나무와 향나무가 나 있고 바람이 불어 향기로운 꽃잎이 물 위에 떨어지면 그 연못은 여덟 가지 공덕을 성취하니, 마치 전단향과 같이 맛과 빛깔에 부족함이 없다.
담무갈보살은 6만 8천의 궁녀들과 함께 5욕락을 마음껏 즐기며, 성 안의 남녀들도 상희(常喜) 등의 정원과 현(賢) 등의 연못에 들어가 즐겁게 논다.
선남자여, 담무갈보살은 궁녀들과 마음껏 놀고 난 뒤에 하루에 세 번씩 반야바라밀을 말하니, 중향성 안의 남녀노소는 담무갈보살이 법을 말할 수 있도록 성 안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큰 법좌(法座)를 마련한다. 그 법좌는 다리가 넷이니, 하나는 황금이고 하나는 백은이고 하나는 유리이고 하나는 파리이다. 온갖 색깔로 물들인 자리를 밑에 깔고 그 위에 다시 가시(迦尸)에서 나는 흰색 모포를 펼쳐 놓았다. 법좌의 높이는 5리(里)인데 갖가지 수실을 드리웠으며, 법회 장소의 네 곳에는 다섯 가지 색깔의 꽃을 뿌려 놓고 온갖 이름의 향을 태워서 법을 공양하는 까닭에 담무갈보살은 이 법좌 위에서 반야바라밀을 말한다.
선남자여, 저 모든 사람들이 이와 같이 담무갈보살을 공경하고 공양함으로써 반야바라밀을 듣는 까닭에 이 법회에는 백천만의 천신들과 지상의 사람들이 모두 모이니,
그 중에는 듣는 이도 있고 받아들이는 이도 있고, 지니는 이도 있고 독송하는 이도 있고, 베껴 쓰는 이도 있고 바로 관찰하는 이도 있고, 들은 대로 행하는 이도 있어서, 이 중생들이 모두 3악도를 면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와 같이 동쪽으로 가면 반드시 담무갈보살이 계신 곳에서 반야바라밀을 들을 것이니, 담무갈보살이야말로 세세생생 그대의 선지식이어서 그대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보여 주고 가르쳐 주며 이익을 주고 기쁨을 줄 것이다.
선남자여, 담무갈보살이 원래의 보살도를 행할 때에도 반야바라밀을 구하셨으니 지금의 그대 모습과 똑같았다. 이제 그대는 동쪽을 가되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얻을 것이다.’
살타파륜보살의 마음은 기쁘기 그지없었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았을 때 모든 것을 제쳐놓고 오로지 훌륭한 의사가 화살을 뽑아내어 이 고통을 제거할 때만을 생각하는 것과 같다.
살타파륜보살도 이와 같아서 모든 것을 제쳐 두고 오로지,
‘나는 언제나 담무갈보살님이 나를 위해 반야바라밀을 말해 주는 것을 볼 수 있을까? 반야바라밀을 듣는 대로 나는 모든 것이 있다는 견해를 끊으리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살타파륜보살은 바로 그 자리에서 어떤 대상도 확고한 모양이 없다고 알고 모든 삼매의 문으로 들어갔다.
이른바 제법성관삼매(諸法性觀三昧)와, 제법불가득삼매(諸法不可得三昧)와, 파제법무명삼매(破諸法無明三昧)와, 제법불이삼매(諸法不異三昧)와, 제법불괴삼매(諸法不壞三昧)와, 제법조명삼매(諸法照明三昧)와, 제법이암삼매(諸法離闇三昧)와, 제법불상속삼매(諸法不相續三昧)와, 제법성불가득삼매(諸法性不可得三昧)와, 산화삼매(散華三昧)와, 불수제신삼매(不受諸身三昧)와, 이환삼매(離幻三昧)와, 여경상삼매(如鏡像三昧)와, 일체중생어언삼매(一切衆生語言三昧)와, 일체중생환희삼매(一切衆生歡喜三昧)와, 수일체선삼매(隨一切善三昧)와, 종종어언자구장엄삼매(種種語言字句莊嚴三昧)와, 무외삼매(無畏三昧)와, 성상묵연삼매(性常黙然三昧)와, 무애해탈삼매(無礙解脫三昧)와, 이진구삼매(離塵垢三昧)와, 명자어언장엄삼매(名字語言莊嚴三昧)와, 일체견삼매(一切見三昧)와, 일체무애제삼매(一切無礙際三昧)와, 여허공삼매(如虛空三昧)와, 여금강삼매(如金剛三昧)와, 무부삼매(無負三昧)와, 득승삼매(得勝三昧)와, 전안삼매(轉眼三昧)와, 필법성삼매(畢法性三昧)와, 득안온삼매(得安隱三昧)와, 사자후삼매(師子吼三昧)와, 승일체중생삼매(勝一切衆生三昧)와, 이구삼매(離垢三昧)와, 무구정삼매(無垢淨三昧)와, 화장엄삼매(華莊嚴三昧)와, 수견실삼매(隨堅實三昧)와, 출제법득력무외삼매(出諸法得力無畏三昧)와, 통달제법삼매(洞達諸法三昧)와, 괴일체법인삼매(壞一切法印三昧)와, 무차별견삼매(無差別見三昧)와, 이일체견삼매(離一切見三昧)와, 이일체암삼매(離一切闇三昧)와, 이일체상삼매(離一切相三昧)와, 이일체착삼매(離一切著三昧)와, 이일체해태삼매(離一切懈怠三昧)와, 심법조명삼매(深法照明三昧)와, 선고삼매(善高三昧)와, 불가탈삼매(不可奪三昧)와, 파마삼매(破魔三昧)와, 생광명삼매(生光明三昧)와, 견제불삼매(見諸佛三昧)이니,
살타파륜보살은 곧 이 모든 삼매 가운데에서 시방의 부처님들께서 모든 보살들을 위해 반야바라밀을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모든 부처님들은 살타파륜보살에게 다음과 같이 위로와 칭찬의 말씀을 이르셨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다. 선남자여, 우리들이 원래의 보살도를 행하여 반야바라밀을 구할 때에도 지금 그대의 모습과 같았고,
이 모든 삼매를 얻은 것도 지금 그대의 모습과 같았으니,
모든 삼매를 얻은 뒤에 비로소 반야바라밀에 도달하여 아비발치 보살의 지위에 올랐고,
모든 삼매를 얻은 까닭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었다.
선남자여, 이 반야바라밀을 행한다는 것은 모든 대상이 실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며,
우리들도 모든 대상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와 같은 금색신(金色身)과, 32상(相)과, 커다란 광명과, 불가사의한 지혜와, 모든 부처님의 무상삼매(無上三昧)와, 무상지혜(無上智慧) 등의 이루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공덕은 아무리 많은 부처님이라도 오히려 모두 말씀하실 수 없을 정도이니 하물며 성문과 벽지불이겠느냐?
선남자여, 이러한 까닭에 그대는 이 법을 더욱 공경하고 존중하며 청정한 마음을 내어야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또 그대는 선지식을 깊이 공경하고 존중하며 기꺼이 믿어야 하니, 만약 선지식이 보살을 염두에 두고 보호한다면 그 보살은 신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살타파륜보살이 모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어떤 사람이 저의 선지식입니까?’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담무갈보살은 세세생생 그대를 가르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도록 하며 지금도 그대를 가르쳐서 반야바라밀의 방편력(方便力)을 얻게 하니 담무갈보살이야말로 그대의 선지식이다. 그대는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한다.
선남자여, 그대가 설령 1겁, 아니 2겁, 아니 3겁, 더 나아가 100겁, 아니 100겁 이상의 오랜 세월 동안 공경하고 떠받들면서 온갖 귀한 물건으로 공양하거나 혹은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아름답고 묘한 빛깔과 소리와 향기와 맛과 감촉을 통틀어 공양한다 해도 그 분이 베푸신 눈 깜짝할 사이의 은혜조차 갚을 수가 없다.
왜냐 하면 담무갈보살은 정작 인연의 힘에 의해 그대로 하여금 이와 같은 모든 삼매를 얻게 하고 또 반야바라밀의 방편을 듣도록 하기 때문이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살타파륜보살에게 가르치고 위로하고는 갑자기 사라졌다.
살타파륜보살은 문득 삼매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공중에 보이던 부처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살타파륜보살은 마음속으로 ‘저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신 것일까? 부처님들이 보이지 않으니 걱정스럽고 슬프구나’라고 생각하고는,
다시 마음속으로,
‘담무갈보살님은 이미 다라니(陀羅尼)와 온갖 신통력을 얻고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을 공양하셨으며 세세생생 나의 선지식이 되어 항상 이익을 주셨으니, 담무갈보살님께 가서 저 모든 부처님들께서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셨는지 여쭙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고 생각하였다.
그때 살타파륜보살은 담무갈보살을 더욱 존중하고 공경하며 기꺼이 믿으면서 마음속으로 ‘나는 지금 가난해서 꽃도 향도 장신구도 바르는 향도 옷가지도 깃발도 금은도 진주도 파리도 산호도 없으니, 어떤 물건으로도 담무갈보살을 공양할 수가 없구나. 이제 내가 담무갈보살에게 빈손으로 가는 것은 온당치 않으며, 만약 빈손으로 간다면 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니 내 몸이라도 팔아 반드시 이 물건들을 구하여 반야바라밀을 위해 담무갈보살에게 공양해야 한다.
왜냐 하면 나는 지금까지 세세생생 육신을 잃었던 적은 무수히 많지만 정작 시작을 알 수 없이 나고 죽는 것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욕심이 원인이 되어 지옥에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은 일은 있어도 이 청정한 가르침을 위해 나고 죽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고 생각하였다.
그때 살타파륜보살은 도중에 어떤 큰 성(城)의 시장으로 들어가 큰 소리로 외쳤다.
‘누군가 인간이 필요한 사람은 없습니까? 누군가 인간이 필요한 사람은 없습니까?’
그때 악마는 마음속으로,
‘살타파륜보살은 법을 사랑하는 까닭에 자신을 팔아서 담무갈보살을 공양하고 반야바라밀의 방편을 들으려 하는구나.
어쨌든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면 신속하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고, 또 큰 바닷물과 같이 많은 것을 들을 것이니, 그 때는 어떤 악마라도 그를 파괴할 수 없을 것이다.
또 모든 공덕을 빠짐없이 갖추어 이에 의해 한량없는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면, 이 중생들은 나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 지금 당장 달려가서 깨달음을 구하려는 그의 마음을 파괴하리라’고 생각하였다.
악마는 곧 모든 살타파륜보살을 숨겨 보이지 않게 하고 더 나아가 그 누구라도 보살의 외침 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하였다. 단 한 사람 어떤 장자의 딸만은 악마도 마음대로 숨길 수가 없었다.
살타파륜보살은 자신의 육신을 팔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자 한편으로 가서 울면서 말했다.
‘내가 큰 죄를 지었기에 이 육신을 팔아 담무갈보살님을 공양하고 반야바라밀을 들으려고 해도 나를 사가려는 사람이 없구나.’
그때 석제환인은 마음속으로,
‘이제 이 선남자가 진정으로 법을 깊이 사랑하는 까닭에 육신을 버리고자 하는지를 시험해 보리라’고 생각하고,
곧 바라문으로 모습을 바꾼 다음 살타파륜보살에 가서 말했다.
‘선남자여, 그대는 지금 어떤 까닭으로 슬피 울고 있느냐?’
살타파륜보살이 말했다.
‘저는 가난하여 아무런 재산이 없어 이 육신이라도 팔아 담무갈보살님을 공양하고 반야바라밀을 듣고자 하는데 아무도 나를 사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바라문이 말했다.
‘선남자여, 나는 사람은 필요하지 않고 다만 하늘에 큰제사를 드리는 데에 필요한 심장과 혈액과 골수만이 필요할 뿐이다. 나에게 줄 수 있겠느냐?’
살타파륜보살은 곧,
‘내가 큰 이익을 얻었구나. 바라문이 나의 심장과 혈액과 골수를 사고자 하니 반드시 반야바라밀의 방편을 들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크게 기뻐하면서 바라문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드리겠습니다.’
바라문이 말했다.
‘그대는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한가?’
대답하였다.
‘당신이 주는 대로 받겠습니다.’
살타파륜보살은 곧 칼을 집어들고 자신의 오른쪽 팔을 찔러 피를 내었다. 그리고 다시 오른쪽 허벅지를 갈라 뼈를 부러뜨리고 막 골수를 내려고 할 때, 멀리 떨어진 누각 위에서 살타파륜보살이 자신의 팔을 찔러 피를 내고 다시 오른쪽 허벅지를 갈라 뼈를 부러뜨리고 골수를 내려고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어떤 장자의 딸은 마음속으로,
‘저 선남자는 어떤 까닭에 자신의 육신을 저토록 고통스럽게 하는 것일까? 가서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누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살타파륜보살에게 가서 물었다.
‘선남자시여, 어떤 까닭에 자신의 육신을 그토록 고통스럽게 합니까? 혈액과 골수는 어디에 쓰려는 겁니까?’
살타파륜보살이 말했다.
‘바라문에게 팔아서 반야바라밀과 담무갈보살님을 위해 공양을 올리려고 합니다.’
장자의 딸이 말했다.
‘선남자시여, 혈액과 골수를 팔아서 공양하면 그 사람은 어떤 이익이 있습니까?’
살타파륜보살이 말했다.
‘그분은 나를 위해 반야바라밀의 방편의 힘을 말씀해 주실 것이고, 나는 그 가운데에서 배워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금색신(金色身)ㆍ32상(相)ㆍ상광(常光)ㆍ무량광(無量光)ㆍ대자(大慈)ㆍ대비(大悲)ㆍ대희(大喜)ㆍ대사(大捨)ㆍ10력(力)ㆍ4무소외(無所畏)ㆍ4무애지(無礙智)ㆍ18불공법(不共法)의 고유한 특성과, 6신통(神通)과, 불가사의하고 청정한 계품(戒品)과, 정품(定品)과, 지혜품(智慧品)과, 해탈품(解脫品)과, 해탈지견품(解脫知見品)을 얻고,
또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와 위없는 법보(法寶)를 얻어서 모든 중생들에게 베풀어 줄 것입니다.’
그때 장자의 딸이 살타파륜보살에게 말했다.
‘그대가 말한 것은 참으로 드문 일이고 미묘하기 그지없어서 이 하나하나의 법을 위해서라면 짐짓 항하의 모래알만큼 오랜 세월 동안이라도 이 육신을 버리고 또 버릴 수 있겠습니다.
선남자여, 그대가 필요로 하는 금은과 진주와 유리와 파리와 호박과 산호 등의 온갖 진기한 보배는 물론 꽃과 향과 장신구와 깃발과 옷가지도 모두 드릴 터이니, 담무갈보살님에게 공양을 올리시고 스스로 육신을 괴롭히는 일은 그만두십시오.
저도 이제 그대를 따라 담무갈보살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온갖 선근을 심고자 하니 이와 같이 청정한 법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때 석제환인은 원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살타파륜보살 앞에 서서 말했다.
‘훌륭하고도 훌륭합니다. 선남자시여, 그대는 마음에 아무런 흔들림도 없이 이토록 법을 사랑하시는군요.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도 보살도를 행할 때는 지금 그대의 모습과 똑같이 반야바라밀의 방편을 듣기를 구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습니다.
선남자시여, 사실 나는 사람의 심장과 혈액과 골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에 와서 그대를 시험해 보고자 했을 뿐입니다. 그대가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살타파륜보살이 말했다.
‘나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주십시오.’
석제환인이 말했다.
‘나에게는 그러한 능력이 없고 모든 부처님과 세존께서는 능히 그렇게 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을 원하면 드리겠습니다.’
살타파륜보살이 말했다.
‘그렇다면 나의 육신을 원래대로 되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살타파륜보살의 육신은 곧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아무런 상처도 남지 않았다.
그 순간 석제환인의 모습은 홀연히 사라졌다.
그때 장자의 딸이 살타파륜보살에게 말했다.
‘담무갈보살님에게 법을 듣고 공양을 올릴 보배는 저희 집으로 가서 저희 부모님께 부탁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살타파륜보살은 장자의 딸과 함께 그 집으로 갔다.
장자의 딸이 집으로 들어가 아버지에게 말했다.
‘저에게 꽃과 향과 장신구와 여러 옷가지와 온갖 보배를 주십시오. 원하건대 앞서 저를 시중들게 하기 위해 주셨던 500명의 시녀들도 살타파륜보살님과 함께 가서 담무갈보살님을 공양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담무갈보살님은 반드시 저를 위해 법을 말씀해 주실 것이고, 이로부터 저희들은 모든 부처님들의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가 딸에게 말했다.
‘살타파륜보살은 지금 어디에 계시냐?’
딸이 말했다.
‘지금 문 밖에 계십니다. 그분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 모든 중생들을 나고 죽는 고통에서 구하리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법을 사랑하는 까닭에 자신의 몸까지 팔려고 하였으나 사려는 사람이 없자 한 곳에서 슬피 울며 말하였습니다.
≺내가 몸을 팔고자 하나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구나.≻
그때 어떤 바라문이 나타나서 말했습니다.
≺그대는 무슨 까닭에 자신의 몸을 팔려고 하느냐?≻
그분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법을 사랑하는 까닭에 담무갈보살님을 공양하고 반드시 그로부터 불법을 얻을 것입니다.≻
바라문이 말했습니다.
≺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큰제사를 드리는 데에 필요한 그 심장과 혈액과 골수만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자 그분은 크게 기뻐하면서 예리한 칼을 집어든 다음 자신의 팔을 찔러 피를 내고 다시 오른쪽 허벅지를 갈라 뼈를 부러뜨리고 막 골수를 내려고 할 때 누각 위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던 저는,
≺저 사람은 무슨 까닭에 자신의 육신을 저토록 고통스럽게 하는 걸까? 가서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서 묻자 그분이 말했습니다.
≺제가 가난하여 아무런 재산도 없기 때문에 저의 심장과 혈액과 골수를 저 바라문에게 팔려고 하는 겁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선남자시여, 재물을 가지고 무엇을 하시렵니까?≻
그분이 말했습니다.
≺법을 사랑하는 까닭에 담무갈보살님에게 공양을 올리려고 합니다.≻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선남자시여, 그렇게 하면 어떤 이익이 있습니까?≻
그분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공덕의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저는 한량없고 불가사의한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얻는다는 말을 듣고 더없이 기뻐하면서 이 선남자는 참으로 대단하구나. 이와 같은 고통을 스스로 자초하는 것을 보면 법을 위해 능히 육신을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니, 나라고 어찌 법을 공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에게는 지금 재물이 많으니 이 일에 대해 반드시 큰 원을 발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제가 말했습니다.
≺선남자시여, 그대의 육신을 그만 괴롭히십시오. 제가 많은 재물을 드릴 테니 담무갈보살님을 공양하십시오. 저도 역시 그대를 따라 담무갈보살님에게 가서 몸소 공양을 올리고 위없는 불법을 얻고 싶습니다.≻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 제가 이제 이 선남자를 따라가는 것을 허락하시고 재물을 주시어 담무갈보살님을 공양하도록 해주십시오.’
부모가 말했다.
‘네가 찬탄하여 말한 것은 참으로 흔치 않은 일이고 어려운 일이다. 이 사람은 마음속으로 오로지 법만을 생각하니 세상을 통틀어 가장 훌륭하고 반드시 모든 중생들을 평안하게 할 것이며 어려운 일을 능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네가 그 사람을 따라가는 것을 허락하겠다. 우리들도 역시 담무갈보살님을 뵙고 싶구나.’
장자의 딸은 담무갈보살에 대한 공양을 허락 받고 부모님께 말했다.
‘저는 결코 사람들의 공덕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장자의 딸은 곧 500대의 수레를 잘 꾸미고 500명의 시녀들을 단장시킨 다음 온갖 빛깔의 꽃과 온갖 빛깔의 옷가지와 갖가지 잡향(雜香)ㆍ가루향[末香]ㆍ바르는 향[塗香]ㆍ금은보화(金銀寶華)와 온갖 모양의 아름다운 영락과 모든 맛있는 음식을 가지고 살타파륜보살을 비롯하여 모든 일행을 각기 한 대씩의 수레에 나누어 타도록 한 뒤 자신을 둘러싸고 공경하는 500의 시녀들을 거느리고 조금씩 동쪽으로 나아갔다.
멀리 중향성(衆香城)이 보였다. 7보로 일곱 겹을 꾸며놓은 성의 모습은 보기 좋고 아름다웠다. 성의 둘레에는 일곱 겹의 도랑이 파져 있고 일곱 겹으로 나무가 심어져 있었으며 성의 가로와 세로는 각각 12유순이나 되었다. 물자는 풍성하고 환경은 즐겁고 평안하며 사람들은 활기찼다. 500곳의 길거리와 항구는 그림과 같이 정연하였고, 다리와 나루는 대지와 같이 널찍하고 깨끗하였다.
마침내 성(城)의 중앙에 있는 법좌 위에 앉아서 한량없는 백천만 중생들에 둘러싸여 법을 말씀하고 계신 담무갈보살을 본 순간 살타파륜보살의 마음은 더없이 기뻤다.
비유하자면 이것은 비구가 제3의 선정을 얻었을 때와 같았다.
살타파륜보살은 마음속으로,
‘우리들이 수레에 탄 채로 담무갈보살님에게 간다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모두들 수레에서 내려 걷도록 하였다.
살타파륜보살은 자신을 둘러싼 500명의 시녀들로부터 공경을 받으면서 온갖 보배를 가지고 담무갈보살이 계신 곳으로 갔다.
담무갈보살이 계신 곳에는 7보로 만든 누각이 있었는데 붉은 전단향 나무로 꾸몄고, 진주를 꿰어 만든 발과 보배로 장식한 종으로 문을 달았으며, 네 구석에는 빛을 내는 보석을 매달아 등불을 대신하였다. 그리고 백은(白銀)으로 만든 네 개의 향로에는 침향(沈香)을 태워 반야바라밀을 공양하고 있었다.
누각 안에는 7보로 만든 큰상이 있었고, 그 위에는 네 가지 보배로 만든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반야바라밀을 써넣은 황금 책이 모셔져 있었다. 누각의 네 모서리에는 깃발이 가득 드리워져 있었다.
살타파륜보살과 500명의 시녀들이 멀리서 온갖 진기한 보배로 장식된 아름다운 누각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석제환인과 한량없는 백천만의 모든 천자들이 하늘 나라의 만다라꽃과 금은 꽃과 전단향나무의 꽃을 누각 위에 뿌리면서 공중에서 온갖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이 보였다.
곧 살타파륜보살이 석제환인에게 물었다.
‘교시가여, 어떤 이유에서 하늘 나라의 모든 대중들과 함께 하늘 나라의 만다라꽃과 금은꽃과 전단향나무의 꽃을 누각 위에 뿌리면서 공중에서 온갖 음악을 연주하는 겁니까?’
석제환인이 말했다.
‘선남자여, 그대는 모르는가? 어떤 법이 있으니 이름하여 마하반야바라밀이라고 한다. 이것은 모든 보살의 어머니이니, 보살은 반드시 이 가운데에서 배워 모든 공덕과 불법을 성취하고 신속히 살바야를 얻는다.’
살타파륜보살이 말했다.
‘교시가여, 마하반야바라밀이 모든 보살의 어머니라면 도대체 그것은 어디에 있는지 지금 당장 보고 싶습니다.’
‘선남자여, 그것은 저 7보(寶)로 만든 상자 안의 황금 책에 씌어 있다. 하지만 담무갈보살님께서 7보로 만들어진 도장으로 이것을 봉인해 놓았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보여 줄 수가 없다.’
그때 살타파륜보살과 500명의 시녀들은 온갖 종류의 꽃과 향과 영락(瓔珞)과 깃발과 해 가리개와 옷가지와 금은 등의 진기한 보배를 반으로 갈라 먼저 반야바라밀을 공양하고, 나머지 반으로 담무갈보살을 공양하였다.
살타파륜보살은 온갖 종류의 꽃과 향과 영락과 깃발과 해 가리개와 옷가지와 금은보화와 갖가지 음악으로 반야바라밀을 공양한 다음 담무갈보살이 있는 곳으로 가서 법을 공양하기 때문에 온갖 종류의 꽃과 향과 영락과 전단향 가루와 금은보화를 담무갈보살의 머리 위에 뿌렸다. 그러자 이것들은 곧 공중에서 보배로 꾸민 해 가리개가 되었고, 그 네 모서리에는 보배 깃발이 드리워졌다.
살타파륜보살과 500명의 시녀들은 이와 같은 신통력을 보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담무갈보살님의 이러한 신통력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부처님이 되기 전인데도 이 정도의 신통력이라면 하물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은 다음이겠는가?’하고 생각하였다.
500명의 시녀들은 담무갈보살님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면서,
‘우리가 이로써 선근의 인연을 심고 미래 세상에 반드시 부처님이 될 수 있기를, 보살의 길을 행할 때에도 이와 같은 공덕을 얻을 수 있기를, 지금의 담무갈보살님과 같이 반야바라밀을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여 중생들을 위해 널리 설법하며 방편의 힘을 성취하는 것도 담무갈보살님과 다름없기를.’이라고 서원하였다.
살타파륜보살과 500명의 시녀들은 담무갈보살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를 올리고 합장공경하며 한편으로 물러나 앉았다.
살타파륜보살이 담무갈보살에게 말했다.
‘제가 전에 반야바라밀을 구할 때 깊은 숲 위의 공중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선남자여, 이곳에서 동쪽으로 가면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저는 곧 동쪽으로 갔습니다. 동쪽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문득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공중의 소리에 대해 한참 가야 되는지 조금만 가면 되는지, 누구에게 반야바라밀을 들어야 하는지 묻지 않았는가?≻
슬픔과 고통 속에서 7일이 지났습니다. 먹고 마시는 일을 비롯한 세상의 자질구레한 일은 깡그리 잊고 오로지 반야바라밀과 왜 공중의 소리에 대해 묻지 않았는지, 한참 가야 되는지 조금만 가면 되는지, 누구에게 반야바라밀을 들어야 하는지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때 부처님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선남자여, 이로부터 동쪽으로 500유순을 가면 중향성(衆香城)이라는 성이 있다. 그곳에서 담무갈이라는 보살이 모든 중생들을 위해 반야바라밀을 말하고 있으니, 그대는 그곳에서 반드시 반야바라밀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이곳에서 어떤 대상에도 의지하지 않는 생각을 내었고 한량없는 삼매의 문을 얻었습니다. 저는 이 삼매의 문에 머무르는 동안 온 사방의 모든 부처님들이 모든 중생들을 위해 반야바라밀을 말씀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모든 부처님들은 저를 칭찬하여 말씀하셨습니다.
≺훌륭하고도 훌륭하다. 선남자여, 일찍이 우리들이 보살도를 행할 때에도 역시 이러한 삼매를 얻고 이러한 삼매에 머물러서 여러 부처님의 가르침을 성취할 수 있었다.≻
모든 부처님들께서 저에게 위로와 가르침의 말씀을 주시고는 홀연히 모습이 사라지셨습니다. 저는 삼매에서 깨어나 모든 부처님들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셨는지 생각했습니다.
부처님들께서 나타났다가 사라진 까닭을 알 수 없었던 저는 다시,
≺담무갈보살님은 일찍이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을 공양하여 깊은 선근을 심고 방편을 잘 배우셨으니, 이 모든 부처님들께서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셨는지 나에게 잘 말씀해 주실 것이다.
위대하신 스승님이시여, 이제 이 모든 부처님들께서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셨는지 저에게 잘 일러 주소서. 그리하여 부처님들을 보거든 한시라도 이를 여의지 않도록 하소서≻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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