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바다와 산 바라보면, 추위는 저멀리~ 소무의도에서 즐기는 겨울여행 영하 12~18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날에 무의대교를 지나 소무의도로 향했다. 며칠 전 내린 눈은 다행히 녹은 상태였으나 가장자리에는 눈과 얼음이 남아 보기만 해도 한기가 느껴져 몸서리쳐진다. 광명항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소무의도로 가려다가 호떡집을 발견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빨간 앞치마를 입은 강옥희(69) 씨는 씨앗 호떡과 어묵, 번데기를 팔고 있다. 밀가루 값이 올라서 호떡 한 개에 1000원을 받다가 1500원으로 올렸다며 미안함을 담아 어묵 국물까지 권한다. 주로 주말 장사를 하는데 추운 날에는 손님이 많지 않아 어렵다. 여름에는 사람들이 거의 수영장으로 가서 장사는 봄, 가을이 그나마 붐빈다며 손님이 많아야 재미가 있다고 자세히 설명해준다. 해바라기 씨와 땅콩이 듬뿍 든 씨앗 호떡은 인심도 좋게 어른 얼굴의 커다란 크기로 부친 후 반으로 접어 종이컵에 담아준다. 이렇게 칼바람 부는 날에는 따끈한 호떡이 입에 찰지게 붙는다.
▲ 소무의도는 인천과 가깝고 산책을 하기에 섬이 아담해 걷기에 편하고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광명항에서 호떡을 파는 강옥희씨
▲ 장선희 씨와 정용미 씨. 이 두사람은 유아숲 해설사로 소무의로 자주 찾고 있다. 소무의인도교 길에서 정용미(55) 씨와 장선희(51) 씨를 만났다. 유아숲 자연해설사 동기라는 두 사람은 자주 소무의도에 산책을 오는데 섬이 아담해 걷기에 편하고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고 한다. 청학동에 사는 정용미 씨는 남해의 섬에 간 느낌이 난다며 한 달에 서너 번은 꼭 찾는 섬이라고 알려준다. 영종도에 사는 장선희 씨는 산과 바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고 곳곳에 이야기가 있는 섬이라 더 마음이 가고 머리를 식히기에 좋다고 말한다. 특히 바다직박구리를 발견한 곳이라 흡족하다며 늘 기대를 안고 가고 있다. 바다직박구리는 털이 화려하고 새소리가 유난히 청아하고 맑아서 볼 때면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 떼무리항
▲ 산앤산악회 소무의인도교를 건너자 과거 새우 섬으로 유명한 것을 기념한 새우 모형이 있는 곳이 떠들썩하다. 부천에서 왔다는 임종혁(60) 씨와 대전에서 왔다는 이준현(60) 씨를 비롯하여 서울에서 온 김은주(60) 씨 등 여자 넷, 남자 네 명이 소무의도 표지판에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산앤산악회’라는데 오로지 63년생 토끼띠들의 모임이란다. 3개월 동안 한 번이라도 참석을 안 하면 아웃을 시켜 대전에 산다는 이준현 씨는 1년에 6번을 참가한다고 알려주며 본인은 이준 열사의 손자라고 농담을 한다. 이름이 두 글자까지 같아서 그렇게 말하면 보통은 다 속는다며 껄껄 웃는다. 임종혁 씨는 산악회 회원이 60명이라며 “처음에는 ‘63산토끼산악회’라고 이름을 지었더니 모두 집 나간 사람들만 모이는 줄로 알아 ‘산앤산악회’라고 바꿨어요.” 웃으며 말한다. 한 달에 두 번째 일요일에 정기 산행을 하고 나머지는 번개 모임을 하는데 오늘은 번개 모임으로 무의도에 펜션을 잡아 소무의도에 왔다. 다음 산행은 인제 자작나무 숲에 간다고 자랑한다. 그들의 시끄러움이 추위를 녹이는 활력소인 것 같아 듣기 좋다.
▲ 이병식, 김성자 부부
▲ 멍게비빔밥, 벌벌이묵 사진을 찍으며 노트에 취재 내용을 적으려니 추위에 손가락이 곱아 글씨를 제대로 쓸 수가 없다. 식당가로 들어가면서 어찌나 손이 시린지 건물 가림막 앞에서 “아이, 추워!” 하니 “여기는 따뜻해요. 들어오세요.” 포근하게 맞이해주는 사람은 바로 해병호횟집 이병식(66) 사장이다. 아내 김성자(66) 씨와 운영하는 자연산 전문으로 광어나 우럭, 주꾸미 등을 수협에서 경매받거나 직접 잡아 판매한다. 활짝 웃는 부부의 모습이 해맑다. 별미로는 벌벌이묵이 있는데 박대 껍질을 고아서 만든 묵이다. 서해안 향토 음식인 벌벌이묵은 벌벌 떤다는 데서 유래된 것이고 콜라겐 100%다. 멍게비빔밥을 시키니 맛을 보라고 내놓는 벌벌이묵은 연한 갈색으로 쫄깃하고 박대 향이 확 풍겨 묵이라기보다는 생선을 먹는 느낌이라 독특하다. 입 안에서 부드럽게 씹히면서 생선의 맛까지 음미할 수 있어 1만 원 짜리 한 접시가 최고의 별미이자 풍미다. 광어나 우럭회 한 상은 12만 원인데 주낙으로 잡은 자연산이라 맛집으로 소문이 나서 코로나가 한창일 때도 장사가 잘 됐었다. 소무의도가 고향인 이병식 씨는 서울에서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다 소무의인도교가 생긴 2011년부터 고향으로 돌아와 선장과 횟집 장사를 겸하고 있다. 소무의도 어촌계원으로 아내, 딸과 주방 보조를 한 명 두고 장사를 한다. 정갈한 반찬이 깔끔하고 맛도 있어 맛집으로 소문이 날 만하다.
▲ 소무의인도교 부처깨미를 지나 몽여해변에 가면 인천대교와 멀리 송도신도시가 보인다. 박정희 대통령이 가족과 여름 휴양을 즐겼다는 명사의 해변은 고즈넉하다. 팔미도가 가깝게 손에 잡힐 듯하고 우뚝 솟은 바위 꼭대기에는 얼음이 하얗게 붙어 있어 만년설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산길을 헉헉대며 올라가니 소나무 한 그루는 길을 막고 나그네에게 기꺼이 의자가 되어주겠다는 듯 기다랗게 뻗어 편안한 쉼터를 제공해준다. 계단 길을 올라가다 바다로 고개를 돌리면 해녀섬이 바다 한가운데에 외로이 점처럼 박혀있다. 전복을 따던 해녀들의 쉼터였다고 전해진다. 소무의도에서 제일 높은 안산의 정상에 있는 하도정이라는 정자는 사방이 뚫려 있어 여름철에는 땀을 식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바다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해적들이 장군으로 착각하여 소무의도를 피해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장군바위는 썰물일 때만 갈 수 있다. 혹시나 하여 바위를 타고 올라가 보았지만 깎아지른 낭떠러지이고 밑에는 금방이라도 집어삼킬 듯 혀를 날름거리는 바닷물이 지켜보고 있어 갈 수가 없다. 장군바위를 못 보고 돌아오는 무의도 떼무리항에는 배들이 줄지어 서 있다. 추위에는 사람들도 집에 있듯 배도 항구에 대기하고 있나 보다. 어서 이 추위가 물러갔으면 좋겠다. 살을 파고드는 한기에 신물이 난다. 따사로운 봄이 벌써 기다려진다. 혹시라도 호젓한 바다와 산을 동시에 누리고 싶다면 겨울에 소무의도로 가보기를 권한다.
▲ 떼무리항 배 글·사진 현성자 i-View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