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는 막대한 세월을 그런 개념 없이 살았다.
역사시대 거의 내내 피와 살을 지닌 사람만이,
두 다리로 서며 큰 뇌를 가진 존재만이 자산을 소유할 수 있었다.
만일 13세기 프랑스에서 장이라는 사람이 마차를 만드는 작업장을 열었다면,
그 자신이 바로 그 사업이었다.
그가 만든 마차가 일주일 만에 부서진다면, 불만스러운 구매자는 장 개인에게소송을 걸엇을 것이다.
그가 작업장을 세우기 위해서 금화 1천개를 빌렸는데 사업이 망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개인 자산인 집과 가축과 땅을 팔아서 대출을 갚아야 했을 것이다.
심지어 자기 아이들을 노예로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빚을 갚지 못하면, 국가가 그를 감옥에 집어넣거나 채권자들이 그를 노예로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작업장에서 비롯한 모든 츼무에 대해 1백 퍼센트 책임을 져야 했다.
만일 당신이 그 시대에 살았다면, 이런 이야기를 듣고는 개인사업을 시작하기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리라.
실제로 이런 법적 상황 탓에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서 경제적 위험을 떠안는 데 겁을 냈다.
집안이 완전히 거덜 날 위험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는 사업은 드물었다.
사람들이 '유한회사'를 집단적으로 상상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런 회사는 회사를 설립하거나 돈을 투자하거나 경영을 맡은 사람과 법적으로 독립되어 있다.
지난 수세기 동안 이런 회사들이 경제계의 주된 행우이자엿고,
우리는 그 존재에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이들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곧잘 잊는다.
미국에서 유한 회사를 일컫는 기술적 용어는 'corporation(법인, 기업)'인데, 이는 아이러니다.
그 어원인 라틴어 'corpus'는 '몸'이라는 뜻인데
법인에 딱 하나 없는 것이 바로 몸이기 때문이다.
실제 몸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법은 이들 기업을 마치 뼈와 살을 가진 인간처럼 법인으로 취급한다.
1896년 아르망 푸조가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을 때 프랑스의 사법제도도 그랬다
부모에게 스프링, 톱, 자전거를 만드는 금속 가공 작업장을 물려받은 아르망 푸조는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회사명은 그의 일므을 땄지만, 그에게서 독립되어 잇었다.
소비자는 차가 고장 나면 푸조 사에게는 소송을 걸 수 있었지만 아르망 푸조에게는 아니었다.
회사가 수백만 프랑을 빌린 뒤 파산한다 해도 아르망 푸조는 채권자에게 한 푼도 갚을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대출은 호모 사피엔스 아르망 푸조가 아니라 푸조 사가 받은 것이었다.
아르망 푸조는 1915년 사망했지만, 푸조사는 아직도 잘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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