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역잡아함경_28. 마왕 파순, 마왕이 독한 뱀의 몸으로 부처님의 방해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 기사굴산에 계실 때였다.
세존께서는 한밤중에 맨 땅을 거니시다가 발을 씻고 정실에 들어간 뒤 몸을 바르게 하고 단정히 앉아서 생각을 모으고 계셨다.
당시 마왕 파순은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구담 사문이 왕사성 기사굴산에서 맨 땅을 거닐고 있으니, 내가 마땅히 그 곳에 가서 방해를 하리라.’
그리고는 즉시 스스로 형체를 변화하여 구렁이 몸이 되었는데, 그 길이와 크기는 마치 큰 배와 같았으며, 두 눈이 빛나는 것은 교살라발(矯薩羅鉢)과 같고, 혀를 내면 번쩍거리는 것이 번갯불 치는 것과 같았으며, 내쉬는 숨과 들이쉬는 숨소리는 큰 우레 소리와 같았다.
마왕은 그러한 몸으로 부처님을 감고 목을 빼낸 채 머리를 들어 부처님 정수리 위에 대고 있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악마의 방해란 걸 아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나는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서
마음을 모아 올바로 해탈하고
편안한 선정으로 자신을 닦기를
옛 부처님 법과 같이 하노라.
독한 뱀이 몹시 사납고
그 모양이 매우 두렵지만
또 모기ㆍ등에ㆍ벼룩ㆍ이들이
갖가지로 접근해서 괴롭히지만
나의 터럭 하나도 움직이지 못하는데
하물며 나를 두렵게 할 수 있겠는가.
설령 허공을 찢어 버리고
천지를 모두 진동케 해서
일체 모든 중생들이
두려워하고 놀란다 하여도
나를 두렵게 하는 일은
끝내 이룰 수 없으리라.
설령 다시 독한 화살을 가지고
나의 심장을 향해 쏘고
그 화살을 받게 되어서
끝내 구호할 수 없다 하여도
그러한 독한 화살마저도
역시 나를 맞히지는 못하리라.
그러자 마왕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게송을 듣고는,
‘구담 사문은 나의 마음을 이미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크게 두려워하고 근심하고 후회하면서 곧 형체를 바꿔 천궁으로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