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중허마하제경 제12권
[급고독 장자와 부처님]
전당의 한계를 짓고 나서 그 가운데에 온갖 받아 쓸 것을 갖추며 정사의 일이 끝나자 다시 존자에게 아뢰었다.
“세존(世尊)께서 다니시고 머무르시는 그 분량이 얼마이십니까?”
존자는 대답하였다.
“전륜왕의 거동으로써 하십니다.”
이에 장자는 사위로부터 왕사성에 이르기까지 10구로사(俱嚕舍)마다 각각 하나의 궁전을 지어서 여래께서 머무시며 주무실 곳을 준비하였고, 곳간을 두어서 온갖 구용하실 물건을 저장해 놓고서 다시 주관하는 이에게 항상 수호하게 하였으며, 백단(白檀)의 물로써 날마다 뿌리고 깨끗이 하면서 여래를 기다리며, 그것이 향기롭고 깨끗하게 하였다.
곳곳을 이와 같이 모두 엄숙하게 준비하게 하고 일을 갖추어 마친 뒤에 곧 한 사람을 출발시켜 왕사성에 나아가 부처님과 대중들을 청하게 하면서 떠나가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거기에 이르러서 나의 말을 대신하여 말하되,
‘급고독 장자가 두 발에 머리 조아리고 세존께 아뢰옵니다.
조그만 병도 조그만 고뇌도 없으시고 기거가 자유로우시며 안락하셨나이까?
짓던 정사는 이제 엄숙하게 갖추어졌사오니, 원컨대 부처님과 대중들은 가엾이 여기셔서 강림하시옵소서. 이 삶이 다하도록 승가리(僧伽梨)와 음식과 탕약이며 침구 등 갖가지 받아 쓰실 것을 받들어 올리며 모자라거나 적게 하지 않겠사오니, 원하옵건대 간절한 정성(精誠)을 살피옵소서’라고 하시오.”
가는 사람이 뜻을 받고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서 장자의 말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면서 다시 갑절이나 정성스런 마음으로 청하였다.
뜻을 전하여 마치고 온 몸을 땅에 대고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세 번 돌고 엄숙히 부처님 앞에 서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이익과 안락을 위하시어 잠자코 허락하셨다.
갔던 사람은 부처님께서 틀림없이 청에 나오실 것으로 알고 급히 사위국에 돌아와 장자를 보고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잠잠하셨으니, 반드시 오실 것입니다.”
장자는 기뻐하며 이에 일산ㆍ당기ㆍ번기와 이름난 향이며 아름다운 꽃을 곳곳에 진열하고 영접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대중과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급고독의 성에 나아가야겠구나.”
부처님께서는 대중을 거느리고 앞뒤에서 둘러싸여 왕사성을 떠나 사위국에 나아가시다가 좌우를 돌아보시며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이 권속이아말로 이는 조복된 이요, 이는 욕심을 여읜 이요, 이는 잘 해탈한 이요, 이는 아라한이요, 이는 부처의 권속들이니라.
이를테면, 소의 왕이 여러 떼 안에 있음과 같고, 또한 마치 코끼리의 왕이 뭇 코끼리에 둘러싸이고 사자의 왕이 사자들에게 둘러싸이고 거위의 왕이 거위들에게 둘러싸이고 금시조(金翅鳥)의 왕이 금시조들에게 둘러싸임과 같으니라.
또 마치 여러 학도들이 스승을 따르고 여러 병든 사람이 의원을 구하고 여러 병사들이 장수를 보필하고 장사꾼들이 주인에 의지함과 같으며,
또 전륜성왕이 천의 아들에게 둘러싸이고, 지국천왕(持國天王)이 악신(樂神)에게 둘러싸이고, 증장천왕(增長天王)이 구반다귀(鳩盤茶鬼)에게 둘러싸이고, 광목천왕(廣目天王)이 용들에게 둘러싸이고, 다문천왕(多聞天王)이 야차에게 둘러싸이고, 일천자(日天子)가 천의 광명에 둘러싸이고, 월천자(月天子)가 별들에게 둘러싸이고, 제석이 하늘들에게 둘러싸이고, 범의왕이 범천들에게 둘러싸임과 같고, 내지 다시 실제미어(悉帝彌魚)가 바다 속에 있음과 같으며, 또한 해신(海神)이 여러 물을 거두어 모음과 같으니라.
여래의 몸에는 32상(相)과 80종호(種好)가 완전히 갖추어져서 원만하며, 광명으로 장엄되어 마치 천의 햇빛이 온갖 것을 비춤과 같고, 걸음걸이는 높고 뛰어나서 마치 보배 산과 같으며, 크게 가엾이 여김과 10력(力)과 4무외(無畏) 등의 일체 법을 두루 갖추었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자못 훌륭한 거룩한 덕과 해탈을 성취한 권속들과 같이 차례로 교화를 행하면서 사위국에 닿으셨는데,
이때에 급고독 장자는 여러 권속들과 함께 여러 수종인들을 거느리고 저마다 당기ㆍ번기ㆍ보배 일산과 묘한 향과 꽃을 가지고 사위성에서 멀리까지 나와 세존과 큰 성인들을 맞이하였으며,
다시 나라 안의 장자와 일반 평민인 남자ㆍ여자들 백천 인의 대중이 역시 와서 영접하였으며,
또 수없는 여러 하늘들이 공중에 있으면서 따라 기뻐하며 찬탄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성문에 들어오실 적에 곧 오른발로써 그 문지방을 밟으시자,
이에 대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큰 광명을 내쏘아 세간을 비추었으며,
하늘 북은 저절로 울리고 뭇 하늘의 꽃인 이른바 우발라꽃ㆍ발나마꽃ㆍ구모나꽃ㆍ분나리가꽃과 내지 만타라꽃이며 겁수(劫樹) 등의 꽃에 이르기까지 비내렸으며,
또 침단(沈檀)과 다마라(多摩羅) 등의 뭇 미묘한 향 가루를 비내리고,
또 다시 집 안에서는 갖가지 음악이 치지 않아도 저절로 울렸으며,
소경은 보게 되고 귀머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벙어리는 말을 하고 불구자는 모두 다 갖추어지며, 취한 이는 깨어나고 독을 먹는 이는 저절로 편안해지며, 서로 미워한 이는 화해하고 얽매인 이는 풀려 나며, 아이 밴 이는 나게 되고 가난한 이는 넉넉하게 재물(財物)을 얻기에 이르렀다.
세존께서 성에 들어오실 적에, 이와 같은 백천 가지 좋은 조짐과 상서로운 감응이며 이익된 일이 있었는데, 장자의 집에 닿으신 부처님과 대중들은 차례로 앉으셨으므로,
장자의 모든 친한 이와 친하지 않은 이며 일체의 권속들이 모두 와서 향을 사르고 꽃을 흩음 예배하고 공양하며 다 마치매,
급고독 장자는 향로를 가지고 향을 사르면서 부처님 세존을 인도하여 정사에 들자
부처님께서는 보배 자리에 오르셨고 여러 아라한 역시 모두 자리에 나아갔다.
이때에 급고독 장자는 곧 금병을 가져다 세존의 망만(網縵) 있는 손에 부으려 하며 물을 쏟았지만 나오지 아니하므로 장자는 생각하기를,
‘나는 옛날에 선하지 못한 업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오늘에 이런 일이 있게 되는구나’ 하자,
부처님께서는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선하지 못한 업은 없었느니라. 다만 이 땅은 그대가 과거에 바르고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위하여 이미 일찍이 보시하여 정사를 지었던 것이니, 마음에 머물러 두지 말고 이제 나에게 잘 보시하라. 만약 이것을 여의면 물은 반드시 흘러나오리라.”
장자는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말씀하신 대로 하겠나이다.”
이 말을 하자마자, 병의 물은 소리를 내어 다섯 가지 공덕을 갖추었다.
부처님의 손에 부은 뒤에,
“원하옵나니, 부처님께서는 뜻대로 하옵소서” 하고,
또 다시 아뢰었다.
“원하옵건대, 이름을 지으시옵소서.”
이때에 기타 동자도 부처님 모임에 있으면서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 만약 아셨다면 먼저 나의 이름을 말씀하리라’ 하였는데,
부처님께서는 생각하는 바에 알맞게 정사의 이름을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라고 지으시자,
기타 동자는 이것을 얻어 듣고 나서야 여래께 더욱 갑절이나 마음을 내어 기뻐하며 좋아하면서 다시 네 가지 보배로써 그 문을 장엄하였다.
기수급고독원은 이렇게 하여 이룩되었다.
그때 사위의 나라 임금 승군대왕(勝軍大王)은 부처님께서 노닐어 교화하시며 와서 그 나라에 들으셔서 급고독 장자의 청을 받고 정사에 머무셨음을 듣고서 기뻐 뛰놀며 부처님께 나아가 갖지가지 말로써 세존을 찬탄하면서 예배하고 돌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말하였다.
“제가 듣건대 구담 사문께서는 자기 마음의 형성을 아실 뿐더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셨다고 하던데, 구담 사문께서는 법에 의지하여 기꺼이 말씀하십시오.
저 있는 바의 마음은 또한 이름이 삿될 수도 있고 이름이 바를 수도 있으며, 선을 지을 수도 있고 악을 지을 수도 있으면서 이 마음의 형상은 오감도 없으며 알 수도 없거니와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 매우 깊은 법을 어떻게 알 수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왕이 말씀하신 것이 바로 진실입니다.
그 마음이란 것은 또한 이름이 삿될 수도 있고 이름이 바를 수도 있으며, 선을 지을 수도 있고 악을 지을 수도 있으면서 이 마음의 형상이야말로 오감도 없으며 알 수도 없거니와 말할 수조차 없습니다.
바로 매우 깊은 법이거늘 나는 이 마음을 알 뿐더러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바를 깨달음을 증득하였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구담(瞿曩) 사문께서는 어찌하여 그러한 말씀을 하십니까?
저 장로 가섭(迦葉)ㆍ마차리오사리자(摩蹉梨娛舍離子)ㆍ산야예미라치자(散惹曳尾囉致子)ㆍ아이다계사검말라(阿★多計舍劍末羅)ㆍ가구나가단야나(迦俱那迦旦也野曩)ㆍ니아라타예야제자(禰誐囉陀倪也帝子) 등의 그들 역시 마을의 형상은 알거니와 아직은 위없는 바로고 평등한 바른 깨달음은 증득하지 못하였거늘, 어떻게 사문은 나이도 적고 처음 새로 출가하셨으면서 위없는 바르고 평등한 바른 깨달음을 증득하셨다고 말씀하십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그런 말을 마시오. 세상에서는 네 가지 일이 있어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인기?
첫째 왕자는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둘째 용이 작다고 해서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셋째 불이 작다고 해서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넷째 승려가 젊다고 해서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 왕자는 찰제리 성바지 태생이요, 왕의 모습을 두루 갖추어서 큰 복과 덕이 있으며 뒤에 자라서는 반드시 높은 왕위를 계승할 터인데,
어리석은 사람이 지혜가 없어서 작다고 하여 업신여겼다면, 그가 보배 자리에 있을 적에는 뉘우칠 수 없는 죄를 얻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용이란 타고난 성질이 악독하여 변화하며 나타냄이 한결같지 않아서 때로는 큰 몸을 숨기고 조그마한 형상으로 되기도 하는데,
어리석은 사람이 몰라서 업신여기며 건드린다면, 잠깐 동안에 성을 내어 되먹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불이란 온갖 것을 태울 수 있으므로 혹시 조그맣게 보인다 하여 업신여길 수 없는 것인데,
사람이 만약 가벼이 여긴다면 뒤에 반드시 이리저리 뻗어서 퍼지며 마음과 산과 숲들을 모두 다 태워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승려란 깨끗한 것을 지키므로 비록 나이가 젊다 손치더라도 업신여길 수 없습니다.
도를 보고 과위를 증득하는 것은 늙고 젊음에 있는 것이 아니며, 또 다시 오래되고 잠깐이며 귀하고 천함을 가리지 않거늘
세상 사람들이 슬기롭지 못하여 범인ㆍ성인을 분별하지 못하며, 아라한을 만나서도 문득 헐뜯고 욕을 하나니,
얻게 되는 죄의 과보는 마치 다라수의 머리를 끊으면 다시는 자라지 못하는 것처럼
비록 애를 써서 참회하고 빌더라도 역시 없애 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때에 승군왕은 여래께서 말씀하는 이 네 가지 법을 듣고 깊은 마음으로 믿고 받으며 뉘우치면서 잘못이라 말하고 곧 땅에 엎드려 부처님의 두 발에 예배하고 참회하며 빌고 돌고서 기뻐하며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