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종도술천강신모태설광보경 제7권
28. 팔현성재품(八賢聖齋品)
그때 좌중에 지적(智積)이란 보살이 있었는데, 과거에 부처님께 뭇 덕의 근본을 짓고 마와 원수를 항복시켰으며 좋은 방편으로 변화하여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였다.
무앙수 세월에 인욕을 수행하되 참는 마음을 빠뜨리지 않았고, 선정의 행을 그만두지 않았다.
대중 가운데서 사자후하고 삼계에 독보하되 때의 앞뒤를 따라 들어가지 아니한 곳이 없었으며, 상응함에 나아가되 일정한 방위가 없었다.
산하와 석벽으로 하여금 모두 칠보가 되게 하여 빈궁한 이들에게 공급하여 주니, 네 가지 일[四事]에 모자라지 않았다.
공을 관하여 법의 성품이 청정함을 알았으며 삼세의 위의와 법칙이 환술과 같고 변화함 같고 거울 속의 영상과 같고 더울 때의 아지랑이 같고 공중의 메아리와 같음을 분별하였다.
거느린 권속의 근본을 성취시켰고, 금지한 계율을 받들어 지켜 털끝만큼도 범하지 아니하였다.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서 오른팔을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합장한 채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흔쾌하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변화하신 것이 두루하지 않음이 없으셔서 하늘ㆍ용ㆍ사람ㆍ귀신이 모두 도량에 이르렀고, 허공세계의 중생과 태ㆍ화 중생으로서 제도된 이를 일컫거나 헤아릴 수 없습니다.
오직 세존께서는 여섯 갈래에서 선악의 행과 위의와 금지한 계율을 분별하시고 처음도 중간도 끝도 좋은 것을 낱낱이 분별하셔서 미래에 배울 이와 배워도 아직 모르는 이들로 하여금 알게 하여 주시기를 원하옵니다.”
부처님께서 지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여래에게 매우 깊은 뜻을 물었으니 지금 그대에게 선악과 금계(禁戒)가 나아갈 바를 분별하여 주겠다. 잘 듣고 이것을 잘 생각하여라.
내가 옛날 무앙수 겁 전 어느 때에 금시조왕(金翅鳥王)이었다. 칠보의 궁전에 후원의 목욕하는 못도 모두 칠보로 이루어졌다.
후원에서 구경하고 노닐며 마음은 자재하게 되었고, 행하는 법칙은 전륜성왕과 같았으며, 내궁 부녀들의 모습은 하늘 사람과 같았다.
백천만 겁 동안 지나야 바다에 들어가 용을 잡아 음식을 삼았다.
어느 때 저 바다 속에 어떤 화생(化生)한 용이 8일, 14일, 15일에는 여래에게 여덟 가지 금지하는 계율의 법을 받아 재(齋)하였다.
죽이지 않고, 훔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헛된 말과 꾸민 말을 하지 않으며, 술 마시기를 권하지 않고, 기악을 하지도 듣지도 않고, 향과 꽃과 연지와 분을 바르지도 않고, 높고 넓은 평상에 앉지 않았다. 때가 아니면 먹지 않고 성인의 여덟 가지 법을 받들어 지켰다.
그때 금시조왕의 신장은 8천 유순이었고 좌우 날개의 길이는 각각 4천 유순이었고, 큰 바다의 가로ㆍ세로는 336만 리였다.
금시조는 날개로 물을 가르고 용을 취하여 물이 아직 합치기 전에 용을 물고 날아갔다.
금시조의 법에서는 용을 먹고자 할 때에는 먼저 꼬리로부터 삼키기 때문에 수미산 북쪽에 높이가 16만 리의 크고 쇠로 된 나무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용을 물고 그곳에 이르러서는 먹으려고 용의 꼬리를 찾았으나 꼬리가 있는 곳을 몰랐다.
하루를 지나고 다음 날 용이 꼬리를 내밀면서 말했다.
‘금시조여, 화생한 용이란 것이 바로 나의 몸이요. 나는 8관재법(關齋法)을 지키지 않을 것이니, 그대는 곧 나를 먹으시오.’
금시조가 이것을 듣고 허물을 뉘우치고 스스로를 꾸짖었다.
‘부처님의 위신력은 매우 깊어 헤아리기 어렵도다.
나의 궁전이 여기에서 멀지 않으니 나와 함께 저 곳에 가서 서로 즐기자.’
용이 곧 금시조를 따라 궁궐에 이르렀다.
‘지금 이 권속들은 여래의 8관재법을 듣지 못했습니다.
원컨대 금지한 계율과 위의를 가르쳐 주십시오.
수명이 끊어진 뒤에 사람 가운데 태어나고 싶습니다.’
그때 용이 하나도 빠짐없이 금지한 계율의 법을 독송하게 하였다.
곧 금시조의 왕궁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칠보 궁전은
꾸밈이 극치여서 쾌락합니다.
원만한 계율 갖추지 않고 행하면
이 금시조의 몸을 받는답니다.
저는 용왕의 아들
도를 닦기 7만 겁이나
바늘로 나뭇잎 찌른
계율 범하여 용의 몸을 받았습니다.
저는 태(胎)로 난 용도
습생이나 난생도 아닙니다.
몸을 바꾸어도 물러나지 않고[不退轉]
불법을 일으키고 드러내는 무리입니다.
그대들 지금 8관재법 받으면
그대 권속들 화생할 것입니다.
금지한 계율 받들어 범함이 없으면
반드시 좋은 곳에 나게 됩니다.
저의 궁전은 바다에 있고
또한 칠보로 되었습니다.
마니주와 파리주와
명월주와 금은이랍니다.
저를 따를 수 있다면 저기에 가셔서
불사(佛事)함을 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 선근의 뿌리를 더할 것이니
자양으로 윤택함이 두루할 것입니다.
그때 금시조가 용이 말하는 것을 듣고 8관재법을 받아 말하였다.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죽이지 않겠다.’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이 금시조의 권속들도 3자귀(自歸)를 받고 나서 곧 용을 따라 바다의 궁전에 이르렀다.
저 궁전 중앙의 칠보탑에는 여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법을 잘 보관하였고, 따로 칠보함 안에 불경이 가득하였으니 곧 12인연(因緣)과 총지삼매(摠持三昧)였다.
저 용의 아들, 용의 딸들을 보니 향과 꽃으로 경전에 공양드리고 예배하며 받들어 섬기는 것이 오히려 하늘의 난단파나라금전(難檀婆那羅金殿)과 다름이 없었다.
용이 금시조에게 말하였다.
‘제가 용의 몸이 되어 한 생애[劫數]가 아직 다하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생명을 죽이거나 바다를 요란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용이 다시 금시조에게 게송으로 말해 주었다.
죽임은 좋지 못한 행
수명을 감축하여 요절하게 합니다.
몸은 아침 이슬의 벌레와 같나니
빛이 나면 곧 죽습니다.
계율을 지키고 부처님 말씀 받들면
장수천(長壽天)에 태어날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복과 덕을 쌓으면
축생의 갈래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지금의 몸 용의 몸이 되었으나
계덕(戒德)은 청정하고 분명한 행이니
비록 여섯 갈래의 축생 중에 떨어졌으나
반드시 스스로 제도되기를 희망합니다.
용이 이 게송을 말하고 나자 용의 아들과 용의 딸들의 마음이 열리고 뜻을 알아서 수명을 마친 뒤에 모두 아미타불의 국토에 태어났다.”
부처님께서 지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숙세[宿命]에 행한 그 계덕이 완전하게 갖추었으므로 보살로 화현하여서 자유자재로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없었기에 금시조에도 들어가고 용에도 들어가고, 또한 고기ㆍ자라ㆍ악어에 들어가 교화한 것이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