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행복학교 목공예반 두번째 수업
시작은 원목고르기부터...
진지한 쌤과 건방진 학생 포즈로...
나무는 심이 있는 부분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하신다
심은 나이테의 중심부인데 이곳은 나무의 가장 약한 부분이란다
나이로 치면 1살 때이다


내가 고른 건 바로 요녀석 편백

지난번 숙제로 내준 녹나무 디자인 자르기

조각도로 파기위해 바닥에 고정시킨다
한 몸이었다 떨어져나간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다
쌤의 첫 망치질 한 방
쌤은 말씀하신다.
'디자인은 모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무는 그결을 생각해야한다
초보자는 중심부터 파야하는데 이는 원상복귀 할 수 있는 두께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중심의 두께는원상복귀할 수 있는 마지막지점이기도하다.'
우리는 그릇의 중심부에 망치로 조각도를 깊이 내리쳤다
완전히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몽피철학과는 다른 맥락이지만
원상복귀가 안되는 지점으로 가면 구멍나고 구멍나면 제 기능은 상실되니 이 또한 유념해야한다. 전환의 묘라는 것도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본의미가 실추된 것이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가 삶의 또 다른 과제겠지.


이거 언제 다 파 ㅠ
쌤은 한 3개월 파야하다고 놀리시고... ㅠ
고양이랑 잘 노는 딸 불러서 으쌰으쌰
톱밥이 이쁘다^^~~♡


기계톱으로 위를 좀 깍아줘야 편하다
그 다음은 온리 수작업이다
나무와 내가 한 몸이 될 수있는 기회이자 수고로움의 시작이다
나무를 손으로 깍다보면 어떤 결이 이 나무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알게 된다
여기서 또 딜레마가 생기는데 결만 따라가다보면 작품의 격이 살지 않는다
원하고자 하는 디자인의 격과 나무의 결을 만드는 작업
내가 원하는 방식은 때론 결을 역행하는 것이라 거칠게 저항한다
어느 정도 격을 만들고 다시 결을 찾아주면 나무는 순해진다
순해지면 다시 격을 만들고 다시 결을 찾아주고 이 과정은 나의 팔근육을 아주 뜨겁게 만든다.
녹나무는 나무의 나이테 둘레와 상관없는 결을 갖고 있었다
편백은 보이는 결과 갖고 있는 결이 같았다
녹나무는 옹이가 없이 매끈하고 그 향이 진하다
편백은 옹이가 많고 그 향이 은근하다
옹이가 진 부분
칼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뭔가 기분이 단단히 틀어졌다
살살 다뤄야 거칠게 일어나지 않고 옹이를 이쁘게 살릴 수 있다
잘 살려주면 작품의 포인트가 된다.
묘하게도 나무에 옹이 하나쯤은 있어야 내력이 있어보인다
그런데 이거 너무 많으면 정신 없다
살면서 옹이진 내 마음 하나 곱게 품어주고 다듬어줄 목수 하나 만나는 것도 큰 복이지 싶다.
그런가하면,
칼질은 잘 되는데 너무 물러서 원하는 부분만 도려내기가 힘든 부분이 있다
옹이보다 이 녀석이 더 문제다
끝끝내 물러터져서는 주변까지 자꾸 먹어들어간다

우후 ~~~~
요래 완성이 가까워진다
다리가 썩 맘에 들진 않는다
그런데 주문이 늘어갈 수록 쌤의 표정과 손짓이 거칠어진다
눈치보다 적당한 합의점을 찾는다
미학적이진 앓으나 매우 견고하다
박수도 쳐준다 ㅎㅎ
그러나, 표정은 좀 어설픈 ... ㅋ

문제의 다리 ㅎ
카프카의 변신 속 주인공 뒤집어 놓은 듯한,
바로 발버둥

그러나 이리보면 이쁘죠 ^^~~
살포시 버선발을 내민 저 다리
오늘의 완성 접시
아놔... 첫 수업부터 넘 진지한 깨달음이다
그냥 미운사람있으면 그 사람 생각하며 나무를 사정없이 파주면 그만이제.
아이고 삭신이야 ㅠ
가는데 3시간 오는데 3시간, 그래도 나무야. 너를 알게 돼서 행복했데이...


첫댓글 언젠가 한번은 꼭 수업 듣고 싶은 반이에요~
저도 지리산학교 수업 다 듣고 싶어요.
그러려면 한 6년은 족히 걸리겠더라고요.
청강시간을 노려야지요. ㅎ
시간되실 때 함 놀러오세요
화개장터 가는 큰 길가라 찾기도 쉬워요 ^^
참 부지런하십니다.
벌써 글까지... 많이 배웁니다. 다음에 또 반갑게 봬요.
경비 정산 부탁드려요.~~
즐거운 친정나들이 잘하고 가셨지요?
아름다운 하동을 친정으로 두셔서 넘 부러웠어요
경비는 카톡으로 보고 드릴게요^^~~
나무를 다루는 손길이...
어찌 프로의 냄새가~ㅎㅎ
멋진 작품 기대 합니다~
냄새가 거까지?? ㅎ
프로까지는 아니나 아주 잘 파고 있어요
접시를 집 식탁 위에 놓고 보니
더 없이 흐믓 ~~~~
목공예 이거이... 은근히 빠집니다.
나무를 다루다보면 나무결이 속삭이는 마법같은 매력에흠뻑~^^
맞아요
집에 편백으로 같은 걸 만들려고 가져왔는데 어깨, 팔, 몸 ... 삭신이 아픈데도 자꾸만 손이 갑니다
은근히 제 마음을 빠져들게 하는 매력에 흠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