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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지는 습관
강빛나
생각이 미끄러지는 날에는 잠을 자요
눕지 않는 머리로
뒤척이는 이불에게 숨소리가 들리도록, 근심에 전등이 떨어지지 않도록 꿈을 하얗게 펼쳐놓고
돼지꿈 한 번 꾼 적 없이 비껴난 날들 뿐이죠
숫자를 모르는데 제 때 등록금을 보내 주던 당신 손가락에 눈빛을 걸고, 꿈에라도 돌려 줄 것이 있나 돌베개를 괴고 이를 물었지만
신용카드 한도 초과, 또 한 달이 돌아 왔네
넘어지고, 찢어지고, 백 번을 일어나도 바닥은 올라가지 않아 잠을 자요
오늘 눕지 않으면 1만8천2백50일이 힘들어질까 봐
십일조를 받은 신神이 두 눈을 뜨고 내 기도에 편들어 주길 바라며
눈을 감아요 이 밤이 지나면 세 번 부인하지 않게 졸인 마음으로, 달아나지 못하게 밤의 손등을 꼬집어요
버려진 강아지처럼 울어 볼까
도무지 눈꺼풀이 어둠을 포개지 못할 때
근심을 돌려 시계 바늘에 저울을 달고 돼지꿈을 걸어볼까요 돼지 한 마리, 돼지 두 마리……
끝까지 꿈으로 가서 잠을 밀면
어둠 속에서도 조금은 괜찮은 횡재운의 축복을 받기도 한다고
간격
유럽 부호들은 가질수록 높은 언덕에 산다지
가장 멀리 떨어져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우리도 없는 사람들은 달동네를 찾는다지
꿈이 헉헉거려서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어서
마음 하나 깨지는 일쯤 아무것도 아니지
도시를 스캔한 드론을 타고 하늘을 오른다
평지에서 보이지 않던 강이
사지를 벌리고 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을까?
강은 상향조정자들이 즐기는 호수고
감출 것도 숨을 곳도 없는 자에겐 맨살의 혁띠다
돌을 이쪽에서 던지고
저쪽에서 던져도
닿을 수 없는 물결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데
강의 몸살에 안전 브레이크 없는 하루가
월경증후군처럼 신경질을 부린다
지갑이 혓바닥을 자주 늘어뜨리는 날엔 백일몽을 꾼다
강 저쪽에서는 내가 살아도 모르는 일
죽어서도 모르는 일
2017년 『미네르바』로 등단.
현 계간 『미네르바』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