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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누원초 조성실 교사]
5학년 국어과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목련꽃〉이라는 시를 공부하고 나서 선생님은 어떤 평가를 하셨나요? ‘목련꽃은 아이들의 입이다’에서 사용한 표현 방법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 있을 수 있겠지요. 비유법이 답입니다. 그리고 비유법이 들어가는 짧은 글을 하나 쓰라고 하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비유법을 알고, 비유법의 예를 들고, 각 시의 주제, 소재, 재미있는 표현을 잘 추려내서 정답을 맞추면,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는 것일까요? 아이들은 모두 시인이라고 합니다. 사물이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고,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우리가 아이들과 시를 공부하는 이유는 시인의 마음을 찾아 주는 것, 그것을 시로 표현하는 것, 시를 좋아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계속 시를 읽도록 마음을 움직여 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므로 우리 교사는 무엇을 목표로, 얼마나,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단원 평가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묻고 아는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의 수업 목표에 도달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교사가 가르치는 목표는 각 교과마다 다를 겁니다. 수학과는 반 아이들이 모두 단원의 중요한 개념을 알고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수업을 제대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셔야 합니다. 교과서에 나온 그대로 문제를 풀고, 단원 평가를 하고, 모르는 문제를 가르치고 다시 평가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공부시키면 점수는 높아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수학을 재미없는 과목, 어려운 과목으로 생각하게 되지, 진정 수학 학습에서 얻어야 하는 사고력, 추상적 사고, 논리력, 앎의 기쁨이나 의지 등은 얻기 힘들 것입니다. 학급운영의 여러 활동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생일잔치를 하는 까닭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는 것이 행복한 일임을 알고, 다른 사람과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것이지요. 그러면서 좀 더 효과적인 교육목표를 생일잔치에 넣어 보는 것이지요. 인권을 생각하고, 생명이나 태어남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고, 더불어 스스로 어떤 일을 계획해 보는 자치의 개념까지를 생일잔치에 넣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학급운영 활동도 아주 중요한 공부입니다. 학급운영을 많이 하면 공부가 소홀해지는 것이 아니라 학급운영을 하면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더 잘 만들어 갈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목표로 하는 것에 적합한 몇 가지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선생님 고민을 잠깐 접으시고 정리를 해 보시지요. 아이들이 꼭 기억해야 하는 지식은 어느 정도인지,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은 무엇으로 해야 할지,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변화시키고 싶은 태도나 느끼게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1년 동안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자라기 바라는지 정리해 보세요. 교육의 목표 중에서 ‘지식을 안다, 답을 쓴다’는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고, 아이들은 교과서의 모든 내용에 대해 ‘정답을 쓸 수는 없다’는 사실도 기억하십시오. |
[서울 영훈초 신명기 교사]
"선생님, 저는 박 선생님이 담임이 되면 좋긴 좋은데, 공부를 너무 시키지 않는다고 다른 부모님들 사이에서 좀 불만이 있어요. 학급운영인가 하는 것을 열심히 하느라고 공부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고요.” 벌써 꽤 오래 전의 일입니다. 새 학년이 가까워질 무렵 친하게 지내던 학부모와의 대화 도중에 나온 말이죠. 말이 박 선생님이지, 나에게 하는 말이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도 학급운영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학급운영의 정의를 나름대로 세우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많은 새내기 교사와 교직 경력이 짧은 선생님들이 학급운영을 계획하고 이끌어 가면서 교과지도와 학급운영 사이에서 고민을 합니다. 어느 한쪽을 소홀히 하기도 싫지만 그렇다고 둘 다 완벽하게 하는 것도 힘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것은 학급운영과 교과 공부를 분리해 생각하는 데서 오는 고민입니다. 학급운영과 교과지도를 따로 떼어서 생각하면 학급운영이 아주 부담스러운 활동이 됩니다. 학급운영이라는 말 자체는 교과 공부를 포함하고 있으며 학급운영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교과 수업이어야 합니다. 수업 시간에 교과 내용을 가르치지 않고 교과와 전혀 상관없는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학급운영이며 그런 활동이 교과와 관련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교육적이지 않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일종의 이벤트성 학급운영은 아이들의 재미를 위해 어쩌다 하는 활동이어야지 그것이 주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학급운영이라면 많은 부분이 교과지도와 연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교과 수업을 어떻게 하면 더 풍부하고 다양한 활동을 포함하도록 재구성해서 가르칠까 하는 고민의 답이 ‘학급운영’이라는 이름으로 나와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급 노래자랑’을 한다고 했을 때 사전 준비가 없다면 ‘이벤트’가 되지만 ‘음악, 국어, 미술’을 통합하여 준비하면 교과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학급운영이 되는 것이죠. 종이 접기와 칠교, 노래 가르치기, 게임 등 모든 활동이 교과와 서로 얽히면서 관계를 맺어 나가는 학급운영이 되도록 하면 좋을 것입니다. 학급운영과 교과지도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덩어리로 보는 관점이 생긴다면 ‘학급운영은 잘 하는데 교과는 잘 가르치지 못한다’ ‘교과는 잘 가르치는데 학급운영은 잘하지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교과를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 학급운영도 잘하는 선생님이 되고, 학급운영을 잘하는 선생님이 교과 수업도 잘하는 선생님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교과 수업을 교과서에 있는 것을 충실히 가르치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교과에서 요구하는 목표를 다양한 학급운영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겁니다. 다만 그런 학급운영이 학년이나 교과에 대한 교사의 고민이 제대로 담기지 않은 내용이라든지, 누군가의 좋은 학급운영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어서는 안 되겠지요. |
[광주 삼각초 김희숙 교사]
교사가 된 지 22년, 그중 절반의 세월은 월말고사가 존재하는 시절이었어요. 5학년을 담임한 첫해에는 열정과 설렘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지요. 하지만 15반 중 10등 안에 드는 경우가 거의 없었답니다. 9년 정도 되었을 때 2학기가 시작되는 날, 방학숙제를 다 해 오지 않은 학생 15명 정도를 데리고 나머지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 아이들을 데리고 반 실력을 올려 보기로 계산한 거지요. 이 계산은 적중했어요. 날마다 남아서 문제집을 풀다 보니 한 달에 두 권이 넘는 문제집을 다루게 되고, 실제로 월말고사에서 15∼22명 정도가 평균 90점이 넘어 학력 우수상을 타게 된 거지요. 그리고 그 다음 해부터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만 보게 되었답니다. 그러니까 얼마나 마음이 편해지던지요. 그때부터 단편적인 지식을 주입시키는 교육이 아닌 나름대로의 학급운영을 고민해 보기 시작했지요.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이야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할 도리는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요. 그 후 10여 년 동안의 학급운영을 돌이켜보면, 교사의 깊어지고 넓어지고 높아지는 생각의 폭과 사람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인간애가 학급운영의 목표를 설정하는 토대가 된다는 것을 은연중에 깨닫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학생의 ‘앞선 자’인 선생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가에 따라서 학급운영이 달라진다면 교사는 담임을 하기 전 한 해의 목표를 세워 보아야 하겠지요. 더군다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그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일단 한 템포 늦추면서 자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직시해 보는 일도 서슴없이 해야 될 것 같아요. 우리는 성적 위주의 교육을 받아 온 사람들이지요. 입으로는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특기를 계발해 주고 더불어 살 줄 아는 진정한 생태주의적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길러 주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학생들의 성적이 뒤떨어지는 것에 조바심과 두려움을 느끼지요. 그럼에도 선생님이 올 한 해 ‘지식(성적)’에 초점을 맞추셨다면 성공이든 실패든 일단 가 보는 거예요. 대신 선생님의 불안을 없애고, 학생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건전한 성장을 위해 인성교육 부분을 첨가시켜서요. 예를 들면 음악 들으며 독서하기, 동화 들려주기, 만화 그리기나 스케치, 환경·생태교육, 생각 키우기, 건전 가요 부르기 등이 있죠. 그 외 여러 가지를 선생님이 선택하셔서 아침 수업 시작 전이나 점심시간, 종례 시간 등 가능한 시간을 활용하여 시작해 보세요. 아마 후회든 기쁨이든 올 한 해 동안 겪은 일들은 앞으로 선생님이 걸어갈 길의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교사가 되는 시작이겠지요. 밀란 쿤데라의 〈시인이 된다는 것〉이라는 시가 있어요. 이따금 저는 교사로서 힘들어질 때 또는 자신이 없어질 때 ‘시인’을 ‘교사’로 바꾸어 중얼거려 본답니다. 제 자신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또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시인이(교사가) 된다는 것은 / 끝까지 가 보는 것을 의미하지 // 행동의 끝까지 / 희망의 끝까지 / 열정의 끝까지 / 절망의 끝까지 (하략)” 너무 일찍 계산하고, 너무 일찍 절망하여, 너무 일찍 포기하고 일어서 버린다면 안 되지요. 끝까지 가 보지 않은 길은 언제나 후회만 남기니까.
출처 : 이 내용은 <초등 우리교육 2003년 6월호>에 실린 '갈등상황'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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