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2월 1일 토요일, 맑음.
아침 산책을 나왔다. 아내는 쉬고 싶다고, 힘들어서 늘어지게 자고 싶단다. 오늘은 그동안 잘 지냈던 이 나라를 떠나는 날이다. 아침 잠깐의 여유가 있어서 밖으로 나왔다. 라르나카 동쪽 지역에 있는 오래 된 교회를 찾아보기로 했다. 동이 트는 아침 해변을 만났다. 황금색 구름과 함께 날이 밝아온다. 해변은 조용하고 쓸쓸해 보인다. 야자수 몇 그루와 빈 비치 의자에 검은색 갈매기가 또 하루를 맞이한다. 벌써 해변으로 나온 서너 명의 사람도 보인다. 유럽 광장 쪽으로 간다. 창고 같이 생긴 박물관들이 이어져있다.
Larnaca Municipal Art Gallery, Larnaka Historic Archives Museum, 고고학 박물관인 Pierides Museum - Bank of Cyprus Cultural Foundation도 가까이 있다. 1825년에 세워진 건물이란다. 입장료가 무료(Free Entrance)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으나 개방시간이 아직 멀었다. 건물들의 나이가 거의 비슷해 보인다. 우체국(Larnaca Central Post Office) 건물 앞에는 노란 우체통이 두 개 보인다. 좀 더 걸어가니 작은 광장이 나온다. 광장 오른쪽에는 십자가가 있는 오래된 건물이 보이는데 간판을 보니 학교(Med High Private English School)다.
그 앞으로 싱겁게 세워진 남자의 동상이 광장을 지키고 있다. 건너편에는 고고학 박물관(Larnaka District Archeological Museum)이 현대식 낮은 건물로 지어져 있다. 박물관 뒤로는 작은 공원이 이어져 있는데 자세히 보니 공원이 아니고 터만 남아있는 고대 유적지(Ancient Kition)다. 야자나무 사이로 커다란 항아리가 비스듬히 누워있다. 박물관 울타리 안에는 도자기를 비롯해 석조물들이 수집되어있다. 좀 더 걸어간다. 오래된 교회(Panagia Chrisopolitissa)를 발견했다. 라르나카의 나사로 교회만큼 나이가 들어 보이는 그리스 정교회다.
아침 햇살에 종탑이 황금색으로 보인다. 그리스와 키프로스 국기가 게양되어있다. 성도들이 나와서 마당을 청소하고 있다. 교회를 찬찬히 둘러보고 돌아섰다. 이제 숙소 방향으로 간다. 유럽광장에서 마리나(항구)로 간다. 넓고 긴 판자로 만들어진 데크가 많이 낡았다. 어선보다는 고급 요트들이 많이 정박해 있다. 밝아오는 해변과 건물들이 금빛으로 환하게 빛이 난다. 숙소로 돌아왔다. 아내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갔다. 오늘은 잉글랜드 스타일로 아침을 준단다.
계란 후라이 2개와 소시지, 베이컨 오이 토마토, 피망, 치즈와 버터 그리고 절인 올리브와 주스에 고급스런 빵을 준다. 삶은 계란 하나를 컵에 담아 준다. 종류가 너무 많아 탁자가 비좁다. 잘 먹었다. 참 친절하고 정성을 다하는 주인장 부부가 고맙게 여겨진다. 호텔 규모는 작지만 정말 알차고 좋은 호텔이다. 다음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꼭 들러야할 장소이고 또 추천해주고 싶은 호텔이다. 이제 공항으로 갈 일만 남았다. 좀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테라스에 나가서 잠시 쉬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상징하는 삼지창을 손에든 용사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숙소에서 좀 뒹굴다가 짐을 챙겼다. 체크아웃을 했다. 아침 10시, 버스 정류장으로 나가 공항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남은 잔돈으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서 입에 물었다. 맛있다. 공항 가는 버스 425번을 탔다. 낯익은 마을과 거리, 그리고 호수를 지나 공항에 도착했다. 깨끗한 공항 청사에 들어서니 커다란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타일로 장식된 직사각형 벽화에는 역사적인 사건을 알 수 있는 내용들이 들어가 있다. 페르시아와 로마, 그리고 베네치아의 사자 들이 눈에 들어온다. 출국 수속을 밟았다.
우리가 타고 갈 항공은 에게이안(AEGEAN) 항공사다. 별 어려움 없이 쉽게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탔다. 키프로스로 왔던 역순으로 간다. 먼저 레바논 공항에 도착한 후에 비행기를 갈아타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공항으로 간다. 비행기는 이륙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의 아름다운 마을과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비행기는 텅텅 비어서 간다. 레바논의 시국이 어수선해서 왕래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 같다. 마음이 좀 긴장된다. 레바논에서 무사히 비행기를 갈아타야 할 텐데....... 13시 2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30분 정도를 날아가 드디어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 도착했다. 약 200km를 날아온 셈이다. 이렇게 우리는 키프로스를 떠나게 되었다. 참 즐겁고 잘 지냈던 키프로스다.
키프로스를 떠난 비행기는 레바논 베이루트에 무사히 도착했다. 낯익은 베이루트 공항이다. 환승하는 삶들만 이용하는 환승 표 발급 부스가 따로 마련되어있었다. 마스크를 쓴 중국 아가씨가 우리 앞에 서 있다. 코로나 19가 아직 레바논에 들어왔다는 소식이 있기 약 10일 전이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비행기 표를 발급 받았다. 우리가 타고 갈 플라이 두바이 항공을 기다린다. 공항 대합실 창 밖에는 활주로가 보이고 그 너머로 베이루트 공항 주변 마을이 보인다. 바다를 향해 병풍처럼 이어지는 산맥이 집으로 가득하다.
활주로에는 레바논 국가를 상징하는 백향목이 그려진 MEA 항공기가 대기해 있다. 공항 내 면세점들을 구경한다. 조니 워커 판매점에는 또 걸어가는 신사의 동상이 보인다. 웨이팅 룸에서 잠시 대기한다. 레바논 글씨, 아라비아 숫자가 참 재미있게 보인다. 16시에 출발하는 플라이 두바이 항공 비행기를 탔다. 빈 좌석이 없이 손님이 가득 찼다. 저가 항공인데 기내식을 준다. 반가웠다. 닭고기와 밥이 들어있는, 빵과 버터 그리고 물도 준다. 좀 날아가니 날이 어두워진다. 밤 9시 50분에 두바이 공항 제 2 터미널에 도착했다.
두바이 공항 ATM 기계에서 500디르함을 인출했다. 서둘러 짐을 챙겨 입국 수속을 밟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바로 오만의 수도 무스타크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맘먹었다. 오만 무스타크 행 버스가 정차하는 곳을 찾는다고 헤맸다. 도착입구에서 출발 지역까지 왔다 갔다 한다. 물어 보면 말하는 사람마다 답이 달랐다. 공항 터미널 2 앞길을 몇 번 왕복한 후에야 겨우 타는 곳을 찾았다. 터미널 2의 도착 지역 건너편 도로에 Dubai-Muscat Route라는 표시가 보였다. 시간표를 보니 밤 11시 15분에 버스가 있었다.
기대하는 맘을 갖고 버스를 기다린다. 기온은 따뜻했다. 11시 15분이 넘어서 고급스런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는 우리를 보고 멈추더니 차장이 내려온다. 예매한 표가 있는지 묻는다. 예매한 표가 없었다. 빈 좌석이 없어서 태워줄 수 없단다. 사정을 해 보았지만 미안하다는 말만 남기고 버스는 그냥 출발하고 말았다. 정말 허탈했다.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는 기대와 반가움은 금방 실망과 아쉬움으로 사라졌다. 늦은 밤이다. 숙소를 찾아가기에는 너무 늦었고 주변에는 숙소도 보이지 않았다. 공항에서 긴 밤을 보내기로 했다.
내일 아침 7시에 출발하는 오만 행 첫 차를 타려고 맘을 먹었다. 고맙게도 공항에는 인터넷이 된다.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있는 의자를 잡아서 밤을 보낼 준비를 했다. 함께 밤을 지내야 할 아내에게 미안한 맘이 들었다. 또 두바이에서 밤을 보내는구나. 화장실에 가서 세면을 하고 일기를 대충 적어두었다. 잠이 오지 않는다. 오가는 사람들과 공항직원들을 구경하며 까만 밤을 보낸다.
2월 1일 경비- 아이스크림 1.3유로, 공항버스 3유로, 과자 1.6유로.
계 5.9유로*1350=7,965원
누계3,467,000원.
첫댓글 부부가 함께 하는여행 보기 좋습니다 ^^
함께하는 여행이 보기는 좋은데 쉽지않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