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멘토링, 아이도 나도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안녕하세요. 별명이 하품이네요. 의미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하품을 자주 했어요. 중요한 자리에서 하품한다고 어른들에게 야단도 가끔 맞았죠. 나이 들어 생각해보니 저에게는 하품이 긴장을 푸는 하나의 습관이자, 저를 유지하는 수단이었던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별명을 짓고는 하품을 덜 하게 되었어요. 하하.
번역가로 일한다고 들었어요. 하품은 어떤 분이신가요?
잡지사 기자를 하다 2004년부터 번역가로 일을 하고 있어요. 번역 외에도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해서 영어로 하는 여러 일들을 해요. 최근에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져서 환경정의에서 환경강사로 활동도 하고요.
그리고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 있어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나와서 성서초등학교를 다니다 3학년 때 신촌에 있는 기계체조 특성학교로 전학을 왔어요. 아이가 운동을 굉장히 좋아해서 기계체조 선수로 활동 중이에요.
와~ 기계체조 선수라니, 멋지네요. 그런데 이사를 간다는 슬픈 소식도 들리던데요ㅠ
아이가 내년에 송파구에 있는 서울체육중학교로 입학을 앞두고 있어요. 여기서(성산동) 다니기에는 너무 멀어서 내년 2월경에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오래 살던 동네고 좋은 이웃도 많이 생겨 떠나려니 저도 많이 아쉽네요.
이사를 가면 마포희망나눔 활동도 어렵겠네요ㅠ.ㅠ
맞아요. 너무 멀어서 자주 오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가끔 놀러오려고요.
이제 곧 떠나지만 희망나눔과의 좋았던 추억을 같이 떠올려 보면 좋을 듯 해서…희망나눔과 인연 어떻게 맺게 되었는지 소개해주세요.
언젠가 번역 일을 하면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때가 있었어요. ‘다른 활동을 해봐야겠다’ 마음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니 희망나눔이 눈에 들어왔어요. 제가 잘하는 분야가 영어고, 대학교 때부터 과외를 많이 해서 아이들 가르치는 건 자신이 있었어요. 제가 먼저 희망나눔 사무실을 찾아갔어요. 실무자 분이 마침 학습멘토링을 받고 싶어하는 친구가 있다며 연결시켜 주셨죠.
영어학습멘토링으로 활동을 시작 한거네요. 멘토링 활동 어떠셨어요?
그때 만난 친구가 중학교 3학년이었는데, 기본기가 전혀 없는 상태였어요. 어디서부터 가르쳐야 하나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다행히 그 친구가 의지도 있고 성실해서 주1회 꾸준히 만났어요. 그렇게 만난지 올해로 3년째네요. 지금은 고등학교 2학년인데, 영어도 잘하고, 다른 과목도 열심히 해서 학교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친구도 좋아하고 저도 희망나눔에서 처음 맺은 친구가 잘 돼서 너무 뿌듯하네요.
정말 잘됐네요. 3년을 이어오셨으면 중간에 힘들 때도 있었겠어요.
물론 있었죠. 초기에는 학습으로 만난 관계지만 다른 것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아이의 반응이 뜨뜨미지근 할 때는 혼자 상처 받기도 했죠.
그런 마음일 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시간이 지나면서 ‘내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는 상대방의 반응에 과하게 상처 받았구나’ 싶었죠. 학습으로 만났으니 먼저 학습멘토링에 집중하고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 칭찬을 더 많이 해주었더니 친구도 좋아하고 저도 만족스러웠어요. 그리고 이 친구들에게 필요한 게 학습도 있지만 편히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친구 얘기, 학교 얘기 등 누구에게도 쉽게 꺼낼 수 없던 얘기들을 옆에서 누군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거죠.
그야말로 친구 같은 멘토네요.
멘토를 하다보면 내가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쌍방이 도움을 받는 관계로 발전해요. 저도 그 친구와 이야기 나누면서 그 또래 친구들의 고민과 정서를 알게 되는데, 그게 딸 키울 때 도움이 돼요. 가끔은 제가 그 친구에게 딸에 대해 상담을 받기도 하니까요.(웃음) 실제로 멘토링 하면서 딸과 관계도 더 좋아졌죠. 3년간 멘토로 활동하며 저도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얘기를 듣다보니 정말 좋은 활동인데, ‘학습멘토링은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있어서 참여하시는 분이 많지 않아 아쉽네요.
보통 영어, 수학이 학습멘토 욕구가 강한 과목들인데요. 꼭 전공자가 아니어도 아이들과 소통하는 걸 좋아하고 잘 가르치겠다는 자신감만 있다면 참여해도 좋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많은 지식을 필요로 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서로에 대한 열정과 관심, 성실함이 학습멘토에게 더 필요한 역량이죠. 처음부터 ‘선생님’으로 만나기보다는 우리 아이의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부담이 덜할 거에요.
이렇게 좋은 노하우를 가진 분이 떠난다니 아쉽네요. 이사를 가서도 이런 활동을 계속 이어갈 생각인가요?
네. 계속 이런 활동을 하고 싶어요. 이사 가는 지역에 어느정도 적응이 되면 아이들과 관계를 맺는 활동을 하고 싶은데, 그런 점에서 학습멘토링이 딱인 것 같아요. ‘학습’은 자기 욕구로 시작하는 거라 거부감도 적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 실마리가 되어주니까요.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제가 올해 운영위원을 잠깐 맡았는데 코로나로 회의에도 제대로 참석을 못했어요. 그래서 더 아쉽고 죄송하네요. 힘든 시기일수록 어려운 회원들에게는 더 도움이 손길이 필요하다고 봐요. 희망나눔에 대한 관심과 후원, 지지를 더 많이 보내주셨으면 해요.
글 by 라현윤(나르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