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양시가지에서 고수대교를 건너 바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양백산전망대고, 조금 더 가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다리안계곡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저 안에 뭐 별 게 있을까…….’
첩첩산중 계곡 깊숙이 나있는 길을 따르며 멀기도 하여라, 깊기도 하여라 하고 있는데 여름휴가용 별천지가 나타났다. 세상에~ 이 안에 이렇게 많은 휴양시설이 들어서 있었어? 진짜 사람이 바이러스(Virus)가 맞나 보다. 구석구석 들어가서 팍 퍼진다.
다리안계곡의 끝은 소백산 등산로다. 그 아래에 다리안관광지가 널찍하니 자리잡고 있고, 그 아래에 개인들이 세운 여러 휴양시설이 들어서 있다. 아침 일찍, 늙으면 잠이 없다더니 내가 벌써 그 나이? 날이 밝음과 동시에 잠에서 깨 [소백산에서]를 나섰다. 계곡으로 내려가기 위해 이리저리 길을 찾아보는데 여러 휴양시설들이 계곡과 길 사이에 촘촘히 박혀 있어 쉽지 않았다. 그렇게 계곡으로 내려갈 길을 찾으며 올라가다 다리안관광지 입구에 닿았다. 1,000 원이라는 입장료가 있었지만 그 이른 아침에 사람이 나와 악착같이 돈을 받으면 서로 피곤하니 그냥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다. 몇 년 전, 월출산에 갔을 때 새벽 2 시임에도 입장료를 받았었다. 거 봐, 서로 얼마나 피곤해? 그 분은 잠을 못 자고 밤새 지키느라 피곤하고, 나는 이렇게 몇 년째 욕을 하고.
다리안관광지 안에서도 계곡으로 가기 위해 오른쪽 길만 고집했다.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이른 아침 텅 빈 산 속에서 맡는 공기는 여느 공기와 달랐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때 나는 허파가 아닌 피부로 숨을 쉬고 있었나 보다.
‘역시 혼자니 좋네. 다른 사람이 내뱉은 공기는 하나도 섞이지 않은 이 신선한 공기!’
괜히 기분이 좋아 청명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깊이 내쉬고 있는데 털이 북실북실한 시커먼 개 한 마리가 바로 요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내가 반가운 모양이었다. 이 텅 빈 공간에서 야밤에 외롭기도 했겠다. 넌 어디서 잤니? 그런데 지금 괜히 기분이 나쁘다. 결국 저게 내쉰 공기를 내가 마시고 있었잖아? 이른 아침 산 속 공기의 신선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하니 기분이 떨떠름하다.



드디어 계곡이 나타났다. 그런데 생각보다 작았다. 어제 꽤 많은 비가 내려 물이 콸콸콸콸 흘러내렸지만 원래 계곡이 작아서 그런지 그리 속 시원히 흘러내리는 건 아니었다. 계곡 주위로 원두막 등 여러 휴양시설들이 깨끗하게 잘 갖춰져 있었다. 물론 돈을 내야 된다. 곳곳에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계곡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다리안폭포였다. 폭포 아래에 설치된 전망대에 섰지만 양쪽 바위가 시야를 막고 있어 떨어지는 물줄기가 속 시원히 보이진 않았다. 이렇게 직접 확인하고 나니 다리안폭포가 정말 [다리 안 폭포] 같았다. 전날 어느 높으신 분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다리안계곡이 왜 다리안인 줄 아세요? 바로 다리 안이라서 그렇습니다. 다리 안… 뭐 생각나는 것 없으세요? 다리 안 계곡?”
절대로 누가 말한 건지 밝힐 수 없고, 절대로 내가 한 말도 아니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저 위에서 말한 [다리 안 계곡]의 뜻도 잘 모르겠다. 솔직하지 않고 싶어 솔직하지 않은 게 아니라 솔직해질 수 없는 상황도 솔직히 있을 수 있으니 솔직하지 않더라도 솔직한 것이라 생각하시고 솔직하니 이해하세요. 아마 다 이해하시고도 솔직히 모르겠다고 솔직하니 말씀하실 거죠?
전망대에서 보니 다리안폭포 위로 다리 하나가 지나가고 있었다. 저 다리 위에서 보면 다리안이 좀더 잘 보일 것 같아 다리 위로 올라갔다. 도대체 위 문장에 ‘다리’가 몇 개야? 그렇다면… 다음 문장에서 같은 뜻을 가진 ‘다리’끼리 묶으시오.
[ 저 (1)다리 위에서 (2)다리안을 보면 (3)다리안이 잘 보일 것 같아 (4)다리 위로 가니 (5)다리 운동이 됐다. ]
정답은… 뚜구 뚜구 뚜구둥~ (1), (4)가 같은 뜻이고, (2), (3), (5)가 같은 뜻입니다. 위 문제에서 인용된 학설은 그 높으신 분의 학설입니다. 지금도 솔직히 그 분이 누구신지 저는 모릅니다. “그 사람~ 나를 알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드디어 계곡이 나타났다. 그런데 생각보다 작았다. 어제 꽤 많은 비가 내려 물이 콸콸콸콸 흘러내렸지만 원래 계곡이 작아서 그런지 그리 속 시원히 흘러내리는 건 아니었다. 계곡 주위로 원두막 등 여러 휴양시설들이 깨끗하게 잘 갖춰져 있었다. 물론 돈을 내야 된다. 곳곳에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계곡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니 다리안폭포였다. 폭포 아래에 설치된 전망대에 섰지만 양쪽 바위가 시야를 막고 있어 떨어지는 물줄기가 속 시원히 보이진 않았다. 이렇게 직접 확인하고 나니 다리안폭포가 정말 [다리 안 폭포] 같았다. 전날 어느 높으신 분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다리안계곡이 왜 다리안인 줄 아세요? 바로 다리 안이라서 그렇습니다. 다리 안… 뭐 생각나는 것 없으세요? 다리 안 계곡?”
절대로 누가 말한 건지 밝힐 수 없고, 절대로 내가 한 말도 아니다. 그리고 솔직히 나는 저 위에서 말한 [다리 안 계곡]의 뜻도 잘 모르겠다. 솔직하지 않고 싶어 솔직하지 않은 게 아니라 솔직해질 수 없는 상황도 솔직히 있을 수 있으니 솔직하지 않더라도 솔직한 것이라 생각하시고 솔직하니 이해하세요. 아마 다 이해하시고도 솔직히 모르겠다고 솔직하니 말씀하실 거죠?
전망대에서 보니 다리안폭포 위로 다리 하나가 지나가고 있었다. 저 다리 위에서 보면 다리안이 좀더 잘 보일 것 같아 다리 위로 올라갔다. 도대체 위 문장에 ‘다리’가 몇 개야? 그렇다면… 다음 문장에서 같은 뜻을 가진 ‘다리’끼리 묶으시오.
[ 저 (1)다리 위에서 (2)다리안을 보면 (3)다리안이 잘 보일 것 같아 (4)다리 위로 가니 (5)다리 운동이 됐다. ]
정답은… 뚜구 뚜구 뚜구둥~ (1), (4)가 같은 뜻이고, (2), (3), (5)가 같은 뜻입니다. 위 문제에서 인용된 학설은 그 높으신 분의 학설입니다. 지금도 솔직히 그 분이 누구신지 저는 모릅니다. “그 사람~ 나를 알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되돌아 오다 [전망대] 표지판을 보고 오른쪽으로 꺾었다. 소백산유스호스텔(Youth Hostel) 방향이었다. 나는 다리안계곡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탁 트인 풍경을 기대하며 갔는데 웬걸, 탁 트인 풍경이라곤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멋없는 시멘트 정자만 한 채 덩그러니 서 있었다. 혹시 이 정자가 아니라 유스호스텔 건물에 붙어 있는 저 망루 같은 곳인가? 나는 소백산유스호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관리원이 못 들어가게 막았다. 나는 사정을 했다. 건물 내부가 아니라 저 위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을 꼭 한 번 보고 싶어요… 네…??? 관리원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와 동행해서 꼭대기층까지 올라갔다. 고맙습니다. 옥상문이 잠겨 있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다리안계곡의 원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내일 500 명의 학생이 예약돼 있다며 자랑스러워 하셨다. 한 달에 많게는 5,000 명, 보통 3,000 명 정도가 이곳, 소백산유스호스텔을 찾는다고 했다. 이곳에 묵으면서 소백산 깊숙이 들어가 보는 것의 가치를 아이들이 알까? 나도 어릴 때는 산의 가치를 몰랐었다. 소백산유스호스텔 바로 뒤에 폭포펜션(Pension)이 있었다. 다리안계곡에서는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 숙박시설이지만 창문 밖으로 계곡물이 졸졸졸 흐르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소백산유스호스텔에서 바라본 다리안계곡의 전경을 생각해 볼 때, 소백산에서 발원했다는 명성에 비해 너무 작은 계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티 없이 맑은 계곡물과 번잡하지 않을 정도로 소담하게 자리잡은 인위적인 건축물들이 서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계곡이 조금만 더 컸어도, 아니면 인위적인 공간이 조금만 더 화려했어도 서로 불협화음을 일으켰을 텐데 계곡도, 건축물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바람에 소백산의 끝자락이 아름답게 공유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다리안관광지에 깔려 있는 황토길에서 잠시 풀쩍풀쩍 뛰었다. 그 뒤로 발바닥에 힘이 들어가 죽는 줄 알았다. 원기회복에 최고인 것 같았다.





< 밑에 3 마리의 개가 보인다 >
내려오는 길에 묘한 삼각관계에 얽혀 있는 개 3 마리를 봤다. 수컷 두 마리와 암컷 한 마리로, 보아하니 수컷 중에서 조그만 놈이 암컷을 공들여 꼬셔 놨는데 주인을 따라 산책 나온 조금 큰 수컷 한 마리가 그 냄새를 맡고는 암컷을 집적거리기 시작한 모양이다. 덩치가 자기보다 큰 수컷에게 공들인 암컷을 빼앗긴 작은 수컷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주위를 맴돌며 계속 짖어댔고, 그러다 덩치 큰 수컷이 막 거사를 치르려는 순간, 조그만 수컷이 제 몸을 날려 수컷의 옆구리를 확 받아버렸다. 주저앉은 덩치 큰 수컷은 쪽 팔려서 그런지, 황당해서 그런지 일어나지 않았다. 암컷은 거사를 치르던 그 자세로 가만히 있고, 조그만 수컷은 이 둘을 빙빙 맴돌며 계속 짖어대고, … 이 때 아저씨가 돌아와 주저앉은 자기 개를 데리고 가면서 소동이 일단락됐다. 덩치 큰 놈이 사라진 후 둘은 흘레했다. 이 좋은 산 속 이른 아침에 물을 흐려놓는 것들…….


첫댓글 잘 봤어요.^^ 항상 남의 글에 댓글 달고 가시는 역마살님.. 내가 달아드리고 퇴장하려고..^^
다 읽어보신 것 맞죠?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같이 그냥 남기신 건 아니시죠?
물론....
ㅋㅋ원래 이곳 다리안 관광지도 24시간 입장료 받는 징수원이 있는데 이날만은 군수님이 역마살님 오신다는 소문에 징수원을 나가지 말라하셨단다... 두고 두고 욕하는걸 아마도 들으셨나봐!~
히히히...
힘이 넘치는 역마살님...황토길에서 또 충전되어 발에 힘이 솟는다니 에너지 좀 나눠줘요.
아깝다, 그 때 말씀하셨으면 깁스를 바로 풀 게 해드릴 수 있었는데... 그 때는 왜 나눠드릴 생각을 못 했을까요? 바보, 바보 (저한테 하는 말입니다.)
달팽이 같은 계단은 어디에 있었대요? 멋지다~! 강아지가 내쉰 공기 마셨다구 찜찜해 하지 마세요~ 우리 다같이 더불어 사는 세상~~ㅎㅎㅎ 글이 늘 재밌어염^^*
ㅎㅎㅎ 정말 재미있네...계단은 늘 아름답고...부지런한 역마살님 덕분에 멋진 전경을 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