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과 함께 훔쳐 간 내 꿈
장석률
꿈속에서 신발 잃어버리는 꿈은 불길하다고 한다. 가족을 잃거나 병을 앓게 된다고 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쉰 살을 넘기면서 가끔 신발 잃어버리는 꿈을 꾸었다. 장례식장이나 식당에서 신발을 잃어버리고 신발을 찾아 헤매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나면 마음이 불안하고 심란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신발을 자주 잃어버렸다. 공부 끝나고 신발장 내 번호 앞에 가보면 감쪽같이 신발이 없어졌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새 신발을 사주셨는데 그걸 잃어버린 어린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너졌다. 애들이 다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면 남는 신발은 여지없이 찢어진 신발만 남았다. 찢어진 신발을 신고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는 나를 탓하지 않고 신발을 훔쳐 간 놈을 원망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화를 내시지 않은 어머니가 참 대단한 인내력을 지닌 분이었다.
초등학교 다닐 적엔 나는 약골 중의 약골이었다. 조회 시간에 운동장에서 서 있다가 쓰러지기 일쑤였으며, 코를 하도 많이 흘려서 별명이 코흘리개였다. 운동회 달리기에서는 단 한 번도 일등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도 공부를 꽤 잘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천재는 아니었지만, 공부를 잘한 덕분에 공공기관 기관장을 하고 퇴직했다.
초등학교 시절 신발을 잃어버린 일은 아직도 내게는 서운하고 씁쓸한 기억이다.
50년도 더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신발을 새로 사서 신고 오는 걸 의도적으로 노린 계획적 범죄의 희생양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신발 도둑놈이 새 신발이면 아무거나 훔쳐 갔을 거로 짐작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약골이고, 성격도 온순하고, 용기가 없어 선생님께 일러바치지 못하니 도둑질하기 좋은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신발을 훔쳐 간 친구가 고백하면 좋겠지만 그 친구는 그런 사실조차 잃어버렸을 세월이다.
나의 성격은 성장기와 청장년기가 완전히 다르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내성적이었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부터 나의 성격은 외향적으로 바뀌었다. 내성적이었던 이유가 약골이었던데다가 신발을 잃어버리는 일을 자주 겪으면서 의기소침한 아이가 된 것은 아니었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 신발을 훔쳐 간 친구는 활발한 내 성격과 꿈도 같이 훔쳐 갔다.
꿈이 현실에서 일어날 일을 예고하는지 알 수 없다.
좋은 꿈을 꾼 날은 복권을 사고 나쁜 꿈을 꾼 날은 하루 종일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불가피한 만남을 제외하고 약속을 뒷날로 미뤘다.
한 번은 꿈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우리 집에 오셨다. 반갑게 맞으면서 어쩐 일이냐고 여쭸더니 아버님 제삿날인데 절이라도 한 번 올리는 게 예의 아니겠냐고 했다. 다음날 복권을 샀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 어느 날엔가 박근혜 대통령과 비행기를 같이 타는 꿈을 꿨다. 비행기 타고 출장을 가게 되었는데 동료 직원이 좌석이 몇 번이냐고 물어서 표를 보여주니 좋은 자리라고 해서 좌석을 찾아가니 옆자리에 박근혜 대통령이 환하게 웃으면서 어서 오시라고 말씀하셨다. 다음날 복권을 샀지만 역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 꿈이 항상 틀리는 것도 아니었다. 스무 살 후반 무렵 직장에 다닐 때 아버지께서 치매와 뇌졸중으로 앓고 계셨다. 어느 날 꿈속에서 오토바이 타고 퇴근하는데 갑자기 상여가 산속에서 내려와 길을 막았다. 그 이후 얼마 안 되어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꿈에 관해서 연구한 선구자는 프로이트다. 프로이트는 20세기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다. 인간의 무의식을 밝혀내어 인간의 내면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나 자신을 잘 알기 위해서는 무의식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무의식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바로 꿈이라고 한다.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환자들에게 최면술을 이용해 치료하는 데 한계를 느껴 새로운 정신분석 방법을 적용하는데 이게 바로 자유연상법이었다. 자유롭게 떠오르는 것들을 말하는 것인데 꿈을 해석할 때도 적용해보았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불안 노이로제를 켰던 그는 자신의 꿈을 해석하면서 [꿈의 해석]을 출간했다.
요즘에는 주변 가족 친지들이 출세하는 꿈을 자주 꾼다. 장인어른이 농협 조합장에 당선되고, 내가 갑자기 면장으로 발령받고, 동생이 장관이 되는 꿈이다. 황당하고 어이없지만 신발 잃어버리는 꿈보다는 낫다.
선거철이라서 후보들한테 인사와 명함을 너무 많이 받아서 이런 꿈을 꾸는 건지·····.
첫댓글 작가님의 글을 읽고 나니 부럽습니다. 저는 한 번도 대통령이 나오는 꿈을 못 꾸었는데 두 번이나 대통령이 꿈 속에 등장하셨다니, 복권이 당첨 안되셨어도 기분은 좋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언젠가는 현실의 꿈과 잠 속에 나타나는 좋은 꿈대로 이루어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