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뉴턴과의 고전물리학과 만유인력의 법칙 등이 '부분의 합은 전체'라는 가치에 근거하여 모든 현상을 더 쪼갤 수 없는 최소 단위로 거슬러 내려와 전체를 이해하려는 상향적 (bottom-up) 접근인 '환원주의(reductionism)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문학자인 괴테가 전일주의(holism)적인 과학자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뉴턴과 괴테를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는 양자 물리학자 제임스 글릭(<카오스>의 저자)의 말을 살펴본다.
"뉴턴이 환원주의였던 반면 괴테는 전일주의자였다. 뉴턴을 색을 분리하여 색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물리학적 설명을 찾아냈다. 괴테는 꽃밭을 거닐었고 그림을 연구했으며, 거대하고 모든 것을 포괄하는 설명을 찾아내려 했다. 뉴턴은 자신의 색이론을 물리학 전반의 수학적 틀에 부합하도록 만들었다. 반면에 괴테의 색채론은 당시의 심리학자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일반적 생각과 비슷했다. (당시 심리학은 아직까지 과학으로 분류되지 않았음). 그는 엄연하 물리적 실재와 물리적 실재에 대한 가변적이고 주관적인 인식을 구별하였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색은 시간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다....괴테의 이론은 견고하고 경험적이었다. 그는 몇 번이고 되풀이 해서 실험의 반복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것은 바로 색에 대한 인식이라고 보았다. 실생활에서 빨간색을 정의하는데 우리의 인식과 무관한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었던가?" (위책, p.240)
괴테의 현상에 대한 접근방법은 동양의 학자들이 세상과 우주를 연구할 때 공자가 말했듯이 '근취저신'하고 '원취저물'하는 방식이나, 유학자들이 격물치지하는 '과학'의 방식과 유사함을 보게되니 흥미롭다.
"뉴턴의 광학은 1000번도 넘게 증명되었지만 괴테의 색채론은 거의 사라지고 없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괴테의 색채론에 관련된 책에 의하면 괴테가 색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기발한 실험을 했음을 알 수 있다. 괴테는 뉴턴과 마찬가지로 프리즘으로 시작한다.뉴턴은 프리즘을 빛 앞에 놓고는 분리된 광선을 하얀 표면에 비추었다. (뉴턴의 구체적인 분광학 실험 내용은 여기서는 생략함) 하지만 괴테는 프리즘을 눈앞에 놓고는 이 프리즘을 통해 보았다. 괴테는 전혀 색깔을 지각하지 못했다. 무지개 색깔은 커녕 개별적 색조도 지각하지 못했다. 프리즘을 통해 하얀 표면을 보건 맑고 푸른 하늘을 보건 모두 똑같았다.
하지만 작은 반점이 하얀 표면위에 떨어지거나 구름이 하늘에 나타나면 색깔의 향연을 볼 수 있었다. 괴테는 색을 만들어 내는 것은 바로 '빛과 그림자의 교체현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계속해서 색광의 다양한 원천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를 사람들이 어떻게 지각하는지 연구했다. 양초와 연필, 거울과 색유리, 달빛과 햇빛, 결정체, 유동체, 그리고 색환을 이용해 광범위하게 실험했다. 이를테면 땅거미가 질무렵 하얀 종이 앞에 촛불을 켜고는 연필을 하나 들었다. 촛불로 생긴 그림자는 밝은 청색이었다. 왜 그럴까? 하얀 종이는 해가질 무렵이건 따뜻한 촛불을 켜건 하얀색으로 지각된다. 그런데 어떻게 그림자가 흰색을 청색계와 주항색계로 나누는 것일까? 이에 대해 괴테는 이렇게 주장했다. "색은 그림자와 관련된 어둠의 정도이다" 특히 색은 (좀 더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경계 조건과 특이성에서 생겨난다. (위책, p.239)
현대 사회에서 동양학을 연구하는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음양오행의 원리를 우리의 고전에 근거하여 밝히는 것과 함께 뉴턴이나 현대의 양자물리학자들의 실험적 연구들을 존중하고, 그 연구 결과가 인간과 우주에 대해 함축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의 고전에 제시된 논의들과 끊임없이 비교해 가며 동양학의 지평을 더 공고하게 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하게 된다.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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