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티벳 돌무더기 산길 오체투지 고행...聖山 카일라스 순례의 염원은?

[티벳카일라스(오영철)]

신들의 땅, 세계의 지붕 서티벳을 가다(17)

카일라스산에서 흘러내려온 물줄기, 아시아 대륙 문명이 발원한 인더스·수틀레지·카르날리·창포(브라마푸트라) 등

4대강이 바로 이 산에서 그 첫 흐름을 시작한다고 한다.

■ 아시아 대륙 문명 발원한 4대강 물줄기의 시작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밤에 잠잘 때 숨쉬기가 힘들어 몇 번을 앉았다 누웠다 하다 보니 날이 밝아 버렸다.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영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겨우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자 그때야 잠에서 깬 일행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있었다.

밖에서 서리가 내렸는지 바위마다 하얗게 눈이 덮여 있어 해 뜨는 반대 방향으로 부지런히 내려갔더니 큰 강이다.

순례길 입구에서 따라왔던 강으로, 상류로 오면서 몇 개의 지류로 갈라진다.

올라오기 전 숙소에서 본 책자에 따르면 아시아 대륙 문명이 발원한 인더스·수틀레지·카르날리·창포 등

4대강이 바로 이 산에서 그 첫 흐름을 시작한다.

히말라야 산맥이 있어서 그런지 중국과 인도 등 동남아 지역 대부분 강의 발원지가 바로 티벳에서 시작된다.

흐르는 강물에 손을 넣었더니 너무 차가워 물을 몇 번 찍어 발라 세수를 했다.

산이 가까이 있어 그런지 해가 뜨는 모습은 볼 수가 없어 숙소로 돌아왔더니 

서로가 멍하니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어젯밤에 저처럼 다들 잠을 설친 듯하다.

아침 식사로 떡국을 먹는데 전혀 익지 않아 생 떡국을 씹는 것 같다.

고산이라 압력솥에 끓였는데도 풀어지지 않았다.

굶고 올라갈 수는 없어 생 떡국을 꾸역꾸역 넘기고 이번 트레킹 중 가장 힘든 코스라는 '돌마라고개'를 향해 출발한다.

'자신이 죽었음을 스스로 깨닫게 한다'는 해발 5,600m가 넘는 고개로

이곳을 내려가면 모든 존재가 새로 태어난다고 한다.

티벳 서쪽 외지고 외진 곳에 마치 피라미드의 형상으로 서 있는 카일라스는

순례자들에게는 곧 '우주의 중심'이고 천상을 뚫고 선 신앙의 중심이다.

언제 출발했는지 많은 순례자가 험준한 산길을 걸어가고 있다.

오늘 종일 이런 돌 무더기 길을 가야 하니 아주 천천히 걸어야 한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힘들게 걸어도 전혀 땀이 나지 않는다.

한참을 갔을까 넓은 돌 무더기 벌판에 기이한 모습이 보인다.

옷이며 모자며 남녀 속옷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몸에 지녔던 것들이 바위마다 걸쳐졌다.

기다리다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여기가 가장 신성한 지역이라 몸에 지녔던 거서들을 신에게 바치는 것이고 

심지어는 머리카락을 깎아 바치기도 한다'고 한다.

이틀 전 가이드가 저한테 '머리카락을 깎아 산에 바치지 않겠냐?'고 물었던 일이 떠오른다. 

한 여인이 오체투지를 하며 카일라스 순례를 하고 있다.

■ 세사의 번뇌·죄악 소멸하길, '옴마니한메훔'

카일라스 정상은 올라갈수록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순례자들의 표정을 찍기 위해 바쁜 걸음으로 뒤따라가는데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한 여인이 험준한 바윗길에도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촬영하기 적당한 장소를 찾으며 여인을 뒤 따라갔지만 산 정상이 보이는 곳까지 가기에는 너무 느려 

시간이 맞지 않을 것 같아 할수 없이 도중에 포기 했다.

마치 자벌레가 기어가듯 오체투지로 카일라스 성산을 한바퀴 순례하려면 20~30일이 걸린다고 한다.

순례하는 동안 가족들이 뒤따라오며 뒷바라지를 한다.

그냥 걷기도 무척 힘든데 온몸을 땅에 엎드려 기도하고 입속에서 불경을 외우며 걸어가는 

저 여인의 신앙을 어떤 힘에서 나오는 것일까?

저들은 자신을 위한 믿음이 아니라 인간 모두를 위해 영혼을 불태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믿고 있는 신앙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걷는 순례자들도 긴 염주를 굴리며 지혜와 자비로 지상 무든 사람의 번뇌와 죄악이 소멸되기를 기원하는 

'옴마니반메훔' 진언을 외우며 저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

저도 힘들고 험한 산길을 걸어가며 입속으로 '옴마니반메훔'을 읊조려 본다.

산등성이에 길게 늘어진 타루쵸와 정상 모습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헉헉 거리며 오르는데

한 티벳 사람이 아래서 소리를 지르며 손짓한다.

'혹시 올라가면 안 되는곳인가?'하고 기다리는데 손에 뭘 들고 와서는

'이걸 먹고 올라가야 머리가 안 아프다'고 손으짓으로 말하는 듯하다.

어리둥절해 주는 것을 받아 보니 각설탕이다.

아마도 티벳 사람들은 고산을 오를 때 이런 설탕을 먹는 모양이다.

힘들게 돌 무더기를 올라와 설탕을 건네주고 싱긋 웃으며 도로 내려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니 마치 관세음보살의 자비와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자신도 걷기가 힘들 텐데 남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

그것이야말로 저들이 수많은 고생을 하면서 느껴온 신안 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계속>

<서재철 본산 객원 大기자>

순례자들이 지혜와 자비로 지상 모든 사람의 번뇌와 소멸되기를 기원하는 '옴마니반메홈' 진언을 외우며 험준한 산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