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슬픈 사연이 있는 서해안에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연평도 포격 도발 2주기였던 지난 11월 23일 백령도 해병대 제6여단에 열린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이 곳은 지역 주민과 함께 사용하는 휴식공간으로 복지회관인 ‘연봉회관’을 새롭게 단장해 ‘열린 도서관’으로
조성하게 되었다. 이 도서관은 외부와의 접근이 어려운 군 장병과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기 위해
마련했다.
행정안전부와 (사)국군문화진흥원(이사장 정진태)에서 기증한 각종 도서 4천여 권이 비치되었다.
문학, 경제, 자기계발,역사, 인문, 아동, 유아 등 다양한 장르의 도서로 채워졌다. 다음은 10여년 간 장병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는 국군문화진흥원 최병헌 사무총장에게 듣는 백령도 리포트.
<남한 최북단의 섬 백령도 해병대 6여단 연봉회관에 열린도서관이 개관했다. 사진 이하 국군문화진흥원제공>
“작년 9월 연평도 부대에 책을 기증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 곳 주민들은 책 1권을 사려고 해도 인천까지
나와야 했습니다. 섬 생활의 고충을 뼈저리게 느꼈지요. 지난 6월 22일 개관한 민,관 통합 열린 도서관 1호인
국립서울현충원도서관에 이어 2호는 격오지인 백령도를 선택했습니다.
주민 4천여 명이 살고 있는 백령도 역시 연평도처럼 책을 사려면 4시간 배를 타고 인천까지 나와야합니다.
그것도 날씨가 좋아야만 가능하지요. 오전 8시 인천연안부두에서 하루 한 차례만 운행하는 뱃길이라 책
한 권 구입에 빨라야 1박 2일이 걸리는 셈이지요. 학생들 문제집도 그런 식으로 사야 하니 참으로 힘든
생활입니다. 그래서 이 도서관에는 50%를 청소년과 유아·아동을 위한 책으로 채웠습니다.”
북한의 황해도를 마주하고 있는 남한 최북단의 섬으로 접전 지역인 백령도. 육지의 사랑이 듬뿍 담긴 도서
4천 권을 싣고 인천광역시 옹진군 서북쪽 190Km의 해안을 달린 선박화물은 13시간이나 걸려 도착했다.
물살이 너무 세서 과거 중국 상인들이 봉변을 많이 당했다는 인당수의 거친 파도를 가르며 달려간 백령도
해병대 6여단 연봉회관. 개관식이 있었던 11월 23일은 부대원은 물론 지역주민, 각 기관장 100여명이 몰려와
육지에서 온 손님을 반겨주었다.
“해병대 6여단장은 축사에 좌담 시에 제가 언급한 ‘책은 관리하는 게 아니라 읽히고 닳아 없어지는 게 정상
입니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육지와 고립된 섬이지만 책을 읽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하더군요.
또 많은 장병과 지역주민들이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연봉회관 문을 열면 문학, 경제, 자기계발, 역사, 인문, 아동, 유아 등 여러 장르의 책 4천여권이 비치되어 있다.>
배 멀미로 고생했지만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매우 열악한 이곳에 책을 배달하고 오니 뿌듯합니다.
이곳은 군,관,민의 화합이 돋보였습니다. 군마트(PX)도 주민들과 함께 사용하는 등 여러 시설을 공유하며
외로운 섬 생활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사)국군문화진흥원은 장병도서 보급은 물론 저명인사 초청 공연,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국방일보에
(사) 국군문화진흥원과 함께하는 독서캠페인을 펼치며 장병 독서감상문을 공모하여 채택된 부대에는
100여권의 도서를 시상한다. 지난 6월 용산역을 시작으로 전국의 각 TMO 여행장병 라운지에 북 카페형
이동장병도서관 만들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격오지의 반가운 마차, 즉 황금마차(격오지 장병들의 움직이는 PX)에 작은 코너를 활용하여
격오지 장병들에게 책을 대여하는 사업을 할 계획이다. 올 10월부터 추진한 이 사업은 6대의 황금마차를
시범으로 운영한 결과 반응이 좋아 34대의 황금마차로 확대하기에 이르렀다.(사)국군문화진흥원은 모든
생활이 불편한 격오지 부대 장병들의 문화적 갈등을 다소 해결하고픈 바람으로 사업을 펼친다.
<도서기증서를 전달하고 있는 국군문화진흥원 최병헌 사무총장(오른쪽)>
애니팡이 전국을 오락실로 만들고 있으며, 지하철에는 스마트폰 삼매경, 사무실에는 인터넷
삼매경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지금 군 부대에서는 독서삼매경을 위한 열망의 목소리가
간절하다. 다음은 국군문화진흥원으로 배달된 군부대의 메시지다.
“독서의 계절 가을도 점점 깊어가고 있습니다. 부대에서 도서관 개관을 위해 대대장님을 비롯하여 많은
간부들이 노력하였으나 도서량이 많이 부족하여 도서관 사용 실적이 미비한 실정입니다. 지금까지 부대에서
보유하고 있던 모든 도서들을 모아 볼만한 것(상태도 좋고, 관심 있을 만한 책)을 추려보니 약 200여권도
안 되더라고요. 슬픈 현실입니다.
그래서 대대장님과 간부들이 의견을 모아 도서관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내부를 인테리어하고 도서를 비치
하였으나 문제는 도서를 기증받을 곳이 없어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그러다 우연하게 (사)
국군문화진흥원에서 도움을 주고 계신걸 알고 이렇게 도움을 요청합니다.온 장병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 대대는 작년 10월 신병사로 입주 후 도서관을 개설하였으나 도서 보유량이 상당히 부족하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그런 현 상황에 도서를 기증해준다는 중요한 소식을 접하고 이렇게 신청글 남깁니다.
도서 기증을 해주신다면 많은 장병들이 독서를 통하여 군 생활 중에는 지식과 교양이 풍부한 지식전사로
전역 후에는 사회를 이끌어나갈 문화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저희 부대는 전라북도 서해안(새만금 포함)의 전략적 요충지를 담당하고 있는 해안경계부대입니다.
이에 따라 격오지 부대가 다수 있어 전방 GOP부대와 마찬가지로 문화혜택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이번에 도서기증을 해주신다면 저희 부대 장병들에게 큰 힘이자 사기진작이 될 거라 믿습니다.”
<세계에서 둘밖에 없다는 백령도 천연비행장. 한 곳은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다>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된 백렫도 콩돌해수욕장. 콩돌, 자갈돌이 1KM 형성되어 있다>
<취재: 청춘예찬 최정애 어머니 기자>
첫댓글 어머나 정말 멋져부러유우웅.
역시나 최정애님 그 열정은 아무도 못말린당게유우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