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2%를 채워라
강선희 합천지역위원장
많은 농민회가 2003년 전농의 정치세력화 방침 결정 이 후 2004년 총선, 2006년 지자체 선거,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치렀다. 이 집권의 길로 가는 선거 한 바퀴를 돌고 난 지금 우리의 모습을 한 번 되돌아보고 다시 돌아오는 2010년 지역 집권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시작하는데 나의 낙선경험이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1. 들어가며
2006년 지자체 선거를 되돌아보면 모든 시군 농민회에서 많은 후보를 내는 것이 선거 전략이었다. 많은 농민회 회원들이 그동안 농민회 활동을 열심히 했으니 또는 농민들을 위해서 그 동안 한 일이 있으니 당선자가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2006년 지자체 결과는 우리가 기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우리 자신에 대한 실망과 대중에 대한 믿음까지 흔들릴 정도의 실망감이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자.
우리의 선거 운동 모습이 어떠하였는지?
후보 결정시기도 늦었고 거대한 조직을 움직이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선거 막판에 후보가 결정된 곳도 있다. 지역 민중연대나 진보연합에서 선거본부를 꾸리고 체계를 잡다보니 선거가 끝난 지역도 있다. 선거를 일찍 준비했다하더라도 2년 정도일 것이다. (2003년 11월에 전농의 정치방침이 결정나고 2월에 집단적으로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기 시작했음)
마치 시험이 코앞인 학생이 며칠 밤샘해서 시험공부를 해 놓고 성적이 좋기를 기대한 것은 아닐까? 매일 꾸준히 공부를 한 학생을 머리가 좀 좋다고 며칠 벼락치기한 학생이 이길 수 있을까?
반면에 우리의 상대 후보들은 언제부터 선거를 준비했을까?
그들은 대부분 2002년 현직에 당선된 의원도 낙선한 후보도 그 선거가 끝나자 다시 4년의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2006년 선거에서 대중에게 자신이 지역의 정치지도자임을 인정받기 위해 4년을 대중속에서 동분서주하였다. 그렇게 준비하여 2006년 선거에 뛰어들은 것이다.
2006년 합천을 보면서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2명의 기초의원과 1명의 도의원이 출마하여 평균 15%에 가까운 득표와 100표 차이의 낙선, 자기 거주 면에서 한나라당 후보보다 많은 득표, 정당지지율 20%로 비례의원 당선, 이것이 1년 정도 준비한 우리의 선거 성적표이다. 이 성적은 낙제점수가 아니라 다음 선거에서 다음 선거에서 조금만 노력한다면 당선된다는 희망점수이다.
네 번의 선거를 통해서 얻은 경험이 2010년 지역집권으로 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부족한 2%를 채워 당선으로 가기 위해 몇 가지 정리를 해본다.
2. 집권을 꿈꾸며
첫째, 이제는 의미 있는 득표가 아니라 당선을 목표로 뛰어야 한다.
선거는 당선이라는 뚜렷한 결과가 있는 투쟁이다. 우리가 단순히 대중에게 농민회 활동을 검증받기 위해, 또는 다른 후보의 낙선을 위해 선거투쟁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도 분명하게 당선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힘차게 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남은 기간 동안 지역 모든 사업이 분명한 목표아래 진행될 것이다.
둘째, 후보보다 더 후보같은 선거운동본부를 꾸려야 한다.
후보는 50% 미치고 운동원은 100% 미쳐야 당선된다는 말이 있다. 운동원들을 100% 미치게 할 후보와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조직책임자, 정책참모가 선거본부의 핵심이다. 이 사람들이 먼저 결심하고 일심단결하여 한 몸처럼 움직인다면 우리는 다섯명의 후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셋째, 후보는 선거 운동 전에 우리 조직 성원을 모두 만나야 한다.
이번 선거 목표를 혹시 조직복구에 두고 있는 후보가 있지는 않은가? 이런 목표아래 선거운동기간동안 지역의 진보단체 회원들만 만나다가 끝나는 경우가 있다. 또는 지역연합에서 후보를 결정했으니 알아서 선거운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선거운동전에 지역에 있는 진보단체 회원들을 가능하면 다 만나봐야 한다. 이들 또한 우리의 유권자이다. 그리고 이들이 마음을 낸다면 가장 열성적인 운동원이 될 것이다.
우리 사람들의 마음부터 사로잡는 후보가 되어야 이들이 후보의 손과 발, 입이 되어 대중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선거를 통해 조직을 강화하고 싶다면 꼭 당선되어야 한다. 당선이 조직을 살리는 최선책임을 잊지 말자.
넷째, 선거재정은 최대한 많은 사람으로부터 모아야 한다.
우리 후보 지지자들이 개미군단처럼 십시일반 거두어 재정을 마련하여야 한다. 돈을 낸 사람은 반드시 우리 후보 지지자이며 운동원이 될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다. 최소한 법정 선거비용만큼 모으고 법정선거비용만큼은 지출해야한다. 선거가 끝나고 돈을 남기려 하지 말고 유급 사무원을 지역에 마당발인 사람으로 고용해야 한다. 선거에서 돈을 남기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당선이 목표임을 잊지 말자.
다섯째, 작은 선거는 모양새보다 후보의 부지런함에 표가 모인다.
농민후보가 가진 장점이자 최대의 무기는 일하는 사람의 부지런함이다.
2006년 선거에서 합천 열린우리당 의원이 자신의 연고지도 아닌 곳에서 당선되었다. 의원의 운동방식은 오토바이 한 대와 시간버스타기였다. 1년 가까이 새벽 4시에 합천읍 인근 공원에서 아침 운동하는 사람들을 만났고 읍 장날마다 시내버스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탔으며 오토바이로 지역을 다녔다.
지역의 여론도 그 사람 미친 듯이 다닌다, 새벽마다 만나니 반가운 마음마저 든다, 진짜 부지런한 사람이다, 그 사람은 당선되겠다와 같이 이렇게 변해갔고 그 의원은 당선되었다.
입이 부지런한 후보가 아니라 몸이 부지런한 후보,
동지들에게 못한다, 부족하다가 아니라 잘한다. 고맙다, 고생한다고 말하고 보듬는 후보,
자신의 눈과 귀를 믿지 말고 동지의 눈과 귀와 입을 더 믿는 후보라면 우리 동지들이 꼭 당선시키고 싶은 후보이다.
이런 후보가 진정한 농민후보이다.
3. 마치면서
이제 준비운동은 끝났다.
본격적인 선거투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검증되고 준비된 우리 후보들이 있고 4차례에 걸친 선거운동으로 전문적인 선거를 치룰 인력도 있다. 게다가 정세도 우리에게 유리하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있다면 재정과 조직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천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동지들이 있다.
그 동지들이 우리에게 선거재정이 되고 조직이 될 것이다.
후보와 선거운동본부와 운동원들이 일체가 되어 전국 곳곳에서 농민후보를 당선시키자.
그래서 우리 힘으로 우리 지역에서부터 농업정책을 만들어 내고 대안을 세워내자.
농민대회를 통해서가 아니라 지역조례제정을 통한 농산물 가격보장을 꿈꿔본다.
2010년 꿈은 꼭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