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이 화장실에서 숨어 먹는 과자 맛을 알아?
초우 / 박소연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온 사무실 동료 한 명이 대상자 간식으로 가져갔던 과자가 남았다며, 빅파이를
하나씩 돌렸다.
참 오랜만에 본다. 작은 과자봉지를 들고 내려다보고 있자니 옛 생각이 난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여군들이 기본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서는 5개월간 여군학교라는 곳에 입소 해야 했었는데
그 훈련소에 입소했을 당시의 추억이다.
그 시절엔 여군중대장이 후보생들에게 한 번씩 돈을 걷어 PX에서 과자를 사와 정해진 시간 동안 과자를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먹고 남은 과자는 모두 버리도록 하였다.
처음엔 겁이나 무조건 버리던 과자를 어느 날부터 너도나도 하나둘 전투복 주머니에 몰래 숨겨오더니 결국은 일석점호때 숨겨놓은
과자를 들키는 일이 빈번해져 과자를 숨겨 들어오기가 점점 어려워졌었다.
물론 그 덕에 단체 얼차려도 호되게 받았다.
그래도 꾸준히 과자를 숨겨오는 이들이 있었는데, 필자도 그중의 하나였었다.
제일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새벽 불침번 전이나 동초 근무 교대전에 다른 동기들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근무 준비를 마치고 화장실에 가서 몰래 숨겨놓은 과자를 먹고 나오는 방법이었다.
불침번은 과자만 먹을 수 있었으나, 동초는 1층에 위치한 커피 자판기에서 미적지근한 냉커피를 뽑아 같이 먹을 수 있었기에
난 동초근무를 선호했다.
아마 동기들 중에 몰래 자판기까지 이용했던 후보생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어나서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근무에 투입되는 동기들에겐 먼저 내려가서 화장실 다녀온다고 하고, 불침번 근무자들에게는
근무교대 하러 내려간다고 말한 뒤 재빠르게 계단을 살금살금 내려간다.
2층 중대장실엔 새벽 내내 불이 켜져 있어 항상 조마조마했었다.
1층에 내려가서는 기간병을 위한 당직사관이나 근무자들을 마주치지 않을까 눈치를 살피며 자판기 앞으로 간다.
그리고 주변을 다시 둘러본 뒤 냉커피를 뽑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느꼈던 공포감과 초조함은 아직도 내게 그 이상의 스릴감을
맛보게 해주지 못했다.
기계에 동전 들어가는 소리, 커피를 내리던 자판기 소리는 왜 그리도 크고 커피는 더디 나오는지 심장을 졸이며 기다리다가
커피가 나오면 잽싸게 들고 1층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화장실 맨 끝 칸에서 커피와 함께 먹었던 국화샌드와 빅파이의 맛이 얼마나 좋았던지 모른다.
다 먹고 난 뒤 화장실에 쓰레기를 버리면 들키기 때문에 잘 접어서 부피를 최대한 줄인 뒤 가지고 있다가 종교 행사장에 가서
몰래 버리고 오면 이번에도 들키지 않고 잘 먹었다는 뿌듯함에 기분이 참 좋았었다.
그 기분 좋음은 아마 과자를 맛있게 먹어서이기도 했겠지만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하면서도 들키지 않았고
너희는 상상도 못 하는 간 큰 행동을 난 할 수 있다는 못난 자만심 때문이었으리라.
자대배치를 받으면서부터 사 먹어본 적 없었던 빅파이를 들고 한동안 추억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그 과자를 먹지 않고 책상 서랍에 잘 넣어 두었다. 먹어버리면 추억이 날아가 버릴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책상을 열어 과자를 볼 때마다 생각하리라 그때의 그 배고픔과 감사함을. 그리고 결실을 맺기 위한 인내의 시간들을
첫댓글 원래 군대 얘기는 남자들이 수십년 울궈먹는 자산인데, ㅎㅎ
여자가 쓴 군대얘기라, ㅎㅎ
워낙 오랜시간을 그 곳에 있어서 인지 추억이 많습니다
화장실서 담배 몰래 피우는 애기 들어 보았어도
과자 먹는 얘기는 난생 처음ㅋㅋ
노태우 전 대통령 손녀 여군 되었다고 매스컴서 떠들석 할때
박인영시인님은 예전에 여군 장교 마친 사람이라고
제일 먼저 생각 나던데 ...
시인으로만 살기는 너무 재능도 많고 능력도 있는데 올해는 글도 쓰고
능력 발휘할수있는 힘찬 도약을 기대합니다
좋은 글을 많이 써야 할텐데 퇴근하면 책상앞에 앉기가 싫어집니다! ^^
@초우 박인영 글도 쓰고 그동안 쌓은 무술과 검도 자격증 등 묵혀두기엔 너무 아깝고
나이도 젊은데 실력발휘 할수있었음 해서...
@노복선 네 이제부터 다시 일궈나가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려구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