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의 꿈
강동미
짧은 날개를 펼쳐 힘껏 차오르고
부스럼이 떨어지고
숨이 착한 나방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고
입이 긴 늑대를 닮은 나방에게
용기있는,
날개가 짧은 나방의 소리
어두운 하늘에서
홀로 깨달아
외로워 고독했을 ㆍㆍ.
날개를 저어저어
하늘을 항해하듯 나네
비바람 치고
번개와 천둥소리의 하늘을
날아 오르는
흔들리고 방황하는
당신은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
단풍과자
강동미
길은 나뭇가지에서 떨어진 단풍잎들이
소박소박 수북이 단풍과자
손이 가고 눈이 간다
동그란모양 노란맛
별모양 빨간맛
입술모양 분홍맛
하트모양 초코맛
보조개 귀여운 수줍은 바람도
까르륵 웃음소리 날린다
좋아서 등 비비고 바스락 간지러워
한바퀴 돌아 가까이 간다
달콤한 향기에 모여든 단풍 아이들
나뭇잎을 갉아 먹은 애벌레 이야기도
여치가 놀다간 얘기도 속속
가을가을 온통 단풍과자 깔아 놓았다
가을이 좋아 단풍은 온다
초록 분홍 고슴도치
강동미
초록고슴도치는 낚시를 좋아한다.
고슴도치가 말이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대를 수리한다.
고슴도치는 말이 없다.
낚시에 빠져있는 자신을 알고 있다.
고슴도치는 말을 할 수 없다.
가시를 세운다.
바라보던 분홍 고슴도치도 조용하다.
분홍 고슴도치도 가시를 세운다.
보이는 대로 가시를 읽는다.
'낚시를 그렇게 좋아하는군.'
괴테의 파우스트 마지막 부분 글 처럼
'근심아, 현명하게 해다오.' 주문을 왼다.
그러자 머릿속은 노랑색 파랑색 하얀색
시냅스로 시원하게 길을 내고 햇살처럼
맑아진다.
헤아려 본다.
고슴도치의 집근처 고요한 호수에 돌을 던져 물결이 동그랗게 퍼진다. 고요하다.
서로 그렇게 아낌을 받고 있다
벚 꽃송이 마음
강동미
벚꽃송이가 환한 얼굴로 끄덕인다
볼은 붉으레 함박 웃음이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 고
분홍분홍 미소 짓는다
수줍어 부끄러움에, 땅에 넘어 졌을때
땅 딛고 일어서라고 눈 맞추며 끄덕인다
바람길에 살랑살랑 손을 흔든다
그래 그래
지금 하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고
하늘을 닮은 뽀오얀 밥처럼
탐스런 벚 꽃송이가 출렁거린다
밝게 잘 될거라 고 힘을 모아 보낸다
<프로필>
자연을 좋아하고
글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