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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탐방 통영시 편에 처음 함께하여 세병관에 들러, 동행하신 교수님의 상세한 설명으로 역사 지식을 더 보탰고, 동피랑 마을은 대하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조준구의 꼽추 아들 조병수, 뭉치(박재수)가 치열하게 살다간 흔적을 더듬어 보았고, 달아 공원에서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바라다보며 자연(自然)에 크게 감탄하고, 박경리 선생님의 기념관과 묘지에 참배하고, 나는 비로소 그분을 놓아 드렸습니다. 생전에 남기신 수많은 글들 중에서 기억에 오래 남는 글을 아래에 적습니다.
나는 내 자신에게 무엇을 언약할 것인가.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다만 확실한 것은 보다 험난한 길이 남아 있으리라는 예감이다. 이 밤에 나는 예감을 응시하며 빗소리를 듣는다. 1973년 6월3일 밤 박경리
산다는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애잔하다. 바람에 드러눕는 풀잎이며 눈 실린 나뭇가지에 홀로 앉자 우짖는 작은 새. 억조창생 생명 있는 모든 것의 아름다움과 애잔함이 충만된 이 엄청난 공간에 대한 인식과 그것의 일사불란한 법칙 앞에서 나는 비로소 털고 일어섰다. 찰나 같은 내 시간의 소중함을 느꼈던 것이다. 1993년 6월8일 토지 5부 종결편 연재를 결심하면서 박경리
지금 나에게 남은 것은 (토지)에 나오는 인물 같은 평사리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주머니, 그리고 아저씨들의 소박하고 따듯한 인간의 향기뿐 아무것도 없다. 충격과 감동, 서러움은 뜬구름과 같이,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같이 사라져버렸다. 다만 죄스러움이 가끔 마른침 삼키듯 마음 바닥에 떨어지곤 한다. 필시 관광용이 될 최참판댁 때문인데 또 하나, 지리산에 누를 끼친 것이 아닐까. 지리산 수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먹고살 만한 사람들에 의해 산은 심음하고 상처투성이다.
어디 지리산뿐일까마는 산짐승들이 숨어서 쉬어볼 만하 곳도 마땅치 않고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운 식물, 떠나버린 생명들, 바위를 타고 흐르던 생명수는 썩어가고 있다 한다. 도시 인간들이 이룩한 것이 무엇일까? 백팔번뇌, 끝이 없구나, 세사(世事)한 귀퉁이에 비루한 마음 걸어놓고 훨훨 껍데기 벗어던지며 떠나지 못하는 것이 한탄스럽다. 소멸의 시기는 눈앞으로 다가 오는데 삶의 의미는 멀고도 멀어 너무나 아득하다. 2001년 12월 3일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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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통영기행에서 박경리님의 환상을 안고 왔군요, 참으로 멋진 여걸이며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대화소설이 "토지"입니다. 통영의 옛 상황을 알려면" 김약국의 딸들" 작품을 읽어보시면 구수한 통영 사투리와 풍광을 알 수 있답니다.
7-80년대에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된 토지를 읽다가 2012년 토지 결정판을 편찬위원 이상진, 이승윤, 조윤아, 최유희, 박상민님들이 10년을 거처 손보고 내놓은 5부20권을 이여서 다 읽고 나서 한참을 바라 보았습니다. 앞으로 10년 후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책으로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