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세입자협회 칼럼 12]
- 정부는 전세 세입자들을 더 이상 분노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 정부는 무주택세입자들이 자기 소득으로 부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주택을 구입하고 임차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 박동수
전세 계약기간 만료가 다가오는 전세 세입자들은 집 주인 전화 받기가 겁난다.
집주인이 전세금을 얼마나 올릴까? 아니면 인상되는 전세금을 월세로 받으려고 할까? 아니면 보증금을 소액으로 받고, 월세로 바꾸지나 않을까?
전세금을 올리면, 금리가 낮은 전세대출을 받아야 하고, 월세로 전환하면 그 월세만큼 생활비가 줄어들게 된다. 인상되는 전세금액과 월세금액을 감당하지 못하면 주거비 부담이 가능한 곳을 찾아 이사를 가야 한다.
이사 한 번 하기가 얼마나 힘든가? 마지못해 하는 이사이다.
비용(중개수수료, 이삿짐센터)은 비용대로 들고, 직장에서 더 멀어지고, 애들은 전학을 해야 한다. 안면을 익혔던 이웃과도 이별이다.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고, 애들도 학교나 유치원에 적응하느라 힘든 상황이 전개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로가 쌓인다.
누구를 원망해야 하나? 세입자의 집 없는 설움이 밀려온다.
전세 세입자들의 소망은 단순하다.
현재 전세금에 계약기간(통상 2년)동안에 저축한 돈의 일부를 합쳐 다음 전세계약을 연장하는 것이다. 세입자의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으로 전세금을 감당하고, 전세금을 자력으로 늘려가는 것이다. 그리고 원하는 분양주택이나 일반주택매물이 나오면, 전세금에 약간의 대출을 하여 청약당첨을 통하거나 직접 매입하여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세 세입자들이 전세금이라는 목돈에 약간의 대출을 얻어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은 사실상 현재 집주인들이 집을 마련해온 과정이다.
그런데 왜 지금은 전세 세입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멀어져 가고, 현재의 전세를 유지하기 위해 은행 문을 두드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가?
전세 세입자들이 매입을 원하는 주택가격이 너무 올랐고, 세입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주택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세 세입자들의 실질소득이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전세 세입자들은 교육환경과 역세권 등 대중교통의 편이성, 나아가 대형 마트 등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주거 대 단지를 선호한다. 이런 곳은 꾸준히 가격이 오르는 곳이다. 그런데 신규주택 공급 때 청약을 하려 해도 이런 입지를 갖춘 곳을 찾기가 어렵다. 이런 입지를 갖춘 강남 등 수도권의 역세권의 기존 주택은 너무 가격이 비싸다.
따라서 전세금 목돈에 대출을 얻어 사실상 전 재산을 투자하는데,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는 곳의 주택을 무리하게 구입할 이유가 없어진다. 하우스푸어의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세세입자들이 원하는 이런 입지를 갖춘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이런 입지 마련이 당장 용의하지 않다면, 전세세입자의 현재 전세금에다, 전세세입자의 소득능력으로 주거비 부담을 감당하도록 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전세시장은 어떤가? 전세금이 한꺼번에 몇 천만 원씩 올라, 전세 세입자들이 자기 능력으로 오른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은행대출을 하게 만들면서, 세입자들을 고통에 빠트린 ‘전세 폭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전세 세입자들이 소득대비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택을 구입하거나 안정적으로 임차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 급락에 따른 집 소유자(하우스푸어)의 가계부채폭발과 금융기관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주택가격인하 연착륙정책을 실시해왔다.
마찬가지로 정부는 전세가격의 폭등에 따른 전세 세입자(렌트푸어)의 가계비부담과 가계부채의 완화를 위해 전세가격인상 연착륙정책을 펴야 한다.
정부는 주택가격인하 연착륙정책과 함께 전세가격인상 연착륙정책을 균형 있게 동시에 실시해 나아감으로써, 이 시기 주택정책의 핵심인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의 확산을 막고 이들의 고통을 줄여야 한다.
현재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집값 올리기)정책은 주택가격인하 연착륙정책에서 벗어난 정책으로, 하향 안정화되어 가던 주택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리려고 저금리를 유도하여, 오히려 전세폭등을 낳아 렌트푸어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음은 물론 빚을 내어 신규로 집을 구입한 이들 또한 하우스푸어가 될 수 있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빚내서 집사라’정책을 폐기하고, 주택가격인하 연착륙정책과 전세가격인상 연착륙정책을 균형감각을 가지고 동시에 실시하여 주택가격의 안정과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이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