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에 읽은 책 (전집 : 10권) 조정래 작
작품해설
1983년부터 1989년까지 『현대문학』과 『한국문학』에 연재한 대하 장편소설.
이 소설은 광복과 민족분단과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민족사의 격동기를 무대로 하고 있으며, 서사적 공간이 전라도 벌교를 사건의 시원지로 하여 지리산 일대로, 그리고 태백산맥을 따라 전 국토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공간은 민족사의 격변과 분단의 비극적 체험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해 온 작가가 이데올로기의 선택과 그 대결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질문하기 시작하면서 찾아낸 역사적 상황의 한복판에 해당된다. 그 이유는 바로 그때 그곳이 이른바 ‘여순반란사건’으로 불리고 있는 공산당의 투쟁활동의 근거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순반란사건은 광복 직후 한국사회가 민족분단으로 치닫는 가장 암담했던 상황 속에서 돌출한 것이다.
소설의 이야기는 1948년 10월 남한 단독정부의 출범 직후 전남 여수, 순천지역에서 발발한 공산당의 집단적 반란의 실마리를 더듬어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구체적인 내용조차도 제대로 언급하기 어려웠던 당시의 상황을 더듬으면서, 작가는 국방군의 토벌작전에 밀려 지리산으로 숨어 들어간 빨치산들의 행적을 추적하였고, 그들이 선택한 이데올로기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규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사건의 추이를 따라 한국전쟁으로까지 이야기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태백산맥」은 그 방대한 소설적 규모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설 속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시간이 광복 직후부터 한국전쟁까지로 한정되고 있다.
이 한정된 시간의 의미를 민족분단의 상황이 고정되는 역사적인 시간으로 규정하고 그 의미를 최대한 확장하여 소설 내적 공간을 넓혀나간 것이 이 작품의 구조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작가는 여순반란사건에서 한국전쟁까지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사건의 골격에서 그 추이와 결과만을 서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분단의 상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민족사의 운명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자 한다. 그 결과로 이 소설의 내용은 한정된 시간과 역사적 상황을 넘어서 광복 이전 일제 식민지 시대, 그보다 앞선 한말의 시기까지 내면적으로 확장된다.
그것은 이념의 선택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해명하기 위한 작가 나름의 판단이 얼마나 치밀했는가를 보여주는 동시에,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대결 문제에 대한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얼마나 진지했는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이루어낸 소설 내적 공간의 확대는 내용의 구체성 또는 그 입체적인 접근법에 값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작품은 분단상황의 비판적 인식을 바탕으로 그 소설적 객관성을 획득하고 있으며, 분단문학의 최대의 성과로 지목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태백산맥 (한국현대문학대사전, 2004. 2. 25., 권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