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일기: 안나 카레니나, 타샤와 모네의 정원
우리 애들이 집에 왔네요. 홍천가든에 가서 돼지갈비를 먹었습니다. 이십대 애들은 주로 삼겹살을 친구들과 먹는다던데, 값이 보다 저렴해서 그렇다고 해요, 물론 맛도 있지만요. 그 말을 들으니 애들이 오면 종종 돼지갈비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삼겹살은 우리집 마당 원두막에 앉아 밭에서 바로 산마늘 따다가 구어 먹는 것이 최고던데 말이죠^^ "많이 먹어라, 많이 먹어라 "하는 촌스런 엄마 노릇 했답니다. 오랜만에 애들 보면 괜히 짠하고, 괜히 더 먹여야 할 거 같고 그런 촌스런 마인드가 용솟음쳐서 조바심 내려 놓는라 바빠요. 아들내미가 고기를 어찌나 잘 굽던지, 스스로 불판도 갈면서 일하는 사람들을 부르지도 않더라구요. 우리 애들을 도련님처럼, 공주님처럼 안 키워서 그런거 같아요^^(은근 자랑중?)
아들내미가 제가 적극 추천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있어서, 홍천 카페베네에 가서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는데 참 좋더라구요. 서로 어떤 캐릭터를 닮았는지 하면서요. 저는 오블론스키 부인인 삐쩍 마른채 애를 여섯이나 홈스쿨링 하는 돌리의 캐릭터를 닮았다고 했죠. 제가 우리 애들 둘의 홈스쿨링도 모자라, 그룹 홈스쿨링을 팔년째 하고 있네요, 그룹 홈스쿨링 하는 애들도 현재 여섯이네요.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읽으라고 했더니, 아들이 뇌암이나 뇌출혈이 일어날거라네요^^, 지금도 러시아 이름 외우느라 충분히 어렵다며. 아들내미는 레빈한테 반한거 같더라구요. 레빈과 키티가 톨스토이 부부의 자서전적 인물이라고 합니다.
원푸리와 우리 젊은이들^^
인제 진동에서 살다가 홍천으로 이사 나온지 이제 오년차가 됩니다. 이 곳 흙이 나무가 잘 자라기에는 적당치 않은지라 온 정성을 다해왔습니다. 그윽한 정원이 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아이들이 마당이 점점 예뻐진다고 하니 마음가득 행복하더라구요. 이 곳도 아이들이 정을 붙여줬으면 싶습니다.
초록손이와 우리 젊은이들^^
우리 부부는 요즘 홈스쿨링 관련 책을 쓰고 있는 중인데요. 다음 책은 '타샤의 정원에서'나 '모네의 정원'처럼, 자연에서 살기와 정원 가꾸기에 대한 책을 쓰고 싶어요. 원푸리는 연못과 수련이 있는 모네의 정원과 우리 집 정원은 컨셉이 너무 멀다면서 우리 정원은 '머네의 정원'이라네요^^
우리 집에 60 여종의 나무가 있는데요, 그 나무 하나 하나에 대한 글을 먼저 기록 해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우리 집 애들에게 올 때마다 나무이름, 꽃 이름을 알려주고 또 알려줍니다. 자연과 교감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늘 바라는 마음이죠^^ 딸내미가 마당 사진을 많이 찍더라구요, 아이쿠, 고마운 일입니다.
원푸리는 아들내미가 집에 오면 수시로 나무 옮겨심기, 나무 전지하기, 소각장 만들기 등등..함께 일하고자 애를 쓴답니다. 자신이 한 일은 몸에 마음에 남는다면서요. 우리의 정원을 우리 아이들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묘목밭을 만들어 볼려고 해요. 이웃에게 무료로 묘목을 나눠줘서 이웃집도 아름다워지면, 마을이 아름다워지는 것이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꿈꾸는 저는 늘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마을에 대한 꿈을 꾸다보니, 초록색이 더욱 그리워 홍천 공원으로 가 봤습니다. 역시나, 우리 집 보다는 따뜻한 곳이더라구요. 초록빛을 보니, 어찌나 마음이 평온해지던지요. 이제 생각해보니 '초록손이'라는 이름은 정말 제 정체성에 맞게 잘 지었구나 싶네요. 초봄에 연두빛 여린 나뭇잎처럼 고운 빛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내년부터는 이 계절에 초록빛이 그리우면 이 곳으로 와야겠어요. 멀리 갈 거 없이 말이죠^^
원푸리와 사월 말 휴가^^
초록손이, 4월말 휴가중 홍천 인근 공원에서.
http://cafe.daum.net/myalternative/9nUl/23 안나카레니나를 읽고
첫댓글 전에는 꽃이나 나무가 있으나 마나 라고 생각하면서 꽃이 예쁜지 몰랐는데 꽃잔디나 앵두나무를 보면서 꽃과 나무에 대한 생각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에요 ㅋ
저도 풀꽃에 있는 동안 풀꽃에 있는 60종의 식물 이름정도는 알고싶네요^^ㅎ//가족분들과 즐거운 휴가 보내신 것 같아요^^
아주아주 멋진 휴가를 보내신 것 같아요.//자연과 친해질 준비는 항상 되어있습니다.자신있어요ㅋ
자연에 관심을 계속 갖게 되면서 아파트주변 꽃들에 계속 관심이 가더라고요.ㅎㅎ
머네의 정원ㅋㅋ 그래도 곧 있으면 풀꽃도 한국판 모네의 정원이 될 것 같아요ㅎㅎ
예전에는 공원 등에 가서 꽃과 나무들을 보면 그냥 전체적으로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에서 멈췄었는데 이번 휴가 때는 가면서, 또는 어느 곳에 가서든 꽃을 보며 유심히 관찰을 하기 시작했어요. 도시의 공기와 빌딩 때문에 답답해서 시골이 좋다고 했었는데 이제 좋은 이유가 한가지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