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최훈민 기자
말지의 비극
더탐사의 개소리를 "나도 '윤 대통령 술자리' 이야기 들었다"는 기사로 받아 준 오마이뉴스 구영식.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서 옛 기사를 찾아봤다. 그러다 재미난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구영식은 최근 6개월 동안 기사를 딱 10개 썼는데 모든 기사가 윤석열과 여당, 5•18 관련 큼지막한 주제였다. 유일하게 작은 기사가 하나 있어서 당연히 눈에 띄었다.
“지방의회 의원들, 왜 김경협 의원 배우자 밭에 있었나”
오마이뉴스가 민주당을 까는 보기 드문 기사였다. 윤석열이니 여당이니 거악과 싸우던 구영식 기자님께서 어쩐일로 지방의회 사람들의 갑질 피해까지 살뜰히 챙기나 궁금해서 파봤다.
내용은 이랬다. 지난 4월 초 김경협의 밭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과 부천시의원들이 일을 했다는 것. 다른 기사도 나왔었나 하고 찾아 봤더니 경기일보에서 김종구가 쓴 기사가 있더라. 첫 문장엔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국회의원이 배우자의 농지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면서 일부 당원과 시의원 등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며 '갑질'이란 단어까지 넣었다.
그래서 진짜 갑질인지 당시 상황을 알아봤다.
토요일이던 4월9일 김경협은 밭에 가서 밭일을 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김경협은 자신의 지역사무실에서 보통 시도의원회의를 열곤 했는데 이날은 열지 않았다.
문제는 시도의원회의가 없을 거란 걸 사무국장이 시도의원에게 공지하지 못했던 거였다. 사무국장은 빙모상을 당해 경황이 없었다고 한다.
공지를 못 받은 경기도의원 염종현, 이선구와 부천시의원 정재현은 토요일 오전 김경협 지역사무실로 모이게 됐다. 문이 잠겨 있으니 염종현 도의원이 사무국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사무국장은 “오늘 회의가 없는데 공지를 못했다. 김경협 의원은 밭일 중”이라고 했다.
이에 3인은 밭으로 갔다. 아마도 얼굴 도장 찍으러 간 거였겠지. 뒤늦게 지역사무실에 도착한 부천시의원 박순희와 박명혜도 이를 전해 듣고 각자의 차량으로 밭에 갔다고 한다. 5명이 모두 밭에서 모인 거다.
이 가운데 이선구 도의원은 인사만 하고 바로 갔고, 나머지 인원 4명은 밭일 좀 거들다 새참 먹고 갔다. 이게 끝이었다.
그런데 이게 갑질이라며 지역에서 기사가 나간 건 6월8일.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였다. 갑질로 기사가 나갈 수 있다고 치자. 근데 지방선거 직후에 나온 게 너무 웃겼다.
밭일이 있은 뒤 두 달이 지난 시점에 누가 이걸 갑질 프레임을 걸어 제보했을까? 구영식의 기사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밭에 있었던 4명 가운데 3명은 부인하거나 "밭일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냥 즐겁게 놀다 온 것"이란 취지로 답했는데, 유독 정재현 시의원만 "권력(공천권)을 쥐고 있는 사람이 일하는데 그냥 갈 사람이 어디 있나?"라며 "지역구 의원의 선호에 따라 공천이 좌지우지 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김 의원이 본인도 문제될 것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그날 밭에서 '(지역구 의원이) 시도 의원 노력봉사 시켰다고 기사 나오겠다'고도 했다"라고도 덧붙였다.
근데 웃긴 건 아예 밭 근처에 와서 인사만 하고 간 이선구 도의원과 아예 밭 근처를 오지도 않았던 김병전 시의원은 다 재공천을 받았더라. 김경협이 공천권을 쥔 시도의원직은 총 6개.
그럼 이건 밭일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 문제 아닐까?
뭐 어쨌든 이런 구도 아래 사건이 벌어진 지 두 달이 넘은 시점에서 이런 구리구리한 기사가 나온 거라면 기자와 제보자로 보이는 정재현과의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일단 제보자로 보이는 정재현의 이력을 살펴 보니 말지 기자 출신이더라. 어라? 이 내용 기사를 쓴 또 오마이뉴스 구영식이 어디 출신이었지? 말지 출신.
대표적인 말지 출신으론 정봉주 전 의원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있다.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은 말지에서 나온 사람들이 만든 회사기도 하고.
이 정도면 말지는 협잡꾼을 키워내는 조직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기사는 오마이뉴스에 앞서 경기일보에서도 나갔다. 공천 못 받은 정재현은 말지에서 나와 경기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사람이다. 자기가 일하던 데에 제보를 해서 '갑질' 기사가 경기일보에서 나간 걸까?
이건 더 웃기다. 이 기사를 쓴 경기일보 김종구는 경기일보 기자 하다 2014년부터 부천시장 비서와 부천FC 단장으로 일하고 다시 경기일보로 온 사람이더라.
정재현은 경기일보를 다니다 부천시장 정무팀장을 거쳐 시의원이 됐다.
정재현과 김종구는 경기일보 출신에 부천시장 밑에 있던 사람이었던 거다.
이런 사람들이 "내가 의원이다", "내가 기자다"라며 떵떵 거릴 부천시를 생각하니 우리나라의 미래가 그 어느 때 보다 밝은 것 같다.
에너지 넘치게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