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레오의 숲
심영희
소도시 춘천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이 있을 것이다. 오늘도 지금까지 춘천에 살면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춘천시 서면 당림1리에 가보았다.
월요일은 남부노인복지관에서 민화 수업을 하고 2시 20분쯤 되면 집에 온다, 그때 집에 와 점심을 먹고 표구사에 배접하라고 맡겼던 그림을 찾으러 갔는데 아직 못했다고 하여 집에 와 수업 가기 전에 사다 놓은 배추를 다듬어 소금물에 절렸다. 장마가 오기 전에 내가 하는 연례 행사다. 장마가 시작되면 농작물이 홍수에 떠내려가기도 하고 물에 잠겨 상품 가치가 없어져서 품귀 현상이 일어나면서 배춧값이 껑충 뛰어오른다.
그래서 배추김치를 미리 담가야 김장할 때까지 먹을 수 있다. 지난해 김장으로 담근 묵은 김치가 아직도 있고, 여름이 시작되자 열무김치 몇 번 담궈 먹다 보니 유월도 중순이다. 유월말이면 뉴스에서 벌써 장마 소리가 나온다.
화요일 오전에는 수필로 등단할 선생님이 있어 원고 읽어 보고 메일로 보내고 그림 조금 그리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배추김치 담글 준비를 다하고 봐도 배추는 덜 죽었는데 날씨 탓에 소금물에 더 넣어둘 수 없어 배추를 씻었다. 배추 한 포기를 4등분 했으니 세 포기라야 12쪽이다.
그런데 지난해 열 포기 김장할 때 보다 훨씬 힘든 것 같다. 날씨 탓인지 아직은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몸이 아픈 탓인지 땀이 주르르 흐른다. 김치를 통에 담고 그릇을 정리하고 올해 처음으로 선풍기를 틀었다. 금방 한기를 느껴 선풍기를 도로 끄고는 텔레비전 앞에 앉았지만 피곤이 몰려온다. 일찍 잠을 잤다.
오늘 아침 언제 그랬냐는 듯 아침 일찍 일어나 신문을 보고 텔레비전을 보았다. 내가 즐겨 보는 아침마당 '도전 꿈의무대'를 보는데 ㅣ번이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전북 부안에 4.8강도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자막이 나오더니 바로 속보 뉴스가 흘러 나온다. 어제는 북한이 날려보낸 풍선이 춘천시 학곡리에 떨어져서 산불피해를 보았다는 뉴스도 나왔는데 모두 무서운 소식이다.
점심때가 되어 어제 약속한 대로 딸과 손자 손녀와 외식을 하고 카페를 가려고 하는데 가려던 카페를 검색하더니 하필이면 수요일이 휴무란다.
그래서 다시 찾아간 곳이 "레오의 숲" 이란 카페다. 당림초등학교 부근에 있었다. 나름 숲을 가꾸는 중이고 꽤 자란 소나무 숲도 있고, 둘레길에는 잣 껍질로 바닥을 깔았고 그네도 있고 배드민턴 라켓도 비치되어 있어 손자와 잔디밭에서 오랜만에 배드민턴도 쳐보았다.
가을을 준비하느라 심어 놓은 꽃은 코스모스가 철모르고 피어나 장미꽃과 나란히 하고 있다. 밭 끝으로 네 두둑은 백일홍을 심었는데 꽃은 가을에 필 것이니 잎과 줄기가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 손자를 불러 이것이 백일홍이라고 알려주었다.
그 이유는 올해 처음으로 손자 손녀가 아파트에다 식물을 키우며 자라는 모습을 본다고 손녀는 오이와 들깨, 방울토마토를 심었는데 손자는 씨앗 봉지에 꽃이 예뻐서 삿다며 백일홍 꽃씨를 사 온 것이다. 봄에 화분에다 파종을 하였으나 오이는 꽃이 피고 오이가 달렸다 떨어지고 또 달렸다 떨어지기를 여러 번 하더니 맨 끝에 한 개가 매달려 있다.
들깨도 그런대로 자라는데 방울토마토는 오늘 보니 이제 꽃봉오리가 맺히고 있는데, 손자 백일홍은 형체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실오라기처럼 자라니 손자에게 가을에 평창에서 열리는 "백일홍 꽃 축제"에 가자고 했는데 오늘 그 카페 밭에서 백일홍을 만난 것이다. 어쨌든 꽃 구경은 가을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