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표현으로 가족에 대한 사랑과
손주 양육의 모범을 보여주는 할마 시인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는
숙제를 대하듯
가족과 이웃을 섬긴다
결혼을 앞둔 딸에게
남편을 왕같이 대하면
왕비가 되고
돈을 벌어오는 기계로
대하며 하인처럼 되고
남편을 무시하면 분노와 폭력으로 돌아오고
남편을 항상 잘 섬기면
머리에 영광의 관을 씌워 주리라는 말이 있다
나 때는 그렇게 배웠다
지금도 그러한가
오월 가정에 달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챙겨봅니다
-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 전문
일반적으로 괴로움을 주는 사람은 가장 가까이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가장 가까운 가족 중에 미운 사람이라도 생긴다면 그 괴로움은 더욱 크기만 하다. 가깝다는 이유로 서로를 너무 쉽게 생각해서 소통을 위한 표현은 소홀히 하고, 상대가 그냥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앞세우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시인은 이것을 잘 알기에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는/ 숙제를 대하듯/ 가족과 이웃을 섬긴다’며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이의/ 마음을 챙겨봅니다’며 의지를 다지며 시와 일치하는 삶을 펼치고 있다.
시를 시인의 삶과 결부시켜 감상하는 것을 창작론적 관점이라고 한다. 좋은 시는 창작론적 관점에서 시인의 삶과 일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인의 시가 좋은 시로 우리 곁에 다가오는 것은 창작론적 관점으로 감상할 때 시인의 삶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열심히 살아 주셔서
저희들이 공부할 수가 있어요.”
아, 그렇구나
힘들었던 세월
엄마로 살게 해준 아이들
부족하지만
힘들 때마다 각인되는
또 다른 삶
나는 어머니다
힘들 때마다
나를 늘
다시 태어나게 만든
그 말 한 마디
- ‘날마다 생일’ 전문
맞벌이 부부가 일상화되면서 ‘할마’, ‘할빠’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엄마와 아빠처럼 손주들을 양육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지칭하는 말이다. 시인도 사회활동으로 바쁜 아들 내외를 대신해서 주중에는 개포동에서 두 손녀를 돌보는 할마의 삶을 살고, 주말에는 주거지인 이천으로 돌아와 신앙생활과 개인의 여가를 보내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틈틈이 할마로서의 삶을 시로 표현해서 소통하며 손녀들의 백년대계를 장밋빛으로 펼쳐주고 있다.
할머니 나는 할머니 껌딱지 사랑딱지
이 말 들을 때 행복하네
그래 나두나두
언제까지 할머니 사랑할까?
100년 영혼까지
할머니가 되어도 껌딱지 사랑딱지
듣고 또 들어도 웃음꽃 피네
- ‘할머니와 손녀’ 전문
아이들을 양육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을 키워주는 이로부터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그런 사랑의 표현을 수시로 해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아이들은 그 표현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도 배워가며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시인은 이를 잘 알기에 말뿐만 아니라 시로도 표현하며 손녀들이 풍부한 표현력을 키우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시대의 할마들을 대표해서 손주 교육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머니 목화가 죽었어요
아니 아니 여기 좀 봐
자세히 보니 하얀 꽃이 피었더라
옛날에는 딸 있는 집 목화를 거둬서
결혼할 때 솜이불을 해줬단다
너희들도 할머니가 해줄까
호호 깔깔
내년을 위해
목화 씨 몇 개를 받아놓았다
- ‘목화씨’ 중에서
할머니 아직도 멀었나요?
응.
더 기다려야 하나요?
응, 하은아. 힘들지?
아니요, 할머니랑은
지구 끝까지 가도 힘들지 않아요
우주 끝까지도 갈 수 있어요
- ‘지구 끝까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