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신데렐라 스토리의 끝판왕
“결혼하자 맹꽁아”
신데렐라 스토리는 조금만 외투를 잘 입혀 놓으면 무조건 흥행하는
마법의 지팡이 같은 치트키이다. 대충 잘 생기고 예쁜 남녀 배우 세워
놓고 제벌2세로 인테리어하고 잿투성이 여주인공 넘어지게 하면 성공 보장
100%다. 그래서 지금까지 수 많은 신데렐라 스토리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난무해 왔다. 일일 연속극은 말하면 입병 날 정도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 할 KBS 일일 연속극 “결혼하자 맹꽁아”는
좀 다른 차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시청률 1위를 달리는
드라마라 더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전언한 것처럼 우리는 수 많은 신데렐라 스토리를 보아 왔기
때문에 이젠 어지간한 신데렐라는 눈에 차지 않는다. 그랬더니
과부 신데렐라(일타 스캔들)도 나오고 신데렐라에 출생의 비밀도
버무려서(황금빛 내인생) 뚝딱 한 상 차려 내신다.
좋다, 뭐 재미있으면 되지… 그리고 4-50대 여성 시청자를 타겟
오디언스로 삼는 일일 연속극에서 어지간한 서로 베껴쓰기, 클리쉐라
뻥치면서 훔쳐다 쓰는 수많은 재료들은 좀 봐 줍시다~ 양해 하면서
썼던 필자의 전작 평론도 있고… 그래서 웬만하면 좀 갈기지 않으려
했는데….
“결혼하자 맹꽁아(이하 결꽁)”는 사격 대상에서 좀 벗겨 내려고 무진 애를 써도
계속 까만 동그라미로 평론 총구 앞에 자꾸 어른거렸다.
우선 작가가 너무 비양심적이다. 좀 포장지라도 씌우던지 해야지, 결꽁의 작가는
그 정도 수고도 하지 않는다. 그냥 이젠 애를 가진 신데렐라도 제벌2세가 돌봐
드립니다~~ 라고 겁도 없이 대놓고 칼을 휘두른다.
또 좋다… 정공법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재미라도 있어야지…
혹자는 시청률 1위인데 뭔 반려견 소리? 하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꽁의
시청률 1위는 몇가지 혜택에 힘입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첫째는 KBS 1TV의 일일 드라마라는 것이다. KBS 1TV의 일일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고정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단단한 성이다. 어느 정도 재미만
있으면 시청률 1위를 내주지 않는다.
두번째는 마땅한 경쟁작이 없다. 여기서 OTT 작품은 빼야 한다. 왜냐면 OTT는
시청률에 잡히지 않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같은 일일 드라마 MBC “친절한 선주씨”
의 예를 들어 보자. 여긴 더 난리 부르스다. 세상에…. 불륜을 저지른 두 남녀의 각각
의 배우자가 다시 사랑한다는 이야기다. 이게 스와핑과 뭐가 다르지? 대놓고 막장하는
김순옥 작가의 뺨을 백스핀 블로우로 날리는 상황이다.
또한 시청률 1위는 헛점이 전혀 없는 드라마라는 등식도 성립하지 않는다. 어차피
일일 연속극 시청자는 질 낮음을 즐기며 시간 때우기로 본다. 여기서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핵심이 나온다.
아무리 아무거나, 말초적이든 자극적이든 가려운 등허리만 긁어 주면 되는 일일 드라마
라도 셋 중 하나는 해야 한다.
재미가 있던지, 웃기던지 아님 가족적이든지….
그래야 처녀가 남의 애를 가졌는데 재벌2세가 나타나 아기까지 책임져 줄께…
내가 그 아이의 아빠가 되어 줄께~~ 해도 설득력이 생기거나 안 생기는 설득력도
무시해 버릴 수 있다.
그런데 결꽁은 세 가지 중 하나도 잡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
재미도 없다. 쓴 것 또 써 먹고… 가족 관계도 비슷한 것 대라고 하면 5분은 읊을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은 시청자가 내일 예고를 찍을 수 있을 정도다.
웃기지도 않고, 가족적이지도 않다. 심지어 결꽁의 어머니는 아들과 딸이 동시에 상대
배우자 없이 아이를 가지는 불행을 감수하고 있다. 이런 무리수가 가족적인가?
더욱이 미혼모라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문제작도 아니다. 그래서 더 얄밉고 가증
스럽다.
필자는 적어도 일일 연속극은 가족의 이야기가 뼈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 형태의 집단이 나와서 연기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가족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 이야기가, 작가가 어설픈 플롯을 짜면서 남녀의 짝짓기, 재벌 등장
시키기 등 자극적 요구 조건에 떠밀려 사라져 버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결꽁은 이제 70회를 넘어 종반으로 달리고 있다. 앞으로 30회에서 만약 연장
방송을 한다면 50회 정도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이렇게 비판적
평가를 하는 이유는 이미 펼쳐 놓은 레고 블럭들이 서로 모양이 맞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끼워 맟춰지기 어렵겠구나 하는 불길한 예감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드라마가 시청률 1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드라마가
시청률 1위를 한다는 것은 우리 드라마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고 단정하기에는 왜곡된 일일 드라마 시청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해서 기꺼이
수준 낮게 만들어 주시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드라마 제작 행태를 너무도 뻔히…
우리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결꽁은 못 봤는데요.
드라마나 영화를 찾아 보는
이유는 시나리오의 구성과 작품의 반향, 캐스팅의 적합성, 미장센 등에 흥미가 있고 머리를 식힐 때 딱이지요.
세상살이가 힘들수록 막장에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코믹 드라마 '다리미 패밀리'를 보고 있습니다. 김영옥+박인환의 노부부 연기가 재밌습니다.
신데렐라 드라마의 시작은
차인표+신애라의 '사랑을 그대 품안에'
문협에 드라마와 영화를 논할 수 있는 이작가님이 계셔서 좋습니다.
다리미 패밀리 재밋더군요. 칭찬할만 한 구성과 소재
연기도 좋았습니다. 바빠서 중간에 따라가다 요즘 못
봤는데 계속 따라가야겠습니다 ㅎㅎ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