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1-12
밀 레 의 이 삭 줍 기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산 위의 상록수를 밑으로 한, 들은 온갖 것들이 걷히고 난 텅 빈 회색 빛 그 자체이다. 어떻게 보면 불어대는 바람이 거칠 것이 없는 황량한 벌판이다. 한 달여 전, 찬 서리가 내리기 전에는 푸르게 땅을 덮고 있던 생명체들도 서리에 휩싸이고 난 다음에는 까만 죽음으로 변하였다. 집 뒤 곁의 커다란 감나무 위에는 다 따고 남긴 한 두 알의 까치밥 만이 눈에 들어온다. 멀 짓이 보여지는 떨어내고 쌓아둔 빈 더미들을 새들이 이리저리 헤쳐가며 먹이를 찾는 모습들이 아이들에게는 정다웠는지? 그렇지 않으면 온 들에서 살아있는 것 중의 하나를 보았기 때문에 그랬는지? 저 곳을 보라고 큰 소리를 하며 가리켜댄다.
그 예전에 어려웠을 때에는 시골의 아이들이, 이웃 어른들께서 곡식을 다 거두어들이고 난 논을 찾아다니며 벼이삭을 주어 모았다. 나는 벽에 걸려있는 것을 종종 보곤 하였던, 만종(晩鐘)의 화가 밀레(Jean-Franois Millet)가 그린 “이삭줍기”가 눈에 선하게 보여지는 것 같다. 그 그림에서는 가을 들녘의 풍요로움과 인간의 조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구약성서의 이야기 중의 한 부분도 떠오른다. 이방여인 룻은 남편이 죽자 친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시어머니 나오미를 모시고 남편의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돌아온다. 보리 추수기로 바쁜 들판에서 룻은 일꾼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곡식 단 사이로 떨어진 이삭을 주우며 나오미를 지성으로 섬긴다. 풍요로운 추수의 기쁨을 뒤로하고, 추수 후에 남은 이삭이라도 주워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가난한 아낙네들. 그림 속 여인들은 분명 룻의 후예들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밀레에게 좀 더 가까이에 가보았다. “만종” “씨 뿌리는 사람들” “괭이를 든 사람” 등 그의 작품은 농부들의 살아가는 일상을 성화처럼 그려냈다. 그래서일까? 밀레의 “만종”이나 “이삭줍기”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교회 달력은 물론 이발소 그림으로도 제일의 위치를 차지하는 대중의 사랑을 한껏 받게되었다. 밀레의 종교적 심성이 은근히 드러난 이삭줍기는 농사를 지으며 힘들게 살고 있는 농민들의 삶을 직접 대한 후에 그린 그림이다. 그는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농민들의 삶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사실 밀레 이전의 농민화는 농민들을 하나의 소도구로 우스꽝스럽게 묘사했으나, 밀레는 농민들의 노동과 휴식을 진지하고 엄숙하게 그렸다. 산업화, 도시화 되어가던 19세기 중반 프랑스는 혁명의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밀레는 황폐해진 도시의 근대화에 대비해 영원히 변하지 않는 농촌의 순수함을 종교적인 엄숙함으로 표현한 것이다.
풍요로운 추수의 기쁨을 뒤로하고, 추수 후에 남은 이삭이라도 주워서 끼니를 해결하려는 가난한 아낙네들처럼, 춥고 긴 겨울동안을 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는 있을 것이다. 구약성서는 말한다.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경내, 네 형제의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신명기 15:11)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너는 밭 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너의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너의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너의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타국인을 위하여 버려 두라”(레위기 19:9-10)
공동체 이야기
병 원 놀 이
어젯저녁 날씨예보에서 밤사이와 내일에는 눈이 내리겠고, 그러면서 추위가 시작될 것이라고 방송되었다. 내가 보기에는 예사로 들리는 소리에 처는 마음을 웅크린 듯, 다음 주에나 가게될 식구들의 약 짓는, 병원 다녀오게 되는 일을 내일 가야겠다고 재촉하여 말한다. 밤사이의 바람에, 들마루를 가리고있는 지붕이 떠들려대는 소리가 났다. 다음날 아침에 눈이 왔는가? 하고 아이들처럼 기대감으로 나아가 보니 눈 대신 비가 솔솔 내리고 있다. 실감을 못 느끼는 겨울, 그 다음에는 상쾌함이 아닌 비 내리는 날의 칙칙함 바로 그것이었다. 오전에는 뒤척거리며 방을 내내 지켰다. 점심에 나가보니 종종 들리는 영만이가 와있었다. 춥고 비가 와서 일을 나가지 못한 듯 싶다. 점심을 함께 하고, 처는 읍내에 있는 병원에, 그리고 영만이는 비디오 테이프를 빌리러 나섰다. 처에게는 몇 일전에 무래가 대낮에 아파서 화장실에서 넘어졌다는 이야기를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리라고 얘기하였다. 영만이와는 어려서부터 서로 보아온 사이였다. 그는 마을의 교회 바로 아래의 집에 살았으므로 여기에 와서도 쉽게 얼굴을 알 수 있었다. 그 후에 그는 우리와 같은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우리의 약을 가져오기 위하여 병원에 가게되면 그의 약도 함께 받아오곤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한 병원에서 다섯 명이나 진료를 받게된다. 감사할 일은 예전의 병원에서와는 다르게 지금 읍내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게되면서, 몸이 잘 조절되고 아픈 것이 아주 적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병원 비용도 나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찾게되었다.
몇 일전에 처가 병원에 다녀오면서 의사 선생님께서 챙겨서 져주신 감기 약을 가져다 주어서 먹었는데도 감기는 여전히 자리를 잡고 나가지를 않는다. 아니 이 사람 저 사람 옮겨다니면서 속속들이 들어서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학교에서는 이번 학기를 마치면서 아이들이 부모님들 앞에서 발표회를 하는 것 같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는 아픈 환자들에게 주사를 놓아주는 간호사란다. 남자아이의 엉덩이에 큰 주사를 놓아주는 흉내를 내 보인다. “예야, 아빠에게도 큰 주사를 놓아라” 그 딸아이의 주사를 맡고 나니 감기가 낳은 것 같다. 내일에는 여기저기 병원에 가 뵈어야겠다. 친구와 그리고 이곳에 이름만 옮겨놓은 할머니께서 때를 맞추어 같은 한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또한 직장에서 사고로 다치신 아버지께서 또 다른 병원에 계신다. 바라기는 딸아이와 다른 아이들이 꾸며 가는 놀이처럼, 그저 가볍게 지나치듯 보내는 병원놀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루가 다르게”라는 말과 함께 쾌속(快速)의 발달 속에, 사람을 고치고 살리는 의술(醫術)인 인술(仁術)도 뒤쳐지지 않으리라 본다.
한 주씩 띄워 다니는 읍내의 신경정신과병원 의사선생님께서 “간질(癎疾)은 치료될 수 있는 병이다”라고 기억되는 제목의 두툼한 책을, 여러 달 전에 읽어보라고 빌려 주셨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금에는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병이 더욱 고질적인 병입니다. 그러한 병에 비하면 간질은 감기쯤으로 생각하여도 될 것입니다. 간질은 천질(天疾)이니? 하는 등의 사람들이 흉으로 여기는, 주위 사람들의 인식부족이 더 큰 문제입니다”. 그 후에 정신적으로 다른 아픔이 있는, 우리 가족 어머니의 진료로 인하여 대전의 어느 병원 의사선생님과 신앙적인 이야기 등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나의 질문에 “간질을 병원의학 뿐만 아니라, 저는 신앙적으로 도 의지를 하는 편이입니다”라는 얘기를 드렸더니, 그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의과대학 시절에 신경과 가운데에서도 간질을 전공했습니다. 간질 환자들이 스스로를 생각하기를 나는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들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그리고 나도 신앙 인으로써 신앙의 힘으로도 치료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약을 먹으면서 신앙에 의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요” 우연히 저녁에 큰 딸아이가 마태복음의 성서를 읽고 있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 중에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 그의 소문이 온 수리아에 퍼진지라 사람들이 모든 앓는 자 곧 각색병과 고통에 걸린 자 귀신 들린 자 간질하는 자 중풍병자들을 데려오니 저희를 고치시더라. 갈릴리와 데가볼리와 예루살렘과 유대와 요단강 건너편에서 허다한 무리가 좇으니라”(마태복음 4:23-25)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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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김봉상
문창수
이유범
김귀숙
정무래
박종만
어귀녀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판암제일교회.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3인).김강성.그리스도의집.이정애.신평교회(3인).양동교회(최영성외여러분)어귀녀.김귀숙.주식회사EG(이성철).추부면사무소.왕지교회.채윤기(박현실).박종만.문성교회여전도회(우상식.윤영희).예수마을.대전베데스다선교회.박정도.대덕교회(한도식).그리스도의집.이정애.대전서노회.대덕교회.옥천동부교회.김영창.박종덕외4인.추부새마을금고(방창석)추부제일교회(이윤옥).금산군새마을부녀회.삼성교회고등부(소종영외14인).성남교회안수집사회.판암제일교회.한삼천교회.일양교회.진수정.금산한마음(5인)찬미교회.서산교회17여전도회.이종국.유인숙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