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토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누룩 ・ 방금 전
중국에서는 토종개를 토구라고 부른다. 중국의 토구는 전원견이라고도 하는데 재구, 분, 송사견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토종개를 토구 또는 화구라고 불렀지만, 시바견 등 6종의 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후에는 토구라는 개념을 잘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토종개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돗개, 삽살개, 동경이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거제개, 제주개, 오수개 등 다른 토종개도 있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지 못하고 해당 지역에서 극소수 사육되고 있을 뿐이다. 토종이라는 뜻은 '대대로 그 땅에서 나서 오래도록 살아 내려오는 사람이나 동물'이므로 진돗개는 물론 삽살개, 동경이, 거제개, 제주개, 오수개는 토종개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여기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견종으로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개는 그 이름에 예속되어 버린다. 일본개 6종이 그렇고 진돗개가 그렇다. 삽살개와 동경이도 마찬가지이다. 무슨말이냐면 해당 견종의 품종 표준이라는 틀에 갇혀서 빠져 나올 수 없게 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품종 표준에서 벗어나는 개는 해당 품종견이 될 수가 없다. 진돗개는 매우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진돗개의 품종 표준이 진돗개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품종 표준의 범주안에 들어가는 개에 대해서 해당하는 말일 뿐이다. 해당 견종이 정형화되면 그 정형화된 형태와 조금이라도 다른 형상을 지닌 개는 모두 그 견종의 이름을 쓸 수가 없게 된다. 해방이후 1960년대 초반까지 진돗개는 거의 방치상태로 관리되어서 그 당시에 이미 진돗개다운 개는 진도에서 모두 사라졌다는 증언이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반성으로 1960년대 중후반 부터 진돗개를 보호하고 세계화해야 한다는 흐름이 생겨난 것 같다. 진돗개의 세계화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KC와 FCI에 정식 품종으로 등록되었고 AKC에도 등재되었으며 진돗개의 정형화도 어느 정도 이루어져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진돗개의 다양성에 대하여 아무리 말을 해보아도 '쇠귀에 경 읽기' 이고 마이동풍일 뿐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진돗개에는 소형견도 존재했으므로 소형견을 발굴해서 보존해야 한다. 진돗개에는 장모종도 존재했으므로 장모종을 발굴해서 보존해야 한다. 진돗개에는 굴개도 존재했으므로 굴개도 발굴해서 보존해야 한다. 진돗개에는 육각형도 존재했으므로 육각형 개도 발굴해서 보존해야 한다. 진돗개에는 중간개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홑개와 겹개도 있으므로 잘 보존해야 한다. 진돗개 조상견의 모습은 정형화된 개와 다르므로 발굴해서 보존해야 한다. 옛날 진돗개의 모습은 정형화된 개와 다르므로 발굴해서 보존해야 한다. 이러한 얘기들을 아무리 목아프게 외쳐 보아도 묵묵부답으로 전혀 호응이 없다. 진돗개는 우리나라의 토종개라고 말한다. 이 말에 대하여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형화된 진돗개만 인정하고 다른 다양한 진돗개를 부정한다면 진돗개를 토종개라고 말할 수 없다. 단지 하나의 품종견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특정한 지역명을 붙인 품종견은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나라의 토종개라고 말할 수 없으며 단지 해당 지역의 토종개라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의 토종개를 발굴하여 보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전체를 대표하는 이름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 토구(土狗)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줄여서 말하면 한구(韓狗) 또는 한개가 되고 풀어서 말하면 한국 토종개가 된다. 영어로 말하면 Korea Dog 즉 Kdog이 된다. 이참에, 장모종 진돗개, 소형 진돗개, 굴개 진돗개, 팔각형과 육각형얼굴을 지닌 진돗개, 벅구, 반벅구, 홑개, 겹개, 전주개, 흑구, 재구, 네눈이, 호피, 바둑이, 마스크 쓴 개, 잡색털을 지닌 개, 꺼칠꺼칠한 털을 지닌 개, 불개, 청개, 주둥이가 짧은 개, 주둥이가 가는 개, 머리가 큰 개, 꼬리가 말린 개, 다리가 짧은 개, 왜소한 개, 볼품 없지만 성품과 성능이 좋은 개 등 진돗개로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진돗개들은 모두 진돗개라는 이름에서 독립했으면 좋겠다. 한구 또는 한개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표준체형과 사지구성 그리고 종족적 표현력 이라는 굴레를 훨훨 벗어 던졌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토종개는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사실상 멸종하고 말았다. 그 토종개의 유전자를 일제 강점기부터 지금까지 지니고 있는 유일한 견종이 바로 진돗개이다. 그 진돗개를 정형화하고 정형화의 틀에서 벗어난 진돗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의 토종개의 유전자를 완전히 말살 하려는 것과 같다. 다양한 진돗개를 보존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토종개를 보존하기 위해서 특정 지역명을 딴 토종개가 아닌 '한국 토종개'라는 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구 즉 한국토종개라는 개념을 도입하지 않으면 우리의 토종개는 완전히 멸종하고 말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