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누구라도 문구점(이해인 글/강화경 그림)
누구라도 선물가게
2019. 11. 07 그래도
문구점 이름이 ‘누구라도 문구점’이라니! 정말 멋지다. ‘누구라도’라는 말은 네 편 내 편 구분 짓지 않고, 그 모두를 끌어안는 말이어서 듣기만 해도 훈훈하다. 누구든 함께 할 수 있고, 그 순간 너와 내가 우리가 되는 말이다. ‘누구라도 문구점’ 그림책을 보는 순간, 따라쟁이인 내가 그대로 있긴 힘들다. 바로 버전 업 시켜서 따라 해 볼 생각이다. 나도 이해인 수녀님처럼 문구점 쇼핑을 좋아한다. 교보문고나 미니소, 다이소 가는 걸 백화점쇼핑보다 훨씬 좋아한다. 그래서 문구를 파는 가게를 정기적, 간헐적으로 들런다. 그곳을 가면 빈손으로 나올 때가 한 번도 없다. 무슨 아이디어 상품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한 두 개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정확히 이때 사서 쟁여두지 않으면 다음에는 절대 그것을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욕심에 바구니에 주섬주섬 주워 담는다. 내가 산 물건들은 재해석 되고, 재탄생 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변신하거나 재탄생 된 것은 각광을 받고 주목을 받아 누군가에게로 가서 안긴다. 물론 이렇게 산 물건들이 모두 다 쓰이는 건 아니다. 비록 쌓여 있는 것도 있지만 또 언젠가는 임자를 만나 잘 살아 갈 것이다.
내가 주로 사는 것은 편지지와 편지봉투, 쇼핑백이다.
책갈피는 수집물품이어서 보이는 대로 산다.
편지지는 주로 원고지 형태로 된 것이나 만년필이나 연필로 삽화처럼 그려진 조그마한 편지지를 주로 산다.
편지봉투는 갈 때마다 예쁜 것들이 나와서 자꾸 사게 된다. 서랍에는 묶음별로 편지봉투가 가득하다. 소포지에 항공우편처럼 된 것은 보기만 해도 설레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걸 뽀면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떠날 것 만 같다. 우표를 붙이는 네모 모양의 오돌도돌 점선으로 표시된 곳에는 호-하고 입김을 불어넣은 우표를 혓바닥에 납작 붙여 침을 잔뜩 바른 다음 정확하게 붙여 손바닥으로 꾸욱 눌러주고 싶다.
아, 생각났다. 생각났어.
크리스마스 이브 날, 겨울 방학 시작하는 날에 우리 반에도 ‘누구라도 선물가게’를 열어야 겠다.
그동안 세월을 두고 모은 문구와 책갈피, 작은 선물들을 종류별로 바구니에 담아 교실 한 가운데 차려 두어야 겠다. 누구라도 하나씩 마음에 드는 걸 가져가게 해야겠다.
아이들은 틀림없이 ‘이걸 고를까 저걸 고를까 무척 망설이겠지? 결정을 못하고 몸을 배배 꼬며 손가락을 빼물고 고민을 하겠지?’
수녀님은 상상 속의 가게 ‘누구라도 문구점’에 들어오는 손님은 원하는 물건들뿐 아니라 기쁨과 사랑과 희망도 담아갈 수 있었으면 하신다.
나는 ‘누구라도 선물가게’에 들어오는 사람은 그곳에서 선물들뿐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과 그리운 사람과 고마운 분들의 기억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수녀님은 ‘누구라도 문구점’ 안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게 하겠다고 하셨다.
나는 ‘누구라도 선물가게’에는 우리들이 율동을 곁들여 떼 창으로 불렀던 동요, ‘난 할 수 있어’와 ‘네잎 클로버’, ‘염소 4만원’이 동영상으로 흐르게 할 것이다.
수녀님은 ‘누구라도 문구점’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는 아름다운 시를 걸어 두겠다고 하셨다.
나는 ‘누구라도 선물가게’ 가장 잘 보이는 곳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5월부터 빅북으로 꾸준히 해 온 ‘책 읽어 주는 선생님’ 독후활동 결과물도 교실 유리창에 햇살을 받도록 붙여 놓을 것이다.
수녀님은 ‘누구라도 문구점’의 작은 책상과 걸상의 한 모퉁이에는 향기로운 들꽃을 꽂아 두고 손님들이 앉아서 편지를 쓰도록 하겠다고 하셨다.
나는 ‘누구라도 선물가게’에는 아이들이 그린 친구 얼굴을 붙여두고 색종이에 누구에게라도 그 친구의 좋은 점을 적어 전하도록 할 것이다.
수녀님은 ‘누구라도 문구점’의 창가에는 손님에게 선물에 관해서도 상담해 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누구라도 선물가게’의 창가에 안아 따뜻한 핫쵸코를 한 잔씩 타 주며 가만히 바라보고 웃음을 지을 겁니다. 너는 좋은 아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곱게 자라기를 기도 드릴 것이다.
수녀님은 “새것만 좋아하지 말고 자기가 사용하는 물건들에 정들여야 한다.‘고 일러주겠다고 했습니다.
나는 ‘새 친구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잘해주지 말고 오랫동안 가장 가까이에 함께 있었던 친구에게 따뜻하고 친절하라고 일러 줄 거다.
‘누구라도 문구점’은 꼭 사야할 물건이 없더라도 길을 가다가 잠시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꾸미겠다고 했습니다.
평범하더라도 멋을 아는 단골손님을 많이 모시겠다고 했습니다.
누구라도 와서 기쁨을 나누는 문구점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누구라도 선물가게’는 비록 가끔 열리긴 하지만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누구라도, 언제라도 들려도 된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핫쵸코와 컵라면, 코코볼을 탄 우유와 꿀물를 드리는 12시의점이 되고 싶습니다.
아, ‘누구라도 선물가게‘!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컵라면이, 특별한 날에는 과자파티 동산이 열리는 교실!
누구라도 선물가게, 우리는 모두 ‘누구라도 선물가게의 가장 최고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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