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단어 수집가 +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2019. 08. 01. 그래도
■ 옷이 날개
나는 무조건 긴치마를 즐겨 입는다. 특히 여름에는 훌러덩 하나만 끼어 입는 원피스가 그저 그만이다. 땀은 나는데 허리 단에 고무줄 같은 것이 걸쳐져 있으면 가렵고 더 덥다. 그런데 통으로 된 원피스는 사방팔방 바람이 통과하기에 시원하다. 내가 좋아하는 원피스의 소재는 주로 면이나 린넨 소재다. 모양은 칼라를 달면 주루룩 단추를 달아 무릎과 종아리 사이쯤의 기장으로 맞춰 입는다. 라운드형은 무조건 소재가 얇으면 잔주름, 소재가 조금 톡톡하면 맞주름이나 굵은 주름을 꿍덕꿍덕 잡는다. 치마 기장을 항상 길게 입는 이유는 남편이 무릎 보이게 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그렇든지 말든지 내가 좋으면 입겠지만 나도 짧거나 딱 붙는 치마는 앉음새가 신경 쓰이고 불편해서 싫다. 긴치마는 다리를 아무렇게 놓아도 표시가 나지 않아서 편하고 좋다. 선들선들 바람도 들어온다. 벗을 때도 하나만 홀딱 내리면 된다. 이번에는 파란하늘이 서울 서 사 온 인견 홑이불을 잘라 원피스로 만들어 보았다. 원래 이불도 인견은 싫어한다. 구스이불은 사시장철 덮는다. 구스솜은 겨울에는 몽실몽실 피어올라 구름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습기를 내보내 보송보송해서 죽부인처럼 안고 잔다. 사람들은 여름에는 인견만큼 시원하고 좋은 게 없다는데 나는 너무 노티 나서 인견 소재를 싫어한다. 하지만 파란하늘이 서울서 사 온 인견이불은 그런 선입견을 깼다.파랑, 빨강, 밤색의 세 가지 색상이 다 마음에 든다. 그 중에서 고르라면 밤색이 제일 좋다. 여름에 입는 밤색은 파랑보다 더 시원하고 멋스럽게 보이니까. 지금 밤색 원피스를 걸치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글을 쓰고 있다.
■ 책 마중
도서관은 어디나 다 좋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오래되면 오래된 대로, 새 건물이면 세련되고 편리해서 좋다.
책장에 분류되어 있는 책들을 보면 팔을 뻗어 주루룩 책등을 훑으며 지나가고 싶어진다. 아이들이 복도나 벽면을 지나가면 꼭 손을 뻗어 쓸며 가듯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학교를 갔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반납하고 그림책이나 글쓰기에 대한 책도 빌릴 겸 해서.
긴치마를 펼쳐서 땅바닥에 철버덕 주저앉았다. 콧등에 돋보기를 걸치고 그림책을 찾아보았다. 사서선생님께 부탁드렸더니 일곱 권을 추천해 주신다. 읽고 그 중에서 두 권을 골랐다. ’피터 레이놀즈의 단어 수집가‘와 미카 아처의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을 골랐다. 오를 책갈피 모임에서 하기 좋은 책이다.
글쓰기에 대한 실용서도 찾아보니 김훈의 ‘연필로 쓰기’와 ‘유시민의 공감필법’, ‘김영화의 산문집 보다’, ‘타샤 튜트가 쓴 타샤의 집’을 골랐다.
딸이 읽을 책으로는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의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와 ‘서형숙의 엄마 학교’를 빌려 왔다. 에어컨이 나오는 도서실에서 원도 한도 없이 책 구경을 하고 책을 읽었다.
■ 그림책 이야기
사서 선생님께서 추천해 준 책 중을 모두 읽었다. 그 중에서 ’피터 레이놀즈의 단어 수집가‘ 와 미카 아처의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을 골랐다’ 피터 레이놀즈는 그림책, ‘언젠가 너도’ 와 ‘점’을 통해 이미 만났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미카 아처의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과 연계해서 읽고 쓰면 좋을 것 같아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다.
♣ 단어 수집가/피터 레이놀즈
뭔가를 모으는 사람을 ‘수집가’라고 해.
어떤 사람은 우표를 모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동전을 모아.
돌멩이를 모으기도 하고 예술품을 모으기도 해.
어떤 사람은 곤충을 모으고 운동선수 카드나 만화책을 모으는 사람도 있어.
그리고 제롬은, 제롬은 뭘 모으냐면 낱말을 모아. 단어수집가지.
“페루로 여행을 갔는데 아주 좋았어.”- 왠지 관심이 가는 단어 페루.
지나가다가 눈길을 끄는 단어 ‘카페 버드나무’- 버드나무
오즈의 마법사 책을 읽다가 문장 속에서 톡 튀어 나오는 단어‘에메랄드, 회오리 바람, 은구두
기분이 좋아지는 말 - ’사랑해, 불꽃놀이, 사각사각, 포옹’
소중한 단어 - ‘설렘, 보물, 딱지, 지키다, 생일, 속삭이다’
노래 같은 단어♪ - ‘과테몰레, 마다가스카르, 트리케라톱스, 타르타르 소스, 개밥바라기’
무슨 뜻인지 통 모를 낱말들도 있어. - 음유시인, 명멸하는, 탐미주의자, 알카리, 주기율, 현실도피, 본질, 과잉, 공허
저절로 그림이 그려지는 단어도 있어. - 쭈르르, 장대비, 얼룩덜룩, 울퉁불퉁, 으르렁, 겅중겅중
제롬의 낱말책은 나날이 두툼해졌지. - 잠재력, 습득, 영혼, 은은한, 돈독하다, 명민함, 조화, 상승, 축복하다, 무한한, 날개, 산들바람, 푸르르다, 암적색
수집한 단어가 점점 많아지자 제롬은 분류를 시작했어.
날씨, 식물, 감정, 외국어,.....
어느 날 제롬이 낱말 책들을 옮기고 있는데,.....
으앗!
갈채, 자유, 흑요석, 인민, 가능성, 프리즘, 물론, 평화, 갓길, 태양열.....
단어들은 모두 뒤죽박죽이 되었어.
코뿔소 옆에 밀라노, 파랑색 옆에 초콜릿, 슬픔 옆에 꿈.
제롬은 낱말들을 모두 줄에 매달았어.
나란히 있으리라 상상도 안해 본 단어들. - 소곤소곤, 교향곡, 평화, 전기의, 풍미, 솟구치다, 폭포, 행성.
제롬은 그 단어들로 시를 썼어.
그 시로 노래를 만들었지. 모두가 감동했어.
어떤 말은 간단해도 아주 힘이 셌어. - 괜찮아, 미안해, 고마워, 보고 싶었어.
어......
제롬은 더 많은 낱말을 모으고 또 모았어. - 빛나는, 도도하다, 자유분방한, 외눈박이, 보들보들,
포용, 무모한, 분자, 만루, 스노쿨링, 형제, 향신료, 낄낄
더 많은 단어를 알게 될수록 여러 생각과 느낌과 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어느 날, 제롬은 낱말들을 모두 꾸려 수레에 싣고 가장 높은 산으로 올라갔어. 그리고 낱말들을 모두 날려 보냈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단어들이 골짜기에서 팔락팔락 나부꼈어. 바람에 실려 온 단어들은 이제 모두의 것이 되었지.
제롬은 행복했어. 그 순간 제롬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세상에 없을거야.
“너만의 단어에 손을 뻗어 봐. 네가 누구인지 세상에 말해 봐. 그러면 세상은 더 멋진 곳이 될 거야.
자, 시작!
피터 레이놀즈 -
■ 그림책 단어 수집가를 읽고
1. 아이들에게 나눠 줄 단어 카드 양식을 만들 거예요.
2. 아이들 각자가 생각하는 소중한 단어, 노래 같은 단어♪, 무슨 뜻인지 통 모를 낱말, 저절로 그림이 그려지는 단어, 힘이 센 단어들을 적어요.
3. 모두가 적은 단어를 통에 모읍니다.
4. 그 날짜에 해당하는 아이가 뽑기를 해서 단어 카드 세 장를 골라요.
5. 모두 알림장공책에 세장의 단어로 만든 문장을 적어요.
책갈피언들이 해 봐도 멋지지 않을까요?
♣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미카 아처
미카 아처는 미국 메사추세츠 대학에서 다문화 교육학을 공부하고 15년간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가 처음으로 쓰고 그린 그림책,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이 에즈라 잭 키츠 상을 받았다.
다니엘은 공원에 있는 바위와 나무와 동물들을 잘 알아요.
월요일 아침 다니엘은 공원 입구에서 안내문을 봤어요.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지요.
‘공원에서 시를 만나요. 일요일 6시’
“시가 뭘까?”
다니엘이 혼자 말로 중얼거렸어요.
“시는 아침 이슬이 반짝이는 거야.”
다니엘은 거미가 하는 말에 깜짝 놀라 위를 쳐다봤어요.
화요일에 다니엘은 오래된 참나무에게 다가갔어요. 나무 위에 청솔모가 있었지요.
“청설모야, 넌 시가 뭔지 아니?”
“시는 바삭바삭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거야.”
수요일에 다니엘은 다람쥐 굴을 들여다보며 물었어요.
“다람쥐야, 넌 시가 뭐라고 생각하니?”
“시? 시는 오래된 돌담이 둘러싼 창문 많은 집이야.”
목요일에 다니엘은 나뭇잎 배를 만들어 물에 띄우고 바람에 떠가는 걸 지켜봤어요.
다니엘은 개구리에게 속삭였지요.
“잠깐만, 개구리야, 넌 시가 뭔지 아니?”
“시는,”하고 개구리가 대답했어요.
“시원한 연못물에 뛰어드는 거야.”
금요일에 다니엘은 부들을 헤치고 거북을 찾았어요.
“거북아, 물어볼 게 있어. 넌 시가 뭐라고 생각하니?”
“시는 따끈따끈 햇볕에 달궈진 모래밭이야.”
거북이가 대답했지요.
토요일 오후에 다니엘은 미끄럼틀 밑에서 귀뚜라미를 만났어요.
어둑어둑 그림자가 길어지자, 귀뚤귀뚤 소리가 가득해졌지요.
“귀뚜라미야, 너에겐 이게 바로 시구나?”
“하루가 저물 무렵의 노래? 바로 그거야, 다니엘.”
그날 밤 달빛이 가득할 때,
부우 부- 소리가 들렸어요.
다니엘이 창가에서 부엉이를 불렀지요.
“부엉이야, 넌 시가 뭐라고 생각해?”
“아, 시! 그건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별,
풀밭의 달빛,
어디로든 나를 데려다 주는 고요한 날개 같은 거야.
잘 자렴, 다니엘.”
부엉이는 그렇게 속삭인 다음 어두운 밤하늘로 날아갔어요.
일요일 아침에 해님이 다니엘을 깨웠어요.
“오늘이 공원에서 시를 만나는 날이야. 내가 찾은 시도 함께 나눠야지!”
다니엘은 무척 기뻤어요.
아침이슬 반짝이고,
바삭바삭 나뭇잎이 바스락거리고,
오래된 돌담이 둘러싼
창문 많은 집,
시원한 연못물에 뛰어드는 것,
햇볕에 달궈진 모래밭,
하루가 저물 무렵의 노래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별,
풀밭의 달빛,
어디로든 나를 데려다 주는 고요한 날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니엘이 잠시 걸음을 멈췄어요.
연못에 비친 노을을 바라봤지요.
“내 생각엔 저게 바로시 같아.“
그러자 잠자리가 대답했답니다.
”내가 보기에도 그래.“
■ 그림책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을 읽고 ,
나에게 시란?
“슬퍼서 더 아름다운 가족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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