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동해안 피서여행 사진일기 2009.8.14~17 장마가 끝났나 싶었는데 갑작스런 호우가 내리고, 한창 더울 때인 하기휴가 피크인 7월말과 8월초에도 동해안은 이상 저온으로 피서객이 적어 해수욕장 주변은 마냥 울쌍이라고 하였다. 1년내내 휴가인 주제에 무슨 피서여행이냐는 친구들 놀림도 있지만 필자는 휴가철이 끝나가는 8월14일부터 3박4일로 동해안 아야진으로 향했다. 처가식구들 특히 93세의 장모를 모시고 처가 별장이 있는 아야진을 중심으로 오랫만에 동해안 이곳저곳을 들러보게 되었다. 8월14일(제1일) 우리부부는 14일 아침, 장모와 처형을 태우고 10시 정각에 집을 출발했다. 마침 15일과 16일이 연휴라 피서 차량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서울시내를 벗어나니 전혀 지장없이 달릴 수 있었다. 홍천을 거쳐 인제를 지나 미시령터널을 통과하여 아야진 숙소에 도착하니 2시경이었다. 간단한 집안정리를 하고 마당에 자란 키가 큰 나무를 잘라내니 해수욕장이 눈앞에 훤히 보였다. 모처럼 톱질도 하고 낫으로 나무가지를 자르느라 땀도 흘렸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나니 둘째 처남 내외가 도착했다. 야외 숯불을 피우고 척쇠로 갈비와 등심을 구우며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였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잔디마당에 테이블과 의자에 둘러앉아 일몰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먹는 식사는 맛도 멋도 최상이었다.
8월15일(제2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바다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마당에서 볼 수 있었다. 일출은 날씨가 좋아야 보는 것인데 마침 날씨가 화창히 개어 찬란한 아침해를 볼수 있었다. 첫날 새벽 어시장 산책을 나섰다. 바다에서 밤새껏 잡아온 생선들이 바닥에 늘려있고 식당이나 피서객들에게 소매로 팔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생선은 곰치다.허물허물 거리는 머리통으로 금방 알아볼 수 있는 곰치가 유난히 많았다. 대구,가자미,노장치,꼴뚜기 등 싱싱한 어물들이 펼쳐진 어항을 둘러보며 아침 구이와 매운탕감으로 가자미.꼴뚜기 그리고 생전 처음 먹어보는 노장치를 샀다. 가자미는 구이로 하고 노장치 매운탕을 끓이니 훌륭한 아침식사가 되었다. 오전은 집에서 쉬고 점심때 집을 나섰다. 어제 뉴스에 나오는 새로 개관돤 DMZ박물관을 목표로 하였다. 집에서 7번국도를 타고 조금 가면 천학정(天鶴亭)이 나온다. 전에 몇번 들른 곳이지만 처남내외를 위해 안내가이드 역할을 하며--고성8경의 하나인 천학정에 올라 푸른 동해바다를 내려다 본다. 그야말로 선경이다. 노장모님만 천학정에 두고 천학정 뒷동산에 올랐다. 1,300년된 노송이 연륜을 자랑하며 의젓이 서 있다. 1300년을 거슬러 역사를 짚어보면 통일신라시대의 소나무이다. 그 숱한 아픔과 슬품,그리고 환희의 역사-그 뒤안길을 묵묵히 보면서 한마디 절규도 없이 고고히 서 있다. 아마도 괴로움과 슬품의 눈물도, 울부짖음도 저 푸른 동해바다 파도에 던져버렸을 것이다. 거진을 거쳐 대진항으로 들어갔다. 대진항은 회센타로 유명한 곳이다. 점심이라 간단한 메뉴로 물회를 선택했다. 물회는 포항에서 먹어본 뒤로 오랫만에 먹어본다. 그런데 청양고추가 들어가서인지 너무 매운 맛이다. 물회에 메밀 막국수 싸리를 넣어 먹으니 배가 잔뜩 부르다. 다음 코스는 화진포이다.화진포는 고성8경의 제3경으로 호숫가에 해당화가 만발해 붙여진 이름으로 둘레가 16km나 되는 동해안 최대의 자연호수이다. 화진포는 규모가 크고 경관이 아름다운 화진포해수욕장이 유명하지만, 그 보다도 이 곳에는 김일성별장과 이승만 별장이 마주보고 있는 절경으로 더 유명하다. 주차를 하고 김일성별장에 먼저 들렀다. 6.25가 일어나기 전 1948년 여름에 김일성 가족이 경치가 좋은 이곳 화진포를 별장으로 사용했다는 설명문이 있었다. 주변의 소나무군락도 명물이지만 역시 화진포와 그 앞바다는 동해안 어느곳 보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여태껏 저온날씨로 한산하던 해수욕장이 늦여름 더위에 수온이 오르고 해수욕객이 많아졌다고 한다. 화진포콘도가 해수욕장에 맞붙어 있었다. 콘도의 입구에는 매장이 있어 시원한 팥빙수로 더위를 식혔다. 이기붕별장이 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자유당시절 제2인자의 정치권력으로 이세상 부러울 것이 없던 이기붕 일가족이 자살로 끝나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승용차로 이승만별장으로 향했다. 이승만별장 앞은 큰 호수로 전에 올 때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 호수에 아름다운 연꽃이나 수생식물을 심었으면 하는 생각이 자꾸 떠오른다. 이승만 초대대통령의 정치와 구국일생을 보면서 우리나라 건국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이승만 대통령의 큰 위업을 너무 가벼이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오늘의 주목적지인 통일전망대와 DMZ박물관을 향해 북으로 달렸다. 통일전망대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신고센터에서 차량별로 신고를 하고 약7분가량의 안보영화를 본뒤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출입카드에 이름과 나이를 적고 차량에 출입표지판을 붙이고-- 통일전망대 바로앞(1KM)에 어제 개관된 DMZ박물관이 나타났다. 새로 개관된 건물이라 깨끗하기도 했지만 규모도 크고 정말 잘 지어진 건물이었다.먼 장래를 보고 지었으니 규모도 크고 시설도 최신장비를 갖춘 최첨단 건물이었다. 한마디로 한국전쟁의 역사를 잘 정리한 전시관이었다. 방대한 자료를 체계화하느라 노고가 많아 보였다. 역사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느 연대장이 쓴 3년간 전투일기는 가장 고귀한 자료로 생각되었다. DMZ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남은 한반도 DMZ의 자연.환경자원을 알리고,암울했던 역사를 통해 배우면서 평화와 화합의 미래를 약속하는 희망의 공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맞은편 건물에는 DMZ지역의 사진,그림 공모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마츄어가 보아도 몇몇 작품은 감동을 주는 작품이었다. 역시 대상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다. DMZ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차로 통일전망대로 향했다. 세번째로 보는 전망대이지만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오래전 처음 이곳을 방문 했을 때는 망원경으로 보는 이북 땅은 "세금 없는 나라" "위대한 김일성수령" 등의 선전문구가 보였었는데 지금은 합의에 의해 말끔히 없어졌다. 통일전망대는 여러 곳이 있지만 이곳이 가장 북쪽에 위치한 전망대이다. 북으로 통행하는 차량들의 주통로 도로가 내려다 보인다. 500원을 내고 보는 망원경으로 이북의 여러곳을 관찰한다. 해금강,송도,감호,구선봉 등 유명한 지명이 적힌 안내사진이 있어서 이해하기가 쉬웠다.
천학정
8월16일 아침해를 보려고 했으나 오늘은 날씨가 구름이 낀 흐림이다. 어제 아침처럼 깨끗한 일출을 보는 기회가 흔치 않다. 오늘도 아침산책을 나섰다. 해변의 모래사장을 걸으며 마음은 마냥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70대의 처형은 소녀인양 맨발로 해변을 거닌다. "김소녀"라고 별명을 지어 주었다. 얼마나 행복한 순간인가-- 아야진항에는 해녀가 없는줄 알았는데 이른 아침 이곳의 해녀를 만났다. 모두 다섯명인데 다섯명 이후로는 대가 끊어지고 없단다. 한 해녀와 말을 걸어보았다. 주로 전복,성게,다시마를 따는데 멍게는 없단다. 방파제 둑을 걷기도 하고 어시장을 돌아서 집으로 돌아오니 90노인이 벌써 아침밥을 다 해 놓았다. 아무리 말려도 직접해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잠시도 가만 있지 않는다. 그래서 건강,장수하나 보다. 오늘 스케쥴은 처형의 희망지 양양의 낙산사를 먼저 찾고 두번째 목적지는 필자가 희망한 건봉사로 정했다. 건봉사는 낙산사와 정반대의 북쪽이지만 꼭 가보고 싶은 절이다. 오전시간을 집에서 빈둥거리며 보냈다. 책도 읽고 한가로이 휴식을 취했다. 12시가 넘어서 집을 나섰다. 몇년전 맛집으로 기억되는 "동루골막국집"을 찾아서--역시 손님이 바글바글했다. 서울손님이 대부분이다. 수육과 막국수-추어탕도 이집의 자랑메뉴. 남쪽 양양으로 달린다. 낙산사는 지금으로 부터 5년전 엄청난 화재로 거의 전소한 아픔을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불전이 다 타고 국보 동종도 녹아버렸다. 원통보전도 타서 새로 건립되었다. 보타전과 홍련암만 다행히 불길을 피할 수 있었다. 필자는 2년전에도 낙산사의 재건모습을 보면서 하루 속히 원모습을 찾기를 기원했었다. 지금은 국보의 명칭은 없어졌지만 겉 모습은 제대로 옛모습을 모두 찾았다. 날씨가 몹씨 더웠는데도 낙산사,홍련암을 찾는 불자 그리고 관광객이 많았다. 의상대에서 홍련암 가는 길엔 해당화가 줄지어 피어 있었다. 맞은편은 때이른 해국이 더러 피어 있어 대조를 이루고-- 보타전 앞의 연못에는 노란 어리연이 피어 온 연못을 메우고 있었다. 보타전에서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길은 산책코스로 좋은 곳이다. 동양 제일의 해수관음상이 동해바다를 향해 높이 서 있다. 낙산사 화재시 관음상 뒷부분만 불길이 닿아 그을렀을 뿐이니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낙산사 경내를 모두 구경하고 나오면서 매점겸 다실이 있는 곳으로 들어서니 매점 안쪽으로 차양이 쳐진 마당이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경치가 아주 좋은 곳이다. 팥빙수를 시켜서 나눠 먹으며 더위와 피로를 풀었다. 낙산사를 출발하여 북쪽 금강산 건봉사로 향했다. 건봉사는 이름대로 금강산 줄기에 있는 절이다. 금강산이라는 이름 때문에도 더 가보고 싶은 절이다. 필자는 10여년전에 건봉사를 찾은 기억이 있다. 그 때는 아직 포장도 안되고 도로사정이 안좋았지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훌륭한 절이다. 지금은 너무나 도로가 잘 되어 있고 찾는 불자도 많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불이문(不二門)을 거쳐 들어서니 어마어마하게 넓은 절터가 나타났다. 옛모습대로 모두 복원되면 엄청나게 큰 절이다. 한국4대사찰의 하나라고 하니-- 개울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개울에 걸쳐있는 능파교를 건너니 대웅전으로 향하는 입구에 두개의 석주가 서 있는데 알지 못할 도형이 그려져 있다. 한쪽 석주에 다섯개씩 도형이 있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지나가는 스님께 물었더니 화엄경에 나오는 10바라밀을 도형화 한 것이란다. 주전각인 대웅전에 참배를 마치고 나와 부서진 옛 절터 윗쪽에 자리한 적멸보궁으로 갔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적멸보궁에는 마루공사가 한창이었다. 짧은 시간에 건봉사를 수박 겉핧기 식으로 다녀보았지만 역시 큰 절임에 틀림없다. 나오는 길에 입구쪽에 서 있는 시비를 읽어 보았다. 하나는 만해대선사의 '사랑하는 까닭에"라는 시가, 그리고 다른 시비는 조영출시인의 시와 노래비가 서 있었다. 만해스님이야 누구에게나 잘 알려져 있지만 조영출 시인은 생소한 이름이었는데 노래비 뒷편에 약력이 있었다. 알고보니 옛 대중가요의 작가인데 이 절의 스님으로 보성전문과 와세다대학 불문과를 나온 걸출한 인물이다. 조명암이란 필명으로 수많은 노래가사를 남겼는데 고향초,낙화유수,선창,알뜰한 당신 등 히트곡이 수없이 많다. 오고 싶었던 건봉사를 보고나니 숙제를 다 푼 것 같은 홀가분한 심정이 되었다.
8월17일 벌써 나흘째이다. 우리부부와 처형은 오늘 서울로 돌아가고 처남부부와 장모님은 며칠 더 머물 예정이다. 막내 처남도 오늘 도착하여 죠인하게 된다. 가능하면 새로 죠인되는 막내 처남과 만나 점심을 같이 하고 귀경하려 한다. 이른 아침의 날씨는 늘 구름이 많다. 그래서 오늘도 붉게 떠오르는 일출은 보지 못했다. 지난 15일에 본 아름다운 일출의 장관으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매일의 일과처럼 아침산책을 나섰다. 해변 모래사장 걷기-어시장 구경-귀가. 똑같은 코스이지만 걸어도 싫증나지 않는 길이다. 아침 식사후 앞 마당에서 커피타임을 가졌다. 이 집의 최고의 가치랄까 좋은 점은 마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해수욕장과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의 뷰(view)이다. 시원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바다위에 떠 있는 고기잡이 배를 세어가며 사색을 하거나 대화를 하는 시간이야말로 더없이 행복한 시간이다. 오전시간을 이용하여 속초 중앙시장에 가서 황태와 마른 가재미를 사기로 했다. 속초 중앙시장은 속초시의 규모에 비해 굉장히 큰 시장이었다. 특히 지하 어시장은 종류도 규모도 대단한 시장이다. 여늬해 같으면 광복절 연휴도 지나고 월요일이라 해수욕장이 폐장할 때이지만 늦더위 때문인지 해수욕장에는 아직 남아있는 휴가객이 많았다. 집에 도착하니 막내처남이 도착해 있었다. 막내처남은 연세대 교수인데 어제 미국서 돌아왔단다. 너무 바빠서 내일 귀경해야 한다니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 애처러운 생각도 든다. 그는 이곳에 처음온지라 며칠 먼저온 둘째처남이 이미 브리핑을 다했는지 그간 경과와 주변 경관을 많이 알고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고성8경중 4곳을 구경했으니 많이 다닌 셈이다. 고성8경이란 고성을 대표하는 8곳의 풍경이다. 제1경은 건봉사.제2경 천학정,제3경 화진포,제4경 청간정,제5경 울산바위,제6경 통일전망대,제7경 송지호,제8경 마산봉설경이다. 설악산에 오를 기회가 있을까 해서 등산화,베낭을 가져 왔지만 기회가 없었다.예년 같으면 무조건 하루를 등산일로 잡았을텐데 무릎 고장후 늘 망설이게 된다. 또 일행이 등산할 생각이 없으니 혼자 강행할 수도 없고-- 집에서 바라다 보이는 울산바위의 웅장한 모습을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오후3시 정각에 집을 나섰다. 서울로 가는 길에 새로 개통된 춘천고속도로를 달려보고 싶었다. 아야진~속초~미시령터널~인제~양구~춘천~춘천고속도로~서울. 양구를 거쳐 춘천방향으로 가는 동안 꼬불꼬불한 산길이 많아 집사람은 멀미가 난다고 좋아하지 않았다. 차라리 인제에서 홍천을 거쳐 춘천으로 가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춘천고속도로는 민자로 개통되었다는데 통행료가 비싸(7,300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용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서울에 도착하니 3시간반이 걸렸다. 모처럼 몸과 마음을 리플레쉬 하는 좋은 휴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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