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조선왕조실록 ㅡㅡㅡㅡ37
무기로 전래된 고추
한민족의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양념이 있었으니, 바로 고추다.
김치를 담글 때 빠지지 않는 고춧가루, 고추장·된장을 만들 때, 그리고 육개장이나 기타 매운 음식을 만들 때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고춧가루….
심지어 감기에 걸렸을 때는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먹으라는 신빙성(?) 없는 민간처방까지 횡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한민족과 고춧가루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듯하다.
그러나 실제 고추가 한민족에게 전래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조선 전기까지만 하더라도 김치라면 으레 소금에 절인 백김치를 말하는 것이었고, 떡볶이란 것은 궁중에서 임금에게 진상하던 떡과 고기를 버무린 음식을 말하는 것이었다.
(양념은 고추장이 아니라 간장으로 하였다.)
그럼 고추는 언제 어떻게 전래된 것일까? 오늘의 주제는 고추다!
때는 15세기 중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때였으니, 이때 유럽으로 소개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고추였다.
당시 포르투갈은 일본과 교역을 했는데,
“에, 나카무라상. 이번에 좀 괜찮은 물건이 들어왔는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콘세이상, 우리노 필요한 것은 조총뿐입니다. 조총이나 더 가져오시므니다.”
“나카무라상, 조총보다 훨씬 더 진귀한 물건입니다.”
콘세이상이 나카무라에게 건넨 것은 바로 고추였다.
“이것이 뭡니까?”
“먹는 것입니다.”
“먹는 거?…음…그냥…악! 이…입에서 불이 나므니다! 이런 개스러운 음식이 어디 있스므니까? 콘세이상, 지금 나에게 독초를 먹인 것이므니까?”
“아니아니, 이건…양념으로 사용하는 것인데….”
“이걸 어찌 사람이 먹스므니까? 이런 개념을 랜덤으로 상실한 개스러운 상황이 벌어지다니! 콘세이상, 지금 내 니뽄도로 죽고 싶스므니까?”
“아니아니, 이게 양념으로 쓸 수도 있지만, 후추 같이 공격용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나카무라상, 잠깐 진정하시고.”
“공…격용?”
“그…그렇습니다. 우리 서양에서는 후추를 먹기도 하지만, 적군에 대한 화학무기로 사용할 때도 있습니다. 고추도 그런 개념으로 쓰시면 조총 이상으로 쓸모가 많을 겁니다.”
이렇게 해서 고추는 일본에 전해지게 된 것인데, 문제는 이 다음부터였다.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개념을 가출시켜 버리더니 조선을 침략한 것이다.
“조선이노 발판으로 해서 명나라를 치고, 천축(인도)으로 진격해야 한다. 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동양의 알렉산더가 되겠다!”
이런 어처구니를 가출시켜 버린 생각으로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은 초반 60일 정도는 승승장구해서 조선을 다 집어삼킬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의 분전과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들, 정신을 차린 관군들의 협공으로 수세로 몰리게 된다.
여기에 명나라 원군까지 오게 되었으니
“조선놈이노 쌈하자고 하면 성에 들어가 문 걸어 잠그고 도무지 나올 생각을 안 하므니다. 공성전이노 할 때마다 우리 일본군만 수태 죽어 나갑니다. 이걸 어째야 합니까?”
“악으로 깡으로 밀어붙여야지!”
“악으로, 깡으로는 조선놈들이 하는 것 아니므니까?”
“이걸 그냥 확! 까라면 까, 이놈들아!”
이 상황에서 일본군이 들고 나온 공성무기가 바로 ‘고춧가루’ 였다.
공격할 때 조선군들의 시야를 가리고, 재채기를 유발시켜 수비를 못하게 하려고 조선군 진지 앞에서 고춧가루를 태우거나 직접 뿌리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물론 이런 화학무기가 일본군만의 무기는 아니었다.
조선군에도 예로부터 내려오는 화학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잿가루’였다.
고춧가루와 잿가루가 서로 얽히며 싸웠던 게 바로 임진왜란 이었던 것이다.
“야, 저 쪽바리 놈들이 뿌려대는 저게 뭐라냐?”
“고추라는 건데, 서양에서 건너온 매운 가루랍니다.”
“매운맛 카레랑 비슷한 거야?”
“카레랑은 좀 다른데, 일단 노획한 녀석을 좀 가져왔습니다.”
“음, 그냥 보니까 무슨…앗! 뭐가 이리 매워! 엡퉤퉤….”
“장군! 괘…괜찮으십니까?”
“하∼ 고놈, 알싸하게 맵구만. 칼칼한 게 소주 한잔 생각나는데….”
“장군!”
“아니 뭐, 이런 고약한 왜놈 무기는 먹어서 없애자는 그런 취지로….”
“장군!”
“뭘 그렇게 오바하고 그래! 너도 한번 찍어 먹어봐! 그런 말 안 나오나.”
“지금 나라의 운명이 누란지세(累卵之勢)에 있는데 한가롭게 소주 생각을 하시다니 실망입니다, 장군.”
“…아니 나는 이게 얼마나 인체에 영향력을 끼치나 한번 알아보려고…. 그래, 기왕 이렇게 노획한 건데, 이걸 대량 생산해서 우리도 공격무기로 쓰자고 재보다는 파괴력이 있을 거 같으니 말이야. 내가 다 이런 생각이 있어서 먹어본 거라고, 이거 왜 이래? 별은 뭐 짤짤이 해서 단 줄 알아? 이것들이 요즘 한따까리 안 했더니 빠져 가지고 말야. 기어오르기나 하고!”
이렇게 해서 고추는 한반도에 들어오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이야 우리의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전통의 양념으로 자리잡은 고추지만, 한때는 나라의 운명을 건 전장터에서 필승무기로 사용되었다고 하니 세월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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