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서 |
- 디카시의 요체인 이른바 '즉순간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영상언어의 포샵과 조탁의 허용범위는 어디까지일까?
- 디카시의 문학성, 혹은 디카시의 독자적 미학의 근거는 무엇인가?
- 디카시는 SNS를 유통환경으로 하는 생활문학의 차원을 넘어
마침내 본격문학의 한 갈래로 문학사에 정착할 수 있을까?
문자언어와 영상언어간의 조율과 상응, 영상과 문자가 주고받는
내밀한 대화에 귀 기울여 보면 그 대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2023년 가을 강현국
강현국 / 1949년 경북 상주에서 출생. 경북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 박사. 197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 『절망의 이삭』, 『견인차는 멀리 있다』, 『고요의 남쪽』, 『달은 새벽 두 시의 감나무를 데리고』, 『노을이 쓰는 문장』과 시선집 『초록발자국』, 『먼길의 유혹』, 디카시집 『꽃 피는 그리움』, 산문집 『오래된 약속』 등이 있다.
대구교육대학교 총장 역임. 계간 《시와 반시》 발행인 겸 주간. 녹색문화컨텐츠개발연구원장.
그의 영상은 사진과 그림의 경계에 있고, 그의 문장은 산문과 시의 경계에 있다. 두 경계가 만나서 펼쳐 보이는 그의 디카시는 형식부터 낯설고 불온하다. 디카시에도 고전과 전위가 있다면, 강현국의 디카시는 단연코 전위이다. 전위는 기교가 아니라 정신이다. 기성에 대한 끝없는 의심과 새로움에 대한 지독한 갈증이 전위를 만든다. 그래서 이 디카시집은 어디까지가 디카시이고 어디서부터 디카시가 아닌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 물음은 단단하고 날카롭게 우리의 자동화된 인식을 충격하고 디카시에 대한 느슨한 믿음을 가격한다. 디카시는 편안하고 만만한 장르라고 여겼던 독자들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 혼란스러움이 우리 디카시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거라고 믿는다. - 김남호(시인, 문학평론가)
슬픔에 대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가장 아픈 슬픔은 슬프지 않으려고 가슴에 금 가도록
눈 감는 슬픔이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
개운한 초록
퍼덕거림에 놀란 숲의 한낮이
마침내 제 얼굴을 찾았다는 듯이
파도소리에 씻겨 무척 개운하다
12월
한 많은 가랑잎의 사연을 헤아리는 저 하늘 눈금처럼
내가 흘린 눈물에는 얼마큼 순도 높은 비바람 냄새가 베어 있는지?
아직 오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등불은 끄지 않았는지?
길 가던 흰 구름이 조심조심 가지 끝 빈자리를 궁금해 하는
기울기
발톱을 오르리는 소리는 할퀼 듯 뾰족하고
제 몸을 두드리는 소리는 용서처럼 뭉툭하다.
끼룩끼룩과 철썩철썩 사이 부대끼는 내 노래는
너와 나의 틈새에서 처박힐 듯 가파르다.
첫댓글 멋진 사진과 어울리는 시를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