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곡가_소개
■ 개설 ▲ 작곡과 초연 폴란드의 작곡가 고레츠키의 「교향곡 3번」은 1976년에 작곡된 3악장짜리 작품이다. ‘슬픔의 노래’라는 부제로 더 많이 알려져있다.
세계2차대전중 아우스비츠에서 학살당한 폴란드인의 영혼을 위한 곡이다. “슬픔의 노래(Symfonia piesni zattosnych)”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고레츠키의 교향곡 3번은 1976년 폴란드의 살레지아 지방에 있는 도시 카토비체(Katowice)에서 작곡되어 1977년 4월 프랑스의 루이앙 페스트발(Royan Festival)에서 초연되었다. 이곡은 1개의 동기가 재현되는 현대적선법(Neo-modal)형식의 아주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전쟁으로 인한 모성애와의 결별을 주요 테마로 하였다.
■ 해설 전 악장에 걸쳐서 매우 느린(Lento) 선율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흘러, 슬픔의 강에 이르는 이 작품은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곡은 빌보드 클래식 챠트에서 1991년 31주 연속 1위에 오르며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고레스키는 단순한 몇 개의 음들로 일정한 패턴을 가진 채 음색의 높낮이를 폴란드 민요와 섞어 그가 그리는 슬픔을 극대화한다. 아우스비츠에서의 공포뿐 아니라 그들의 절박한 고통과 처참한 삶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중저음과 고음의 조화로 심금을 적신다. 비통함과 슬픔에 빠진 전개와 그 고통이 극대화되는 과정과 그 공포와 고통이, 고요하나 크나큰 고통으로 승화된다. 멀리서 들리는 소프라노의 음성에 가슴이 절로 메어진다. 간결한 마음으로 영혼을 달래기 때문이었을까, 고통 받았던 우리의 정서와 닮았기 때문일까, 우리에게 더더욱 다가오는 슬픔이다.
이 교향곡은 일종의 레퀴엠(Requem,진혼곡)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스비츠 수용소에서 학살당한 폴란드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남서독 방송교향악단의 의뢰로 작곡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느리고 애절하다. 모든 악장마다 ‘느리게’ 연주하라는 렌토(Lento)가 표기되어 있다. 구레츠키는 전쟁과 학살의 비통한 심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프라노 독창과 단순한 선율을 도입했다. 한없이 느린 관현악 반주를 뚫고 나오는 소프라노 독창에는 말할 수 없는 비애와 고통이 담겨있다. 독창은 음산한 구음처럼 낮게 깔리다가 서서히 옥타브를 높여 때로는 절규를, 때로는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 듯한 천상의 기도 소리를 들려준다. 여기에 단조로운 음을 반복하면서 흐르는 현악기 선율은 마치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이 숨죽이며 흐느끼는 소리처럼 들려 더욱 애절하다.
콘트라베이스로 시작하는 1악장(너무 저음이라 PC 음향으로는 잘 들리지 않는다)에서 소프라노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오스트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부른 ‘성모애가(성모 마리아의 슬픈 노래)’가 근저를이루고 있으며, 2악장에서 소프라노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게슈타포에 의해 지하 감옥에 갇힌 18살 소녀가 죽기 전 감옥 벽에 새겨 놓아 어머니에게 전하는 짧은 기도문이다. 3악장에서 소프라노가 부르는 노래는 폴란드 남부 민요로 전쟁에서 잃은 아들을 위한 어머니의 절규에 찬 호소이다.
▲ 1악장 Lento – Sostenuto tranquillo ma cantabile (26:48) 현의 저음부에서 아주 작은 음량으로 주제가 제시되고, 이 주제가 특별한 변화나 발전 없이 일정한 패턴으로 계속 반복된다. 악기들이 하나 둘씩 가세하면서 점점 소리가 풍성해지고, 고음부에서도 주제가 나타나면서 대위법적으로 진행하다가 모든 악기들이 일제히 연주하는 클라이맥스로 이어진다. 중반 이후에 소프라노 독창이 “애통의 노래”를 부르며 곡은 정점을 향한다. 이 “애통의 노래”는 15세기 후반 폴란드의 성십자가 수도원에서 부른 애가(Lamentation)로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슬픔이 담겨 있다.
나의 아들, 선택되고 사랑받는 아이야 너의 상처를 이 어미에게 나누어주렴. 사랑하는 아들아, 내 언재나 너를 가슴에 품고 있노니 또 언제나 성심으로 너를 섬기노니 너는 이미 나를 떠나고 있지만, 내 가슴에 품은 희망이여 말을 해 보려무나, 이 어미가 기뻐하도록.
▲ 2악장 Lento e largo – Tranquillissimo (9:02) 하단에 폴란드 남부 타트라 산맥 기슭에 위치한 자코파네(Zakopane)라는 작은 마을에 2차 세계대전 당시 게슈타포 사령부의 지하 감방이 있었다. 종전 후 지하 감방 3호실 벽에 기도문이 새겨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는데, 짧은 글귀와 함께 ‘헬레나 반다 부아주시아쿠브나(Helena Wanda Blazusiakówna)’라는 이름과 ‘18살, 1944년 9월 25일부터 수감’이라고 쓰여 있었다. 소프라노 독창이 이 짧은 기도문을 반복해서 부르고 오케스트라는 주로 반주 역할을 하는데, 2악장의 이 소프라노 독창은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의 하이라이트이다.
Mamo 아, 엄마 nie placz,nie 울지 말아요 Niebios Przeczysta Królowo 천상의 정결한 여왕께서 Ty zawsze wspieraj mnie 언제나 우리를 지켜주실 거예요 Zdrowaś Mario, Laskiś Pelna 아베 마리아
청아할 정도로 아름다운 이 노래는 이 교향곡이 ‘슬픔의 노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신비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대목이 우리에게 슬픔과 고통을 뛰어넘어 평안과 위로를 안겨주는 이 곡의 미덕이기도 하다. 또한 인간이 저지른 야만과 폭력에 대해 깊이 성찰하라는 자곡가의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 3악장 Lento – Cantabile Semplice (17:13) 상단에 주변의 나라와의 전쟁에서 죽어간 폴란드 젊은이를 아들로 둔 어머니의 원망과 탄식을 담았다. 느리고 음산한 느낌이 드는 관현악 반주가 짙게 깔리는데, 그 가운데 소프라노의 독창이 맑고 청아하게 울려퍼지면서 쓰라렸던 마음이 정화되어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이 곡은 명상곡으로도 많이 쓰인다고 한다.
1악장과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는 같음 음형을 계속 반복하는데,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는 점층 구법은 나타나지 않는다. 피아노가 타악기 역할을 해주고, 소프라노의 애절한 노래가 등장하는데, 폴라느 남쪽 오플레(Ople) 지방의 민요로 전쟁에 나간 아들이 돌아와 쉴 따뜻한 침대를 마련했건만 아들의 시신조차 거두지 못한 가련한 어머니가 울부짖는 내용이다. 가사는 민요답게 정제된 표현보다 비통하고 혼란스러운 화자(어머니)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반면, 음악은 슬픔과 분노의 표출보다는 진혼이나 위령에 가까운 정화되고 평온한 분위를 연출한다.
어디로 가버렸느냐/사랑하는 아들아?/반란이 일어났을 때/잔인한 적들이 죽였겟지/아, 간악한 인간들아/가장 성스러운, 하느님의 이름으로/내게 말해다오/내 아들은 어디에 있느냐/
이제 다시는/아들의 공양을 받지 못하니/내 주름진 눈에서/눈물이 흘러,이 비통한 눈물이/또 다른 오데르 강을 만들어도/그들은 결코 나의 아들을/깨어나게 할 수 없겠지.
아이는 땅 속에 누워 있고/이리저리 사람들에게/묻힌 곳을 물어도/나는 그 곳을 찾지 못했구나/그 가엾은 아이는/땅 속 어딘가에 누어 있겠지/자기의 따뜻한 침대에/누을 수만 있다면.
아, 그 아이를 위해 울어주오/하느님의 작은 새여/그 어미가 아이를/찾을 수 없다면/하느님의 작은 꽃이여/여기 저기에 피어주오/나의 아들이/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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