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내를 활보하는 벤츠 승합차(투어 차량)
고대 유적지가 많아 도로 폭을 넓히기도 도로 개설도 어려워 로마 시내에는 관광버스는 다닐 수 없고 유적지나 유물이 땅만 파면 나와 지하철 건설도 어려우므로 로마 시내에 여기전기 산재해 있는 유적지를 돌아보려면 걷거나 로마시청에서 특별히 허가를 받은 벤츠를 이용해야한다고 한다. 6월 말 무덥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로마의 날씨에 걸어서 로마 시내를 누비고 다닌다는 것은 가지나 땀이 많은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라 벤츠투어를 하기로 한다. 바티칸 시국을 나와 식사를 마치자 미리 예약한 기사가 식당 앞에 대기하고 있다. 벤츠투어라고 해서 벤츠 승용차를 타고 투어를 하는 줄 알았더니 7인승 승합차로 벤츠회사에서 만든 우리나라 스타렉스 같은 차량이다.
판테온(Pantheon)
제일 먼저 간 곳은 판테온(Pantheon)이다. 판테온은 그리스어로 ‘모든 신’, 한자어로 하면 ‘전신(全神)’이라는 뜻으로 다신교인 고대 로마에서 모든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신전이다. 판테온은 기원전 27년에 아그리파(아우구스투스 대제, 즉 시저를 계승한 옥타비아누스 대제의 사위)가 만든 것으로 신전으로 사용되다가 80년에 화재로 소실되자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재건했는데 이때 남쪽을 향해 있던 건물의 문을 북쪽으로 향하게 하여 로톤다 광장을 조성했으며 3세기 초 세베루스 황제와 카라칼라 황제 때 부분적으로 개축된 판테온은 콘크리트 구조에 벽돌을 덧댄 원형 평면 건물로, 벽 위에 거대한 콘크리트 돔을 올렸다.
판테온 뒷쪽을 보면 건축방식을 알 수 있다.
판테온은 양질의 콘크리트 모르타르를 사용해 건물 기초부분과 벽 아래쪽에는 무거운 현무암을, 그 위에는 벽돌과 응회암을, 그리고 돔의 가운데 부분에는 부석 중에서도 가장 가벼운 것을 각각 사용했으며 밖에서 보았을 때 원통형 외벽 위쪽의 1/3 부분은 안에서 본 돔의 아래쪽 부분과 일치하며 내부의 벽돌 아치와 함께 돔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쳐주고 있다고 한다. 원통형 벽 자체는 벽 내부에 위아래로 연결된 벽돌 아치와 벽기둥으로 보강되며 두께는 6.1m에 달하며 판테온 내부 공간은 돔 중앙에 있는 지름 7.5m의 '눈', 즉 오쿨루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에 의해서만 채광되고 있고 한다. 이는 외부보다는 내부를 더 중요시한 고대의 몇몇 거대 건축물 중 최초의 예일 것이다.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가 43.3m이고 바닥의 지름도 43.3m으로 바닥의 지름과 천장까지의 높이가 같다니 놀랍다. 판테온의 지붕 돔 양식은 이탈리아 전역 어디에서나 성당이나 건축물의 훌륭한 교본으로 사용되었다. 이 돔 양식은 현존하는 로마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그 원형을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래 부분의 벽은 두껍고(5.9m) 위로 갈수록 얇아져서 건축물의 하중을 최소화했다. 판테온은 그리스의 수학과 로마의 공학이 결합하여 건축의 기적을 이루었다는 곳으로, 건축을 전공하는 공학도들에겐 당연히 봐야 할 곳인 듯하다.
판테온 현관(입구)
판테온 청동문
세베루스나 카라칼라가 아그리파의 원래 건물에서 떼어낸 것으로 보이는 코린트식 기둥의 정면 현관은 3각형 박공이 지붕을 받치고 있고 입구의 상단에는 이 건물을 아그리파가 세웠다는 내용의 글(MAGRIPPAIFCOSTER··)이 써 있다. 현관 아래쪽에는 높이 7m의 거대한 청동 문 2짝이 있는데, 이 청동문은 신성로마제국 시대 약탈과 바티칸 대성당 발타기노를 만들기 위해 떼어 가 지금 보는 것은 1500년대의 것이란다. 판테온에는 총 16개의 기둥이 있는데 기존의 이탈리아 건물들의 기둥과는 다른 색의 화강암이며 코린트 식이다. 소박한 외관과는 달리 건물 내부는 알록달록한 대리석으로 입혀져 있다. 벽에 우묵한 곳이 모두 7군데 있는데 이 앞을 가리는 1쌍의 기둥은 그 크기만 보더라도 거대한 원형 홀의 규모를 짐작하게 해준다.
609년 비잔틴의 포카스 황제가 교황 보니파치오 4세에게 판테온을 기증하자 교황은 판테온을 성모 마리아와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성당으로 바꾸었다.
판테온 내부
비토리오 엠마뉴엘 2세의 묘
청동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제 2경당에는 이탈리아 건국의 영웅인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묘가 있다. 무덤에는 로마 독수리가 위에 얹혀 진 거대한 청동 명판과 사보이가의 문장이 있다. 무덤 위에 타오르는 황금 램프는 1947년 망명 중에 사망한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lll세를 기리는 것이다.
라파엘로의 무덤
라파엘로의 석관
라파엘로 흉상
바위(암반)의 성모라고 알려진 조각상 아래는 천재 화가인 라파엘로의 무덤(석관)이 있고 석관 위 성모 상 좌측엔 로렌쪼가 라파엘로의 의뢰로 제작한 라파엘로의 흉상이 보인다. 라파엘로의 약혼녀인 마리아 비비에나는 라파엘로의 대리석 석관 오른쪽에 묻혔는데, 그녀는 그와 결혼하기 전에 죽었다고 한다.
오쿨루스(Oculus)
빗물이 빠져 나갈 구멍
판테온 돔 중앙에 지름 7.5m의 채광용 둥근 창이 뚫려 있는 것을 오쿨루스(Oculus)라고 하며 눈이라는 의미로 오쿨루스는 천정에서 자연의 빛이 그대로 들어오도록 설계된 것이며 해시계의 역할도 하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돔의 정상에 태양을 상징하는 구멍이 뚫려 있지만 판테온 내부에 사람들이 많을 때에는 비가 오더라도 구멍으로 빗물이 들어가지 않는데 판테온 내부의 막힌 공간에서 상승하는 더운 공기로 인한 압력 차이로 빗물은 구멍으로 들어오지 않고 구멍 옆으로 지나가거나 자연증발하게 하는 구조라고 한다. 거대한 돔 하나로 이루어진 판테온에서 공기가 통하는 곳은 천장의 구멍 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건물들에 비해서 공기가 상승하려는 압력이 무척 세다는 2천 년 전 건축물에 과학적 진보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바닥에는 비가 심하게 내릴 때 뿌려지는 빗물이 빠져나갈 구멍이 나 있다. 천장을 받치고 있는 4각형의 보는 청동제 장미 장식과 몰딩으로 꾸며져 있어 예술미를 한층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로톤다 광장의 오벨리스크
판테온에서 나오자마자 작은 바(Bar)들과 이집트 여신인 이지스 신전의 오벨리스크가 분수대 위에 우뚝 솟아있는 로톤다(Rotonda) 광장이 보인다. 이 광장은 1578년에 기존의 공터를 개축해서 만든 것이다.